이 글은 <시사IN> 68호에 실린 글입니다.

KBS ‘통합노조’가 출범한다. 2009년 출범하는 12대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과 공동 집행부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평행선을 달리다 못해 적대적이기까지 했던 두 진영이 손을 잡았다. 왜일까.

서로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KBS 조합원들은 강동구·최재훈 쪽에 승리를 안겨줬다. 하지만 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복합적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95%, 승자(노조 당선자)와 패자(사원행동)의 표 차이는 66표다.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 당선자가 말했듯 “이는 조합이 통합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무엇보다 이병순 KBS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의 일방통행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게 나타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박승규 노조(11대)에 책임을 물은 구성원이 1979명(48.5%)이나 된다는 걸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 강동구 새 위원장 당선자는 11대 노조 집행부로 참여하지 않았던가. 통합을 지향하지 않으면 반쪽 집행부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사원행동 쪽은 어떨까. 비슷한 처지다. 이들은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하지만 선거 패배는 사원행동의 이후 전망을 어렵게 만들었다. 집단적 노조 탈퇴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언론법 강행에 따른 전국언론노조의 총파업 등 언론계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들이 노조라는 공간을 버리고 싸움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사실 통합보다 중요한 건 성공 여부다. 솔직히 확률은 낮아 보인다. ‘통합노조’의 깃발은 올렸지만 아직 두 진영 사이에는 신뢰의 문제가 남아 있다. KBS 현안부터 방송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분명한 인식차도 존재한다. 한마디로 대내외적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언제든 ‘분리 독립’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합노조’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반복해 왔던 승자 독식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주목한다.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이 점차 격해지고 있는데, 문제는 그 격함이 노조선거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KBS 사장 선임은 물론 역대 노조 선거가 첨예한 갈등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BS는 한국 정치의 복사판이다. 노선이 다른 진영 간 사활을 건 경쟁은 기본이고, 심지어 이긴 쪽의 성향에 따라 반대쪽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역지사지나 승자의 포용을 기대하는 건 사치에 가까웠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가 지적한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좀더 좋은 방송을 제공하기 위해 애써야 할 사람들이 엉뚱하게 힘을 쏟아 붓고 있으니 답답할” 정도다.

KBS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듯 노조 역시 특정 구성원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전면 부정하는 행태가 지양돼야 하는 이유다. 선거 공로에 따른 논공행상 자리배분도 최소화 시켜야 한다. 그래야 공영방송 노조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

당선자 쪽에서 승리감에 도취되지 않고 이번 선거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같은 시도가 KBS와 노조 역사에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KBS ‘통합노조’의 출범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다.

<사진 : 지난달 31일 언론노조 집회에 참석한 KBS 조합원들. 왼쪽부터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 최재훈 KBS 노조 부위원장,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 정조인 KBS 기술인협회장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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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