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2010년 1월17일 ∼ 1월23일

이번 주 예능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건 MBC〈무한도전〉이었습니다. 1월23일 저녁 방송된 〈무한도전〉은 비인기종목인 복싱, 그 중에서도 여자복싱을 다뤘습니다. 스포츠계의 아웃사이더인 여자복싱을 다뤘다고 〈무한도전〉을 주목한 건 아니었습니다. 스포츠와 민족·국가주의 - 한국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관계를 〈무한도전〉이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날〈무한도전〉은 WBA (세계권투협회) 페더급 여자챔피언인 최현미 선수의 가슴 아픈 사연을 주목했습니다. 멤버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보여준 카메라의 ‘공정한 시선’에 눈길이 가더군요.

   
▲ 1월2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최 선수는 탈북자 출신인 19세 소녀 복서인데요, 6개월 안에 2차 방어전을 치르지 않으면 타이틀을 박탈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복싱, 그 중에서 여자복싱 상황은 열악함 그 자체입니다. 스폰서를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와도 같죠.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 최 선수는 타이틀을 그냥 잃게 됩니다. 〈무한도전〉이 발 벗고 나선 이유도 바로 이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복싱에서 한일전 그리고 ‘무한도전’의 인간적 시선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프로그램은 최 선수의 타이틀 성공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게다가 최 선수가 상대하게 될 선수는 일본 쓰바사 덴쿠. 최 선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지만, 쓰바사 덴쿠는 대회 일정이 확정되기 전에 스폰서 문제도 해결하고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스포츠의 한일전 - 어떤지 아실 겁니다. 이런 구도에서는 당연히(!) ‘우리 편’ 최현미 선수가 이겨야 할 당위가 형성되고, ‘무찌르자 일본 선수’라는 마음 속 구호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시선은 공정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구도보다는 복싱을 하는, 복싱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상황과 노력, 의지를 주목했습니다.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준하와 정형돈이 쓰바사 선수를 만나기 위해 일본의 체육관을 찾았을 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든든한 스폰서를 바탕으로 과학적·체계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쓰바사 선수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미니 체육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고, 쓰바사 선수가 처한 상황도 한국의 최현미 선수 못지 않았습니다. 방송을 보신 분이라면 쓰바사 선수의 사연이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되는 동안 저처럼 가슴이 뭉클했을 겁니다.

   
▲ 1월23일 방송했던 MBC <무한도전>
‘그들’은 복싱을 하는 이유도 비슷했고, 이번 타이틀 매치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도 비슷했습니다. 한일전에 따른 애국주의가 〈무한도전〉에서도 등장하는 것인가 - 이런 우려는 그냥 저의 기우였습니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이 가지기 쉬운 편견의 법칙을 이번에 또 한번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무한도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기존 멤버의 퇴장 … 새로운 얼굴의 등장과 예고

이번 한 주 예능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멤버의 ‘하차’와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크로스’적 현상도 주목해 볼만한 사안이었습니다.

우선 지난 17일 KBS 2TV 〈달콤한 밤〉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송승헌 씨가 출연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0년 예능계의 블루칩 김종민와 새로운 신예로 등장한 애프터스쿨의 가희도 함께 출연해 일요일 밤 ‘열기’를 더했습니다.

노홍철 씨의 MBC 〈놀러와〉하차 그리고 KBS 〈상상더하기〉 폐지 소식도 이번 한 주 예능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와 맞물려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도 예고를 했는데요, 노홍철 씨를 대신해 정가은 씨가 〈놀러와〉의 새로운 패널로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상더하기〉는 다음주 ‘스페셜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그 뒤를 탤런트 김승우 씨가 진행하는 토크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최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집단 토크쇼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데 김승우 씨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 지 주목됩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의 ‘크로스’ 현상

이른바 타 방송사에서 ‘뜬’ 탤런트·연예인들이 ‘경쟁’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었습니다.

   
▲ SBS <절친노트3> ⓒ SBS
현재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하고 있는 탤런트 이순재·정보석 씨가 SBS 〈절친노트3〉에 나와 눈길을 끌었고, 역시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인기를 모았던 유이·황정음 씨가 KBS 〈해피투게더3〉에 나란히 나와 자신들의 ‘예능끼’를 마음껏 과시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SBS E! TV에서 박명수 씨가 진행하는〈거성쇼〉가 방송될 예정이라고 하니 가히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의 ‘크로스’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예능이 대세라는 얘기겠지요.

KBS ‘공부의 신’을 둘러싼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월화 그리고 수목드라마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일단 현재까지 추세를 보면 〈공부의 신〉(월화)과 〈추노〉(수목)가 시청률 면에서 앞서가기 때문에 KBS가 강세를 보이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파스타〉(MBC)와 〈제중원〉(SBS) 그리고 〈추노〉와 경쟁하고 있는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MBC) 또한 나름의 특색 있는 작품이어서 시청자들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한 주 드라마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공부의 신〉을 둘러싼 논란이었습니다. 이 논란은 아마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제 개인견해를 밝히면 이렇습니다. 두 개의 글을 통해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는데 다시 한번 언급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 KBS
〈공부의 신〉을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설파하는 퇴행적 드라마로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겁니다. 그런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공부의 신〉은 그런 점 외에 우리 사회의 ‘꼴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냄으로써 성찰을 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교육에 있어 ‘현실과 원칙’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공부의 신〉이 특정 학원재벌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대성N스쿨 등이 〈공부의 신〉 제작에 2억 원의 협찬을 제공하고 모두 6개 업체가 11억200만 원 협찬을 하고 있는데, 드라마 중간에 대성N스쿨의 간접광고가 일부 노출되면서 ‘학원재벌 홍보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죠.

‘공부의 신’, 과연 노골적이고 과할 정도의 협찬이었나

저는 이런 지적은 퇴행적 드라마라는 비판보다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공부의 신〉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협찬사에 대한 드라마 일부 간접광고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드라마 간접광고에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려는 건 현재 드라마 제작 여건이나 현실을 감안했을 때 간접광고 문제에 있어 윤리적 단죄만으로 비난하기는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공부의 신〉이 간접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분명하지만 제가 볼 때 여느 드라마처럼 통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제 솔직한 생각은 그렇습니다.

사람의 구체적 일상에 점점 주목하는 시사교양

몇 번 언급을 했지만, 2010년 시사교양은 인간과 감성 그리고 우리 주변의 구체적 일상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초반이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 양상을 보면 그런 흐름이 잡히고 있습니다.

23일 방송된 KBS〈감성 다큐 미지수〉는 우리네 삶에 있어 버스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했고, 개라는 동물에 대해 사람이 얼마나 오해와 편견이 많은 지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대표적 여행자들을 통한 서울 여행이라는 이색 실험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터전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 지도 성찰하게 만들었습니다.

노숙자들의 추운 겨울나기에 카메라 초점을 맞춘 SBS 〈뉴스추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에 PD를 파견한 〈추적60분〉 역시 시선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 시사교양 부문에는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해〈PD수첩〉제작진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 - 이건 시사교양 뿐만 아니라 이번 주 한국 사회 최대 이슈 중의 하나였는데 시사교양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룬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더군요.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PD수첩 판결이 끝난 뒤, 민동석 전 정책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PD수첩’에 침묵하는 시사교양 그리고 연성화 흐름

제작 시간의 촉박함을 이유로 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PD수첩〉 1심 판결은 오래 전부터 예고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전 준비를 통해 충분히 이번 주에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특히 KBS 〈미디어비평〉이 이 사안을 언급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이번 주 한국 언론에서 〈PD수첩〉만큼 뜨거운 이슈가 또 있었을까요. 이 사안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미디어비평’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다음 주라면 방송이 가능할까요. 일단 기대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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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2010년 1월1일∼2010년 1월9일

김종민의 화려한 부활, 예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나

2010년 예능의 출발은 김종민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마다 그가 빠짐없이 등장하는걸 보면서, 올해 김종민이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종민은 지난 3일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에 등장한 것을 비롯해 ‘남자의 자격’에서도 잠깐(?) 모습을 비췄고, 〈상상더하기〉(5일)에도 출연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해피투게더3〉에서 김종민이 출연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다해 씨가 그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이유를 언급하면서 거의 출연한 거나 마찬가지인 듯한 효과를 냈다는 겁니다. 자고로 2010년 예능계에서 김종민이 어떤 활약을 펼칠 지 벌써부터 주목이 되네요.

지난 3일과 9일 〈무한도전〉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메시지는 왜 〈무한도전〉이 ‘무한도전’인가를 여실히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뭥미쌀’을 출연진 가운데 고마운 사람에게 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의좋은 형제’는 2009년 한 해를 보내면서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9일 방송에선 ‘상황을 뒤집어’ 가장 서운한 사람 집 앞에 쓰레기를 갖다놓도록 했는데요,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사람과 인간에 대해 성찰을 하게 만드는 게 〈무한도전〉의 힘인 듯 합니다. 올해도 그 힘은 강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1월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강세를 보이고 있는 SBS 〈강심장〉은 올해에도 아이돌 스타 구하라의 성형 고백으로 강세를 이어갔고, 경쟁 프로그램인 KBS 〈상상더하기〉 역시 유이의 성형고백(?)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이 보여주는 해학과 풍자의 역설은 2010년에도 여전했고, ‘천하무적 야구단’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새해가 밝았어도 식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논란이 됐던 멧돼지 포획 코너 대신 ‘에코하우스’를 선보였습니다. 공익을 표방한 ‘일밤’이 2010년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지 주목됩니다.

‘유이-박재정’ ‘황정음-김용준’ 커플이 하차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선호-황우슬혜 커플이 새롭게 등장했는데요, 이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선호는 지난해 〈탐나는도다〉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할 만큼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황우슬혜 역시 영화 등을 통해 주목을 받았던 터라 이들이 20대 초반의 ‘가인-조권’ 커플과 어떤 차별화 된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갑니다. ‘나이가 찬’ 이들이 좀 더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예능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건 KBS 〈미녀들의 수다〉였습니다. 지난해 ‘루저 발언’으로 후폭풍을 앓았기 때문인지 포맷도 바뀌었고, 프로그램의 내용도 전반적으로 ‘온건’해 졌습니다. 건전해(?)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평가는 좀 더 두고 본 후에 해야겠지만, 일단 지난 4일 방송만 보고 얘기한다면 전반적으로 예능이라는 느낌보다는 ‘계몽 프로그램’ 성격이 강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정부가 제작한 홍보물을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요. ‘법무부와 함께하는 교통문화 에티켓’이 포함돼 있는 데다, 프로그램 중간에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나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사교양, 한국인과 ‘그들’의 삶을 주목하다

새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주목한 것은 한국인이었습니다. 시기적 특성 때문일까요? 인문다큐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SBS가 지난 3일 ‘출세’ 4부작 가운데 1부를 시작했고, KBS 〈추적60분〉은 2부작으로 외국인이 본 한국과 한국인을 조명했습니다. 두 프로그램은 2010년을 맞아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는데 초점을 둔 것 같습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 SBS '출세 4부작' ⓒSBS
시사교양은 한국인 외에도 인문 다큐적인 측면이 강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MBC 스페셜〉 ‘담배, 편의점에서 길을 묻다’(1월1일 방송)와 지난 2일과 3일 KBS에서 방송된 ‘습관 2부작’은 인간 습관에 대한 다른 접근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MBC 스페셜〉이 흡연을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KBS ‘습관 2부작’은 인간의 다양한 습관을 개인의 행태에 초점을 맞춰 풀어냈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외에도 SBS 〈뉴스추적〉(1월6일 방송)은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의 힘겨운 생활과 고민을 담아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지난 8일 방송된 〈아마존의 눈물〉(MBC) 1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브라질 북부 파라(Para)주에서 문명세계와 접촉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조에족의 삶을 조명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프롤로그’ 격에 해당하는 방송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도 몸길이가 10미터를 넘는 지상 최대의 뱀 아나콘다를 비롯해 악어 등의 장면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 MBC <아마존의 눈물> ⓒMBC
인문다큐 성격의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MBC 〈PD수첩〉(1월5일)은 ‘정통시사다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PD수첩〉은 2010년이 지방선거가 있는 해인 동시에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0년째 되는 해라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특히 심층적 탐사보도 기법인 CAR(Computer-Assisted Reporting)를 활용해, 2005년에서 2008년 사이 지방선거 후보등록자의 국회의원들 정치 후원금 총액을 분석한 것이 특징입니다.

굵직한 프로그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KBS 〈책 읽는 밤〉(1월4일)도 포맷 변경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전문가 중심으로 토론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독서토론회 등 일반인들을 토론에 참여시킨 것이 주목을 끕니다. 월요일로 방영시간을 옮기면서 시간대를 앞당겼네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한국과 한국인을 주목한 반면, 〈책 읽는 밤〉은 세계를 주목했습니다. 지난 4일에선 중국 관련 서적을 가지고 토론을 벌였는데 내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지 못했다면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월화 드라마의 치열한 경쟁, ‘추노’의 강세

드라마는 월화드라마의 치열한 경쟁, KBS 〈추노〉의 강세로 요약이 됩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아무래도 지난해 초강세를 보였던 MBC 〈선덕여왕〉의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아닐까요. 그런데 당분간 절대강자의 등장은 어려운 것 같고 당분간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KBS
사실 SBS 〈제중원〉과 KBS 〈공부의 신〉 MBC 〈파스타〉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모두 볼만한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세 드라마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보지 못한 드라마는 주말 재방송을 이용하든가 아니면 ‘돈을 지불하고’ 인터넷에서 봐야 하니까요. 볼만한 드라마들을 왜 같은 시간대에 편성해서 이렇게 시청자들을 약 올리게 할까 - 그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아무튼 이 세 드라마는 각각 시청층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서 ‘삼분할 구도’가 ‘일극 체제’로 좁혀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백정이 신분의 장벽을 넘어 구한말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의 의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SBS 〈제중원〉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지지를 많이 받았고,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음식을 배경으로 남녀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MBC 〈파스타〉는 예상대로 30대 특히 그 중에서도 여성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꼴통’ 고등학생들의 명문대 입학기를 그린 KBS 〈공부의 신〉은 겨울방학 특수 효과 때문인지 10대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네요. 40대 여성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을 많이 본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SBS는 월요일과 화요일 밤 9시대에 드라마 〈별을 따다줘〉를 편성했는데 최정원이 망가지는 캐릭터로 나온 점이 눈길을 끕니다. 9시대 ‘드라마 편성’이라는 SBS 전략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지 기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방영되기 전부터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던 KBS 〈명가〉 역시 순탄하게 출발을 하는 듯한 양상입니다. 지난 2일과 3일 그리고 9일 방송을 지켜봤을 때 우려했던 ‘정치적 논란’은 등장하질 않았습니다. 이런 우려가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KBS 수목드라마 <추노> ⓒKBS
새해를 강타한 드라마는 무엇보다 KBS 〈추노〉였습니다. <추노>는 기존 왕정 중심사극과 달리 ‘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차별화를 꾀했고, 도망간 노비를 쫓는 인간 사냥꾼(추노꾼)의 이야기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은 작품입니다. 특히 장혁, 이다해, 오지호 등 주연 배우들과 공형진, 조미령, 윤문식 등 조연들의 빼어난 연기력 그리고 드라마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영상 등이 어우러지면서 1회와 2회 모두 20%가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세대로라면 30%를 넘기는 건 시간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추노〉가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점도 주목해서 들여다 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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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 1월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TV에세이] MBC ‘무한도전’이 던진 메시지를 생각하다

1월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사실상 2009년 마지막 방송이었다. 한 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들이 여기저기 배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일 년 간 고생한 출연진을 위한 제작진의 작은 배려(팬 미팅?)도 그렇고, ‘의좋은 형제’를 통해 꼬리잡기나 헐뜯는 것이 아닌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려 한 것도 이런 장치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이날 〈무한도전〉의 ‘여러 장치’는 브라운관 안이 아니라 밖을 향해 있었다고 본다. 특히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뭥미쌀’을 출연진 가운데 고마운 사람에게 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의좋은 형제’가 의도한 바는 분명했다.

“지금 TV를 보며 웃고 계시는 여러분. 잠시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은 2009년 한 해를 보내며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마움 마음’을 표현했나요.” 〈무한도전〉은 그렇게 나에게 묻고 있었다. TV를 보는 내내 속이 뜨끔했던 이유다.

사실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은 출연진들이 각 자 ‘뭥미쌀’을 전달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극에 달했다. 2일 방송에선 유재석 씨 관련 부분만 나왔지만,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나에게, 내 집 앞에 쌀을 갖다 놓고 갈 동료나 선배나 후배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유재석 씨 집 앞에 놓인 쌀통에 쌀이 한 가마니도 없는 것을 보고 그냥 웃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1월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그런 점에서 새해 첫 〈무한도전〉은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만들었다. 한 해를 마감하며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던 데다, 과연 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 이 물음 앞에 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을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예능 방송’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무한도전〉은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이 이날 방송으로만 끝냈다면 그냥 한 해를 잘 성찰·마무리하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라는 정도의 ‘덕담’을 했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2일 방송이 끝난 뒤 보여준 다음 주(1월9일) 예고방송은 왜 〈무한도전〉이 ‘무한도전’일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줬다.

기대했던(?) ‘뭥미쌀’을 받지 못한 출연진들이 서로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복수전에 나선다는 내용인데, 사실 이런 측면들이 인간이 가진 본성에 더 가깝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더 살릴 수 있다고 봤다. 〈무한도전〉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 내부에는 ‘상황’이나 ‘심리’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뿐 악함과 선함이 같이 공존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1월2일 방송에선 스스로를 성찰하도록 만들면서 9일 방송에선 인간 본연의 이기적 심리를 ‘까발리는 전법’을 쓴 이유가 뭘까. 인간의 상반된 두 가지 측면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게 아닐까. 〈무한도전〉은 내게 그렇게 묻고 있다.

‘그게 인간이고 우리네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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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MBC 박혜진 아나운서 ‘뉴스데스크’에서 입장 밝혀  
 
MBC 박혜진 아나운서가 25일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를 통해 ‘방송법 파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신경민 앵커는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에서 “본사를 포함한 언론노조가 내일(26일) 아침 방송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고, 이어 박 아나운서는 “조합원인 저는 이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여러분을 뵐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MBC 조합원인 자신이 26일 오전 6시부터 진행될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 총파업에 동참한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알린 것이다.

박 아나운서는 이어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경제적으로 모두 힘든 때 행여 자사이기주의 그리고 방송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되지만 그 뜻을 헤아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12월25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데스크> 방송 이후 MBC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격려와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나운서로서 파업에 참여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데 클로징 멘트에서 아나운서로서가 아닌 조합원으로서 파업에 동참한다는 말에 감동받았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뉴스데스크’에서 다시 뵙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은 “이미 언론에서 박혜진 아나운서의 파업 참여가 보도 되었기 때문에 과연 클로징 멘트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궁금했는데 전 국민이 보는 뉴스에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다”면서 “언론 본연의 자세라 할 수 있는 비판의 날카로움 잃지 않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MBC 게시판에는 박혜진 아나운서와 MBC 파업을 지지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편 MBC는 전국언론노조의 총파업 결의에 따라 26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으며, 서울 본사를 비롯해 지방 계열사 노조원 2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돌입에 따라 MBC는 26일 오전 6시부터 <뉴스투데이> 진행을 맡고 있는 박상권 기자와 이정민 아나운서가 빠지고 비노조원인 김상운 기자와 김수정 아나운서가 투입된다. <뉴스데스크> 박혜진 앵커의 빈자리는 당분간 신경민 앵커가 단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MBC는 주요 아나운서를 비롯해 라디오·시사교양·예능 프로그램 제작진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방송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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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TV에세이] SBS ‘야심만만2’의 새로운 전략 성공할까

사실 SBS <야심만만>이 6개월이라는 휴지기를 가지게 된 건, <1박2일> <무한도전>과 같은 야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연예인들의 토크.

물론 <야심만만>이 이 같은 흐름에 일조를 하긴 했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연예인들의 토크가 신변잡담식 위주로 흐르게 됐고, 여기에 타 방송사에서 유사 프로그램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이른바 신선도가 약하게 됐다. 시청자들의 눈도 <야심만만>보다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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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한 장면.

28일 밤에 방영된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관전 포인트는 이 부분이었다. 아직도 야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야심만만2>가 예전의 토크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특히 최근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우 ‘리얼리티 쇼’라는 요소까지 도입,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야심만만2>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6개월 만에 돌아온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이 어떤 전략을 택할 지 궁금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8일 방영분을 보면 <야심만만2>는, 축구로 따지면 이른바 ‘레알 마드리드’ 전략을 택한  듯하다. 각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나가는’ MC들을 섭외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가 읽히기 때문이다.

이날 <야심만만2>에 나온 MC들의 면면을 보면 강호동, 김제동, 서인영, 윤종신, 전진, MC몽, 닉쿤까지 모두 7명. 그리고 초대 게스트로는 이효리와 장근석이 출연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특급’ 출연자들은 모두 모아 놓은 듯한 모습이다. 같은 시간대 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의 진행자인 유재석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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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한 장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화학적 융화다.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놓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가 항상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게 아닌 것처럼 최고의 예능 MC와 출연자들을 모아 놓았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최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28일 <야심만만2>는 첫회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프로그램 고유의 색깔을 냈다기보다는 각종 프로그램을 ‘버무려’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1박2일>과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등이 한 군데 혼합된 느낌이랄까.

물론 그렇다고 ‘특색’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야심만만2>는 지금 일종의 메타 프로그램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각 방송사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 MC들이 <야심만만2>에 나와서 ‘경쟁’을 하고, 실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는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뭐라 그럴까. 주말 각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1.5적인 성격이라고나 할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처럼, 지금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는 건 불가능하다. <야심만만2>는 일종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전략을 통해 현존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 모두를 포괄·흡수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야심만만2>의 이 같은 방식이 성공할까. 일단은 물음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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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