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나누기] 올림픽 금메달도 좋지만 다양성도 중요하다

1.

아내가 뿔이 났습니다. 그것도 단단히.
아내를 화나게 한 당사자는 KBS <뉴스9>였습니다.

21일이었죠.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임수정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남자 68㎏급 결승에 진출한 손태진 선수 역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기뻐할 일이고, 저 역시 그 소식을 들으면서 기뻤습니다. 제 아내 역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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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1일 KBS <뉴스9>

그런데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까진 좋았는데, 그 시각 KBS 1TV에서 <뉴스9>를 보고 있던 아내는 ‘잠시’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전 어제(21일) 저녁 약속이 있어서 밤 10시30분이 좀 넘어서 들어왔는데, 저를 보자마자 아내가 ‘미디어비평’을 시작하더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KBS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뉴스 중간에 태권도 결승전 중계를 하기 시작하는 거야. 그런데 그 시각 MBC와 SBS는 물론이고 KBS 2TV까지 결승전 중계를 하고 있었거든. 아니 KBS가 채널이 없어서, 그래서 뉴스 중간이라도 중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 시각 KBS 2TV에서 (중계를) 하고 있었자나. MBC SBS와의 경쟁을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닌가. 그렇게까지 했으면 1TV <뉴스9>에서는 그냥 뉴스만 하면 안되나. 금메달을 획득했으면 아나운서가 멘트를 통해 알려줘도 되는 거고, 자막을 넣어도 되는 거 아냐.”

3.

아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아시겠죠. 아마 비슷한 생각하고 있는 분들, 많을 겁니다. 한국 선수들 올림픽 금메달 획득한 거 중요하고 의미 있지만, 똑같은 시각 지상파 4개 채널이 모두 한 경기를 중계하는 건 - 그건 정말 전파 낭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뭐 대략 이런 거죠.

사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방송사들의 메인뉴스 편성은 저녁 8시나 밤 9시에 고정적으로 편성이 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편성시간이 바뀌는, 이른바 ‘고무줄 편성’이 주를 이뤘습니다. 제 아내는 그래도 저녁 메인뉴스는 꼬박꼬박 챙겨보는 사람인데요, 아마 올림픽 기간 동안 그게 좀 답답했나 봅니다. 뉴스를 좀 보려고 TV를 켜면, 여기도 올림픽 저기도 올림픽 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KBS의 경우 MBC <뉴스데스크>나 SBS <8뉴스>와는 달리 올림픽 기간이라도 밤 9시에 메인뉴스를 방송해 왔습니다. 뉴스를 챙겨보는 제 아내 입장에선 평소 시간에 하루 뉴스를 ‘정리’해 주는 <뉴스9>를 그동안 자주 시청해 왔었는데, 1TV <뉴스9>마저 중간에 뉴스를 끊고 ‘중계방송’을 해대니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왔던 것이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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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1일 KBS <뉴스9>

아내가 뿔나 있는 상황에서 저 또한 나름대로 분석을 했는데요, 뭐 대략 이렇습니다.

“태권도 금메달 결승전 열리는 시간에 어차피 뉴스 보내봐야 시청률 떨어질 테고, 그 시각에 차라리 현장 연결해서 중계방송 내보내기로 한 거 아닐까. 그 시각 최대관심사는 금메달 획득 여부일 테니까.”

하지만 아내는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KBS 2TV에서 중계를 하고 있었자나. 만약 그런 판단을 가지고 1TV <뉴스9>에서도 중계방송을 내보냈다면, 그건 KBS의 경쟁력이 아니라 KBS 1TV의 경쟁력만 생각한 거야. 그 시간대 뉴스 시청률 떨어지는 것만 생각했단 얘기자나. 그런데 정말 그 시간대에 지상파 4개 채널이 전해야 할 소식이 태권도 금메달 획득 여부 밖에 없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이런 아내의 ‘지적과 비판’ -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

그래요. 올림픽 금메달 중요하죠. 한국 선수들에게 박수 보내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대에 지상파 4개 채널이 그 경기만 중계를 하고 있는 ‘상황’ - 비정상적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방송뉴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거의 언급이 되지 않아서 아쉬워하고 있던 아내 입장에선, KBS 1TV <뉴스9>에서도 올림픽에 ‘올인’하니까 뿔이 난 모양입니다. 저도 피곤한데, 그런 아내 달래느라 새벽까지 좀 힘들었습니다.

KBS 관계자분들, 이런 얘기에 귀를 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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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