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11/29 불통의 시대, 소통의 길을 찾다 by 곰도리
  2. 2009/11/15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몬산토’ by 곰도리
  3. 2009/11/10 단식하는 언론인, ‘공짜’ 취재하는 기자들 by 곰도리
  4. 2009/11/08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by 곰도리
  5. 2009/11/01 20대 청춘을 주목하는 ‘인생선배들’ by 곰도리

[주목! 이 주의 책] ‘어풀루엔자’ 외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 (정관용 / 위즈덤하우스)

“방송토론을 잊어버려라.”

   
▲ ‘나는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 (정관용 / 위즈덤하우스)
KBS 〈생방송 심야토론〉을 비롯해 각종 토론 프로그램 사회를 맡았던 정관용 씨. 그는 토론을 소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선 방송토론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방송토론을 오래 동안 진행했던 저자가 이런 주장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토론을 싸움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기고 지는 관계로 규정하는 것, 상대방을 꺾어 눌러야 토론을 잘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것, 가시 돋친 독설이 난무할수록 활기찬 토론이었다고 평가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토론할 때 상대방 생각을 바꿔 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방송토론이 가진 해악이다.”

사실 방송토론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토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관용 씨도 언급했듯이 방송토론은 ‘보여주기 위한 토론’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보여주기 위한 토론’이 갖는 폐단은 생각 외로 큽니다. 특히 당파적 신념이 과도하게 넘치는 사회에선 ‘보여주기 위한 토론’의 경우 상대방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기능보다는 ‘자신들의 편’을 위한 결집용 성격을 갖습니다.

한마디로 이쪽이냐 저쪽이냐,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설정한 다음, ‘우리 편’이면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주장을 펴든 일단 ‘우리 편’을 지지합니다. 왜 그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편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봅니다. 이른바 ‘진영논리’가 득세하게 되는 것이죠. 진영논리가 득세하게 되면 늘 같은 편이라 생각되는 사람들끼리 뭉쳐 살고 다른 편과 섞이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방송토론이 소통보다는 진영논리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회의가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방송토론은 그 사회의 수준과 문화적 토양과 결부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니까요.

‘회색인’을 대안으로 언급한 저자의 주장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정관용 씨는 흑과 백이 격렬하게 섞여 만들어낸 회색의 영역에 바로 소통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강조합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 사회엔 극단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이른바 ‘회색지대’에 서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자는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다수의 회색인들이 중심 세력이 되어 무책임한 진영논리를 압도해야만 공동체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어플루엔자’ (올리버 제임스 지음, 윤정숙 옮김 / 알마)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돈 많이 벌고, 부자가 되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냥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이라고 사회적으로 교육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 ‘어플루엔자’ (올리버 제임스 지음, 윤정숙 옮김 / 알마)
그런데 〈어플루엔자〉의 저자 올리버 제임스는 물질적인 풍요가 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는 지를 이 책에서 예리하게 파헤칩니다. ‘어플루엔자’라는 단어는 이런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키워드인데요, 이 단어는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자병.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의 탐욕이 만들어낸 질병. ‘소비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소비지상주의의 환상을 좇는 인간을 불행하게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무력감, 과도한 스트레스, 채워지지 않는 욕구, 쇼핑중독, 만성 울혈, 우울증 등이 있다.”

사실 ‘어플루엔자affluenza’라는 단어는 1970년대 초반 휘트만(F. C. Whitman)이 처음 쓰기 시작한 단어라고 합니다. ‘풍요’라는 의미의 Affluence와 ‘유행성 감기’를 뜻하는 Influenza가 결합된 조어인데요, 저자는 풍요가 오히려 병이 되어버린 시대를 이 단어를 통해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 출판계를 강타한 ‘장르’ 중에 하나가 바로 심리 치유서입니다. 심리학 관련 서적들이 출판계를 득세(?)한 이유가 뭘까요. 저는 극심한 경쟁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불안감을 사람들은 주로 소비를 통해 해소하려고 하는데, 소비가 이런 증상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들이 소비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바로 ‘어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3년에 걸쳐 싱가포르, 모스크바, 코펜하겐 등 20여 개국의 여러 도시를 직접 방문해 어플루엔자가 전파되는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다채롭고 흥미롭습니다. 특히 어플루엔자의 확산에 의한 소비주의, 외모열풍, 부동산 문제와 같은 것들이 각기 다른 사회와 다른 정부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세밀히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지 않은지도 돌아보게 해줍니다.

‘빈곤에 맞서다’ (유아사 마코토 지음, 이성재 옮김, 우석훈 해제 / 검둥소)

〈빈곤에 맞서다〉는 일본 빈곤 현장에서 ‘반빈곤 운동’을 펼치고 있는 활동가 유아사 마코토가 쓴 일본의 빈곤 실태 보고서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일본 사회를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알고 있는 지를 깨닫게 해주는 그런 책입니다.

   
▲ ‘빈곤에 맞서다’ (유아사 마코토 지음, 이성재 옮김, 우석훈 해제 / 검둥소)
우리는 흔히 일본을 경제 부국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의 은밀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자못 충격적입니다. 저자는 일본의 사회적 안전망이 허술해져 자칫 발을 헛디디면 빈곤의 밑바닥까지 그대로 미끄러지는 ‘미끄럼틀 사회’라고 규정합니다. 특히 저자는 일본은 고용 안전망, 사회보험 안전망, 공적부조 안전망 등 3중 안전망이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는 ‘미끄럼틀 사회’이기에 지금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빈곤’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문제는 이런 문제들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의 자세입니다. 일본 정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격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그런 격차가 생기는 것은 개인 책임이라며 일본의 격차 사회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당화의 폐해는 상당히 큽니다. 실업자, 워킹푸어  등과 같은 빈곤층들은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이며 때문에 사회에서 배제되어야 할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빈곤에 맞서다〉의 저자는 ‘빈곤 문제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현대 일본의 빈곤이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낱낱이 고발합니다. 또한 일본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사건들을 담담하면서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과연 일본 사회만의 문제일까.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는 일단 구당 김남수보다 저자의 이름에 오래 동안 눈길이 가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상호 MBC 기자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발전문기자이면서 ‘삼성-X파일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2003년부터 6년간 구당 김남수 옹(94세)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해왔다는 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사회비리를 고발하는 기자가 갑자기 침뜸? 이건 뭥미?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혼란스러워집니다. 이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왜 ‘고발전문’ 이상호 기자가 구당을 주목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구당 김남수를 본격 조명하는 책이지만 동시에 대한한의사협회로 상징되는 한의학계를 통렬히 비판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호 기자는 한의학 고서마다 침뜸의 효용성과 뛰어난 효능을 언급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뜸은 값이 공짜나 다름없이 싸면서도 부작용이 거의 없어 누구나 집에서 치료할 수 있고, 특히 현대 의학이 포기한 난치병이나 오래된 병에 치료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문제는 한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약 장사에만 골몰했을 뿐 침뜸 연구 등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저자는 구당이 한의사들의 장삿속을 고발하는 동시에 잊혀지던 침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사재를 털어 시민 교육과 봉사를 시작했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습니다. 개헌 저지선에 달하는 3분의 2가 넘은 18대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유권자들을 위해 구당에게 치료 청탁을 했으면서도, 정작 전체 국민들을 위한 법안 한 줄 처리하는 데는 한의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움직이지 않았다는 걸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상호 기자는 거대화된 현대 병원 시스템에서 환자가 느낄 수 없는 배려와 환대를 구당의 주요한 치료 행위의 하나로 보고 있더군요.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첨단 장비를 배제하고, 길가에 자라는 마른 쑥 한 줌 그리고 침 하나로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라는 점에서 박노해의 시를 빌려 ‘나눔의 성자’라고까지 얘기합니다. 또 1962년 침구사 제도 폐지 이후 정부를 상대로 ‘침구사제도 부활’ 등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온 구당의 지난한 투쟁을 보건의료운동이라고 강조합니다.

잠깐 독서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1-2’ (호머 헐버트 지음, 마도경·문희경 옮김 / 리베르)

이 책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역사적 사건들의 뒷면과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고 있거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건들을 사료를 바탕으로 소설처럼 서술하여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병자호란 막바지에 인조가 남한산성 옹성을 끝내고 청 태종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이른바 ‘항복 의식’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한 슬픈 역사 드라마의 대단원을 보는 것 같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러일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제물포 해전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한 편의 전쟁 영화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다.

   
‘착한 딸 콤플렉스’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착한 딸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기 때문에 항상 남의 시선, 남의 평가에 지독히도 신경 쓰며 정작 스스로의 욕망은 다스리지 못한다. 그러니 인생이 우울하고 고달파지는 건 당연지사. 〈착한 딸 콤플렉스〉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그림형제의 동화 〈거위 치는 소녀〉를 통해 풀어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심리 치유 에세이이다.

‘비엔나 워킹 투어’ (정준극 / 한울)

   
이 책은 비엔나의 구(舊)시가지를 집중적으로 둘러보고 탐구하듯 산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의 발걸음은 느긋하지만 집요하다. 비엔나의 골목길과 예술작품에 관한 이야기라면 거리의 이름부터 작품에 담긴 이야기까지 모두 촘촘히 기록했다. 비엔나 토박이인 지인들의 도움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특별하고 주제가 있는 여행을 추구하거나 음악이나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비엔나의 역사와 예술, 문화유산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조선사 진검승부’ (이한우 / 해냄)

   
권력과 승부, 욕망과 처세를 중심으로 선정된 40가지의 사건들이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흥미를 돋우는 이 책은, 2007~2008년 〈주간조선〉에 ‘이한우의 조선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연재된 원고를 보완하고 추가 집필한 것이다. 1장 ‘피할 수 없으면 승부를 보라’에서는 조선과 외국, 왕과 상궁, 재상과 재상 사이에 벌어진 냉엄한 승부의 세계를, 2장 ‘살아남으려면 권력을 거머쥐라’에서는 치열한 경쟁 현장에서 스러진 권력의 화려함과 무상함을, 3장 ‘참을 수 없는 유혹에 쓰러지다’에서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각종 스캔들에서 역사 속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4장 ‘뜻이 좋아도 법도가 있다’에는 근엄과 위엄으로 무장한 조선의 겉과 속의 부조화 속에 감춰진 병폐가, 5장 ‘역사는 실력 있는 자를 기억한다’에는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숨겨진 인재들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을숙도, 거대한 상실’ (박창희 / 페이퍼로드)

을숙도는 한쪽에서는 각종 보전대책이 실행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발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모순의 땅이다. 을숙도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을숙도의 생태 파괴를 단순히 철새들의 생존 문제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하고 염려해야 할 문제로 접근한다. 생태 파괴는 새들의 서식지가 사라짐을 의미하고 서식지가 사라지면 새들이 지상에서 영영 사라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들의 멸종은 인간에게도 재앙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을숙도의 자연을 살리는 유쾌한 상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을숙도를 바꾸고 부산을 바꾸는 그래서 대한민국을 푸르게 일렁이게 하는 유쾌한 상상력. 을숙도를 환경운동 차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토대 위에서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에 인간과 생명의 새로운 순환질서를 만들어보자고 한다.

‘로드 스쿨러’ (고글리 / 또하나의 문화)

   
로드스쿨러(Roadschooler), 배움을 찾아 유랑하고 사람들과 앎을 나누는 길바닥 배움 폐인들. 여행하며 하고픈 공부한다는 게 말이야 번드르르하고 재미있을 것도 같지만, 정규 코스 착실하게 밟아 명문대 나와도 먹고살기 힘든 마당에 그렇게 공부해서 대체 앞으로 어떻게 먹고산다는 걸까? 길바닥 아이들도 먹고사는 걱정, 한다. 진즉부터 시작한 걱정이라 알바와 공부를 병행한 아이들은 쪼들리는 통장 잔고와 저질 체력 사이에 매일같이 고뇌하며 세상의 까칠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 와중에 아이들이 건져 올린 답은 이거다. 돈 벌어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라 시작한 로드스쿨링이고, 그래서 지금도 길 위에서 앎을 나누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랑하며 배우길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 책에는 ‘돈, 돈, 돈’하는 세상 속에서 돈의 압박에 밀리지 않고 배우고픈 거 배우고 하고픈 일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조금씩 이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정미나 옮김 / 미래인)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미군 내 최고 인재들에 의해 어떤 비밀부대가 창설되었다. 이들은 기존의 공식적인 군 관례를 모두 무시하면서, 그리고 물리학의 법칙까지 무시하면서, 투명 망토를 입은 것처럼 모습을 감추기, 벽을 쓱 통과하기, 구름을 터뜨리기는 물론, 심지어 노려보는 것만으로 염소를 죽이기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테러와의 전쟁 이면에서 맹활약하기도 했다. 저자는 그 주역들과 직접 인터뷰함으로써, 지난 30여 년간 벌어진 기상천외한 활동들의 전개 과정을 추적한다. 또한 이런 활동들이 현재 미국 내에서나 전후의 이라크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테러와의 전쟁’ 중심부에 감추어진 터무니없고도 기묘한 군사 비밀들을 폭로한다. 조지 클루니가 직접 제작 및 주연을 맡고 유언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 제프 브리지스가 공동 주연한 영화 〈The Men Who Stare at Goats〉의 원작. 최근 기밀 해제된 미 육군 정보부 극비문서들을 토대로 미국의 초능력부대 개발 음모를 추적한 이 책은 ‘테러와의 전쟁’ 이면에 숨겨진 비이성적 광기를 폭로한 문제작이다. 책제목은 ‘염소를 오랫동안 바라보면 죽일 수 있다’는 발상을 조롱하는 뜻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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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주의 책] ‘정치와 프로파간다’ 외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이선혜 옮김 / 이레)

유전자조작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뉘앙스가 좀 부정적이죠?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합니다. 그럼 유전자조작식품(GMO)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언론을 통해 접해 본 적은 있어도 구체적으로 GMO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은 바로 유전자조작식품(GMO)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다국적 기업 ‘몬산토’를 해부하는 책입니다.

   
▲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이선혜 옮김 / 이레)
저는 ‘몬산토’라는 다국적기업의 이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그런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충격의 여파가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은 뒤 ‘생명공학’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게 됐습니다. ‘생명공학’이란 용어가 탄생하게 된 이유가 다름 아닌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반대운동의 결과라는 걸 이 책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몬산토’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은 GMO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극대화되자 생명공학이라는 다소 ‘긍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이렇듯 ‘몬산토’라는 다국적기업의 이중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저자 마리-모니크 로뱅은 저널리스트이면서 동시에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한데, 3년에 걸친 탐사보도 끝에 이 책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은 1901년 창립 이후 46개국에 진출한 몬산토가 화학기업에서 생명공학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몬산토’는 세계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명분을 내세웁니다. 그러면서 유전자조작 종자에 특허권을 적용, 세계 각국의 농민을 상대로 매일 100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몬산토’의 이중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인도의 사례입니다. ‘몬사토’의 유전자조작 면화 재배를 시작한 이후 지난 10년간 인도 농민 15만 명이 자살을 했습니다. 왜 ‘몬산토’를 향해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몬산토’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을 전 세계적으로 벌이고 있음에도 건재한 이유가 뭘까요. 저자는 회전문처럼 정부 고위직과 몬산토 임원을 돌고 도는 인사이동, 로비를 통한 언론 플레이, 출처 없는 실험 결과에 권위를 부여하는 저명한 과학 잡지 등의 현실이 지금의 두 얼굴의 기업 몬산토를 만들었다고 진단합니다. 몬산토의 실체를 알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 ‘정치와 프로파간다 : 대중을 유혹하는 무기’ (니콜라스 잭슨 오쇼네시, 박순석 옮김 / 한울아카데미)
‘정치와 프로파간다 : 대중을 유혹하는 무기’ (니콜라스 잭슨 오쇼네시, 박순석 옮김 / 한울아카데미)

‘프로파간다’는 의도된 목적으로 선전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하죠.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프로파간다’를 현재적 의미로 사용하기보다는 과거의 개념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과거에 벌어진 일 그러니까 민주주의가 상당 부분 정착된 사회에선 그 효용성을 상실한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민주주의 시대, ‘프로파간다’는 대중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정치와 프로파간다 : 대중을 유혹하는 무기〉의 저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민주주의가 상당 부분 정착된 사회에선 프로파간다가 효용성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교묘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이 책의 4부 ‘전쟁 마케팅’에는 프로파간다가 어떻게 대중을 속이는 무기로 작용하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또한 프로파간다와 전쟁 그리고 미디어와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설득의 비밀’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김종명 공저 / 쿠폰북)

   
▲ ‘설득의 비밀’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김종명 공저 / 쿠폰북)
〈설득의 비밀〉은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16인의 성공 도전, 설득의 비밀’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16인의 성공 도전, 설득의 비밀’은 방영 당시 ‘시추에이션 다큐’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반인 출연자들을 특정한 상황에 직면하게 한 다음, 변화과정을 추적해 결론을 도출하게 한 것이죠. 상당히 독특한 방식이어서 방송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게 중요하지만 설득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입니다. 〈설득의 비밀〉은 설득에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이 있는 지 그리고 설득의 기술이 과연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설득의 비밀〉은 방송에 모두 담아내지 못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국형 설득’에 대한 여러 사례와 분석을 추가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카프카 살인사건’ (크리스티나 쿤,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카프카 살인사건’ (크리스티나 쿤,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카프카 살인사건〉은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소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발상 자체가 상당히 독특하고 파격적입니다. 이 책은 2008년 독일에서 출간이 됐다고 합니다. 출판사에 따르면 세계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작가, 카프카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부터 연일 화제에 올랐다고 하네요. 2008년에는 〈슈피겔〉이 그해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세계 10개국에 수출까지 되었습니다. 카프카의 미발표 단편소설과 연쇄살인 사건과의 관계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가상의’ 카프카 단편소설을 읽는 재미도 흥미롭습니다. 마치 수준 높은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나는 마사이족이다’ (안영상 / 멘토프레스)

〈나는 마사이족이다〉에는 ‘사진작가 안영상의 아프리카 방랑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방랑기’라는 의미가 묘하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이 책은 여행기라고 하기엔 그렇고, 그렇다고 단순히 아프리카를 체험한 체험기로 볼 수도 없습니다. 텍스트 못지 않게 사진이 주는 느낌도 색다릅니다. 책 표지에 있는 ‘최초의 사진문학’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닌 듯 합니다.

   
▲ ‘나는 마사이족이다’ (안영상 / 멘토프레스)
이 책의 저자 안영상 씨는 199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고 하는데요, 책 곳곳에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는 마사이족이다〉는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적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책을 덮으면 막상 이런 생각이 떠오를 지도 모릅니다. “과연 인생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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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이번 주에 발행된〈시사IN〉 113호(2009.11.14)에 실린 글입니다. (www.sisain.co.kr)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6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던 최상재 위원장을 경찰이 체포하기 전에 쓴 글입니다. 〈시사IN〉에는 ‘단식하는 언론인, 공짜 해외 취재 간 기자’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미디어법 무효 판결을 기원하며 1만배를 올린 언론인이 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다. 백배도 해본 적이 없어 솔직히 1만배가 얼마나 힘들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최 위원장이 너무 힘들어 보이고 잘 걷지도 못한다”는 현장 기자의 전언을 통해 그 고통을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가 11월4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1만배의 고통이 채 가시기 전에 돌입하는 단식이다. 얼마나 힘들까. 이건 정말 가늠하기도 어렵고 짐작도 안 된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이 시대를 사는 언론인으로서 언론악법을 막지 못하면 언론악법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얘기라도 남기는 게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했다.” 최 위원장의 답변이다.

   
▲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지난 4일부터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상재 위원장의 모습. 최 위원장은 9일 오후 1시 55분께 경찰에 체포됐다. ⓒ전국언론노조
그에게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 미안한 마음 1만배이고 감사한 마음 백배다. 사실 그에게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나 이외에도 많다. 난 많은 언론종사자들이 최 위원장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최상재 위원장이 언론종사자들에게 요구한 건 1만배를 하자는 것도, 같이 단식을 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미디어법과 관련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달라는 이른바 ‘보도투쟁’이 전부였다. 말이 ‘보도투쟁’이지 이건 언론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닌가. 하지만 이 소박한 요구는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을 부탁하는 언론노조 위원장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언론종사자들 - 이건 누군가의 표현대로 ‘비상식적 사회의 비상식적 행동’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한 술 더 뜨는 언론인들이 있다. 일부 유통담당기자들이다.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723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삼성테스코홈플러스(회장 이승한)는 11월1일 20여명의 유통담당기자들과 일주일 일정으로 테스코 본사가 있는 영국으로 떠났다고 한다. 테스코 그룹 경영진 면담을 통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투자전략 등을 듣는다는 게 취지다. 취지에 공감 못하는 건 아니지만 미심쩍다. 항공료와 체재비 등 개인당 수백만 원씩 들어가는 비용을 영국 테스코 그룹에서 댔다는 <미디어오늘> 보도 때문이다.

   
▲ 미디어오늘 11월4일자 (723호) 2면.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어기면서까지 ‘지금’ 꼭 가야만 했을까. 이 질문 앞에 나의 이해심은 반감된다. 무엇보다 그들의 이번 취재가 언론인으로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에 속하는지 의문이다.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공격적 진출로 광주 인천 청주 등 지역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본사 견학’ ‘해외 방문’이라는 명분으로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의 기사가 어떤 지는 언론계 종사자들이 잘 안다. 특히 경비를 기업이 제공했을 경우 많은 기사가 해당기업에 우호적이었다. 이 사안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로 ‘흔한 일’이 됐다. 하지만 뉴스가 아니라고 해서 비슷한 모든 취재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이번 해외취재에 동참한 언론사의 보도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유통기자들이 돌아올 때쯤 최상재 위원장의 단식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것이다. “미디어법이 현실화될 경우 언론인과 국민들이 받을 고통이 너무 크다”며 단식에 돌입한 최 위원장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길까. 물론 그건 그들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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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주의 책] ‘전화의 역사’ 외

‘전화의 역사’ (강준만 / 인물과 사상사)

   
▲ ‘전화의 역사’ (강준만 / 인물과 사상사)
휴대폰 잃어버린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물에 빠져서 고장이 난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 기분이 어떨까요. 아시죠? 네, 참 짜증나고 난감하고 심정이 복잡합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 - 그걸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아는 분들의 연락처는 모두 휴대폰에 저장돼 있고, 의사소통의 많은 부분을 휴대폰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이 없어졌을 때의 공허함이란 … 휴대폰 한번 정도 잃어버리신 분들은 그 느낌을 잘 아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휴대전화는 이제 ‘생활의 중심’이 됐습니다. 아니 ‘생활의 중심’이 아니라 휴대전화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사람과 휴대전화의 주종관계가 바뀐 게 아닐까요? 휴대전화는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됐습니다.

강준만 교수의 〈전화의 역사〉는 ‘우리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휴대전화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1896년 우리 사회에 전화가 처음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전화의 ‘모든 것’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요즘 강준만 교수의 책들을 보면 대부분 생활사와 밀접한 관련이 많은데요 이번 〈전화의 역사〉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사실 전화의 목적은 ‘소통’에 있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전화가 소통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정치·사회적인 의미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책에서도 언급이 돼 있지만 개화기 당시 전화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특권’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오락’으로 변했고, 휴대전화 보급이 일반화 된 2000년대에 들어서는 거의 ‘종교’가 되었습니다. 강준만 교수는 7가지 이유를 들어 휴대전화가 ‘신흥종교’가 됐다고 주장합니다. 7가지 이유가 궁금하시다구요? 〈전화의 역사〉를 보시면 그 이유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스 R. 선스타인, 박지우,송호창 공역/ 후마니타스)

한국 사회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일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된 민족’을 강조하고 ‘대동단결’을 좋아하며 ‘이질적인 것’에 대해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죠.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노골적 차별이 일어나는 것도 다양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선 다양한 의견이 조직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에너지로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스 R. 선스타인, 박지우,송호창 공역/ 후마니타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는 어쩌면 한국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견이 없는 사회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가 있나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며 사는 것이 바로 사회이고, 이견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이성적으로 조정할 줄 아는 사회가 ‘합리적인 사회’겠지요. 이견이 없는 사회, 갈등이 없는 사회를 이상형으로 가진 지도자나 리더가 있다면 그 사회나 조직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모두 지도자나 리더의 생각에 맞춰야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테니까요.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는 이견을 다루는 방법에 주목합니다. 이견 없는 사회, 갈등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견과 갈등을 좋은 사회, 좋은 조직의 제도적 원리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시위참여자에 대한 검거열풍과 인터넷 검열 논란 등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지 않을까요.

특히 5장 ‘언론의 자유’ 부분은 현재 한국 언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많지만 특히 언론종사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e5’ (EBS 지색채널e / 북하우스)

EBS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2005년 9월에 편성돼 2009년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e’를 키워드로 사람과 사회, 자연, 과학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5분밖에 되지 않는 영상이지만 〈지식채널e〉가 전하는 메시지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요. 예민한 사회적 현안이나 쟁점 등을 핵심을 짚는 ‘영상언어’로 표현해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 ‘지식e5’ (EBS 지색채널e / 북하우스)
〈지식채널e〉는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지식e’라는 시리즈로 출간이 됐는데요 지금까지 4권이 나왔습니다. 책은 프로그램과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다른 느낌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다섯 번째 시리즈 〈지식e5〉의 특징은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는 겁니다. 지난 5년간 방송되었던 프로그램 중에서 우리가 다뤄야할 인물과 삶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서울대 안경환 교수가 서문을 썼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책의 서문을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썼다? 뭔가 짚이는 부분이 있죠? 그렇습니다. 〈지식e5〉는 인권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안 교수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에 실린 스무 가지의 사연들은 저마다 고유한 아픔, 설움, 분노를 담고 있다. 시대의 상식에 어긋나고, 사람이 일용해야할 최소한의 양식조차 거부당한 이야기들이다. 읽고 듣는 사람의 마음은 무겁지만 이 무수한 통속通俗 속에 작은 희망의 싹들이 끊임없이 트고 있는 것이다.”

〈지식e5〉를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 (문효 / 왕의서재)

   
▲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 (문효 / 왕의서재)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는 일단 형식이 독특합니다. 조선을 이끌었던 ‘문제적 왕’ 10명과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흔히 역사라고 믿어왔던 ‘사실’들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가상공간에서 10명의 왕을 인터뷰하는 ‘사람’도 흥미롭습니다. 갑오농민전쟁 때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희생된 민초들의 넋을 기리는 가상의 캐릭터 ‘콩점이’가 저널리스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왕들은 다양합니다. 태종, 세조, 선조, 중종, 인조, 영조, 정조, 순조, 고종 등등. 다양한 왕들이지만 이들은 왕으로 재위할 당시 또는 왕이 되기까지 수많은 행적과 의문을 남긴 인물들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들더군요. “우리는 정말 조선의 왕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일까요.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는 이들 왕들의 인간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왕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모습보다는 약점 많고 나약한,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었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들도 알고 보면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이었다는 걸 책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저널’ (2009년 11월 창간준비 1호)

재미있는 잡지가 하나 탄생할 것 같습니다. 〈학교도서관저널〉. 이 잡지는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발행인으로 있고 내년 3월 창간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사실 창간준비호를 보면서 한기호 소장이 지난 몇 년간 매진했던 일이 이렇게 결실을 맺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해 왔는데요, 한국의 교육과 출판, 문화계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학교도서관’을 생각했습니다.

사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정부가 학교도서관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학교도서관 설치율은 많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설치율만 높아졌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도서관을 제대로 활용을 해야죠. 그런데 우리는 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입시전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교육의 내용이 대학 입시를 위해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의 본래 목적은 물론 학교도서관 또한 입시교육을 위해 물리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 밖에 못합니다.

〈학교도서관저널〉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창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도서관 운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목적도 있구요. 우리 출판계가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에 비례해 우리의 지적인 문화와 교육 수준 또한 높은 것인지 가끔 회의가 들거든요.

〈학교도서관저널〉이 이런 고민들을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참 어려운 걸음을 내디딘 것 같네요.

‘한라산 편지’ (오희삼 / 터치아트)

   
▲ ‘한라산 편지’ (오희삼 / 터치아트)
오희삼 씨의 〈한라산 편지〉를 읽다 보면 제가 한라산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저자가 한라산의 세세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희삼 씨는 15년 간 한라산을 일터로 삼아, 온 산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고 합니다. 〈한라산 편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인간의 눈’으로 본 한라산이 아닙니다. 한라산을 오르내리면서 깨닫고 발견한 꽃, 나무, 새, 물, 바람 등 자연이 주인공입니다. 한라산에 이렇게 많은 작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들 생명의 신비로움을 7년에 걸쳐 기록을 했다고 하니 정말 그 ‘기록정신’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은 읽는 게 아니라 보고 느낀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글이 편지 형식인 데다 한라산에서 살고 있는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사진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가 상당히 큽니다. 특히 한라산 4계절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는데 보면 볼수록 장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인간인가’ (마이클 가자니가, 박인균 옮김 / 추수밭)

   
▲ ‘왜 인간인가’ (마이클 가자니가, 박인균 옮김 / 추수밭)
〈왜 인간인가〉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 즉 특별한 이유에 대해 과학적으로 탐색한 보고서입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저자인 마이클 가자니가는 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아마존에서 2008년 과학분야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이 될 정도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과학서적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생물학적 구조를 밝히고 이것이 인간의 삶을 특징짓는 여러 현상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규명하고 있지만 결론을 간단합니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뇌에 대한 경외감이 상당하다는 걸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의 결론은 간결하고 간단하지만, 이 책은 인간의 뇌와 그 뇌가 일으킨 여러 복잡한 구조의 진실을 찾아 떠나는 먼 여행과 같습니다. 책이 약간 두껍고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 (강흥수 / 리북)

   
▲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 (강흥수 / 리북)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는 여론조사의 효용과 한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책입니다. 사실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만 봐도 이는 잘 알 수 있죠. 대선 후보는 물론 총선에 나간 후보자들의 후보단일화를 결정할 때도 여론조사가 동원되는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정치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여론조사, 과학인가 예술인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적 의사결정의 최고 가늠자가 되고 있는 지금의 추세가 과연 온당한지를 묻고 있는 것이죠. 여론조사는 과연, 믿을 만한가. 지나치게 남용하거나 과신하는 건 아닌가. 여론조사가 우리 시대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결정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여론조사는 그 자체에 너무 많은 허점과 오류의 지뢰밭을 깔고 있다. 그래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엄밀하게 진단하는 과학이라 부르기엔 너무 불완전하다. 그러니 좀 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활용하자. 그리고 더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 노력하자.

저자는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정말 여론조사를 ‘제대로’ 활용하기를 제안합니다. 저자의 제안에 동의하는 건 ‘독자’의 자유지만 어쨌든 여론조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참고교재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내가 보여?’ (전경남 / 사계절출판사)

   
▲ ‘내가 보여?’ (전경남 / 사계절출판사)
동화책 읽어보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전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동화가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동화가 주는 묘한 매력에 빠져 버렸습니다. 아! 동화가 정말 유익하고 교훈적이구나, 그리고 재미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경남 씨의 〈내가 보여?〉는 고양이를 화자로 내세웠습니다. 화자가 고양이니까 고양이 세계가 주 무대인 셈입니다. 거기에 어느 날 ‘귀신 인간’ 승호가 나타납니다. 설정 자체가 재미있지 않나요. 고양이 세계에 나타난 귀신 인간이라니. 정말 이 세상이 고양이 세상이 되면 어떤 풍경이 그려질까 - 그런 생각을 하니 약간 무섭기도 하더군요.

〈내가 보여?〉는 고양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고양이 세계라고 해서 사람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른 건 아닙니다. 특히 시험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아이들의 심정이나 영어나 수학 등 각종 영재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그릇된 생각을 꼬집는 부분은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아이들만 읽을 게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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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주의 책]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외

‘청춘의 독서’ (유시민 / 웅진지식하우스)
‘청춘을 읽는다’ (강상중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최근 흥미롭게 읽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출판평론가 한기호 씨가 쓴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다산호당)라는 책입니다. 위기의 20대들, 흔히 말하는 ‘88만원 세대들’에게 책을 읽는 방법과 책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은, 여러 가지 논쟁점과 시사점을 제공해 줍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컨셉력을 기르면 나만의 길이 보인다’는 건데요, 단순히 책에 한정시켜 해석할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저자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청춘의 독서’ (유시민 /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을 거론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출판계에 20대 청춘들을 향한 인생선배들의 조언을 담은 단행본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그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입니다. 사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붕괴되고 … 그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게 바로 지금 20대 젊은 청춘들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사회 ‘인생선배들’은 그런 ‘후배들’을 향해 충고나 격려, 조언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우석훈 씨나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무관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번 소개한 〈인생기출문제집〉(안철수 외 / 북하우스)과 위에서 언급한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다산호당)라는 책이 나온 걸 환영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흐름들이 우리 사회 지성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이 젊은 청춘들과 드디어(!) 소통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싶습니다.

이번 주에도 20대를 위한 단행본 두 권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청춘의 독서〉(유시민 / 웅진지식하우스)와 〈청춘을 읽는다〉(강상중 / 돌베개)가 그것입니다.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씨가 젊은 날 읽었던 책 14권을 선정, 현재 시점에서 ‘다시 읽는’ 방식으로 구성된 단행본입니다. 형식으로 보면 유시민 개인의 ‘다시 읽기’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20대 청춘시절 품었던 여러 의문들을 책이라는 형식을 통해 마주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씨가 과거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면서 느낀 의문들을, 오늘날 고뇌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책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젊었을 때 읽었던 책을 지금 다시 읽으면 그 의미와 느낌이 예전과 같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부분이 강조됩니다. 우리의 지난날이 항상 ‘올바른 길’을 걸어온 건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성찰과 반성을 통한 거듭남이 아닐까 싶습니다.

   
▲ ‘청춘을 읽는다’ (강상중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강상중 도쿄대 교수가 쓴 〈청춘을 읽는다〉는 유시민 씨의 책과는 좀 다릅니다. 이 책은 재일 한국인 2세의 청춘의 궤적이랄까 - 그런 게 책 전반에 그려져 있습니다. 저자 강상중 교수는 사실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 나온 〈청춘을 읽는다〉는 저자 개인의 생각 - 특히 자신의 청춘시절과 그 시기 흠뻑 빠져있던 책들에 대한 의미 등을 엿볼 수 있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끈 것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기까지 방황했던 시절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생각이 무엇일까에 관한 부분입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저자가, 조금은 친근한 목소리로 자신의 지난날 ‘독서 일기’를 들려주는 걸 직접 한번 경험해 보시는 게 어떨지요.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이보영 / 창해)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은 프랑스 파리에서 1년 6개월 동안 체류한 이보영 MBC 기자가 쓴 책입니다.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의 책이지만, 이 책은 여러 가지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이보영 / 창해)
우선 진지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음에도 결코 무거운 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프랑스의 정치와 역사에서부터 교육, 언론, 인종문제, 여성문제, 철학까지 거의 전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딱딱하거나 재미없는 것도 아닙니다. 재미의 기준으로 따지면 재미있는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보영 기자는 프랑스 사회를 ‘저널리스트적인 시각’만으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스트적인 날카로움에 한국의 보통 아줌마 시각이 보태졌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거시적이면서 미시적이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합니다. 아줌마(?) 특유의 넉살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책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는 것도 흥미를 더해 줍니다.

이 책은 프랑스 사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프랑스 사회를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봤다’는 점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현실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언론분야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공영방송 대 사영방송’이라는 꼭지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셸 오바마 담대한 꿈’ (리자 먼디, 안진이 옮김 / 청림)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단행본은 국내에서도 여러 권이 출간됐습니다.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죠. 이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미셸 오바마 담대한 꿈’ (리자 먼디, 안진이 옮김 / 청림)
그런데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에 관한 책이 소수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전 좀 이상하게 생각이 되더군요.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를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 저는 그게 궁금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최근 발간된 〈미셸 오바마 담대한 꿈〉은 미셸 오바마가 대체 누구인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았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리자 먼디는 〈워싱턴 포스트〉 현직 기자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자 특유의 예민한 감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미셸 본인을 포함해 가족과 친척, 지인 등 100여 명이 넘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미셸 오바마 평전을 완성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어렵고 복잡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쉽게 잘 풀어쓴 것 역시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미셸 오바마 담대한 꿈〉은 미셸의 성장과정과 사고방식에서부터 오바마 부부의 사적인 공간과 생활까지 엿볼 수 있지만 핵심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국 민권운동의 역사는 물론 아직 미국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 사회의 개혁 또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듯 합니다.

‘숲 그리고 희망’ (마크 런던, 브라이언 켈리, 조윤경 옮김 / 예지)

요즘 경제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경제적 효율성을 위해 자연 정도(?)는 파괴해도 된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해 있습니다.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기 위해 자연을 인간 위주로 편리하게 바꾸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견입니다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근저에 깔린 사고방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숲 그리고 희망〉은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특히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이 책을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네요.

   
▲ ‘숲 그리고 희망’ (마크 런던, 브라이언 켈리, 조윤경 옮김 / 예지)
〈숲 그리고 희망〉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입니다. 사실 환경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연을 어떻게 이용하고 개발할 것인가라는 문제 속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인간들의 욕망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책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없다고 봐도 되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책이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면 문제해결이 좀 쉬워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추어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복잡한 문제일수록 좀 단순하게 접근하면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을까요. 사실 환경문제라는 게 자연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문제에 가깝거든요.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인간들이 복합적으로 만들어 내는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인간들 사이의 욕망이 빚어낸 처절한 현실이 환경문제를 통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미국의 두 저널리스트는 25년 동안 브라질 아마존 탐사를 통해 ‘환경문제’에 천착해 왔습니다.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 이 문제 해답에 대한 단서를 두 사람은 아마존에서 찾은 듯 보입니다.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일까요. 두 저자는 브라질의 대통령에서부터 환경부 장관, 아마존의 대농장주, 기업인, 생활의 터전에서 쫓겨난 아마존 원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25년에 걸친 아마존 르포에 대한 처절하고 냉정한 고발서이자 기록입니다. 마치 〈숲 그리고 희망〉이 우리 자신에게 묻고 있는 것 같네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우린 어떤 고민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걸까요.

‘세계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세계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홍성민 옮김 / 뜨인돌)
〈세계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세계사 같지 않은 세계사 책이라고나 할까요. 이 책은 서점 진열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세계사-한국사-일본사’ 등과 같은 역사책들과는 다릅니다. 지루하기 쉬운 역사라는 장르를 사소한 것들을 통해 기원까지 짚어보는 형식인데요, 색다르면서도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듭니다. 이 책의 장점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저자의 독특한 시각입니다. 사이토 다카시가 가장 중시한 건 인간의 욕망인데요, 1장 ‘욕망의 세계사 - 물질과 동경이 역사를 움직인다’에 저자의 생각이 잘 요약돼 있습니다.

저자는 커피와 홍차가 세계를 양분하는 근대의 원동력이 된 배경도 짚으면서 동시에 금과 철이 세계사를 달리게 한 양대 바퀴가 된 이유도 주목합니다. 특히 금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세계경제의 확고한 틀을 만들었는지, 실용성이 강한 철은 또 어떻게 세상을 뒤흔들고 지배해나갔는지 차분히 살피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도시가 욕망을 바탕으로 한 세계사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입문할 수 있는 훌륭한 교양서입니다. 시대순이 아닌, 무엇이 세상을 움직여 왔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세계사를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흥미롭습니다. 책 말미에 있는 우석훈 씨의 해설도 관심을 모으는데요, 현재 지식의 흐름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반걸음만 앞서가라’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 / 사계절)

   
▲ ‘반걸음만 앞서가라’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 / 사계절)

〈반걸음만 앞서가라〉는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책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인 지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언론사들의 보복이 예상돼 주눅이 들었다고 말한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죠.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김 전 대통령 생전인 지난 4월 7일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대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강상중 교수가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은 “올바른 언론은 목숨 걸고라도 지키고 존중하지만 옳지 않은 언론에 대해서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으로 있을 때 어떤 신문사의 탈세 문제를 다루는 어려운 국면에 맞닥뜨린 적이 있습니다. 나는 모든 사실을 밝혀내서 공평하게 재판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의 힘은 강력하기 때문에 보복이 예상되었습니다. 이때만은 나도 좀 주눅이 들었지요. (웃음)”

대통령도 주눅 들게 만들 정도이니, 한국 언론의 파워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독자들은 이 책을 강상중 교수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오마주’로 생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핵심이 아닙니다. 〈반걸음만 앞서가라〉는 리더십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는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는 과거의 영웅적인 리더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많은 언론이 주목했던 CEO형 리더 역시 저자는 수명을 다했다고 봅니다. 이제 다른 리더로 그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거지요.

저자는 현 시대에는 단순히 월급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주거나 개인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강상중 교수는 이런 시대를 헤쳐 나갈 리더십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바로 ‘반걸음 리더십’인데요, 이 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중요하게 얘기해 왔던 말이기도 합니다. “리더는 반걸음만 앞서 가라.” - 이 말에 담긴 의미가 뭘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저는 소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만. ^^.

‘이 땅 이 시간이 행복하다면 당신은 바보 아니면 도둑’ (노회찬 외 / 해피스토리)

   
▲ ‘이 땅 이 시간이 행복하다면 당신은 바보 아니면 도둑’ (노회찬 외 / 해피스토리)
여러분은 행복하신가요? 이 대답에 “예”라고 답할 분은 얼마 없겠지요.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그렇습니다. 행복은 흔히 미래에 대한 보장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가지고 현재의 불행을 감수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신경림, 박중훈, 오한숙희, 이범, 홍세화, 하종강, 진중권. 이들 7명의 명사들은 이 책을 통해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 시대, 어떻게 행복과 희망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이들은 여러분이 지금 행복하다면, 바로 현실을 외면하는 거짓행복에 길들여진 바보거나, 아니면 남의 것을 빼앗아 배부른 도둑이라는 직설적인 화법도 쏟아 놓습니다. 이들이 내놓는 대안은 ‘행복동맹’입니다.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듯한 단어죠? 하지만 저자들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따뜻한 변화’를 이뤄내며 사는 방법이 필요하며, 이는 ‘행복동맹을 맺는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그 방법이 구체적으로 뭘까요.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그리고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삶을 사는 것. 물론 교육, 의료, 노동에서 시민의 권리가 지켜지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것도 필요하죠. 그런데 이런 방법을 혼자서 할 수 있을까요. 못합니다. 그래서 7명의 저자들은 우리 모두 행복을 향한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건 바로 ‘연대와 나눔’입니다.

   
▲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탁석산 / 창비)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탁석산 / 창비)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탁석산 / 창비)

철학자 탁석산 씨가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직업에 관한 고찰’ 두 권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보통 이런 책 - 재미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렇게 하는 게 좋다, 저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식의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나름 성공한 사람들이 늘어놓는 성공담일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죠.

하지만 이 책은 방식이 좀 다릅니다. 일단 직업을 찾기까지 좌충우돌했던 자신의 경험이 책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직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이 책이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특정 직업에 대한 장단점과 적성 등을 언급하기 전에, 일과 직업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일을 해야 하는지를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탁석산 / 창비)
물론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방법, 직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와 같은 실용적인 부분도 이 책에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본기’가 다져진 다음입니다. 직업이 철학자이기 때문일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현실 인식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건 아닙니다.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을 배려하는 위로의 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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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