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비평을 하고 싶다”
[인터뷰] PD저널 민임동기 편집국장
항상 그렇지만 인터뷰는 부담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항상 하게 되고, 이 질문 앞에 난 언제나 머뭇거리게 된다. 예전에도 그랬고, 이번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터뷰의 장점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자의 경우 이 경험은 중요하다. 항상 인터뷰를 ‘하는’ 입장에서 ‘당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뀔 때 - 그때 받는 느낌은 말로선 표현이 안된다. ‘아! 내가 인터뷰를 할 때 상대방도 이런 느낌을 가졌겠구나’ 하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다. 이 인터뷰는 이화여대 웹진 <DEW>에 실린 것이다. 잡다한 얘기를 잘 정리해 준 박수지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인터뷰는 ‘나’를 인터뷰 한 3번의 기사 중 가장 ‘잘 쓴’ 기사에 속한다. 사실 이런 말 하는 내가 좀 우습다. 지금까지 내가 쓴 인터뷰 기사에 평점을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좋은 점수’ 받기는 힘들 것이다. 고로 결론은 이것이다. 기자들이여! 명심하자. 우리가 쓴 인터뷰 기사는 항상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3번의 인터뷰를 했다. <PD저널> <월간 말> <DEW>. 물론 미디어 현안이나 뉴스․프로그램과 관련해선 많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나’를 인터뷰 한 경우는 드물었다. 당연하지! 난 유명인사가 아니니까.
2009년 06월 01일 (월) 01:09:07 박수지 기자 my15seconds@gmail.com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뉴스가 되지는 않는다. 언제나 뉴스는 취사선택 될 수밖에 없고, 그 주체는 언론이다. 언론이 선택하는 뉴스의 가치에 한번쯤 의문을 가져본 적 있다면 당신은 이미 미디어비평을 하고 있다.
여기 수많은 매체들이 뉴스의 취사선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시각각 지켜보는 기자가 있다. 기자 혹은 PD를 비평하는 기자다. 2000년 <미디어오늘>의 공채 1기 기자로 미디어비평계에 입문한 뒤 <미디어스>를 거쳐 현재 방송비평 전문매체 <PD저널>에서 일하고 있는 민임동기 편집국장을 만났다.
미디어비평의 역할
민임동기 편집국장은 우연한 계기로 미디어 비평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국내 최초의 매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의 창간 독자였다. 평소 관심을 갖고 <미디어 오늘>을 읽던 도중 기자 공채 모집을 보고 지원했다. “기자나 PD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있는 매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죠.” 다니던 행정대학원을 그만두고 지원한 <미디어오늘>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미디어 비평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9년째다.
미디어비평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왜 이렇게 언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묻는다. “잡아먹으려고 비판하는 게 아니에요. 언론의 자기정화능력을 키우기 위한 거죠.” 언론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비평이지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어비평매체 출범 초기에는 일선기자와 PD들의 반발이 거셌다. 남을 비판하는 일에는 익숙한 언론인들이 정작 그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자 반응이 더욱 격렬했기 때문이다. “2000년 3월에 미디어오늘에 입사했는데 그때 만해도 언론개혁 대중화가 안 된 상황이라 기사를 비판하는 걸 못 참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멱살까지 잡혀봤죠.(웃음)” 지금은 언론인들도 비판에 익숙해진 데다 자신도 비판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돼 미디어비평이 한층 진일보된 상황이라고 했다.
미디어비평 매체가 언론의 자기정화능력을 높이는 데 일조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반 독자와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역할을 하길 원할까. “미디어비평 매체가 기존 언론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언론이 끊임없이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을 일반 대중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언론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게 그의 바람이다. 왜 뉴스를 돈 내고 봐야하나,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좌파 매체요? 상식적인 수준의 비평입니다.
언론의 정치적 색깔논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흔히 조선․중앙․동아를 묶어 보수로 칭하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진보로 인식하는 건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미디어 비평 매체에도 편 가르기의 시선이 없지 않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미디어비평을 시작한 <미디어오늘>, <미디어스>와 <PD저널>에는 진보매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는 이런 의견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나 경향을 중도우파 정도라고 생각해요. 한국 언론이 거의 극우다보니 조금만 중도에 와도 좌파 진보라고 생각하죠. 이런 사람들에겐 피디저널이 극좌로 보이겠죠.” 그는 상식적인 수준의 비평이 운동권으로 보일 만큼 한국의 이념지평이 협소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상식과 다양성을 기준으로
2000년부터 줄곧 미디어비평만을 해온 그가 비평을 할 때 염두에 두는 기준은 무엇일까. “기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가능한 한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KBS의 <미디어포커스>가 폐지되고 <미디어비평>이 신설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어비평>의 내용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했다.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방송이라는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그는 정치적 잣대를 떠나 <미디어비평> 자체를 들여다보자고 제안했다. 프로그램의 고유한 가치는 무시한 채 논의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 비평이었다.
“언론의 지나친 쏠림현상은 의도적으로 세게 비판하는 편이에요. 2002년에도 월드컵이라는 의제 말고도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미선이·효순이 사건도 있었는데 당시 전혀 주목받지 못했죠.”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굵직한 사건도 중요하지만 언론이 그것만을 다루는 건 문제라는 얘기다. “최근에도 WBC, 김연아 같은 빅 이슈가 생기면 언론이 다른 건 아예 관심을 안 가지죠. 흔히 그쪽에 광고시장이 형성되니 의도적으로 쏠림현상이 생기는데 이건 아니라고 봐요.” 쏠림현상에 일침을 가하는 그의 비평에 언론인들은 “흉흉한 세상에 국민들이 그런 걸 보고 즐거워하는데 언론이 많이 다뤄주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렇지만 미디어 비평의 본질은 매체가 사회 감시기능을 잘하고 있는지 견제하는 것. 때문에 민 편집국장은 이런 언론을 지속적으로 비판한다.
‘다양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보도도 주의 깊게 살핀다. “다양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뉴스들이 꽤 많거든요.” 이런 부분에 관해선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는다고.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홀트장애인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눈물 흘린 것을 방송3사의 뉴스 리포트에서 일제히 보도했다. 민 편집국장은 4월 21일 <PD저널>의 미디어뉴스에서 “언론의 관심이 대통령의 눈물에서 그쳤을 때”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애인의 날에 보도 초점이 장애인의 눈물이 아니라 대통령의 눈물에 그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장애인들의 집회와 정부의 장애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언론이 무관심하다고 질책했다.
그렇지만 유쾌하고 재미있게
인터뷰 내용은 딱딱했지만 미디어 비평에 관한 그의 태도는 유쾌했다. 그는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며 대신 일을 재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TV를 봐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면 정말 피곤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TV보기를 좋아한다면 비평도 재밌을 겁니다.”
직업적 글쓰기를 위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외에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모두 챙겨본다. ‘아내의 유혹’이 한창 인기일 때는 드라마를 보기위해 일을 빨리 처리한 뒤 집에 간 적도 있다고. 드라마를 볼 때도 버릇이 돼 항상 메모할 걸 들고 본다는 그는 직업병이라 어쩔 수 없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쯤 그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김보슬 PD가 풀려난다고 하네요.” 결혼을 앞두고 체포된 지 이틀 만에 <PD수첩>의 김보슬 PD가 석방된 순간이었다. 엉겁결에 특종을 들었다. 민임동기 편집국장은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사무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도 그는 눈앞에 놓인 흥미진진한 미디어 이슈들을 뒤따라 쫓고 있다.
* 이 인터뷰는 지난 4월 중순에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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