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사IN> 71-72 합본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KBS 휴먼다큐 ‘현장르포 동행’을 위한 변명
[기고]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KBS 휴먼다큐 <현장르포 동행>이 논란에 휩싸였다. 1월8일 방송된 ‘신년기획 - 동행1년, 희망을 만난 사람들’ 때문이다. 1년 간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사람들의 현재 모습에서 희망을 전하려 했던 게 프로그램을 기획한 기본 취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선행 장면이 등장하면서 ‘정권 홍보방송’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장면은 최승매씨와 관련된 부분이다. 지난해 12월23일 청와대가 어려운 이웃을 초청한 자리에 최씨가 참석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와 “초청받아 영광스럽다”는 최씨의 인터뷰 내용이 이어졌다. 지난해 ‘40대에 낳은 딸을 업은 채 노점상을 하던 최씨의 사연’이 방송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편지와 김윤옥 여사의 후원이 있었다는 부분도 나왔다. “대통령 할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최씨 큰 딸 이수진양의 발언도 소개됐다.


네티즌들의 반발은 거셌다. ‘5공 시절 땡전뉴스를 보는 것 같다’ ‘PD는 딴나라당으로 동행하라’는 비난이 <동행> 게시판을 가득 메웠다. 언론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월12일 발표한 논평에서 “‘비정치적’인 프로그램마저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동행> 제작진에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서 제작진을 일방적으로 두둔할 생각은 없다. 특히 청와대 행사를 제작진이 직접 찍지 않은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 부부의 선행 장면이 소개됐다는 이유로 <동행>이 ‘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45분 가운데 2∼3분 정도의 분량 때문에 프로그램 전체가 비난받는 게 온당한 일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의 좋은 점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무조건 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딱지를 붙이겠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읽히기 때문이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들의 선행 장면이 휴먼다큐 프로그램(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다)에서 잠깐 소개됐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그 부분만을 집중 거론하며 해당 프로그램과 방송사를 가리켜 정권 홍보방송이라고 비난한다. 온당한 비판일까.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동행>에 쏟아지는 세간의 비난에 동의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여기서 필자는 독자들에게 정치적인 시선을 걷어내고 잠깐 제작진 입장이 되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신년기획 - 동행1년, 희망을 만난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프로그램에 소개된 주인공 중 한명이 청와대에 초청이 됐다. 방송 이후 각계의 후원이 잇따랐고, 여기엔 대통령의 편지와 김윤옥 여사의 후원도 있었다. 당신이 제작진이라면 휴먼다큐 프로그램에 이 장면을 담을 것인가 아니면  버릴 것인가. 나라면 전자를 택할 것이다.

사실 <동행>을 둘러싼 논란은 이명박 정부와 이병순 사장 체제의 KBS가 짊어져야 하는 업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현재 KBS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불신과 거부감을 이해한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 선행 장면=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등식을 합리화 시킬 수는 없다. 그런 식의 ‘정치적 기준’을 모든 프로그램에 적용하기 시작하면 정권 홍보방송 아닌 것이 없게 된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과 휴먼 다큐에서 대통령의 선행이 잠깐 소개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정치적 열정을 다소 식히고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사진=KB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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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