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사IN> 10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구본홍 YTN 사장의 사퇴는 언론계에 몇 가지 고민을 던졌다. 향후 전개될 정권과 언론과의 싸움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본홍 카드’ 실패를 경험한 MB정권은 어떤 방식의 변화를 꾀할까.

단정은 이르지만 민영화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YTN 민영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화 될 경우 YTN노조를 무력화 시킬 수 있고, 보도PP채널에 관심 있는 후보군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인 건 분명하다. 1년 동안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여온 YTN노조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MBC 민영화도 있다. 방송공사법 제정과 민영미디어렙 도입은 MBC 민영화의 틀을 규정짓게 된다. 친여성향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방만경영’을 문제 삼아 민영화 논의에 불을 지피면 MBC로선 이 문제를 피해 가기 어렵다. 더구나 민영미디어렙은 서울과 지역MBC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아킬레스건이다. ‘선택의 지점’에서 MBC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민영화가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국영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송공사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KBS의 ‘국영방송화’는 시간문제다. MBC·YTN의 민영화와 KBS의 ‘국영방송화’가 전제된 상태에서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PP가 들어선다고 가정해 보자. 그야말로 방송판 자체가 ‘조중동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법 날치기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여권의 방송계 재편을 막는 건 더욱 힘들어진다.

‘여권발 방송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지만, 민주당과 방송사들의 풍경은 지리멸렬하다. 민주당이 100일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전면전 양상은 아니다. 솔직히 민주당의 장외투쟁이라기보다는 일부 의원들의 결사항전으로 보는 게 정확할 듯싶다. 9월 정기국회 복귀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방송사 내부풍경은 더 가관이다. ‘조중동 방송’ 출현을 경계하기 전에 방송의 ‘조중동스러운’ 행태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여당을 견제․비판하면서도 자사 이익 확보를 위한 ‘주판알 튕기기’가 복잡하게 진행되는 방송사 내부 상황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언론노조 총파업 동력이 예전 같지 않고 ‘보도투쟁’ 지침이 하부단위에서 무력화되고 있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사들의 보도행태다. ‘조중동 방송’과 방송의 ‘조중동스러운’ 보도행태가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방문진 구성에 따른 방송장악 논란은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고, 미디어법 날치기 논란 역시 철저히 정치공방 수준에 머물렀다. 

쌍용자동차 보도는 가장 압권이다. 진압과정에서 쓰러진 노조원을 경찰이 곤봉과 발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경찰 진압방식을 비판하는 리포트는 거의 없었다. 사태의 본질을 파헤치는 보도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 강경․폭력진압’이라는 단어가 방송뉴스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시민단체 일각에서 ‘왜 우리들이 이런 지상파 기득권자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인가’라는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는 ‘조중동 방송’을 만들려는 정부․여당과 ‘조중동화 되려는’ 방송사들, 이 두 개의 골리앗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조중동 방송’ 출현 저지를 논하기 전에 왜 ‘우리들’이 기존 방송사를 지켜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설명>: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100일 행동’이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 방통위 사옥 앞에서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 방문진 이사 선임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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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캐릭터와 리얼리티의 조화가 중요하다

SBS 드라마 〈스타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건 리얼리티다. 패션지와 이를 둘러싼 업계의 세계를 얼마나 현실감 있게 그려내느냐 - 이것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드라마 〈스타일〉은 원작 백영옥의 소설보다 한발 더 ‘깊이’ 들어가 있다. 소설은 패션지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배경으로 그려질 뿐 내부를 들여다보진 않는다. 주인공 이서정의 로맨스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드라마 〈스타일〉은 패션지와 업계 이야기를 단순 배경으로 설정해 놓지 않았다. 잡지사 내부의 권력관계를 드러내기도 하고, 광고주와 패션지의 이면을 들추기도 한다. 연예계 이면을 들추면서 나름 호평을 받았던 〈온에어〉를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흥행에 불리한 조건을 안고 출발한 ‘스타일’

사실 〈스타일〉은 객관적 측면에서 흥행에 불리한 조건을 안고 출발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찬란한 유산〉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20~30대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다는 작품 자체의 설정도 그랬다. 흥행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패션이라는 아이템이 젊은 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다. 더구나 〈스타일〉은 강남의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이 주 배경이다. 패션의 최첨단을 걷는 ‘그곳’은 관심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놓고 봐도 〈스타일〉은 마니아들을 위한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많다.

1∼2회 분에서 보인 이지아(이서정 역)의 ‘연기력 논란’도 흥행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사실 이지아의 연기는 〈스타일〉 자체만을 놓고 보면 그리 흠 잡을 데가 없었지만, 문제는 이서정이라는 캐릭터에서 〈태왕사신기〉의 수지니와 〈베토벤 바이러스〉의 두루미가 연상된다는 점이었다.

김혜수(박기자 역)의 카리스마와 이지아(이서정 역)의 천방지축을 강조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적 장치였지만, 1∼2회에서는 이런 의도가 부각되기 보다는 이서정 캐릭터의 식상함과 박기자의 카리스마가 주목을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설정이라면 류시원(서우진 역)은 어정쩡한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 〈스타일〉 1∼2회분만 보면 ‘김혜수의,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를 위한’ 드라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와 리얼리티의 조화가 ‘스타일’ 성공의 핵심

하지만 8일 방영된 3회분부터 〈스타일〉은 캐릭터들이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원작을 ‘창조적으로’ 각색한 제작진의 능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소설은 이서정과 박우진(‘스타일’의 서우진 역)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형성하지만, 드라마 〈스타일〉은 다양한 캐릭터들 사이의 갈등과 경쟁을 중심축으로 설정했다. 특히 편집차장 박기자(김혜수)와 편집장 김지원(채국희)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상당히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그 긴장의 축을 이어가는 인물은 손병이(나영희) 발행인. 원작에선 볼 수 없는 관계의 축이 새롭게 형성된 셈이다.

이들의 관계를 주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패션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광고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3인의 캐릭터가 주는 긴장감은 리얼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다. 3회분에서 편집장이 이해주(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 ‘스타일’의 창간멤버이자 디자이너 줄리아 K를 모함하는 기사를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패션지와 광고주와의 관계 그리고 잡지사 내부의 권력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우진(류시원)을 손병이(나영희) 회장과 ‘이복’ 관계로 설정해 놓은 것 역시 흥미롭다. 서우진은 원작 소설에선 패션업계와는 상관없는 캐릭터였지만, 드라마에선 서우진의 어머니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자칫 김혜수와 이지아와의 관계에서만 존재감이 나올 수 있는 서우진 캐릭터의 한계를 보완한 셈이다.

이서정의 성장, 어떻게 그려질까


사실 〈스타일〉 성공의 핵심은 캐릭터와 리얼리티의 조화에 달려 있다.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패션업계의 리얼리티가 떨어질 가능성이 많고, 이야기 자체가 주인공들 위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필연적으로 러브라인을 바탕으로 한 삼각관계로 흐르기 십상. 그렇다고 리얼리티를 너무 강조할 수는 없다. 명심하자. 〈스타일〉의 장르는 드라마이지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아니다.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3회분까지의 〈스타일〉만 놓고 보면 캐릭터와 리얼리티가 균형감 있게 잘 그려진 것 같다. 여전히(!) 김혜수의 카리스마가 돋보이긴 하지만 주변 인물들 또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내고 있어 중심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어시스턴트 1년차인 이서정(이지아)의 성장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여부. 이는 캐릭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배우 이지아의 과제이기도 하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김혜수에게 쏠려 있는 관심의 초점을 자신에게 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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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노조와 경찰의 충돌 프레임은 온당한가

쇠파이프를 휘두른 노조원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투쟁방식이 온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니다. 5일 쌍용자동차 강제진압에 나선 경찰들은 엄밀히 말해 진압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을 뿐이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말한다. 이건 진압이 아니라 집단구타에 가까웠다고. 한겨레 허재현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전한 경찰의 진압장면을 보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일부를 인용한다.

경찰은 진압이 아니라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경찰은 넘어진 노조원들을 방패로 이곳 저곳 찍고 발로 차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한 명이 발로 차고, 그 옆에 있던 경찰이 또 방패로 찍고, 분이 안 풀린 다른 경찰이 와서 곤봉으로 또 때렸다. 한 노조원은 정신을 잃은 것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도 여러명의 경찰은 계속 때렸다. 경찰에 대항하는 노조원들을 상대로 때린 게 아니다. 무장해제 당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폭행이었다.”

5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날 경찰의 진압작전은 적법한 방식으로 수행했다고 보기 힘들다.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는 얘기다. “도망가는 노조원의 목 부분을 방패 모서리로 정확하게 가격”하는 게 정당한 진압인가. 동의하기 힘들다.

“쓰러진 노조원을 경찰 서너 명이 둘러싸고 곤봉과 발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것도 마찬가지. “무릎을 꿀려 놓은 채 곤봉으로 폭행하고, 쓰러진 노조원의 두 손을 결박하는 와중에 곤봉으로 힘껏 내려치는 것”은 그냥 폭력을 행사한 것이지 공권력을 집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경찰의 진압방식은 정당했나


하지만 5일 KBS와 SBS는 경찰의 ‘폭력진압’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항상 그렇듯(?) 노조와 경찰의 양자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식의 ‘고전적 프레임’을 사용했다. 방송뉴스의 이 같은 프레임 설정이 온당한가. 동의하기 어렵다.

‘양자 충돌’ 프레임은 노조와 경찰의 폭력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구도에선 경찰의 ‘강경-폭력진압’에 대한 문제의식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경찰이 테러와 폭동 진압에 쓰는 다목적 발사기까지 동원해서 진압을 해도, 노조원들에게 ‘스폰지탄’을 발사해 노조원들 머리가 찢어지는 상황이 발생해도 ‘양측의 충돌로 부상을 입었다’는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녹아 버린다. 현장에서 부상당한 노조원들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않고 경찰서로 강제 연행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서울 지상파 방송뉴스에선 이를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MBC가 경찰의 진압방식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내보냈을 뿐 KBS와 SBS는 ‘경찰의 강경진압’이라는 단어 대신 격렬한 충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건 엄밀히 말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전달했다고 보기 힘들다.

모든 공권력은 정당한가 … KBS SBS의 ‘무가치보도’를 비판한다


노조원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방식, 비판 받아야 한다. 그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이 온당한 방식이었는지 여부는 ‘다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찰의 진압방식이 정당했는지 여부도 도마 위에 올려야 한다. 공권력이라고 해서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와 SBS는 이런 가치판단은 배제한 채 오로지 상황만 열심히(!) 전달하고 있다. 이건 아니다.

MB정부 이후 보수화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이미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최루액과 화염병 등의 장비 사용과 도장 2공장에 있는 인화물질 때문에 대형 참사가 우려된다. 노조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강제 진압은 자제돼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KBS와 SBS는 이런 정도의 문제의식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방송뉴스, 특히 KBS와 SBS는 노조와 경찰의 충돌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진 = 8월5일 MBC KBS SBS 메인뉴스 화면캡쳐(순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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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결혼과 출산 거부가 책임회피일까
 
KBS 월화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결못남)가 막을 내렸다. MBC 〈선덕여왕〉 의 여파로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결못남〉은 나름 괜찮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2% 아쉽다. ‘결못남’ 조재희 소장이 ‘결혼’을 선택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을 허락한다면, 제작진은 주인공 조재희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결못남’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에 굴복시킨(?) 셈이다.

〈씨네21〉김은형 기자가 언급한 것처럼 “‘결못남’의 이기성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결혼, 출산 등의 책임 회피다.” 그리고 이 부분은 〈결못남〉에서 조재희 소장을 둘러싼 인물들에 의해 끊임 없이 재생산 되는 복음이자 이데올로기였다. ‘성인 남녀는 적정 나이가 되면 무조건 결혼을 해야한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 삶의 문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것만이 ‘정상적’이고 행복한 삶일까


때문에 〈결못남〉의 결론은 아쉽다. ‘결못남’들이 비혼을 고민하는 데에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고 사회·경제적인 요인이 ‘결못남’을 만드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결못남’들이 자신의 삶만 생각하는 철없는 이기주의자이거나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비정상적인 사람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초식남’이 증가하는 이유가 매스컴의 관심을 받는 요즘 트렌드를 감안하면 〈결못남〉의 시각은 여전히 ‘계몽적’인 듯하다. 연애나 결혼에 무관심하고 자신의 일과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가 강한 ‘초식남’과 ‘결못남’은 전혀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삶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오로지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삶이 정상적이라며 강요하는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게 아닐까. 특히 결혼한 가정이 정상적·모범적 가정으로 인식되는 한국 사회에서 ‘비혼자’가 겪어야 하는 일상적 스트레스는 거의 폭력 수준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의 명절을 생각해보면 된다.

“책임감에 대해서 통감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고 자기가 진짜 짊어질 수 있는 책임만 지는”(김은형) 삶이 왜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아야 하는 걸까. 〈결못남〉은 주인공 조재희를 통해 이 부분을 좀더 심도 있게 드러냈어야 했지만 제작진은 다른 선택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원작의 한국적 해석, 불가능했던 걸까

〈결못남〉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원작의 창조적 해석에 관한 부분이다. 물론 이 부분은 제작진이 전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동명의 일본 원작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결못남〉은 대체로 원작에 충실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메이크가 원작에 충실하지 않고 어설프게 독자노선을 걸을 때 재미와 감동은 반감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판 〈결못남〉은 적어도 ‘어설픈 해석’은 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저출산율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88만원 세대’로 상징되는 청년실업 문제가 극대화 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결못남〉이 조금이나마 반영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드라마에서처럼 자신의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게 두려운(?) ‘결못남’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환경 때문에 ‘결못남’ ‘비혼남’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 아닌가. 〈결못남〉이 이런 유형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이들 사이의 소통에 좀더 치중했다면? 일본 정서가 강한 원작에서 벗어나 한국적 ‘결못남’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못남〉에서는 이런 사회적 의미보다는 조재희(지진희)와 장문정(엄정화), 정유진(김소은 분)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가 지나치게 부각됐다. 물론 원작에도 이런 삼각관계가 설정돼 있지만 〈결못남〉은 캐릭터들 사이의 로맨틱에 더 초점을 맞췄다.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는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원작에는) 밀고 당기는 연애담 자체에 치중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던 독신남녀들이 주변과의 교류를 통해 조금씩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소통’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칙주의자’ 조재희 캐릭터가 갖는 의미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것은 주인공 조재희의 ‘지독한 개인주의’가 갖는 의미가 간과된 점이었다. 접대와 회식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술자리 문화가 일상 생활에서 최소한의 개인적 여유와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조재희식 개인주의’는 나름 유의미성이 충분히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런 유의미성은 그의 괴팍한(?) 성격에 가려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개인에 대한 평가가 실력이나 진정성보다 대안관계나 인간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적 현실에서 조재희라는 캐릭터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독특한 성격 때문에 재수가 없긴 해도, 주인공 조재희 소장은 실력을 바탕으로 원칙을 지키려는 원칙주의자였다. 우리 주변에 이런 원칙주의자가 얼마나 있을까. 원칙이 ‘사회적 관계망’ 속에 의미를 잃어가는 요즘, 이들을 발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와도 같은 일 아닐까.

모두가 조재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조재희 같은 캐릭터가 우리 사회에 소수나마 존재하는 건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권장해야 할 일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조재희가 그리워진다. 

사진=막내린 KBS <결혼 못하는 남자>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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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계의 새로운 전열정비가 시급하다

구본홍 YTN사장의 사퇴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볼 것인가는 잠시 유보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사퇴에 대한 평가보다 사퇴가 가진 함의를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구본홍 사장의 사퇴는 “정권의 무리한 방송장악 기도가 결국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제 곧 방송장악과 민영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MBC 구성원들이 ‘대동단결’ 한다면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는 막아낼 수 있는 걸까. 일면 동의를 하지만 수긍하긴 어렵다. 구본홍 사퇴는 그렇게 간단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점’에서 출발하는 YTN … 쉽지 않은 싸움 예고

우선 ‘포스트 구본홍’ 이후 YTN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낙하산’ 구본홍은 물러갔지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비롯한 YTN의 현안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만약 ‘비낙하산’ 출신의 강성 사장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YTN은 다시 1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점에서 출발하지만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구본홍 카드’로 실패를 경험한 MB정권이 밟을 다음 수순이 뭘까. 단정은 이르지만 민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구본홍 사퇴’ 이후 MB정권이 민영화 카드를 꺼내든다면 이후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한다. 수장 교체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는 방식이 아닌 ‘방송계 판’ 자체를 흔들면서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오늘자(4일)에서 YTN민영화 문제를 끄집어 낸 맥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YTN 민영화는 해고자 복직 문제와 보도PP채널 그리고 YTN노조의 무력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다. 아마도 후임 사장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성품(?)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YTN노조 입장에선 보다 더 힘든 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의 ‘아킬레스건’ 민영미디어렙 … ‘대동단결’ 가능할까

YTN민영화는 MBC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을 던져준다. 수장 및 간부진 교체에 따른 MBC 장악은 엄기영 사장의 의지와 MBC 내부의 동력이 뒷받침 된다면 ‘저지될’ 가능성이 많다.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 입장에서도 쉬운 싸움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MBC민영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한겨레가 지난 3일 지적했듯이 MBC민영화는 방송공사법 및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동시에 형식적․내용적 틀거리가 만들어진다. 방송공사법 제정으로 MBC를 공영방송 범위에서 밀어낼 경우 MBC가 선택할 경우의 수는 거의 없다. MBC가 광고를 포기하고 공영미디어렙을 선택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그럼 남는 건 민영미디어렙 밖에 없다. 하지만 민영미디어렙 선택은 MBC 입장에선 화약고나 다름 없다. 민영미디어렙은 MBC의 정체성을 공영방송이 아닌 상업방송으로 규정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MBC민영화에 불을 지피게 된다. 더구나 민영미디어렙은 서울MBC와 지역MBC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부딪히는 지점이다. MBC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방문진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문진의 여당 쪽 이사들은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MBC경영진 교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반면 경영합리화와 민영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영진 교체 논란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방문진이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MBC의 수장교체를 잠시 유보하고, ‘방만경영’을 이슈로 삼아 민영화 논란에 불을 지핀다면 어떻게 될까. MBC는 물론이고 노조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방송계 판 흔들기 통한 ‘제2의 방송장악’을 들고 나온 이유

‘방송계 재편’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MB정권이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 밖이라는 얘기다. 예상을 깨고 빠른 결단을 내린 이유가 뭘까.

의도하는 바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이유보다는 빠른 결단을 내리게 만든 원인에 더 주목이 간다. 역지사지. 내가 정권 입장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당과 언론노조, 언론사 내부의 ‘풍경’이 지리멸렬하다. 밀어붙이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100일 장외투쟁에 돌입했지만 별다른 전망이나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 추가 공개 따위로 여론전을 끌어가려 하지만 날치기에 대한 전권은 이미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상황. 더구나 동영상 추가공개는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정부 여당 쪽에 손을 들어준다면? 게임 오버다.

언론노조는 어떨까. 총파업을 접고 보도투쟁을 선언했지만 이걸 과연 ‘보도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방문진 구성에 따른 논란은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아예 보도조차 안되고 있으며 미디어법 날치기 논란 역시 철저히 정치공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구본홍 사장의 전격 사퇴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바라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구본홍 사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방송계 재편’이 시작될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제2의 방송장악’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사진(위)=사퇴한 구본홍 YTN 사장>
<사진(아래)=한겨레 8월4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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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핫이슈] 줄서기는 파벌을 낳고 파벌은 분열을 양산한다

8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 한 대목.

“이미 구영회 전 삼척MBC 사장, 김재철 전 울산MBC 사장, 신종인 전 부사장 등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새롭게 선임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평가를 다루고 있는 이 기사는 엄기영 사장의 교체 여부로 마무리를 지었다. 방문진 이사진 교체와 MBC 현 경영진 교체가 마치 동의어가 된 듯하다. 엄 사장의 임기는 2011년 2월까지다. 하지만 동아는 해당 기사에서 차기 사장 후보 명단까지 적시했다. 무슨 의미일까. 교체의 기정사실화다.

엄기영 사장의 ‘결사항전’과 새 방문진의 선택

교체작업, 순조롭게 진행될까.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6명이 ‘친여성향’이고, 뉴라이트 인사들까지 이사에 포진했으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단정은 이르다.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변수는 다름 아닌 엄기영 사장이다. 지난 7월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엄 사장은  3일 “회사 안팎에서 많은 논란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느 정파, 어느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외부에서 가해오는 ‘MBC 압박’에 정면대응 의지를 밝힌 셈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자신의 남은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결사항전.

이 대목에서 다시 질문 하나.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물론 새 방문진은 엄 사장을 합법적으로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해임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사안의 성격은 달라진다. ‘정치적인 이유’로 임기가 남은 방송사 사장 교체를 시도할 경우 특히 그 결정에 불복, 엄 사장이 결사항전 태세로 나올 경우 얘기는 더욱 달라진다.

청와대와 방문진보다 ‘내부의 적’이 문제다

우선 임기가 남은 사장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방문진의 시도가 ‘합리적인가’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조중동의 ‘지원사격’을 고려해도 정부가 여론전에서 유리할 거라는 장담도 할 수 없다. 가변적이긴 하지만 엄기영 사장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생각 외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압받는 언론인 이미지가 더해진다면? 엄 사장의 결사항전 의지에 변화만 없다면 이 변수는 생각 외로 파괴력이 클 수 있다.

엄 사장 의지에 변화가 없다는 걸 전제로 할 경우 문제는 MBC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이 말은 만약 MBC가 정권이나 권력에 의해 장악이 된다면 그건 ‘외부의 압박’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내부의 분열’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내부 분열은 멀리 있지 않다. 당장 MBC 이사회 구성을 놓고 분열이 발생할 여지는 많다. MBC 이사회는 지금까지 사장이 ‘권한’을 행사해왔다. MBC 사장이 이사진 후보 명단을 방문진에 제시하면, 방문진은 이를 거의 그대로 수용해 온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새 방문진은 이 관행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직접 이사진을 구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방문진이 직접 이사진을 꾸리면 어떻게 될까. 일차적으로 MBC의 무게중심이 사장보다는 방문진 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엔 MBC 구성원들의 방문진 줄서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포스트 엄기영’을 생각하고 있는 일부 사장 후보들의 방문진 줄서기가 가시화 될 가능성도 있다. 동아의 기사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다.

그 다음 수순은? 예상대로다. 줄서기는 파벌을 낳고 파벌은 내부 분열로 이어지며 이는 곧 MBC의 ‘효율적 통제’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부문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런 상황이 초래되면 엄기영 사장의 결사항전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 역의 상황도 마찬가지. 구성원들이 결사항전 의지를 보이더라도 엄 사장이 태도를 바꾸면 역시 무용지물이다.

정리하면 이런 얘기다. 권력 또는 방문진의 MBC 장악여부는 청와대나 방문진의 ‘의지’보다는 MBC 내부의 동력에 있다. 지금 MBC는 그 동력을 제대로 가동시키고 있는가. MBC에 묻는 질문이다.

<사진(위)> = 동아일보 8월1일자 8면
<사진(아래)> = 엄기영 MBC 사장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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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