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8월 18일. <MB정부 하에서 그려본 ‘가상 시나리오’ - KBS MBC에서 곧(?) 폐지될 프로그램 ‘베스트10’>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전 다니던 <미디어스>를 그만두고 <PD저널>로 옮기기 전, 집에서 쉬고 있을 때인데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써본 글이었습니다.

당시 KBS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한창 논란이 일고 있었고, <PD수첩> 파문이 확산되고 있을 때라 ‘이런 그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면서 쓴 글입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읽어보면서 좀 놀랬습니다. 혹시 하면서 쓴 글이 ‘혹시’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냥 가상 시나리오를 그려 본 건데 (당시 댓글을 보면 이 ‘가상 시나리오’를 비웃는 댓글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현실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 한편으론 놀랍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좀 무섭네요.

2008년 8월 18일에 포스팅 한 글인데 한번 감상해 보시길.

[세상풍경] MB정부 하에서 그려본 ‘가상 시나리오’

만약 KBS 새 사장에 MB정부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고, MBC <PD수첩> 파문이 사과방송과 정정반론 보도로 결론이 난다면? 이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송계는 어떤 ‘풍경’일까. 방송사의 이런저런 ‘풍경’은 프로그램을 통해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아마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 ‘풍경’ - 물론 이건 그냥 가상 시나리오 불과하다. 하지만 100% 가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언제든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폐지대상 ‘1순위’는 … KBS ‘미디어포커스’


우선 KBS 새 사장에 MB정부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경우 ①<미디어포커스>는 곧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중동에 의해 집중공격을 받았다는 ‘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연주 전 사장 해임논란과 관련해서도 <미디어포커스>는 이를 주요한 이슈로 보도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미디어포커스> 제작진들 다수가 MB 정부 입장에선 ‘반골기질’이 농후한 언론인인 만큼 이 프로그램을 그냥 그대로 놔둘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폐지대상 2순위는 ②<생방송 시사투나잇>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심야에 방송되긴 하지만 기자가 아니라 PD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PD들이 만들긴 하지만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이란 점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인데,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특히 PD들이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을 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보도본부 기자들의 심리를 적절히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KBS ③<스페셜>과 ④<시사기획 쌈> 역시 폐지되거나 프로그램의 색깔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건 제쳐두고 촛불집회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이 두 프로그램의 ‘논조’는 MB정부 입장에선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물론 제작진 다수가 ‘반골기질’이 농후한 ‘선수들’이란 점도 타깃 대상이다.

MBC의 경우 타깃 1순위는 ‘PD수첩’


MBC의 경우 ⑤<PD수첩>이 어떤 식으로든 제약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PD수첩>이 가진 역사성 때문에 쉽게 폐지라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내부적인 ‘컨트롤’을 더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⑥<뉴스후>의 경우 폐지 수순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시사매거진 2580>과 프로그램 포맷이나 내용이 비슷하다는 이유를 들겠지만, 아마 이명박 정부 이후 진행된 각종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촛불집회에 대한 적극적인 조명 등이 ‘진짜 이유’가 될 것이다.

⑦<생방송 오늘 아침>은 교양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개편 또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최근 전경 인터뷰와 관련해 조중동의 집중 타깃이 된 측면도 있고, 교양 프로그램답지 않게(?)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 나름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더구나 아침 프로그램에서 - 내외부적인 개편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EBS ‘지식채널e’와 YTN ‘돌발영상’ 역시 개편 대상

KBS와 MBC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이 같은 방송계 분위기 때문에 광우병 파동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던 ⑧EBS <지식채널e>도 개편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 역시 마찬가지로 구본홍 YTN 사장이 ‘정상적으로’ 출근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뉴스에 보도되지 않는 정치권의 이면을 들추어내곤 했던 ⑨<돌발영상> 역시 기존의 색깔에서 ‘변화’를 요구받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아마 ⑩KBS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비롯해 출연하는 패널들이 상당부분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각 방송사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제작진들은 MB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이른바 ‘반골기질들’이 많은데, 어떤 식으로든 프로그램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나설 확률이 농후하다. 생각해보라 <손석희 시선집중>이 본연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관변화’ 됐을 경우를.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MB정부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나 <100분 토론>에 손을 댈 가능성은 적다. 눈엣가시겠지만 이 두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건 하나의 상상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상상을 글로 옮기고 이게 만약 이대로 현실화됐을 경우를 생각하니, 정말 두렵고 끔찍하다. 제발 ‘가상 시나리오’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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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