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눈물’과 장애인의 ‘눈물’
[TV뉴스 돋보기] 위로보다 실질적 지원책이 우선이다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의 공연. 이 공연을 보고 이명박 대통령 내외, 눈물을 흘렸다. 지난 19일 KBS 〈뉴스9〉는 “이들의 공연에 먼저 김윤옥 여사의 눈에 물기가 비쳤고 애써 참아내던 이 대통령도 끝내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았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 된 것 같다. 오히려 우리가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같은 날 SBS 〈8뉴스〉에서 전파를 탔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도 중요하지만 …
▲ 4월 19일 KBS <뉴스9>
관련 내용이 방송전파를 타게 된 이유 - 20일이 장애인의 날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점을 들어 ‘李비어천가’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장애인들의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린 건 분명한 사실 아닌가. 명심하자. ‘정치적 잣대’의 과도한 적용은 삶을 피폐하게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눈물이 뉴스에 등장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언론의 관심이 대통령의 눈물에만 그쳤을 때다. 그건 무게중심이 장애인보다 대통령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고, 장애인이 처한 현실이 대통령 때문에 가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MB의 등장여부보다 짚을 걸 제대로 짚었는지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올해 장애인 관련 소식을 전하는 방송사 리포트는 문제가 있다. 물론 청각 장애 신부의 사랑 나누기를 전하고(SBS),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게 만들며(SBS), 사각지대에 놓이 장애인 실종 문제(KBS) 등을 다룬 리포트는 평가 받을 만하다. 때론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포지티브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성찰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벌였음에도 이 소식이 전파를 타지 못했다면? 이건 좀 다른 얘기가 된다. 대통령의 ‘눈물’과 장애인 관련 긍정 소식은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감동’을 줄 수 있지만, 장애인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된다. 그건 ‘TV속의 현실’이지 ‘실제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MB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어
▲ 4월 20일 MBC <뉴스데스크>
2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장애인들은 “지난 5년간 장애인이 70만 명이나 늘었는데도 올해 장애복지예산은 지난해보다 400억 가까이 줄었다”며 “장애인복지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고 노동권 보장과 의료정책 개선 등 9가지 장애인생존권보장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지상파 방송3사 중 MBC에만 보도됐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장애인복지가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장애인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공약을 하고 당선됐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등 장애인정책 관련 기구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 축소 방안은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을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20일 발표하면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지도자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고 의지가 없다는 것이 일련의 정책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방송 전파를 타지는 못했다.
대통령의 ‘눈물’을 전하고, ‘포지티브 방식’으로 장애인 관련 소식을 전하는 방송사의 리포트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장애인복지가 후퇴하는 조짐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전자에만 주목한다면 ‘李비어천가’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MB의 ‘눈물’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장애인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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