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떨기'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10/01/30 수덕사 산채비빔밥 (1) by 곰도리
  2. 2010/01/26 휴식 by 곰도리
  3. 2010/01/06 폭설이 일깨운 ‘서울공화국’의 폐해 by 곰도리
  4. 2009/10/26 개콘 ‘남보원’의 위력(?)을 확인하다 (2) by 곰도리
  5. 2009/09/29 정운찬과 엄기영의 ‘닮은 꼴’ by 곰도리
  6. 2009/07/14 KBS ‘기자폭행’만 있고 ‘용산참사’ 보도는 없다 (2) by 곰도리
  7. 2009/07/07 ‘고소영 사람’들과 MB의 재산기부 by 곰도리
수덕사 도토리묵과 산채비빔밥. 차만 없었다면 막걸리 한잔 걸죽하게 하는거였는데 아쉽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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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수다떨기 : 2010/01/26 00:13
가끔 차한잔이 필요할 때가 있다 간식거리가 하나 있으면 금상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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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폭설 이외에 생각해야 할 것 
 
1.

난 서울시 구로구에 산다. 참고로 서울시 구로구에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쓴 글도 있다. ( 졸고 : 서울시 구로구에 산다는 것) 지금까지 구로구에 살면서 불편하거나 서럽거나(?) 이런 걸 느낀 적은 거의 없다. 사람들이 구로에 산다고 하면, 묘한 시선을 보내곤 하는데 그게 가끔 불편하긴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가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년 만의 폭설’을 경험하면서 구로구가 아니라 서울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 난 구일역(인천 방향으로 구로역 다음)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이번 폭설로 ‘서울 공화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주변부 인생’의 서러움도 느낀 것 같다. ‘서울공화국’의 폐해를 고스란히 입는 쪽은 결국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는 ‘주변부 시민’ 말이다.

   

 
▲ 경향신문 2010년 1월5일자 1면

각설하고. 서울은 비정상적인 사회다. 나도 먹고 살기 위해 ‘서울 회사’를 출퇴근 하고 있지만, 이번 폭설을 경험하면서 ‘이건 사람 사는 도시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서울 중심주의’ ‘서울 공화국’을 분권화 시키려는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하지 않으면 비대해진 서울은 사람들을 더욱 황폐화 시킬 것 같다.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틀 동안의 상황을 보면서 난,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단 1월4일과 5일 나의 출퇴근 기록을 보자. 다음과 같다.

2.

1월4일 월요일 출근

구일역 도착 : 8시

구일역에서 지하철 탑승 : 9시15분
목동 사무실 도착 : 10시 10분

출근 총 소요시간 : 2시간 20분
(참고로 자동차로 출근하면 10-15분 걸림)

1월5일 화요일 출근

구일역 도착 : 8시

구일역에서 지하철 탑승 : 9시10분
사무실 도착 : 9시 45분

출근 총 소요시간 : 1시간 55분

1월5일 화요일 퇴근

목동 사무실 출발 : 6시40분
지하철 탑승 : 6시46분
신길 도착 : 6시55분

신길에서 인천행 탑승 : 8시 (1시간 5분 기다림)

인천행 지하철에서 질식사에 압사 위협에 시달림
옆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 하나 죽어야 정신차리겠냐”며 절규(?)

집 도착 : 8시 25분

퇴근 총 소요시간 : 1시간 45분

3.

물론 이는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내용이다. 뉴스가 아니라는 얘기다. 4일과 5일 이틀 동안 아예 퇴근을 안 한 사람도 있다. 제설 작업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분들의 어려움과 노고를 이해한다. 내가 말하려는 건 그런 얘기가 아니다.

 

   
▲ 한겨레 2010년 1월5일자 2면

2시간 20분에 걸쳐서 출근을 하고 (자동차로 15분 거리를!!!), 2시간에 걸쳐 퇴근을 하면서 “내가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인천행 열차가 연착 또는 지연되면서 정차하는 역마다 아수라장이 되고, 밀고 밀리는 상황의 연속 -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지는 상황. 지하철 안에 들어갈 공간이 있건 말건, 사람이 압사를 하건 말건, 일단 자기는 들어가고 보겠다는 사람들의 ‘미친 듯한 표정과 눈길’을 보면서 - 여긴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다들 평소에 점잖고 멀쩡하던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진이 다 빠져 버린 채 터벅터벅 출퇴근을 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상황이 폭설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난 아닌 것 같다. 물론 세계 다른 도시에서 이 같은 폭설이 내리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서울처럼 ‘이런 식의 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같은 시간대에 수백만 명이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향하는 한국이라는 사회.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퇴근하기 위해 또 다시 수백만 명이 지하철을 타고 수도권에 위치한 집으로 가는 사회. 이건 정상이 아니다. 많은 미디어는 이틀 동안 내린 폭설과 교통대란, 서울시와 자치단체의 제설작업 미비를 질타하지만, 난 이런 측면 외에도 ‘서울공화국’이라는 극도의 일극적인 상황이 이런 대란을 불러 왔다고 믿는다. 왜 사람들과 미디어가 이 점을 주목하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다.

4.

물론 이 상황 극복을 위한 대안이 내겐 없다. 나도 먹고 살기 위해 서울을 벗어나긴 힘들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도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이런 식으로 계속 방치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정말 시급한 것 같다.

서울과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서울·수도권 거주자를 위해 주택을 계속 건설하고, 또 서울·수도권 거주자를 위해 새로운 교통로를 뚫는 방식으론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확신이 생긴다. 폭설로 지옥 같은 출퇴근을 경험하면서 ‘서울공화국’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됐다. 대한민국 서울은 정말, 정상적인 도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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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나누기] 커피전문점에서 벌어진 ‘풍경들’

요즘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보고 있는 데요, 오늘(25일) 그 위력(?)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물론 주관적인 느낌일 뿐 객관적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같이 동반했던 제 아내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 걸 보면, 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일요일, 아내와 함께 영화(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기 위해 한 극장을 찾았습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우선 우리의 ‘풍경’.

아내 : 주문을 자기가 했으니 진동 울리면 내가 갈게.
나 : 하하. 개콘 ‘남보원’의 영향력이 정말 이 정도로 큰 건가.

실제 아내는 진동이 울리자 본인이 직접 커피를 가지러 갔습니다. 그 전까지는 주로 계산도 제가 하고, 가지러 가는 것도 제 몫이었거든요. ^^. 글쎄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행동에 그렇게 큰 의미 부여를 한 적은 없어서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제 아내가 개콘 ‘남보원’을 본 이후 ‘그런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냥 그렇게 우리끼리 ‘키득키득’ 대고 있는데, 그 풍경은 ‘우리만의 풍경’이 아니더군요. 그 커피전문점에 있는 커플 손님들 대부분이 계산은 남자가 하고, 진동이 ‘드르륵’ 울리면 일제히 여자들이 커피를 들고 오는 겁니다. ^^. 그 광경을 지켜본 아내의 한 마디, “저 사람들도 개콘 ‘남보원’ 영향 받은 모양이다.”

사실 <개그콘서트> ‘남성보장인권위원회’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는지 몰라도, 저의 경우 남자들이 어느 정도로 유치(?)해 질 수 있는지 - 그 극단의 형태를 반어적으로 보여준다고 봅니다. 예전 같으면 ‘찌질이-소심남’이라고 놀림을 받았을 법한 그런 행동들을 ‘남성 권익’ 보장이라는 미명 하에 당당히(?)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남자들’의 유치함과 어이없음에 그냥 웃음을 짓는 거죠.

그런데 이런 현상들이 개그 소재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요. 해마다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은 ‘전통적인 남녀관계’ (본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바뀐 것은 없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그런 관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데이트 비용적인 측면에서 말이죠. ^^.

뭐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경제도 이렇게 어려운데, 데이트 비용은 모조리 남자가 내야 하나? 여자가 좀 내면 안되나, 뭐 이런 거. 예전 같으면 남자의 자존심 등등을 들먹이며 ‘씨알도 먹히지 못할 소리’였지만, 지금은 많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이 옳냐 그르냐,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은 잠시 유보하겠습니다. 이건 가치판단적인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인 듯 해서요.

개인적으로 이런 측면보다는 다른 면에 좀 더 주목을 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남자다운’ 행동이라는 것에 대한 우회적 비판 - 사실 저는 이 부분에 더 눈길이 가거든요. 뭐 예전엔 뭐든 남자가 해야 되고, 남자가 적극적이어야 하고, 사소하거나 자잘한 것들은 불만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남자답다’라고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싫은 건 싫다고 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급적 감정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얘기를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그게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개콘 남보원’은 어쩌면 ‘찌질이’ ‘소심남’일 수도 있는 남자들의 속마음을 보여줌으로써 남성들의 행태를 비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남자들의 권익보호를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만 ‘폼생폼사’ 잡는 남자들을 은근 슬쩍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닐까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남성들의 허위의식을 공개함으로써 여성들로 하여금 ‘아! 남자들도 속으로 저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 저는 그런 식으로 자꾸 해석이 되더군요.

그래서 매주 ‘남보원’에서 새로운 내용이 개그로 다뤄질 때마다,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나치게 미시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건 좀 우려가 된다는 거지요. 남성들의 ‘찌질한’ 속마음을 세상에 공개한 것까지는 좋은데, 아직도 여전히 본질적인 측면에서 남녀관계는 바뀐 게 없습니다. 바뀐 것 보다는 바꿔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제도적 측면 못지 않게 남성들의 성찰이 우선되어야 할 부분도 많고요.

그런 측면까지 들춰냄으로써 세상의 모든 남성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 그런 ‘남보원’ 개그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요. 물론 판단은 제작진의 몫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앞으로 계속 ‘남보원’을 시청하렵니다. ^^.

<사진=KBS 개그콘서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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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그들의 ‘중도실용’은 성공할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성공하기를 바랐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개인적인 차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무사히 국무총리 인준을 통과하는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개인 차원의 성공이라면 그는 벌써 성공했다고 보는 게 옳다.

내가 말하는 성공은, MB정부의 노선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인 중도실용 노선’으로 가도록 하는 걸 말한다. 정운찬은 그런 역할을 일정부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가 MB정부가 방향전환을 하는데 있어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했을 때 민주당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환골탈태를 도울 수 있다고 믿었다.

정운찬 총리가 MB정부 ‘개혁’을 견인할 수 있을까

지금 보면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이전부터 제기된 ‘그’에 대한 갖가지 의혹 - 그 의혹들을 보면서 “대체 정운찬 총리가 MB정부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종합하면 그는 ‘총리 후보자’가 아니라 ‘범법 의혹자’라는 단어가 더 적합했다.

소득세 탈루, 인세 수입누락, 병역기피, 위장전입, 모 기업체 대표로부터 용돈(?) 1000만원 수수 등 여러 의혹이 불거졌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명된 건 없었다. 자신이 한 말을 연이어 뒤집기도 했고, 증빙자료는 내지 않은 채 무조건 “믿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청와대의 반응이다. MB정부가 정운찬에 기대한 게 있다면 그의 ‘개혁성’과 ‘도덕성’일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필요했든 아니면 외형적인 장식품이었건. 그렇다면 정운찬의 장점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상당부분 증발한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계속 ‘고고고’를 외쳤고 결국 29일 한나라당 단독으로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정운찬 카드를 통해 MB정부가 얻고자 한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정운찬 ‘그’는 대체 MB정부에서 무엇을 실현하고자 했던 걸까. ‘망가진 정운찬’을 보며, 그가 국무총리라는 자리를 ‘어떤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자리보존’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이내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그’에 대한 기대를 접기로 했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도움이 된다고 봤다.

엄기영 사장의 ‘우향우’ 행보

엄기영 MBC 사장의 최근 행보도 정운찬 국무총리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엄 사장은 청와대와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자신의 사퇴를 압박할 때만 해도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방문진이 ‘조건부 재신임’ 결정을 내린 이후 지나치게 최대주주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런 우려는 방문진이 엄 사장 유임 조건으로 단체협약 개정과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을 요구할 때부터 제기됐다. 엄 사장이 어느 수준까지 방문진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노조가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 - 이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하지만 엄 사장은 노조와 방문진의 입장을 중재한 ‘중도노선’이 아닌 ‘우향우’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문진 일부 이사가 요구하고 있는 〈PD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극우 보수 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사내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엄 사장이 사내외에 수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엄 사장의 조급증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한 몫 하고 있다. MBC는 지난 18일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MBC 미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경영진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 미래위원회 논의 사항을 사내외에 공표하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엄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정운찬의 행보와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엄 사장은 방문진으로부터 ‘조건부 유임’을 받았지만, 엄밀히 말해 MBC노조와 시민사회로부터도 ‘조건부 신임’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노조와 시민사회가 엄기영 사장 결사반대를 표명했다면 그가 현재 MBC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을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노조와 시민사회의 조건부 재신임은, ‘그’가 MBC 사장으로 있을 경우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와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엄 사장이 처한 ‘딜레마’를 고려하되,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주기를 바랬던 것 - 바로 그것이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이 공개편지를 쓴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 사장은 이런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양새다. 정운찬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처럼 이제 ‘그’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하는 걸까. 아직 미련은 조금 남겨 두련다. 대신 “이런 식이라면 대체 엄 사장은 무엇을 위해 공영방송 MBC의 수장이라는 중차대한 직책을 지키고 앉아 있는가”라는 노조의 성명서를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본다.

MBC의 ‘우향우’는 굳이 ‘그’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진짜 중도실용적인’ 모습을 그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인 걸까. 

<사진(위)> 경향신문 9월22일자 1면
<사진(아래)> MBC 노사가 지난 18일 미래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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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S ‘기자폭행’ 리포트가 씁쓸한 이유

KBS 촬영기자가 취재 도중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지난 11일 발생했다. 하지만 KBS는 당일 저녁 〈뉴스9〉에서 이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자사 기자가 집회를 취재하던 도중 경찰의 폭행으로 오른쪽 엄지손가락 인대가 늘어나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KBS는 이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13일 〈뉴스9〉. KBS 촬영기자에 대한 경찰 폭행사건에 대해 KBS가 보도한다. “인권, 언론단체로부터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는 단독 리포트다. KBS는 이 리포트에서 집회시위에 대한 정당한 보도를 막으려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하는 인권단체의 입장을 비중있게 전했다.

기자폭행만 주목한 KBS … 하지만 KBS에 ‘용산참사 보도’는 없다

   
▲ 경찰이 지난 11일 KBS 기자를 집단 폭행한 동영상의 한 장면. ⓒKBS뉴스 홈페이지
‘단신’에서 ‘단독 리포트’가 됐으니 별문제 없는 것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핵심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KBS는 집회에서 자사 기자가 폭행당했다는 사실은 자세히 보도했으나, 그 집회가 어떤 집회였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KBS 기자가 폭행당하면서까지 취재하려고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범대위)의 서울역 집회였다. 범대위와 야4당, 4대 종단은 이날 용산 참사 6개월이 되는 오는 20일까지를 집중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수사 기록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반 년이 지나도록 대화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향한 마지막 경고였다.

하지만 KBS는 이를 ‘두 문장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 문장 하나는 서울역 집회였고, 다른 하나는 자사 기자가 폭행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비중 있게 다룰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KBS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범대위는 희생자들의 주검이 안치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는 20일로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6개월이 되지만, 그때까지 정부가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면 냉동고 속 시신들과 함께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은 KBS 〈뉴스9〉의 전파를 타지 못했다. 13일 KBS 〈뉴스9〉에선 기자가 폭행당한 사실만 부각됐다.

KBS 기자협회는 기자폭행 못지 않게 자사보도를 비판했어야 했다

그렇다. KBS엔 기자폭행만 있고 ‘용산참사’ 보도는 없었다.

   
▲ 한겨레 7월13일자 10면.
용산참사 유족들이 사건 발생 6개월 지난 지금,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유족들은  △이명박 대통령 직접 사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해 왔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더구나 병원 장례식장 사용료만 5억 원 안팎에 이르는 등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1월20일 용산 참사가 일어난 뒤 범대위 쪽과 공식·비공식적인 대화를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KBS는 유족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주목하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의 대응도 질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용산참사 집회는 물론 각종 집회에서 경찰 폭행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KBS는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KBS는 오로지(!) 자사 기자가 폭행을 당했을 때, 상대적으로 이를 주목했을 뿐이다. ‘경찰폭행’ 리포트를 전하는 KBS 뉴스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KBS 기자협회(회장 김진우)의 성명을 보며 고개가 갸우뚱해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KBS 기협은 13일 성명에서 “지난해 6월 촛불집회에서 경찰 폭행으로 KBS 촬영기자가 부상을 입는 등 취재진에 대한 경찰의 폭행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의 사과나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 수뇌부의 사과와 폭행당사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경찰의 사과나 진상조사는 기자협회가 당연히 요구해야 할 사안이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KBS 기협은 자사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KBS 기자가 취재하면서 폭행까지 당한 ‘용산참사 집회’였지만, 그 집회에서 유족들이 어떤 요구를 했는지 그리고 그동안 정부는 사태해결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따위는 KBS 리포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KBS 기협은 기자폭행 못지 않게 바로 이 부분을 주목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족들의 절박한 상황이 KBS 기자폭행에 묻힌 셈이 됐다.  

KBS가 이 문제를 소홀히 할 수는 있다. 하지만 KBS 기자협회는 입장이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3자의 시각’에는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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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한 단면 보여준 MB의 재산기부
[세상풍경] 청계재단의 이사진 구성이 의미하는 것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사회 환원 결심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아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앙일보가 오늘자(7일) 사설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환원 발언은 그가 대선 후보였을 때 본격 제기됐다. 묘하게도(?) ‘BBK 의혹’이 불거질 즈음이었는데, 정치권에서는 국면전환용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기부를 직접 실천에 옮겼다. 일부는 정치적 의도를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재산 기부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결정 자체만으로도 평가해 줄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지적처럼 이번 기부 결정으로 “오해는 상당 부분 불식할 수 있게 됐다.”

측근도 측근 나름, ‘고소영 내각 사람들’이 기부된 재산을 …

대통령의 재산기부와 관련해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기부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비슷하다.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 하지만 ‘청계재단’ 임원진 명단을 보면서 생각이 좀 ‘삐딱’해졌다. 뭐라 그럴까 …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좀 깬다고나 할까. 

단순히 이 대통령의 측근들로 재단 이사진이 구성됐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측근을 앉히면 재단운영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크지만, 그렇게까지 의혹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측근도 측근 나름이라는 말은 해주고 싶다. 기부된 대통령의 재산을 사회적으로 ‘집행’하기에 부적절한 인물들이 이사진에 포함된 건, 기부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찍게 만든다.

김도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그리고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번에 청계재단 이사에 임명됐지만 MB정권 초기 모두 ‘불명예’ 퇴진한 인사들이다. 김 전 장관은 모교에 대한 특별교부금 지원 문제로 중도 하차했고, 류 전 실장은 촛불사태와 관련해 퇴진했다. 박 전 수석은 부동산 투기와 논문표절 의혹으로 낙마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소영 내각 인사’들과 사회적 기부라 … MB정권은 이 등식이 온당하다고 느끼는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재산기부 했으니 이제 시민들은 감동하면 되는 걸까 

그래서 ‘불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아니 솔직히 이건 소통․불통 이전에 최소한의 ‘정치적 감각’만 있으면 이런 저런 의혹을 사전에 불식시킬 수 있는 문제였다. 논란이 될 만한 사람들을 배제시키면서 중도적 인물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적절히’ 포함시켰다면 재산헌납의 취지는 지금보다 훨씬 돋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MB정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 ‘고집대로’ 자신들의 사람을 ‘챙기는’ 위주로 일을 진행했다. 소통이 무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 놓고 재산 기부를 결정했으니 시민들은 이제 감동을 하라는 식이다. 일방적 소통이자 지독한 불통이다.

이런 MB정권의 마인드. 무지 촌스럽다. 60-70년대 개발독재식 마인드가 기본이고 여기에 가부장적 감수성도 짙게 배어 있다. 개발독재와 가부장적 스타일을 ‘억지로’ 민주주의적 감성과 페미니스트 마인드로 바꾸려고 하니 그게 제대로 되겠는가. 21세기 네티즌들에게 제대로 어필이 될 리가 없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감동시키려면 자신에 대한 성찰이 기본인데, MB정권은 여전히 ‘내 맘대로 결정’을 해 놓고 상대방이 그 결정에 감동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런 ‘연애’는 깨지지 십상이다.

“이 대통령은 어설픈 서민행보로 민심을 얻으려 애쓰기에 앞서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경향신문의 오늘자(7일) 사설 <‘소통 못하는 인물’ 1위로 꼽힌 이 대통령> 가운데 일부다. 이 부분 왠지 유난히 돋보인다.

<사진> (위) : 중앙일보 7월7일자 5면
<사진> (아래) : 경향신문 7월7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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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