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나누기] 커피전문점에서 벌어진 ‘풍경들’

요즘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보고 있는 데요, 오늘(25일) 그 위력(?)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물론 주관적인 느낌일 뿐 객관적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같이 동반했던 제 아내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 걸 보면, 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일요일, 아내와 함께 영화(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기 위해 한 극장을 찾았습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우선 우리의 ‘풍경’.

아내 : 주문을 자기가 했으니 진동 울리면 내가 갈게.
나 : 하하. 개콘 ‘남보원’의 영향력이 정말 이 정도로 큰 건가.

실제 아내는 진동이 울리자 본인이 직접 커피를 가지러 갔습니다. 그 전까지는 주로 계산도 제가 하고, 가지러 가는 것도 제 몫이었거든요. ^^. 글쎄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행동에 그렇게 큰 의미 부여를 한 적은 없어서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제 아내가 개콘 ‘남보원’을 본 이후 ‘그런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냥 그렇게 우리끼리 ‘키득키득’ 대고 있는데, 그 풍경은 ‘우리만의 풍경’이 아니더군요. 그 커피전문점에 있는 커플 손님들 대부분이 계산은 남자가 하고, 진동이 ‘드르륵’ 울리면 일제히 여자들이 커피를 들고 오는 겁니다. ^^. 그 광경을 지켜본 아내의 한 마디, “저 사람들도 개콘 ‘남보원’ 영향 받은 모양이다.”

사실 <개그콘서트> ‘남성보장인권위원회’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는지 몰라도, 저의 경우 남자들이 어느 정도로 유치(?)해 질 수 있는지 - 그 극단의 형태를 반어적으로 보여준다고 봅니다. 예전 같으면 ‘찌질이-소심남’이라고 놀림을 받았을 법한 그런 행동들을 ‘남성 권익’ 보장이라는 미명 하에 당당히(?)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남자들’의 유치함과 어이없음에 그냥 웃음을 짓는 거죠.

그런데 이런 현상들이 개그 소재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요. 해마다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은 ‘전통적인 남녀관계’ (본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바뀐 것은 없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그런 관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데이트 비용적인 측면에서 말이죠. ^^.

뭐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경제도 이렇게 어려운데, 데이트 비용은 모조리 남자가 내야 하나? 여자가 좀 내면 안되나, 뭐 이런 거. 예전 같으면 남자의 자존심 등등을 들먹이며 ‘씨알도 먹히지 못할 소리’였지만, 지금은 많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이 옳냐 그르냐,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은 잠시 유보하겠습니다. 이건 가치판단적인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인 듯 해서요.

개인적으로 이런 측면보다는 다른 면에 좀 더 주목을 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남자다운’ 행동이라는 것에 대한 우회적 비판 - 사실 저는 이 부분에 더 눈길이 가거든요. 뭐 예전엔 뭐든 남자가 해야 되고, 남자가 적극적이어야 하고, 사소하거나 자잘한 것들은 불만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남자답다’라고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싫은 건 싫다고 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급적 감정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얘기를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그게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개콘 남보원’은 어쩌면 ‘찌질이’ ‘소심남’일 수도 있는 남자들의 속마음을 보여줌으로써 남성들의 행태를 비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남자들의 권익보호를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만 ‘폼생폼사’ 잡는 남자들을 은근 슬쩍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닐까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남성들의 허위의식을 공개함으로써 여성들로 하여금 ‘아! 남자들도 속으로 저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 저는 그런 식으로 자꾸 해석이 되더군요.

그래서 매주 ‘남보원’에서 새로운 내용이 개그로 다뤄질 때마다,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나치게 미시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건 좀 우려가 된다는 거지요. 남성들의 ‘찌질한’ 속마음을 세상에 공개한 것까지는 좋은데, 아직도 여전히 본질적인 측면에서 남녀관계는 바뀐 게 없습니다. 바뀐 것 보다는 바꿔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제도적 측면 못지 않게 남성들의 성찰이 우선되어야 할 부분도 많고요.

그런 측면까지 들춰냄으로써 세상의 모든 남성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 그런 ‘남보원’ 개그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요. 물론 판단은 제작진의 몫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앞으로 계속 ‘남보원’을 시청하렵니다. ^^.

<사진=KBS 개그콘서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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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인생기출문제집 : 대한민국 이십대는 답하라’ (안철수 외 / 북하우스)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인생이 다양하듯, 다양한 인생에 대한 정답 역시 제각각입니다. 특정한 답은 없습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는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지 못할 때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 같습니다. 답은 없는데 질문은 무수히 많습니다.

   
▲ ‘인생기출문제집 : 대한민국 이십대는 답하라’ (안철수 외 / 북하우스)
정답이 없는 인생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됩니다. 비슷한 어려움과 고민을 겪더라도 해결책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하는 것은 어떤 면에선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요즘 세상이 점점 개인화·파편화 되고 있다는 얘길 많이 합니다. 그것이 바람직하냐 그렇지 않냐 하는 가치판단은 잠시 접어두지요. 다만 분명한 건, 이런 상황에서 삶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젊은 시절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많은데 그 고민을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인생선배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생기출문제집〉(안철수 외 / 북하우스)은 우리 사회의 멘토급 선배들이 20대 후배들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자신들이 한 번쯤 고민한 문제들을 전수해주기 위해 스물한 명의 선배들이 이 책의 필자로 모였습니다. 학자, 예술가, 언론인, 연예인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지만, 이 책에선 자신의 20대 시절로 잠시 돌아가 당시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88개의 질문을 던집니다. 일상적인 주제에서부터 무엇이 진정한 행복과 성공인지, 이 막막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는 거시적인 화두까지 모두 등장합니다.

주목을 끄는 건 책의 형식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필자들은 질문만 제시합니다. 답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 만들도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답 없는 문제집이라고나 할까요. 그렇습니다. 이 책에는 질문은 있고,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말이죠. 아마 ‘멘토급’ 선배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가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슈퍼 글로벌 리더가 세상을 움직인다’ (이미숙 / 김영사)

‘세계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000’. 외신 등을 통해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그런 뉴스입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대체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은 어떤 것일까, 하는 점입니다.

   
▲ ‘슈퍼 글로벌 리더가 세상을 움직인다’ (이미숙 / 김영사)
〈슈퍼 글로벌 리더가 세상을 움직인다〉(이미숙 / 김영사)는 21세기 리더들이라 말하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저자가 경제학계의 석학으로, 저널리스트로, 역사학자로, 시민운동가로,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 리더 22명과 나눈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세계적 리더를 소개하는 책은 번역서가 많았고, 국내 필자가 쓴 책이라 해도 외국자료를 인용한 책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볼 때 무언가 2% 아쉬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슈퍼 글로벌 리더를 저자가 직접 만나고 인터뷰했다는 점에서 기존 책과는 양상을 달리합니다. 특히 좌우파에서부터 보수·진보를 망라하는 세계적 리더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문화일보 워싱턴특파원이면서 정치부 기자이기도 한 필자는 이 책에 소개된 22명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에서 워싱턴, 시카고, 시드니, 싱가포르 등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그만큼 저자의 애정이 강하게 녹아 있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인터뷰에 생동감이 살아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글로벌 리더들의 발언은 세상의 흐름을 뒤흔들 만큼 영향력과 파급력이 큽니다. 각국 정부와 세계 언론이 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 세계적 리더들을 국내 저널리스트가 인터뷰를 해서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묘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 (최영미 / 해냄)

영상미학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 시와 시인은 대중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멀어졌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시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지난 80년대 더 뜨거웠던 게 아닐까요. 신문에서도 시와 시인에 지면을 할애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 ‘내가 사랑하는 시’ (최영미 / 해냄)
이런 흐름을 감안했기 때문일까요. 시인이 다른 시인의 시를 얘기하는 방식의 ‘시집’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방식이 처음은 아니죠. 하지만 시가 대중의 관심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특히 젊은 세대들이 시를 거의 읽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새롭게 시도해 볼만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최영미 / 해냄)는〈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세계적 시 55편을 모은 책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는 최영미 시인을 키운 시들을 소개하면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 그 시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습니다. 영어권 작품의 경우 작가가 직접 번역을 했다고 합니다. 해당 시인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추가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주간동아〉에 1년간 연재하며 소개한 시들과, 연재를 마친 후 추가한 작품들을 모아 펴냈습니다. “여러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여러 시를 읽을 수는 있다” - 최영미 시인의 말인데요, 시가 어떻게 한 사람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에 무관심한 분들, 이번 주에는 오랜 만에 시집을 한번 골라보는 게 어떨까요.

‘손자병법 교양강의’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독서의 달인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고전입니다. 이들 달인들은 고전의 재미를 한번 느껴본 사람이라면,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는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학습용’으로 접한 것 말고는 고전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습니다. 고전은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 ‘손자병법 교양강의’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하지만 저는 이런 점 외에, 우리가 고전을 학습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고전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보다는 질리게 만든 ‘어떤 분위기’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고전에서 재미를 느끼고 교훈을 얻는 것보다, 무조건 외워서 문제 하나라도 더 맞춰야 한다는 그런 분위기들이 우리에게서 고전을 멀어지게 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손자병법 교양강의〉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는 그런 점에서 어릴 때 읽은 〈손자병법〉을 내가 과연 제대로 읽었던 걸까 -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사실 ‘손자병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손자병법’을 과연 제대로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이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읽은 ‘손자병법’ 서적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대 중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고대 중국인이 사용했던 언어가 크게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현대인이 당시의 맥락을 짚어가며 이해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인도 이럴 정도인데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요. 제대로 맥락을 짚기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한국에서 ‘손자병법’ 관련서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원문 해석과 간단한 해설을 붙인 주해서가 첫 번째이고, 정비석의 ‘손자병법’을 비롯한 역사 소설이 두 번째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가벼운 경제경영서 및 처세서입니다. 그런데 〈손자병법 교양강의〉는 이 세 가지 분류에 어디에도 포함이 안되는 것 같네요.

그건 이 책을 옮긴이의 경력을 보면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번역은 임홍빈 씨가 맡았는데 그는 현역 군인이자 군사역사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입니다. 아마 국내에 출판된 ‘손자병법’ 서적 가운데 현역 군인이 대중을 위해 풀이한 책으로는 〈손자병법 교양강의〉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임홍빈 씨는 고전 중국어와 현대 중국어에 모두 능통하면서 군사 분야의 전문지식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고전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해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눈으로 희망을 쓰다’ (이규연 박승일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

김명민과 하지원이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이라는 병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체중을 20KG이나 감량했던 김명민 씨의 호연이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었죠. 하지만 김명민 씨의 호연만큼 루게릭 환자들의 애환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 영화였습니다. 온 몸이 마비돼 가는 그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잔인한 병이다 -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눈으로 희망을 쓰다’ (이규연 박승일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
최근 출간된 〈눈으로 희망을 쓰다〉 (이규연 박승일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를 주목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혹시 박승일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지요. 지난 2002년 ‘국내 최연소 농구 코치’로 발탁돼 미국 유학을 마치고 화려하게 귀국,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박승일 씨는 지금 루게릭과 싸우고 있습니다. 인생의 절정에서 그는 예상치 못했던 병을 만났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과 지금 싸우고 있습니다.

이 책은 오랫동안 박승일 씨를 취재한 탐사분야 저널리스트 이규연 씨가 썼습니다. 박승일 선수와 4년간 주고받은 50여 통의 이메일과, 그를 지켜본 가족과 주변인 20여 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했습니다. 책에는 희망적인 이야기보다는 병마와 싸워나가는 처절한 일상의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고통을 못 이겨 혀를 깨무는 아들을 바라봐야 했던 어머니의 고백에서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김명민 씨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눈으로 희망을 쓰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살아간다는 것의 소중함과 일상의 자잘한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우수련’ (안민수 / 헤르메스미디어)

연기에도 이론이 필요할까요. 연기에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이론보다는 ‘끼’와 재능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배우수련〉의 저자 안민수 씨는 연기는 ‘끼’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이라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체계적 연기 훈련법 역시 필요하다고 말하네요.

   
▲ ‘배우수련’ (안민수 / 헤르메스미디어)
저자에 대한 소개가 우선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자 안민수 씨는 1970년대, 드라마센터 동랑 레퍼토리 극단에서 연출가로 활동하며 실험적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1977년에는 자신이 연출한 〈하멸태자〉를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미국과 유럽에 순회 공연해서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경력보다 개인적으로 더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최고의 찬사와 함께 개성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 최민식, 박신양, 채시라, 김혜수, 유준상 등과 같은 배우들의 연기스승이 바로 안민수라는 점입니다. 역시 훌륭한 배우는 끼와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훌륭한 스승이 없이는 탄생하기가 매우 어려운 듯 합니다.

사실 이 책은 그렇게 재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의 연기 교실에서 실험했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라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배우지망생이나 전문배우들을 위한 체계적인 국내 연기훈련서가 없었던 점에 비춰본다면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우리 형식에 맞는 훈련 방법을 체계로 갖춘 최초의 연기훈련서라는 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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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주목도 받지 못했지만 프로그램 탄생 또한 그리 기대하지 않았던 프로그램. 주로 특정 프로그램 폐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 ‘불우한 운명’의 프로그램은 탄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폐지되는 프로그램은 주목하는 반면 뒤를 이어 새롭게 탄생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죠.

지난해 연말 KBS〈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폐지되고 〈시사360〉이 탄생할 때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시사투나잇> 폐지에는 주목했지만 <시사360>의 탄생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사360>은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시사360> 제작진 가운데 다수가 첫 방송 전까지 <시사투나잇> 폐지 반대시위에 동참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은 당시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사생아적인 운명의 KBS ‘생방송 세계는 지금’

지난 얘기를 다시 끄집어 낸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KBS 가을개편에서 바로 이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이 또 다시 탄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의 전신은 다름 아닌 <시사360>입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탄생하는 과정은 지난해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폐지되고 <시사360>이 탄생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 KBS 2TV‘생방송 세계는 지금’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반발과 논란이 있었고, KBS 내외부의 반발도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사360>은 폐지됐고 후속 프로그램이 편성됐습니다. 후속 프로그램이 편성된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는 것도 지난해 상황과 비슷합니다.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 뒤를 이은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 탄생이라 …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참 얄궂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자리에서 ‘얄궂은 운명’에 대해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전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제작진입니다. 국제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해외 PD특파원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주 활약상을 펼치는 PD들이 <생방송 시사투나잇> ‘출신’ 제작진들입니다. 물론 프로그램 초기인 만큼 아직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미진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병순 KBS 사장의 ‘주도’ 하에 진행된 가을개편이란 점 때문에 새로 태어난 프로그램에 일단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생각을 잠시 거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 제작진은 그렇게 ‘만만한’ 제작진이 아닙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 일단 주목해 보자

사실 국제적인 이슈를 매일 다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내 유력 언론사 특파원들이 세계 곳곳에 나가 있지만, 대부분 미국과 유럽 국가 위주의 굵직한 소식들로 뉴스를 생산합니다. 거기에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소식이 가끔씩 채워지죠. 나머지 국가들은 전쟁이 발발하거나 대형 지진․해일이 발생해야 주목하는 정도입니다. 우리의 국제뉴스는 지나치게 ‘세계 주류적인 흐름’에만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자체 발굴기사나 고유 시각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당장 신문 국제면을 한번 살펴보세요. 외신을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파원들이 자체 생산한 기사라 해도 발굴 기사는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이건 방송뉴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현실의 한계도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 문제점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 언론의 국제뉴스는 ‘주류적이면서 지나치게 협소한 세계’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MBC <W>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W>는 국내 언론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PD들이 직접 세계 곳곳을 누비며 취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세계 주류’에 국한되지 않고 ‘제3세계’와 아프리카 등 그동안 국내 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았던 국가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안들을 생생한 취재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W>의 이 같은 노력으로 국내 언론의 국제뉴스가 다양해지고 풍부해진 건 인정해야 합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의 존재 이유 - 국제 뉴스의 다양화

하지만 냉정히 말해 <W>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물론 KBS도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국제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지만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폐지가 됐습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생방송 세계는 지금>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 신문과 방송에서 전하는 국제뉴스의 획일성에 답답해하시는 분들이라면 MBC <W>와 함께 더더욱 이 프로그램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 19일부터 KBS 2TV에서 방송된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건 21일 방송된 ‘오키타양의 수업료 투쟁’이란 리포트였습니다. 저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교육비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방송사 메인뉴스는 물론이고 주요 언론들이 이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죠.

   
▲ KBS 2TV‘생방송 세계는 지금’
‘오키타양의 수업료 투쟁’에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돈이 없어서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수업료가 없어서, 기본적인 생활비가 없어서 고등학교 3명 중 1명이 아르바이트 생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일본 현실을 TV에서 직접 접하니 ‘88만원 세대’의 고된 현실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을 보면서 왜 방송사 메인뉴스와 신문 국제면에선 이런 내용이 보도가 되지 않을까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 <생방송 세계는 지금>은 일본의 일부 학생들이 학비를 면제해 달라며 도쿄 시부야에서 수도권 고교생 시위행진을 벌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경제대국 일본에서 고등학생들이 수업료를 면제해 달라며 거리시위에 나서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는데, 왜 국내 언론은 이를 주목하지 않을까요. 전 고개가 꺄우뚱해지더군요.

‘세계는 지금’ 제작진은 학생들의 빈곤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이 지난 10년간 일본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을 하더군요. 2009년 9월 현재 일본의 비정규직은 1685만 명이라고 합니다. 3명중 1명이 비정규직인 셈인데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도 해마다 벌어져서 지금은 3배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사회 저변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뉴스 생산해 주길

비정규직 수입이 가계지출을 훨씬 초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업을 포기하거나 공장으로 가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요. 이런 일이 일본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자민당 독재 체제의 일본이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 이유를 지금까지 여러 언론이 분석하고 짚었지만, 체감적으로 뚜렷이 와 닿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이날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전한 이 리포트를 보면서 독주체제를 걸었던 자민당 정권이 왜 일본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는지 뚜렷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회안전망이 어느 정도로 무너져 가고 있는 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일본 사회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빈부의 양극화와 비정규직 증가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충분히 교훈을 삼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국제뉴스를 좀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 ‘비판적 지지’와 격려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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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10호에 실린 글입니다.

보수진영도 적잖이 놀란 것 같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조선·중앙일보의 비판이 이를 방증한다. 김제동의 KBS 〈스타골든벨〉 하차는 보수진영에 약이 아니라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하나. 인지도와 호감도, 영향력 면에서 김제동은 ‘좌우’ 상관없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이라는 인물을 보며 ‘정치’를 연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때 서울시청 앞에서 노제 사회를 보고, 이런저런 사회적 발언을 해오긴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김제동을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방송인으로 기억한다. KBS 일부 간부들의 ‘정치적 판단’은 존중해 줄 필요가 있지만, 그들은 대중의 정서를 읽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조선·동아의 KBS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수진영은 대중의 정서에 더 민감한 법이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손석희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웬만한 연예인과 정치인을 능가한다. 무엇보다 그는 영향력 면에서 다른 누구보다 압도적 우위를 자랑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손석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수년 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는 경쟁력 1위의 언론인이다.

이런 두 사람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병순 KBS 사장과 엄기영 MBC 사장은 그런 결정을 내렸다. 이유가 뭘까.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상투적이다. 김제동과 손석희를 적으로 돌리는 건 MB정부 입장에서도 득이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뭘까.

뚜렷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권력에 대한 언론의 자발적 충성으로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 이병순 사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끝난다. 연임을 노리는 이 사장 입장에선 사활을 걸어야 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압박을 받고 있는 엄기영 사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뉴라이트 성격이 짙은 방문진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MBC 보수화’라는 카드를 어떤 식으로든 관철시켜야 한다. 김제동과 손석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가 아닐까.

이들의 선택, 성공할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에 대한 호감도와 영향력 면에서 이병순·엄기영 사장보다 김제동·손석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차라리 뉴스의 보수화나 시사프로그램 연성화 쪽에만 집중했다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싶다. 허나 그들은 시청률 잘 나오는 연예 프로그램 진행자를 ‘정치적인’ 이유로 끌어내렸고,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언론인을 교체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수진영에서조차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김제동·손석희 교체 논란은 한국 보수진영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석훈 씨가 지적한 것처럼 과거 유신 정권은 대중문화인들을 탄압했지만 이유라도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가 없다. 과거와 달리 권력이 아닌 언론 스스로에 의해 ‘칼질’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그런 점에서 “웃음에는 좌우가 없는데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좌우를 만드는 것일 뿐”이라는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의 비판은 한국 보수가 아직은 희망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조선·중앙일보가 지지하지 않는 김제동 교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마저 비판한 손석희 교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렵다. 이병순·엄기영 사장의 이번 결정은 스스로에게 자충수이고, 결국 부메랑이 될 확률이 높다. ‘김제동과 손석희 vs 이병순과 엄기영’의 최종 승자는 결국 김제동과 손석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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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