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동네] ‘그들’이 말하는 편향성이란
지난 7일 KBS노동조합이 ‘특보’를 냈습니다. 이걸 본 후배기자가 저를 부르더군요. 전해준 내용은 ‘특보’에서 언급된 것인데 이걸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출연자의 경우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언론을 정치 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부 매체의 직원들이 고정 출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의 발언이 KBS 전파를 타고 나가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KBS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매체라 …
2008년 10월7일자 KBS노조 특보
KBS노조는 아마 ‘언론개혁’을 표방하면서 언론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 종사자’를 지칭하는 거겠지요. 어쨌든 한번 추려 볼까요. 이런 매체 한국에서 얼마 안됩니다. ^^
우선 언론비평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이 있습니다. 〈PD저널〉도 있습니다. 온라인매체비평지인 〈미디어스〉나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도 있지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미디어오늘〉〈미디어스〉〈기자협회보〉기자들 가운데 KBS에 고정 출연한 기자는 없습니다. 그럼 한 군데가 남습니다. 〈PD저널〉. 아마 KBS노조가 언급한 매체는 〈PD저널〉일 겁니다. 〈PD저널〉에서 KBS에 고정출연한 기자가 누구일까요. 물론 지금은 그만 뒀습니다만. (관련 글 - KBS 라디오방송을 그만두면서)
바로 접니다. 후배가 저에게 이 내용을 알려준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KBS 종사자는 모두 ‘공정’한가
뭐, 인정(?)합니다. 어차피 ‘그들’의 눈에는 제가 ‘편향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좀 억울한(?) 측면이 있네요. 그렇게 주장하는 그들은 마치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양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편향’이면 ‘그들’도 ‘편향’이죠. 그렇지 않은가요.
KBS노조가 특보를 통해 ‘주장’한 내용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공영방송 KBS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모두’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공영방송’ KBS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견지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KBS내에서 검토·논의·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조직개편 그리고 인사조치 등을 보면 그들만큼 ‘편협하고 독선적이며 편파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보기에 ‘편파적인 인사’들이 고정 출연을 한다고 해서 해당 프로그램이 ‘편파적’일 거라는 생각은 정말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담당 PD가 중심을 잡고 출연자를 섭외하고, 방송내용에 대해서도 사전 논의를 거칩니다. 아이템을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죠. PD와 출연자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할 건 조율하고 그런 과정을 반드시 거칩니다. 출연자 맘대로 결정하게 하는 그런 PD는 없습니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제가 출연했던 프로그램 PD만 하더라도 (지난번 인사조치에 따라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 계시지만) 방송 전 매주 저와 아이템과 방송 내용 등에 대해 협의를 했습니다. 제 판단에 해당 PD는 ‘진보적인’ 쪽에 가까운 의식을 가진 분이었지만,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감안, 항상 ‘균형감각’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KBS노조가 특보를 통해 오히려 자신들을 그리고 KBS PD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일부 출연자의 발언이 KBS 전파를 타고 나가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KBS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책임의식을 갖고 현장에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KBS PD들에 대한 사실상의 ‘모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13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도 KBS노조와 비슷한 ‘주장’을 하시더군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출연자들의 ‘편향성’을 문제 삼는 ‘그들의’ 의식은 과연 공정할까. 전 제가 ‘편향적이지 않다’고 항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만 ‘편향적’인 건 아니지요. 문제는 ‘편향’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 ‘편향’이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 - 그거 아닐까요. 자신들의 관점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편향적이라고 ‘단정’하는 건, 그만큼 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편향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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