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나누기] SBS ‘이숙영의 파워FM’ 출연기

1.

지난 한 주 이른바 ‘땜빵’ 출연을 했습니다. SBS <이숙영의 파워FM>에서 조간브리핑을 진행하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휴가를 가면서 제게 그 코너를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잘하진 못합니다만, 예전 CBS에서 조간브리핑을 몇 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아마 김용민씨는 그런 ‘경험’을 고려해서 제게 부탁을 한 것 같았습니다.

사실 조간브리핑이라고 해서 다 비슷한 건 아닙니다. 방송사마다 그리고 프로그램마다 차별성이 있습니다. 제가 CBS에서 조간브리핑을 진행했던 ‘색깔’과 김용민씨가 현재 SBS에서 하고 있는 조간브리핑은, 조간브리핑이라는 형식만 비슷했지 많이 달랐습니다. 게다가 제가 했던 방송은 시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반면 <이숙영의 파워FM>은 음악을 위주로 하는 방송이었죠. 주 청취자가 훨씬 젊다는 얘기입니다.

아무튼 일주일 동안 ‘대타’를 별 탈 없이 마쳤고 지금은 김용민 씨가 예전처럼 조간브리핑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시 김용민 씨가 저보다는 훨씬 방송을 잘하더군요.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2.

제게는 이번 방송출연이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한 가지는 … 뭐라 그럴까, 좀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억양을 문제 삼은 일부 청취자들의 반응을 말하는 것인데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뭐라 그럴까, 서울 중심주의의 완고한 벽을 좀 느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좀 그랬습니다.

저는 고향이 부산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고향이 충청도라 어렸을 때부터 딱히 부산 사투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충청도 말도 아닌, 약간 이상한 억양으로 말을 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부산 사투리를 쓰다가 집에 오면 부모님이 쓰시는 억양에 ‘영향’을 받곤 했거든요. 부모님은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으셨습니다. ^^. 하지만 저의 경우 아무래도 경상도 억양이 많이 남아있죠.

사실 이런 환경이 제가 특정지역에 소속감(?)을 가지지 않게 된 배경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전 부산의 또래 친구들을 만날 때 일부를 제외하곤 사실 벽을 많이 느낍니다. 흔히 말하는 ‘경상도 사나이’와 거리가 있는 데다, 그들의 ‘부산 지역정서’와는 좀처럼 혼연일체가 되지를 못합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럼 충청도는 괜찮냐. 아닙니다. 약간 비슷한 면이 있긴 한데, 많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충청도에 계신 친척이나 지인들은 저를 경상도 사람으로 생각하지, 절대 같은 ‘동향’ ‘지역민’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한 마디로 말하면 무소속인 셈입니다. 실제로도 저는 딱히 고향이라 할 만한 지역이 없습니다. 부산에 오랜만에 내려가면 반갑기는 한데, 여기가 내 고향이다 이런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고향인 충청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겹고 좋긴 한데, 어렸을 때의 추억이나 기억 이런 게 없으니 그냥 부모님의 고향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고향 얘기를 잔뜩 늘어놓은 이유는? 저의 이상한(?) 억양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이번에 <이숙영의 파워FM>에서 ‘대타’ 방송을 할 때, 저의 독특한 억양이 잠깐 화제(?)가 됐습니다. 뭐 한 두 번 겪은 일도 아니고, 특히 진행을 맡고 있는 이숙영씨가 방송에서 물어보셔서 제 억양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재미있게 웃으시고 넘어가더군요. 저도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일부 청취자들의 반응은 좀 달랐습니다. 사실 크게 개의치 않을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제가 볼 땐 뭐라 그럴까, 저처럼 이상한 억양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방송을 할 수 있냐, 참 거슬리고 짱난다, 이런 식의 ‘말씀’을 하셔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표준어를 써야 하는 걸까요. 그럼 서울지역에서 자고 나란 사람이 아니면 방송에 출연하긴 힘들겠군요. 그도 아니면 의식적으로 서울말을 배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해서 방송에 나오든가. ^^ 사실 서울도 좀 큰 지역에 불과할 뿐인데 ….

차라리 저를 향해 왜 괜히 서울억양 쓰려고 노력하느냐, 그러지 말고 편한 대로 해라, 이렇게 말한 청취자가 있었다면 무척 반가웠을 겁니다. 그리곤 진행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마 설명을 해드렸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내가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좀 억양이 이상하게 됐다. 이해해 달라 이러면서 말이죠. ^^.

4.

사실 저처럼 지역에서 올라온 서울시민들은 모두 한번쯤 의식적으로 서울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표준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억양도 어설프게 따라하기도 하죠. 그렇게 하면 서울사람이 되는 줄 알면서 말이죠.

그땐 몰랐지만 그런 행위들엔 자신이 성장하고 자란 지역을 비하하는 태도가 깔려 있습니다. 서울은 주류고 지방은 비주류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서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인식에 저항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끔씩 지역출신 서울시민들이 지역민들을 폄하하고 비난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이럴 땐 참, 난감하죠. 주류가 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벌이는 것까진 좋은데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지역민들의 비애인 셈이죠.

하지만 그런 지역민들의 비애를 서울 사람들은 알지를 못합니다. 비서울 지역을 모두 ‘시골’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을 볼 땐 가슴이 좀 답답해져 옵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대한민국이 서울과 시골, 이렇게 두 개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억양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지역마다 사투리와 억양이 다른데 오직 서울을 기준으로, 다른 어투와 억양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발언은 ‘비서울 사람들’에겐 폭력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사투리는 숨겨야 할 어떤 것이 아닙니다. 비록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비롯한 모든 영역이 서울로 집중되면서 ‘먹고 살기’ 위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것이 서울중심주의를 합리화해 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이런 일극 구조가 문제인 거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하는 거죠.

그래서 사투리 듣기 싫다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싫어도 그냥 좀 들으세요. 그 정도 참을성도 없나요? 사투리는 혐오스러운 게 아닙니다. 솔직히 서울 말이 뭐 그리 대단한가요.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너무 유세떨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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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94호(2009년 7/4)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엄기영 MBC 사장까지 ‘저항의 상징’으로 만들 태세다. 엄 사장은 자신의 퇴진을 거론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을 향해 “어처구니가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검찰의 <PD수첩> 수사에 대해서도 “정치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강한 어조의 비판이다.

MBC 일부 구성원들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 <PD수첩> 광우병 방송 이후 사과방송을 결정하고, 당시 시사교양국장과 제작진을 문책한 당사자가 엄 사장이었다. 신경민 전 앵커를 교체할 때도 정권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랬던’ 엄 사장이 이명박 정권과 정면승부 할 태세를 보인다? 일부 구성원들의 반신반의 하는 태도는 이런 사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엄기영 사장에 대한 MB정부의 판단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임기가 남은 엄 사장을 무리하게 교체하기보다 압박 등을 통해 ‘친여권화’ 시킬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MBC 경영진의 정권에 대한 굴복적인 조치들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바뀌고 있다. 오는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개편된 이후 바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심지어 방문진 개편 이전 강제사퇴설까지 나온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엄 사장 사퇴 발언은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MBC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단호하다. 현 경영진은 더 이상 안 된다는 판단이 확고히 선 것 같다”고 말했다. 엄기영 체제의 MBC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이 끝났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MBC에 대한 전면전을 감행한 이유가 뭘까. 의도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면 MBC에 대한 ‘기선제압’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주축부대가 MBC노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MBC 경영진 책임론으로 몰고 간다면? MB정부 입장에선 미디어법 통과와 MBC 제압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사실 MB정부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사나리오는 엄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 주는 것이다. 강제퇴진에 따른 여론의 부담감도 덜고 이후 예정된 방송구조 재편 일정 등도 순조롭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 최근 엄 사장을 만난 방문진의 한 이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엄 사장이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뜻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MB정부가 의도한 대로 사태가 흘러가 주면 좋겠지만 가능성은 반반이다. 청와대가 <PD수첩〉을 매개로 미디어법 통과와 ‘MBC 장악’ 의도를 분명히 하면서, 엄 사장 교체문제는 개인의 진퇴문제 이상이 됐기 때문이다. 여론전에서 유리할 것이란 장담도 없다. 명심하자. 엄기영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MB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수 있다. 여기에 탄압받는 언론인으로서의 ‘투사’ 이미지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엄기영 사장의 행보를 주시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위) 엄기영 MBC사장 / (아래) 한겨레 6월29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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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MBC 경영진의 행보를 주시하는 까닭 
 
분명해졌다. MBC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PD수첩〉에 대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표현수위와 발언시점 모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 대변인이 진행하는 공식브리핑의 경우 언론은 통상 핵심관계자와 같은 익명으로 처리해 왔다. 취재원을 실명으로 언급하는 건 예외적인 경우에 속했다. 하지만 <PD수첩> 관련 발언은 이동관 대변인의 실명으로 보도됐다. 본인의 ‘요청’에 의해서다. ‘음주운전’ ‘흉기’라는 막말까지 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의 메시지가 한나라당을 향한 것이라면

    


▲ 6월20일 MBC <뉴스데스크>

이건 메시지다. 청와대 대변인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까지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배경을 짚어야 하는 이유다. 누구를 향한 메시지였을까.

우선 MBC에 대한 ‘분풀이론’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등 그동안 〈PD수첩〉 때문에 겪은 MB정권의 분노가 격한 반응으로 표출됐다는 주장이다. 이해는 하지만 단선적이다. 청와대 브리핑은 정권의 공식입장이나 마찬가지다. 격한 반응이 걸러지지 않은 채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의도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는 주목을 끈다. 이날 MBC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며 한나라당에 보낸 메시지”라고 언급했다. MBC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경고나 압박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향한 주문이라는 얘기다.

만약 MBC의 보도처럼 이 대변인의 발언이 한나라당을 향한 것이라면 적어도 두 가지는 분명해진다. 청와대가 엄기영 체제의 MBC에 대한 판단을 끝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MB정부 출범 이후 제기된 ‘언론관계법 국회통과(6월)→방문진 이사 교체(8월)→KBS·EBS 이사 교체(9월)→공영방송법·방문진법 등 언론관계법 후속법안 처리’와 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점이다.

엄기영 체제의 MBC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은 끝났다?

 

   
▲ 엄기영 MBC 사장.

사실 현 MBC 경영진에 대한 MB정부의 판단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오는 8월 방문진 이사 재편 이후 바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임기가 남은 엄기영 사장을 무리하게 교체하기보다 임기를 보장하되, 압박 등을 통해  ‘친여권화’ 시키는 방법을 택할 거라는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은 청와대가 후자보다는 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왜 지금 시점을 택했을까.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며 한나라당에 보낸 메시지”라는 MBC 보도를 다시 한번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PD수첩〉을 왜곡․선동 방송으로 ‘낙인’ 찍고 이를 매개로 여론전을 가져간다면? 거기에다 검찰과 조중동의 강력한 지원이 받쳐준다면?

미디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정하게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MBC 경영진 교체에 대한 확실한 명분이 생긴다. 미디어법과 MBC를 한번에 ‘칠 수 있는’ 호재라는 얘기다. MB정권 입장에선 이건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지 않을까.

예상치 못한 변수, 작가의 이메일 공개

아마도 오는 8월 방문진 이사 교체 이후 엄기영 사장이 자진해서 물러나 주는 걸 청와대는 내심 바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강제퇴진에 따른 여론의 부담감도 덜고 이후 예정된 일정 또한 순조롭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능성이다. 청와대의 ‘승부수’는 청와대와 MBC간 갈등이라는 단순 대립구도를 넘어서게 만들었다. 〈PD수첩〉을 매개로 미디어법 통과와 ‘MBC 장악’ 의도를 분명히 한 이상, MBC 경영진 교체 역시 특정인의 진퇴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MBC 경영진의 행보를 주시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한겨레 6월20일자 1면

게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도 발생했다. 〈PD수첩〉 작가의 이메일 공개. 검찰은 ‘제작진의 정권에 대한 적개심’에 방점을 찍고 이를 공개했지만, 파문 양상은 검찰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내 메일도 감시당할 수 있다’는 사생활 침해-양심의 자유 논란이 제기됐고, 이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의 승부수가 의외의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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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핫이슈] 유난히 개인 ‘사생활’에 관심 많은 문화일보 
 
사실 검찰의 〈PD수첩〉 수사결과 발표에서 새로운 내용은 없다. 〈PD수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고, 검찰 수사결과 또한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검찰 수사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계속 제기됐지만, 수사결과에서 보듯 검찰은 이 주장을 완전히 무시했다.

어차피 최종 결론은 법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첨예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이고, 이 과정 자체가 한국 언론사에 유의미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검찰 수사결과를 마치 확정판결이 난 것처럼 보도한 일부 언론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사결과에 대한 찬반논란이 분명히 있음에도 검찰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언론이 과연 제대로 된 언론일까. 명심하자. 언론의 역할은 감시와 견제라는 사실을.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문화일보의 ‘몰이해’ 

    


▲ 문화일보 6월18일자 1면.

18일자 문화일보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PD수첩 작가, 現정권에 적개심”〉이란 제목을 1면에 ‘떡 하니’ 뽑아 놓은 그 ‘정신세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건, 사건과 관계없는 사적인 이메일을 검찰이 공적인 자리에서 공개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대체 이건 뭥미? 문화일보는 신정아 누드 사진 게재로 충격을 주더니 이젠 사적인 이메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 1면에 올리면서 또 한번 충격을 준다. 누드사진과 이메일. 이 둘은 가능한 사적인 공간에서 외부로 유출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언론에 의해 여과 없이 공개가 됐다. 검찰도 검찰이지만 문화일보도 참 …. 사람의 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공적인 사안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싶다.

개인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는 문화일보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오늘자(198)동아와 조선일보는 마치 교감이라도 한 듯 일제히 <PD수첩> 작가 이메일의 구체적 내용을 기사와 사설 제목으로 뽑았다. 사적인 이메일을 공개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까지는 아니지만 논란 정도로는 다루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한 나를 스스로 책망했다. 논란 정도로도  다루지 않는 이들 신문을 보면서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다. 조중동이 아니라 ‘조동문’이라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동아일보 6월19일자 사설.

잠깐 이들 신문의 ‘몰상식한’ 행태를 감상해보자.

<“PD수첩 작가, 現정권에 적개심”> (문화일보 6월18일 1면)
<광우병 PD수첩, 정권의 생명줄 끊으려 했다니> (동아일보 6월19일 사설)
<100일된 정권 생명줄 끊어놓고 …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 하늘 찔러> (조선일보 6월19일 1면)
<PD수첩 작가 “MB에 대한 적개심으로 광적으로 했다”> (조선일보 6월19일 사설)

‘정치적 반대자’의 사생활은 침해해도 괜찮다? 부메랑 될 것

왜 이들이 몰상식한가. 적어도 다른 언론은 ‘조동문’처럼 이메일 내용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를 통해 이메일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는 따위의 짓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에 대한 <PD수첩> 제작진의 반론을 최소한이나마 반영은 했다. 하지만 ‘조동문’의 경우 그런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다. 몰상식이다.

    


▲ 조선일보 6월19일자 1면.

“다른 논란은 그만두더라도 공권력이 수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개인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이렇게 쉽게 침해해도 되느냐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18일 MBC 〈뉴스데스크〉) 거라는 정도의 비판은 <PD수첩>에 대한 찬반입장을 떠나 언론으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다. 명심하자. ‘정치적 반대자’의 사생활과 사상의 자유를 무참히 밟아버려도 좋다는 식의 언론보도는 언젠가는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다는 사실을. 그런 점에서 지금 ‘조동문’은 자기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잠깐 하면, 검찰의 〈PD수첩〉 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가장 먼저 결정한 일이 국내 포털사의 메일을 이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작가의 이메일 7년치를 뒤진 검찰인데 누군들 대상을 가리겠는가. 내 사생활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까발려지는’ 일은 모욕적이고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모욕적이고 괴로운’ 일이 2009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몰상식한’ 언론의 확대재생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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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D저널 민임동기 편집국장 

지금까지 3번의 인터뷰를 했다. <PD저널> <월간 말> <DEW>. 물론 미디어 현안이나 뉴스․프로그램과 관련해선 많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나’를 인터뷰 한 경우는 드물었다. 당연하지! 난 유명인사가 아니니까.

항상 그렇지만 인터뷰는 부담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항상 하게 되고, 이 질문 앞에 난 언제나 머뭇거리게 된다. 예전에도 그랬고, 이번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터뷰의 장점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자의 경우 이 경험은 중요하다. 항상 인터뷰를 ‘하는’ 입장에서 ‘당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뀔 때 - 그때 받는 느낌은 말로선 표현이 안된다. ‘아! 내가 인터뷰를 할 때 상대방도 이런 느낌을 가졌겠구나’ 하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다.

이 인터뷰는 이화여대 웹진 <DEW>에 실린 것이다. 잡다한 얘기를 잘 정리해 준 박수지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인터뷰는 ‘나’를 인터뷰 한 3번의 기사 중 가장 ‘잘 쓴’ 기사에 속한다. 사실 이런 말 하는 내가 좀 우습다. 지금까지 내가 쓴 인터뷰 기사에 평점을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좋은 점수’ 받기는 힘들 것이다. 고로 결론은 이것이다. 기자들이여! 명심하자. 우리가 쓴 인터뷰 기사는 항상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06월 01일 (월) 01:09:07 박수지 기자  my15seconds@gmail.com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뉴스가 되지는 않는다. 언제나 뉴스는 취사선택 될 수밖에 없고, 그 주체는 언론이다. 언론이 선택하는 뉴스의 가치에 한번쯤 의문을 가져본 적 있다면 당신은 이미 미디어비평을 하고 있다.

여기 수많은 매체들이 뉴스의 취사선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시각각 지켜보는 기자가 있다. 기자 혹은 PD를 비평하는 기자다. 2000년 <미디어오늘>의 공채 1기 기자로 미디어비평계에 입문한 뒤 <미디어스>를 거쳐 현재 방송비평 전문매체 <PD저널>에서 일하고 있는 민임동기 편집국장을 만났다.

미디어비평의 역할

민임동기 편집국장은 우연한 계기로 미디어 비평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국내 최초의 매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의 창간 독자였다. 평소 관심을 갖고 <미디어 오늘>을 읽던 도중 기자 공채 모집을 보고 지원했다. “기자나 PD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있는 매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죠.” 다니던 행정대학원을 그만두고 지원한 <미디어오늘>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미디어 비평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9년째다.

미디어비평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왜 이렇게 언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묻는다. “잡아먹으려고 비판하는 게 아니에요. 언론의 자기정화능력을 키우기 위한 거죠.” 언론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비평이지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어비평매체 출범 초기에는 일선기자와 PD들의 반발이 거셌다. 남을 비판하는 일에는 익숙한 언론인들이 정작 그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자 반응이 더욱 격렬했기 때문이다. “2000년 3월에 미디어오늘에 입사했는데 그때 만해도 언론개혁 대중화가 안 된 상황이라 기사를 비판하는 걸 못 참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멱살까지 잡혀봤죠.(웃음)” 지금은 언론인들도 비판에 익숙해진 데다 자신도 비판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돼 미디어비평이 한층 진일보된 상황이라고 했다.

미디어비평 매체가 언론의 자기정화능력을 높이는 데 일조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반 독자와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역할을 하길 원할까. “미디어비평 매체가 기존 언론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언론이 끊임없이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을 일반 대중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언론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게 그의 바람이다. 왜 뉴스를 돈 내고 봐야하나,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좌파 매체요? 상식적인 수준의 비평입니다.

언론의 정치적 색깔논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흔히 조선․중앙․동아를 묶어 보수로 칭하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진보로 인식하는 건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미디어 비평 매체에도 편 가르기의 시선이 없지 않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미디어비평을 시작한 <미디어오늘>, <미디어스>와 <PD저널>에는 진보매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는 이런 의견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나 경향을 중도우파 정도라고 생각해요. 한국 언론이 거의 극우다보니 조금만 중도에 와도 좌파 진보라고 생각하죠. 이런 사람들에겐 피디저널이 극좌로 보이겠죠.” 그는 상식적인 수준의 비평이 운동권으로 보일 만큼 한국의 이념지평이 협소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상식과 다양성을 기준으로
 
2000년부터 줄곧 미디어비평만을 해온 그가 비평을 할 때 염두에 두는 기준은 무엇일까. “기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가능한 한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KBS의 <미디어포커스>가 폐지되고 <미디어비평>이 신설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어비평>의 내용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했다.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방송이라는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그는 정치적 잣대를 떠나 <미디어비평> 자체를 들여다보자고 제안했다. 프로그램의 고유한 가치는 무시한 채 논의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 비평이었다.

“언론의 지나친 쏠림현상은 의도적으로 세게 비판하는 편이에요. 2002년에도 월드컵이라는 의제 말고도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미선이·효순이 사건도 있었는데 당시 전혀 주목받지 못했죠.”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굵직한 사건도 중요하지만 언론이 그것만을 다루는 건 문제라는 얘기다. “최근에도 WBC, 김연아 같은 빅 이슈가 생기면 언론이 다른 건 아예 관심을 안 가지죠. 흔히 그쪽에 광고시장이 형성되니 의도적으로 쏠림현상이 생기는데 이건 아니라고 봐요.” 쏠림현상에 일침을 가하는 그의 비평에 언론인들은 “흉흉한 세상에 국민들이 그런 걸 보고 즐거워하는데 언론이 많이 다뤄주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렇지만 미디어 비평의 본질은 매체가 사회 감시기능을 잘하고 있는지 견제하는 것. 때문에 민 편집국장은 이런 언론을 지속적으로 비판한다.

‘다양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보도도 주의 깊게 살핀다. “다양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뉴스들이 꽤 많거든요.” 이런 부분에 관해선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는다고.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홀트장애인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눈물 흘린 것을 방송3사의 뉴스 리포트에서 일제히 보도했다. 민 편집국장은 4월 21일 <PD저널>의 미디어뉴스에서 “언론의 관심이 대통령의 눈물에서 그쳤을 때”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애인의 날에 보도 초점이 장애인의 눈물이 아니라 대통령의 눈물에 그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장애인들의 집회와 정부의 장애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언론이 무관심하다고 질책했다.

그렇지만 유쾌하고 재미있게

인터뷰 내용은 딱딱했지만 미디어 비평에 관한 그의 태도는 유쾌했다. 그는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며 대신 일을 재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TV를 봐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면 정말 피곤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TV보기를 좋아한다면 비평도 재밌을 겁니다.”

직업적 글쓰기를 위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외에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모두 챙겨본다. ‘아내의 유혹’이 한창 인기일 때는 드라마를 보기위해 일을 빨리 처리한 뒤 집에 간 적도 있다고. 드라마를 볼 때도 버릇이 돼 항상 메모할 걸 들고 본다는 그는 직업병이라 어쩔 수 없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쯤 그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김보슬 PD가 풀려난다고 하네요.” 결혼을 앞두고 체포된 지 이틀 만에 <PD수첩>의 김보슬 PD가 석방된 순간이었다. 엉겁결에 특종을 들었다. 민임동기 편집국장은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사무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도 그는 눈앞에 놓인 흥미진진한 미디어 이슈들을 뒤따라 쫓고 있다.

* 이 인터뷰는 지난 4월 중순에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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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인 비평을 하고 싶다”  (0) 2009/06/09
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인 91호(2009.6.13)에 기고한 글입니다.

“로고를 가리고 다니는 요즘 참 ….”

최근 만난 KBS PD가 한숨 쉬며 내뱉은 말이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쫓겨나고, 서울광장과 대한문 앞에서 시민들에게 취재거부 당하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푸념이다. 지난 5월29일 서울광장 인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를 지켜본 한 지인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KBS 기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적대적이었다”고 전했다. 봉하마을에서 가장 수난을 당한 건 조중동 기자들이지만, 서울광장 부근에서 조중동보다 더한 수모를 당한 언론사는 KBS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BS 기자·PD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KBS 노동조합·PD협회·기자협회가 성명을 냈다. 이들은 KBS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했고, 조문객 인터뷰 누락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보도·편성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특히 KBS PD협회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병순 사장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늦게나마 ‘KBS 보도정상화’ 작업에 나선 이들에게 격려를 해주는 게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지지를 보낼 수는 없다. 시민들로부터 ‘돌을 맞는’ 현재 KBS 상황이 일부 간부들과 경영진만의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까지 일선 기자·PD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스스로 자기검열을 해오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문제의 원인을 간부들에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정권이 바뀌고 보수적 인사들로 간부들이 구성됐다고 해서 KBS의 문제가 모두 그들로부터 비롯되는 건 아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부터 책임이 자유로운 언론은 없다. 검찰과 함께 ‘박연차 게이트’ 수사방향을 사실상 이끌었던 조중동부터 경향․한겨레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책임론에서 자유롭진 않다. KBS가 수난을 당하고 있지만, MBC 역시 노 전 대통령 보도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는 없었다. 검찰이 찔끔찔끔 흘리는 수사내용을 덥석 받아 보도했고, 본질과 상관없는 ‘파파라치 보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성이나 자성이 없었던 것도 KBS만의 행태는 아니었다.

KBS의 유일한 실수(?)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다수 언론처럼 ‘노비어천가 보도’를 쏟아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유독 시민들의 비난은 KBS로 집중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언론계 인사들의 반응은 대략 이런 것이다. “KBS가 이렇게 빠르게 무너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상대적인 자율성을 확보했던 KBS가, 정권이 바뀐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KBS 구성원들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KBS의 한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많은 시민을 보며 ‘노빠들’이 준동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KBS 간부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일선 기자․PD들과의 간극이 너무 크고 이것을 좁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 간극을 좁히는 건 ‘당신들’의 몫이지 우리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KBS 기자·PD들의 투쟁을 온전히 지지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이 교체 대상으로 언급한 간부들이 바뀌면 문제가 해결이 되는 걸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명심하자. KBS의 변화는 사장과 간부들이 아니라 일선 기자와 PD들의 문제의식과 ‘조그만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바로 ‘당신들’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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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