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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8 KBS ‘공부의 신’을 위한 변명
  2. 2010/01/14 ‘공부의 신’ 돌풍, 3가지 이유!

KBS ‘공부의 신’을 위한 변명

시사IN 2010/01/28 10:04 Posted by 곰도리

* 이 글은 시사IN 124호 실린 글입니다.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연출 유현기, 극본 윤경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논란이지만 언론에선 주로 비판이 거세다.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공부의 신>이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설파하는 퇴행적 내용을 담고 있고, 학원재벌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으며 일본드라마를 베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 타당할까. 타당하지 않다. <공부의 신>에 염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공부의 신>에 제기되는 모든 비판을 정당화시키는 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드라마’라고 해서 곧바로 ‘퇴행적 드라마’로 연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허나 불행하게도(!) 지금 <공부의 신>에 쏟아지는 거센 비난은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가장 황당한 건, 일본드라마를 베꼈다는 비난이다. 리메이크와 베끼기의 차이를 진정 모르는 걸까. <공부의 신>은 일본만화 ‘꼴찌 도쿄대 가다’가 원작이며, 지난 2005년 일본에서 <드래건 자쿠라>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베끼기라는 비난이 성립하려면 <공부의 신> 제작진이 이 같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매번 방송이 될 때마다 <공부의 신>은 ‘꼴찌 도쿄대 가다’가 원작이란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건 부당한 비판이다.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강조한다는 비난도 있다. 여기에는 변호사 강석호(김수로)와 수학교사 차기봉(변희봉) 등으로 대변되는 입시위주·주입식 교육 설파 내용이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경쟁 지상주의적인 MB 교육정책과 맞물리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단정은 이르다. 일각의 염려는 이해하지만 <공부의 신>을 이런 염려만으로 ‘단죄’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공부의 신>은 우리 사회의 ‘꼴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내면서 성찰을 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병문고 교사 한수정(배두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강석호식 ‘주입식 교육’이 담지 못하는 ‘인간교육’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장치도 심어 놓았다. ‘꼴찌’에 대한 편견이 구조화 돼 있는 사회에서 ‘원칙과 이상’이 아이들을 위한다고 볼 수 있을까. <공부의 신>은 그런 현실적 딜레마에 대해 생각할 여지도 남기고 있다.

특정 학원재벌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염려도 제기된다. <공부의 신>은 드라마 제작에 대성N스쿨 2억 원 등 6개 업체로부터 모두 11억200만 원의 협찬을 받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중간에 대성N스쿨의 간접광고가 일부 노출되면서 ‘학원재벌 홍보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긴 하지만 과한 비판이란 생각이 든다. 협찬사에 대한 드라마 일부 간접광고는 더 이상 낯선 관행이 아니다. 면죄부를 주자는 건 아니지만 윤리적 단죄만으로 비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공부의 신>이 간접광고를 노골적으로 했다면 이런 비판에 지지를 보내겠지만 <공부의 신>은 통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찌됐든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공부의 신> 논란과 관련해 공정방송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부의 신>이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는 지 노사 테이블 위에까지 올라가게 된 셈이다. 노조 본연의 역할에 속하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론 염려도 된다. 그동안 KBS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할 때 KBS노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공부의 신>에 대한 KBS노조의 ‘공세적 비판’은 이례적이다. 혹 뉴스나 시사교양보다 드라마가 ‘만만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다.

<사진 설명>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KBS

[TV에세이] 기성세대의 자화상을 보여주다

‘삼분할 구도’의 월화드라마 판세가 KBS 〈공부의 신〉(연출 유현기, 극본 윤경아)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초기에 SBS 〈제중원〉(연출 홍창욱, 극본 이기원)을 본방 사수했지만 3회가 시작될 때부터 〈공부의 신〉 쪽으로 이동했다. 〈공부의 신〉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공부의 신〉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 4회를 마친 드라마에 대한 총평은 무리지만, 지금까지 보면서 느낀 몇 가지 단상들을 정리했다.

(1) ‘똥통’ ‘꼴찌’ 아이들 : 기성세대의 자화상

〈공부의 신〉은 ‘똥통 고등학교’인 병문고 학생들, 그 중에서도 ‘꼴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꼴찌들’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건,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른들의 시각 즉, 주류사회의 시각이기도 하다. 이것이 옳냐 그르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이건 가치판단 이전에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KBS
〈공부의 신〉은 ‘꼴찌 주인공들’에 대한 사회 주류의 시선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병문고등학교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병문고 교사와 부모들마저(!) ‘꼴똥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기대를 포기한 지 오래다. 이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천하대로 상징되는 일류대 진학을 위한 특별반 구성이라니? ‘미쳤다’라는 말을 내뱉는 어른들이 드라마에선 악한 존재로 보일지 몰라도 현실에선 지극히 ‘정상적’이다.

드라마 〈공부의 신〉은 이런 상황을 전제로 출발한다. 그런데 이야기 전개방식이 꽤 영리하다. 주인공 ‘꼴찌들’에 대한 사회의 적나라한 시선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지만, 주변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태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이들 ‘꼴찌들의 인생’이 개인 탓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공부의 신〉이 ‘대책 없는 부모’, ‘학생에 무관심한 선생’을 카메라에 포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국 어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다. 〈공부의 신〉은 ‘꼴찌’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어른에게 묻고 있다.

(2) 강석호(김수로) VS 한수정(배두나) : 진정 아이를 위한 교육은 어떤 것인가

변호사 강석호(김수로)와 병문고 한수정(배두나) 선생은 〈공부의 신〉에서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다. 방식은 다르지만 ‘꼴통인생들’을 방관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범주에서 일정하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어떤 것인지’를 두고 대립한다. 강석호가 명문 천하대 입학을 통한 전통 입시위주의 방식을 선호한다면, 한수정은 이른바 ‘참교육’의 현장실천을 가치관으로 가지고 있다. 거칠게 말해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대립인 셈이다.

   
▲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제작발표회 ⓒKBS
둘 중 어떤 방식이 옳은가. 아니 어떤 것이 학생들을 위하는 것인가. 쉬운 문제가 아니다. KBS 〈공부의 신〉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저런 논쟁 역시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기존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체제에서 ‘성공’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강석호의 주입식 교육은, 원칙적인 관점(그리고 개인적 관점)에서 지지하기가 어렵다. ‘잘난 인간들’의 ‘출세’가 아니라 ‘밑바닥 인생’들의 ‘사람 만들기’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의 교육방식이 옳은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선 멈칫거리게 된다.

하지만 누가 그를 탓할 수 있을까. 사회적 편견이 구조화 돼 있는 사회에서 ‘원칙과 이상’이 아이들을 위한다고 볼 수 있을까. 〈공부의 신〉은 그런 현실적 딜레마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3) ‘공부의 신’을 보는 수험생과 꼴찌들은 어떤 반응일까

사실 가장 관심이 가는 건, 〈공부의 신〉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그 중에서 진짜 ‘꼴찌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 월화드라마의 ‘삼분할 구도’에서 〈공부의 신〉이 치고 나올 수 있었던 건, 10대 수험생과 40대 학부모들의 ‘지지’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는 게 대략적인 분석.  그들은 〈공부의 신〉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혹시 뭔가 공부에 대한 새로운 비법을 기대하는 건 아닐까. 설마 드라마에 그런 기대를 할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꼴찌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게 정말 궁금해진다.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는, 사실상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는 게 우리네 현실 아닌가. 그런데 학교교육을 통해 꼴찌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그려내는 드라마 〈공부의 신〉을 현실의 ‘꼴찌들’은 과연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을까. 그것이 무척 궁금해졌다.

‘현실’의 꼴찌들과 드라마 〈공부의 신〉 꼴찌들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