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SBS는 비판받으면 안되는 곳인가
12일 <제2롯데월드와 ‘정경유착’, 언론의 침묵>이란 글을 썼다. SBS노조 쪽으로부터 ‘항의’가 왔다. 항의방식부터 그리고 항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잘 이해가 안가는 점이 많다. 솔직히 말해 그렇다. 이 글은 내 솔직한 생각을 담은 글이다.
1.
우선 항의방식. SBS노조는 <PD저널> SBS 출입기자를 통해 항의를 했다. 글 쓴 사람은 나인데 왜 출입기자에게 항의를 할까.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항의할 게 있으면 정확히 해야 하는데 그걸 한 다리 건너서 전하는 방법 - 좀 이해가 안간다. 다음부터는 나에게 직접 항의를 하든 반론을 펴든 했으면 싶다. 그게 의사소통의 원활함을 위해서도 좋다. 그래야 내 생각을 얘기할 게 아닌가.
항의 내용도 좀 그렇다. <제2롯데월드와 ‘정경유착’, 언론의 침묵>에서 내가 강조하고자 했던 건 ‘제2롯데월드’ 논란이 지니고 있는 뉴스가치를 고려했을 때 현재 SBS의 보도태도가 온당한가 하는 것이었다.
10년 넘게 제2롯데월드 건설 불가 입장을 밝힌 국방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 공군의 ‘참사예고’ 등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활주로 변경을 하면서까지 공사를 용인하는 이유. 또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 납득이 가지 않는 게 많다.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언급이 됐지만 빌딩 공사허가를 위해 활주로를 변경한 사례가 다른 국가에도 있는지 모르겠다. ‘제2롯데월드 건설’은 그만큼 이례적인 사안이다.
2.
재벌특혜 논란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다.
SBS노조의 항의는 이렇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지만 대략 4가지 정도로 요약한다.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지난해 12월20일 <8뉴스>에서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다른 방송사는 보도하지 않았다. 왜 그땐 다른 언론을 비판하지 않았나 △이런 식의 모니터가 나오면 SBS 조합원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늘(12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열린다. SBS도 주시하고 있다.
3.
먼저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 동의한다. 그런데 누가 재벌특혜와 정경유착이 있다고 단정을 했었나. 내가? 이 무슨 섭섭한 말씀인가. 짚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된다는 것이고, 때문에 뉴스가치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20일 <8뉴스>에서 보도한 적이 있다는 부분. 맞다. 당시 SBS는 이 사안을 보도했다. 정부가 제2롯데월드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잡고 있다는 것이고 민주당과 성남시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내용이다. 아마 SBS노조는 이날 리포트를 근거로 제2롯데월드 문제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항변을 하고 싶었나 보다.
인정한다. 메인뉴스에서 전혀 보도한 적이 없다는 부분은 실수다. 깨끗이 인정한다. SBS도 <8뉴스>에서 보도를 한 적이 있다고 ‘정정’한다. 하지만 과연 문제점과 의혹들을 제대로 다루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간다.
그리고 제2롯데월드 건설 논란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서울공항 안전문제 때문에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 아닌가. 지난해 5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의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서울공항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발언 전후에도 크게 한번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혹시 이때는 왜 비판하지 않았냐고 또 따지고 싶은가. 그런데 죄송해서 어쩌나. 이 땐 <PD저널>이 아니라 난 다른 회사에 소속돼 있었고, 그 회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얘기까지 구차하게 해야 하는 내가 서글프다.)
왜 그땐(2008년 12월20일) 다른 언론을 비판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이렇다. 나는 일상적으로 뉴스 모니터를 하지만 일일 모니터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논란이 불거지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적절한 시점을 택해 ‘비평기사’를 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제2롯데월드’ 건설논란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분명히 하자. 난 SBS뉴스 일일 모니터 요원이 아니다. SBS노조는 나를 일일 모니터 요원으로 혹시 착각한 건 아닌가. ‘왜 그땐 비판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나. 그럼 이렇게 대답하련다. ‘그럼 그때 보도해 놓고 다른 언론이 본격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지금은 왜 보도하지 않았는가.’ 허용하는 쪽으로 가는 것과 허용할 방침이라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항의치고는 좀 궁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4.
SBS노조는 이렇게 항의를 전했다. 오늘(12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열린다. SBS도 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12일 SBS <8뉴스>를 주시했다. 리포트가 방송된다. 이제 OK인가.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에 SBS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지난해 12월20일과 2009년 1월12일 사이에 제기된 의혹이 많음에도 SBS는 12일 <8뉴스>에서 ‘간략히’ 다뤘다는 게 내 생각이다.
SBS는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재벌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는 부분은 앵커멘트를 통해 언급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특혜 의혹이 있는지는 리포트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국방위에서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비용 축소의혹도 제기했다. 발언을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롯데한테 비용부담을 덜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겁니다. 불과 3개월 전에 국방위에 보고한 활주로 하나 틀면 3800억이나 든다는 그게 어떻게 지금 언론 500억, 1000억원으로 이렇게 얘기가 나오고 있는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롯데 측하고 이걸 비밀리에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물론 이런 ‘두루뭉실한’ 보도태도는 12일 KBS <뉴스9> 역시 마찬가지다. 정리하자. 적어도 이 문제와 관련해 의제를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파헤칠 의지가 있었다면 최소한 군 전문가 등을 통해 사업 타당성 등을 한번 정도 점검해 볼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SBS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왜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냐는 비판에 “우리도 지난해 12월20일 보도했다”고 답하고 있다.
정리하자. 보도했냐 안했냐라는 기초적인 단계는 벗어나자. 중요한 건,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지, 논점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여부다. 했다 안했다는 ‘80년대식 비평방식’ 아닌가. 지난해 12월20일 남들보다 일찍 보도한 SBS라면, 이 문제가 본격 불거지기 시작할 즈음엔 더 적극성을 뛰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조합원 설득 문제는 집행부의 몫이다. 대체 언제까지 ‘SBS 특수성’을 거론할 셈인가. 이 정도의 비판에도 수긍 못하는 SBS기자들이라면 솔직히 어떤 비판을 하더라도 수긍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간다. SBS는 비판을 하면 안되는 집단인가. 아니면 비판을 받지 않을 만큼 완벽한 뉴스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왜 비판을 할 때마다 “SBS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는 말이 계속해서 날아오는지 모르겠다.
SBS에 대한 편견? 난 “SBS 기자들이야 말로, ‘외부비판자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사진=한겨레 1월12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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