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6/09 “상식적인 비평을 하고 싶다” by 곰도리
  2. 2008/10/14 ‘편향된 KBS 출연자’의 항변(?) by 곰도리
  3. 2008/06/29 촛불집회 그리고 이틀간의 ‘휴식’ by 곰도리
  4. 2008/06/24 KBS 출입신청서와 개인정보 보호 by 곰도리

[인터뷰] PD저널 민임동기 편집국장 

지금까지 3번의 인터뷰를 했다. <PD저널> <월간 말> <DEW>. 물론 미디어 현안이나 뉴스․프로그램과 관련해선 많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나’를 인터뷰 한 경우는 드물었다. 당연하지! 난 유명인사가 아니니까.

항상 그렇지만 인터뷰는 부담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항상 하게 되고, 이 질문 앞에 난 언제나 머뭇거리게 된다. 예전에도 그랬고, 이번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터뷰의 장점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자의 경우 이 경험은 중요하다. 항상 인터뷰를 ‘하는’ 입장에서 ‘당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뀔 때 - 그때 받는 느낌은 말로선 표현이 안된다. ‘아! 내가 인터뷰를 할 때 상대방도 이런 느낌을 가졌겠구나’ 하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다.

이 인터뷰는 이화여대 웹진 <DEW>에 실린 것이다. 잡다한 얘기를 잘 정리해 준 박수지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인터뷰는 ‘나’를 인터뷰 한 3번의 기사 중 가장 ‘잘 쓴’ 기사에 속한다. 사실 이런 말 하는 내가 좀 우습다. 지금까지 내가 쓴 인터뷰 기사에 평점을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좋은 점수’ 받기는 힘들 것이다. 고로 결론은 이것이다. 기자들이여! 명심하자. 우리가 쓴 인터뷰 기사는 항상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06월 01일 (월) 01:09:07 박수지 기자  my15seconds@gmail.com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뉴스가 되지는 않는다. 언제나 뉴스는 취사선택 될 수밖에 없고, 그 주체는 언론이다. 언론이 선택하는 뉴스의 가치에 한번쯤 의문을 가져본 적 있다면 당신은 이미 미디어비평을 하고 있다.

여기 수많은 매체들이 뉴스의 취사선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시각각 지켜보는 기자가 있다. 기자 혹은 PD를 비평하는 기자다. 2000년 <미디어오늘>의 공채 1기 기자로 미디어비평계에 입문한 뒤 <미디어스>를 거쳐 현재 방송비평 전문매체 <PD저널>에서 일하고 있는 민임동기 편집국장을 만났다.

미디어비평의 역할

민임동기 편집국장은 우연한 계기로 미디어 비평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국내 최초의 매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의 창간 독자였다. 평소 관심을 갖고 <미디어 오늘>을 읽던 도중 기자 공채 모집을 보고 지원했다. “기자나 PD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있는 매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죠.” 다니던 행정대학원을 그만두고 지원한 <미디어오늘>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미디어 비평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9년째다.

미디어비평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왜 이렇게 언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묻는다. “잡아먹으려고 비판하는 게 아니에요. 언론의 자기정화능력을 키우기 위한 거죠.” 언론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비평이지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어비평매체 출범 초기에는 일선기자와 PD들의 반발이 거셌다. 남을 비판하는 일에는 익숙한 언론인들이 정작 그 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자 반응이 더욱 격렬했기 때문이다. “2000년 3월에 미디어오늘에 입사했는데 그때 만해도 언론개혁 대중화가 안 된 상황이라 기사를 비판하는 걸 못 참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멱살까지 잡혀봤죠.(웃음)” 지금은 언론인들도 비판에 익숙해진 데다 자신도 비판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돼 미디어비평이 한층 진일보된 상황이라고 했다.

미디어비평 매체가 언론의 자기정화능력을 높이는 데 일조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반 독자와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역할을 하길 원할까. “미디어비평 매체가 기존 언론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언론이 끊임없이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을 일반 대중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언론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게 그의 바람이다. 왜 뉴스를 돈 내고 봐야하나,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좌파 매체요? 상식적인 수준의 비평입니다.

언론의 정치적 색깔논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흔히 조선․중앙․동아를 묶어 보수로 칭하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진보로 인식하는 건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미디어 비평 매체에도 편 가르기의 시선이 없지 않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미디어비평을 시작한 <미디어오늘>, <미디어스>와 <PD저널>에는 진보매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는 이런 의견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나 경향을 중도우파 정도라고 생각해요. 한국 언론이 거의 극우다보니 조금만 중도에 와도 좌파 진보라고 생각하죠. 이런 사람들에겐 피디저널이 극좌로 보이겠죠.” 그는 상식적인 수준의 비평이 운동권으로 보일 만큼 한국의 이념지평이 협소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상식과 다양성을 기준으로
 
2000년부터 줄곧 미디어비평만을 해온 그가 비평을 할 때 염두에 두는 기준은 무엇일까. “기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가능한 한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KBS의 <미디어포커스>가 폐지되고 <미디어비평>이 신설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어비평>의 내용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했다.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방송이라는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그는 정치적 잣대를 떠나 <미디어비평> 자체를 들여다보자고 제안했다. 프로그램의 고유한 가치는 무시한 채 논의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 비평이었다.

“언론의 지나친 쏠림현상은 의도적으로 세게 비판하는 편이에요. 2002년에도 월드컵이라는 의제 말고도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미선이·효순이 사건도 있었는데 당시 전혀 주목받지 못했죠.”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굵직한 사건도 중요하지만 언론이 그것만을 다루는 건 문제라는 얘기다. “최근에도 WBC, 김연아 같은 빅 이슈가 생기면 언론이 다른 건 아예 관심을 안 가지죠. 흔히 그쪽에 광고시장이 형성되니 의도적으로 쏠림현상이 생기는데 이건 아니라고 봐요.” 쏠림현상에 일침을 가하는 그의 비평에 언론인들은 “흉흉한 세상에 국민들이 그런 걸 보고 즐거워하는데 언론이 많이 다뤄주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렇지만 미디어 비평의 본질은 매체가 사회 감시기능을 잘하고 있는지 견제하는 것. 때문에 민 편집국장은 이런 언론을 지속적으로 비판한다.

‘다양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보도도 주의 깊게 살핀다. “다양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뉴스들이 꽤 많거든요.” 이런 부분에 관해선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는다고.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홀트장애인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눈물 흘린 것을 방송3사의 뉴스 리포트에서 일제히 보도했다. 민 편집국장은 4월 21일 <PD저널>의 미디어뉴스에서 “언론의 관심이 대통령의 눈물에서 그쳤을 때”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애인의 날에 보도 초점이 장애인의 눈물이 아니라 대통령의 눈물에 그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장애인들의 집회와 정부의 장애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언론이 무관심하다고 질책했다.

그렇지만 유쾌하고 재미있게

인터뷰 내용은 딱딱했지만 미디어 비평에 관한 그의 태도는 유쾌했다. 그는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며 대신 일을 재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TV를 봐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면 정말 피곤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TV보기를 좋아한다면 비평도 재밌을 겁니다.”

직업적 글쓰기를 위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외에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모두 챙겨본다. ‘아내의 유혹’이 한창 인기일 때는 드라마를 보기위해 일을 빨리 처리한 뒤 집에 간 적도 있다고. 드라마를 볼 때도 버릇이 돼 항상 메모할 걸 들고 본다는 그는 직업병이라 어쩔 수 없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쯤 그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김보슬 PD가 풀려난다고 하네요.” 결혼을 앞두고 체포된 지 이틀 만에 <PD수첩>의 김보슬 PD가 석방된 순간이었다. 엉겁결에 특종을 들었다. 민임동기 편집국장은 인사를 나눈 뒤 서둘러 사무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도 그는 눈앞에 놓인 흥미진진한 미디어 이슈들을 뒤따라 쫓고 있다.

* 이 인터뷰는 지난 4월 중순에 진행됐습니다. 

'Etc > 언론에 비친 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식적인 비평을 하고 싶다”  (0) 2009/06/09
Posted by 곰도리

[언론동네] ‘그들’이 말하는 편향성이란

지난 7일 KBS노동조합이 ‘특보’를 냈습니다. 이걸 본 후배기자가 저를 부르더군요. 전해준 내용은 ‘특보’에서 언급된 것인데 이걸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출연자의 경우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언론을 정치 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부 매체의 직원들이 고정 출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의 발언이 KBS 전파를 타고 나가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KBS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매체라 …

2008년 10월7일자 KBS노조 특보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특히 주목을 끌었습니다. KBS노조가 언급한,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매체는 어떤 매체일까요. 사실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는’이라는 부분이 좀 모호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 정도가 아니라 언론과 정치가 혼연일체가 돼 사실상의 정치집단이나 마찬가지인 ‘보수신문’을 지칭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 같습니다.

KBS노조는 아마 ‘언론개혁’을 표방하면서 언론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 종사자’를 지칭하는 거겠지요. 어쨌든 한번 추려 볼까요. 이런 매체 한국에서 얼마 안됩니다. ^^

우선 언론비평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이 있습니다. 〈PD저널〉도 있습니다. 온라인매체비평지인 〈미디어스〉나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도 있지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미디어오늘〉〈미디어스〉〈기자협회보〉기자들 가운데 KBS에 고정 출연한 기자는 없습니다. 그럼 한 군데가 남습니다. 〈PD저널〉. 아마 KBS노조가 언급한 매체는 〈PD저널〉일 겁니다. 〈PD저널〉에서 KBS에 고정출연한 기자가 누구일까요. 물론 지금은 그만 뒀습니다만. (관련 글 - KBS 라디오방송을 그만두면서)

바로 접니다. 후배가 저에게 이 내용을 알려준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KBS 종사자는 모두 ‘공정’한가

뭐, 인정(?)합니다. 어차피 ‘그들’의 눈에는 제가 ‘편향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좀 억울한(?) 측면이 있네요. 그렇게 주장하는 그들은 마치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양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편향’이면 ‘그들’도 ‘편향’이죠. 그렇지 않은가요.

KBS노조가 특보를 통해 ‘주장’한 내용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공영방송 KBS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모두’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공영방송’ KBS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견지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KBS내에서 검토·논의·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조직개편 그리고 인사조치 등을 보면 그들만큼 ‘편협하고 독선적이며 편파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보기에 ‘편파적인 인사’들이 고정 출연을 한다고 해서 해당 프로그램이 ‘편파적’일 거라는 생각은 정말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담당 PD가 중심을 잡고 출연자를 섭외하고, 방송내용에 대해서도 사전 논의를 거칩니다. 아이템을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죠. PD와 출연자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할 건 조율하고 그런 과정을 반드시 거칩니다. 출연자 맘대로 결정하게 하는 그런 PD는 없습니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PD들을 ‘모욕하는’ 주장과 발언은 삼가주길

제가 출연했던 프로그램 PD만 하더라도 (지난번 인사조치에 따라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 계시지만) 방송 전 매주 저와 아이템과 방송 내용 등에 대해 협의를 했습니다. 제 판단에 해당 PD는 ‘진보적인’ 쪽에 가까운 의식을 가진 분이었지만,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감안, 항상 ‘균형감각’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KBS노조가 특보를 통해 오히려 자신들을 그리고 KBS PD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일부 출연자의 발언이 KBS 전파를 타고 나가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KBS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책임의식을 갖고 현장에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KBS PD들에 대한 사실상의 ‘모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13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도 KBS노조와 비슷한 ‘주장’을 하시더군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출연자들의 ‘편향성’을 문제 삼는 ‘그들의’ 의식은 과연 공정할까. 전 제가 ‘편향적이지 않다’고 항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만 ‘편향적’인 건 아니지요. 문제는 ‘편향’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 ‘편향’이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 - 그거 아닐까요. 자신들의 관점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편향적이라고 ‘단정’하는 건, 그만큼 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편향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곰도리

[일상나누기]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더군요.

풍경 하나 : 28일 사무실 이사

지난 28일 <미디어스> 사무실이 이사를 했다. 같은 건물인데 좀더 넓은 평수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미디어스> 식구들이 모두 나와서 손수 짐을 옮겼다. (짐이 별로 없을 걸로 생각했는데 이런 … 이사하기 위해 꺼내보니 무슨 짐이 이리도 많은 지.)

새벽까지 촛불집회 상황을 취재하고 나온 기자들도 있어서 얼굴에 피곤기가 역력했다. 무엇보다 계속되는 촛불집회 취재로 다들 지쳐 있었다. 하지만 우리 형편에 좀더 넒은 평수로 이사간다는 사실 - 나름 ‘기대 반 설레임 반’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린 이날 열심히 이사를 했고, 청소를 했다. 지칠 정도로.

덕분에(?) 28일 하루 <미디어스> 기자들은 촛불집회 취재를 하루 쉬었다. 피곤이 누적이 돼 취재를 하기에는 너무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정리가 대충 마무리될 시간인 오후 6시 즈음, ‘오늘은 하루 쉬는 게 좋겠다’며 다들 퇴근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찰의 과잉진압에 부상당한 시민 ⓒ미디어스

집에 와서 씻고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깨어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시위 참석자들과 경찰들의 ‘충돌’로 부상자가 늘고 있단다. 정확히 말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많은 시민들이 부상당하고 있었다. 잠이 깼다.

‘지금이라도 다시 나가볼까.’ 생각은 그렇게 했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잠은 깼지만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이었다. 인터넷을 계속 검색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잠을 자려고 했는데 잠도 오질 않았다. 결국 술을 꺼냈다. 이른바 ‘소폭’. 이러면 잠이 들 것 같았다. 예상대로 잠이 들었다.

풍경 둘 : 29일 늦잠을 자다 그리고 ‘쉬다’

29일 오전 11시가 다 돼 일어났다. 이런! 데스킹을 보고 편집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런데 늦었다!

컴퓨터를 켜니 이미 편집은 돼 있었다. 28일 저녁 집회상황과 29일 새벽 상황까지 담은 기사가 <미디어스> 사이트에 올라 편집이 돼 있었다. 누가 남아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편집을 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윤모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역시 예상대로였다. <미디어스> 안현우 윤희상 안영춘 기자가 퇴근하지 않고 현장에 남아서 집회 상황을 체크했다. 많이 피곤하고 지쳤을 텐데 … ‘이들은’ 그냥 퇴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의 글이 있었고, ‘산사람’의 흔적도 사이트에서 엿보였다. 모두들 <미디어스>에 애정이 많은 사람들, 아니 선배들이다. 끝까지 남아서 현장을 지켰구나. 마음이 숙연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찰의 과잉진압에 부상당한 시민 ⓒ미디어스

상황을 살피기 위해 다시 인터넷을 검색했다. <미디어스> ‘우리가 미디어’에 올라있는 영상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노컷TV’가 찍은 영상 - 그 영상에는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전경으로부터 무참히 폭행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다른 사이트를 검색했다. 상황은 비슷했다.

씻고 짐을 챙기려는데 ‘인생의 동반자’가 손을 잡아 끈다. (참고로 난 신혼이다.)

- 오늘은 그냥 하루 쉬어.
- 어제 쉬었으니까 오늘은 나가야지.
- 나도 쉬는 게 편치는 않아. 그런데 우리라도 충전을 좀 해야 오래 버티지.
- …………….
- 하루도 못 쉬고 달려왔자나. 오늘은 한숨 돌린다 생각해. 몸 상태 안좋자나.
- 계속 마음에 걸리니까 … 그래도 될까.
- 난 자기가 하루 쉬고 좀 충전을 했으면 좋겠다.

‘인생의 동반자’ 말을 듣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좀 미안했다. ‘인생의 동반자’가 나보다 더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밀려있던 청소와 빨래를 함께 했다. 쓰레기와 먼지가 ‘한 트럭’ 나왔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장도 좀 봤다. 얼마만의 장보기인가.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샀다.

영화도 봤다. <쿵푸팬더>. 재미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마음 한편은 여전히 불편했다. 경찰에게 폭행당한 여성이 눈에 짓밟혔고, 취재를 하면서 기자들도 많이 부상을 당했다는 뉴스가 머리를 계속 짓눌렀다. 그러면서 웃기는 장면에선 열심히 웃었다. 뭐라고 그럴까. 그래, 맘이 참 복잡했다.

풍경 셋 : 그래도 맘이 좀 풀렸다. 고마워!

집으로 돌아오는 길 - ‘인생의 동반자’가 나를 쳐다보면서 이런 말을 한다.

“그래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다. 맘이 계속 불편하긴 했지만 … 어쨌든 고마워. 이제 힘내서 내일부터 열심히 일하자.”

사실 고마운 건 나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동안 내색 한번 하지 않은 ‘그’다. 평온한 일상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장보기였는데, 그거 하나 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다니 …. 오히려 내가 정말 고맙다.

집에 와서 상황을 체크해보니, 경찰이 29일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정부와 경찰의 강경대응 방침도 전해진다.

이번 주말 - 모처럼 이틀 연속 ‘쉬었다.’ 하지만 그동안 광화문에서는 촛불집회 이후 최대 부상자가 속출했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다. 쉬는 게 미안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찰의 과잉진압에 부상당한 시민 ⓒ미디어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곰도리

주민등록번호 기입하는 양식을 아예 없애자

가끔 KBS를 방문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일 때문에 그리고 가끔은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KBS에 갑니다. KBS를 출입하려면 반드시 작성해야 되는 출입신청서라는 게 있습니다. 방문자는 색깔이 없는 종이에 일정한 양식을 적어야 하구요, 방송출연자들은 붉은색 바탕의 종이에 출연신청서를 기입합니다.

예전에는 제가 KBS 출입기자였기 때문에 출입증만 있으면 ‘무사통과’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출입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KBS에 들어갈 때마다 출입신청서를 작성합니다. 그런데 KBS 출입신청서에는 다른 방송사에는 없는 ‘특이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공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면서 주민등록번호 적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어딜 가나 주민등록번호 요구하는 게 이제 관성화가 됐기 때문이죠. 주민등록번호 ‘만능주의’라고나 할까요. 아니 ‘남용’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KBS 출입신청서

하지만 방송사를 출입하는데 주민등록번호까지 적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구나 KBS는 출입신청서와 함께 개인 신분증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굳이 별도로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해야 할 필요가 더욱 없지요. 사실 어지간한 인터넷 사이트 가입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죠. 이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미디어스>도 회원가입을 하려면 주민등록번호 기입해야 하더군요.) 그런데 개인 신분증과 별도로 주민등록번호를 또 쓰라고 ‘요구’하는 건,  지나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죠.

KBS 출입신청서 기재란을 한번 볼까요. 우선 방문자의 성명란이 있고,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주소 또는 직장을 기입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옆에 개인 휴대폰을 기입하는 공간도 있네요. 만날 사람의 이름과 소속, 용무를 기입하는 공간과, 공무인지 일반인지를 기입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신청서를 작성한 다음 신분증과 함께 건네야 출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KBS가 국가기간시설인 만큼 방문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엔 전폭 공감합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를 이렇게 ‘상시적으로’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KBS에서 ‘볼 일’을 마치고 나오면 제 신분증은 돌려받지만 제가 작성한 출입신청서는 ‘KBS 소속’이 됩니다. 제가 돌려받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수년 간 KBS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적었던 신청서가 내내 마음 한 구석을 찜찜하게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도 궁금하구요, 혹시 휴지조각처럼 이곳저곳을 ‘날라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비록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그곳에 제 개인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만약 그것이 휴지조각처럼 여기저기 ‘팔랑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어떨까요. 별로 좋을 것 같진 않습니다. (정말 KBS는 출입신청서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EBS 출입신청서

MBC를 비롯해 SBS와 EBS 등 다른 방송사들은 출입 혹은 방문신청서를 작성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기껏해야(?) 생년월일을 적으라고 하는 게 고작입니다. 그런데 생년월일을 기입하라는 것도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체 방문하려는 사람의 생년월일을 알아서 뭘 하려는 걸까요. 선물이라도 주겠다는 건가. ^^. 암튼 한국 사회 어디서나 개인정보를 관성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좀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인권운동가 오창익씨는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삼인)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 주민등록번호. 하지만 번호를 매겨서 국민을 관리하는 나라, 그것도 번호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서 관리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국민은 국가의 존재이유이며, 각각의 국민이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숫자로 관리하는 것 자체가 헌법위반이라는 결론을 이미 25년 전에 내놓은 바 있다.”

그래서 제안 하나 할까 합니다. 방송사 출입신청서 양식, 이제 좀 바꿉시다. 우리네 일상생활 곳곳에 아직도 ‘전근대적인 잔재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부터 <미디어스> 회원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고 대체 방안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방송사들도 이제 ‘과거의 잔재’는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KBS는 공영방송 아닙니까. 공영이란 말의 의미를 너무 거시적으로만 사용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상적인 영역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공영적인 접근입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