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MBC노조와 합의 시도한 이유
[포커스] MBC사태를 보는 몇 가지 시선
묘한 형국이 됐습니다. ‘아군’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싸우고 ‘적군’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합의를 시도합니다. MBC 사태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와 김재철 MBC사장 그리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MBC노조)는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복잡한 함수처럼 보이지만 MBC 사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각각이 처한 입장을 살피고, 그 입장에 따른 딜레마가 무엇인지를 헤아리면 이해가 빠르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MBC 사태를 불러온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MBC 함수’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김재철 MBC사장이 ‘본부장 사퇴’를 약속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김재철 MBC사장이 MBC노조와 합의를 시도한 이유를 궁금해 합니다. 방문진이 선임한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제작본부장에 대한 사퇴를 노조에 약속하면서까지 김 사장이 노조를 설득하려는 이유가 무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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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철 MBC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PD저널 | ||
하지만 이 방법은 MBC 내부 반발은 물론 시민사회진영의 결집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의 장벽은 쉽게 걷어낼 지 몰라도, 다른 변수에 의해 MBC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노사 양쪽 모두 상처를 입을 건 불을 보듯 뻔하고 이 과정에서 MBC가 입을 타격은 매우 클 겁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스타일인 김재철 사장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김 사장 입장에선 노조를 어떻게든 설득을 하는 게 사태해결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까요. 김 사장은 ‘황희만·윤혁 본부장 사퇴’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핵심 참모들이긴 하지만, 김 사장이 직접 선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 하는데 따른 부담감이 크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황희만·윤혁 본부장이 김 사장과 잠재적 경쟁자라는 점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김 사장은 두 본부장을 ‘원위치’ 시키는 조치로 노조에 ‘성의 표시’를 하고, 이를 계기로 사태 해결을 모색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과 합의를 시도한 이유
그럼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과 합의를 시도한 이유는 뭘까요. 노조 역시 김재철 사장과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입니다.
원칙적인 입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번 MBC노조의 선택이 달갑진 않을 겁니다.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낙하산 사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총파업에 돌입하는 게 MBC사태 해결을 위한 지름길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제가 볼 때 총파업 돌입은 사태 장기화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재철 사장을 끝까지 반대하고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해서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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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철 MBC사장과 이근행 노조위원장(왼쪽)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PD저널 | ||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김재철 사장과 타협을 시도한다면 어느 지점에서 협상이 가능할까요. 저는 ‘황희만·윤혁 본부장 사퇴’ 선에서 절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위한 출발점이 그렇다는 말이고, 이후 단체협상 개정 등과 같은 문제는 MBC노조가 싸워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김재철 사장 입성 이후 벌어질 경영진과의 싸움이 ‘진짜 싸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원칙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있는 싸움판에서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MBC 사태의 진원지 방문진, 김재철 사장과 타협 가능할까
결국 문제는 방문진으로 귀결됩니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김재철 사장이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현재의 상황 - 방문진으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각에선 김재철 사장 입성을 위한 방문진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저는 과연 방문진이 그 정도의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방문진이 MBC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 한다면 김재철 사장의 카드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방문진 모양새가 볼썽사납게 됐기 때문입니다. 한번 보세요. ‘황희만·윤혁 본부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엄기영 전 사장을 퇴진시킨 게 방문진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직접 후임으로 선출한 김재철 사장이 사태해결을 위해 두 본부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방문진이 그동안 얼마나 사태를 꼬이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방문진이 ‘생각’이 있다면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김재철 사장과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현실적으로 사태해결을 위한 첫 걸음일수도 있는 ‘잠정 노사합의안’을 거부했을 때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는 지금 상황에서 MBC노조의 선택에 대한 실망과 비판보다, 방문진과 김재철 사장간의 ‘라운드 대결’을 주목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방문진이 ‘어떤 선택’을 하든 ‘곤혹스런 상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의 ‘대화와 타협 정신’을 배우는 게 어떨까 싶네요. 진정으로 하고픈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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