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MBC사태를 보는 몇 가지 시선

묘한 형국이 됐습니다. ‘아군’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싸우고 ‘적군’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합의를 시도합니다. MBC 사태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와 김재철 MBC사장 그리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MBC노조)는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복잡한 함수처럼 보이지만 MBC 사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각각이 처한 입장을 살피고, 그 입장에 따른 딜레마가 무엇인지를 헤아리면 이해가 빠르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MBC 사태를 불러온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MBC 함수’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김재철 MBC사장이 ‘본부장 사퇴’를 약속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김재철 MBC사장이 MBC노조와 합의를 시도한 이유를 궁금해 합니다. 방문진이 선임한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제작본부장에 대한 사퇴를 노조에 약속하면서까지 김 사장이 노조를 설득하려는 이유가 무얼까요.

   
▲ 김재철 MBC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PD저널
노조와의 합의 없이 얽혀 있는 MBC사태의 해법 마련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노조에 의해 출근을 못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 입장에서 ‘난국’을 가장 빠르게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공권력 동원일 겁니다. 출근 저지에 동참한 조합원들을 경찰을 동원해 끌어내고, 총파업에 돌입한 노조 집행부에 대한 강경방침을 밝히면 일이 쉽게(?) 풀리겠지요.

하지만 이 방법은 MBC 내부 반발은 물론 시민사회진영의 결집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의 장벽은 쉽게 걷어낼 지 몰라도, 다른 변수에 의해 MBC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노사 양쪽 모두 상처를 입을 건 불을 보듯 뻔하고 이 과정에서 MBC가 입을 타격은 매우 클 겁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스타일인 김재철 사장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김 사장 입장에선 노조를 어떻게든 설득을 하는 게 사태해결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까요. 김 사장은 ‘황희만·윤혁 본부장 사퇴’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핵심 참모들이긴 하지만, 김 사장이 직접 선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 하는데 따른 부담감이 크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황희만·윤혁 본부장이 김 사장과 잠재적 경쟁자라는 점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김 사장은 두 본부장을 ‘원위치’ 시키는 조치로 노조에 ‘성의 표시’를 하고, 이를 계기로 사태 해결을 모색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과 합의를 시도한 이유

그럼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과 합의를 시도한 이유는 뭘까요. 노조 역시 김재철 사장과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입니다.

원칙적인 입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번 MBC노조의 선택이 달갑진 않을 겁니다.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낙하산 사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총파업에 돌입하는 게 MBC사태 해결을 위한 지름길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제가 볼 때 총파업 돌입은 사태 장기화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재철 사장을 끝까지 반대하고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해서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는 말입니다.

   
▲ 김재철 MBC사장과 이근행 노조위원장(왼쪽)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PD저널
사실 김 사장과 타협점을 찾지 않고선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더구나 파업은 마지막으로 써야 할 카드입니다. 파업 돌입은 쉽지만 파업을 어떻게 접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파업에 돌입한다고 해서 MBC노조가 이번 싸움을 승리로 이끌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연대 고리를 약해진 데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자칫 MBC노조가 고립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김재철 사장과 타협을 시도한다면 어느 지점에서 협상이 가능할까요. 저는 ‘황희만·윤혁 본부장 사퇴’ 선에서 절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위한 출발점이 그렇다는 말이고, 이후 단체협상 개정 등과 같은 문제는 MBC노조가 싸워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김재철 사장 입성 이후 벌어질 경영진과의 싸움이 ‘진짜 싸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원칙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있는 싸움판에서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MBC 사태의 진원지 방문진, 김재철 사장과 타협 가능할까

결국 문제는 방문진으로 귀결됩니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김재철 사장이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현재의 상황 - 방문진으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각에선 김재철 사장 입성을 위한 방문진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저는 과연 방문진이 그 정도의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방문진이 MBC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 한다면 김재철 사장의 카드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방문진 모양새가 볼썽사납게 됐기 때문입니다. 한번 보세요. ‘황희만·윤혁 본부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엄기영 전 사장을 퇴진시킨 게 방문진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직접 후임으로 선출한 김재철 사장이 사태해결을 위해 두 본부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방문진이 그동안 얼마나 사태를 꼬이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방문진이 ‘생각’이 있다면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김재철 사장과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현실적으로 사태해결을 위한 첫 걸음일수도 있는 ‘잠정 노사합의안’을 거부했을 때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는 지금 상황에서 MBC노조의 선택에 대한 실망과 비판보다, 방문진과 김재철 사장간의 ‘라운드 대결’을 주목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방문진이 ‘어떤 선택’을 하든 ‘곤혹스런 상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의 ‘대화와 타협 정신’을 배우는 게 어떨까 싶네요. 진정으로 하고픈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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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MBC사태’가 장기화 할 태세다. 임원 선임을 둘러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방문진)와 엄기영 MBC사장의 힘겨루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방문진은 엄 사장의 인선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고, 엄 사장 역시 ‘사퇴 시사’ 발언을 하는 등 배수의 진을 쳤다.

양쪽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갈등하고 있지만 ‘의도’와 ‘진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엄기영 사장. 지난 21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엄 사장은 보도·제작·편성·경영본부장 등 각 본부장별로 2~3명의 후보를 제시했다. 하지만 경영본부장 인선안을 제외하고 모두 거부당했다. MBC 사장이 제출하는 임원 인선안에 대해 방문진이 동의해왔던 관례를 생각하면 굴욕이다. 그런데 엄 사장은 두 번이나 거부당했다. 이건 전례가 없는 굴욕이다.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에 앞서 김우룡 이사장이 노조 입장을 듣고 있다. ⓒMBC노동조합
엄기영 사장의 ‘진의’는 대체 무엇일까

그런데 이 굴욕, 충분히 예상됐다. 아니 솔직히 말해 엄 사장이 이런 굴욕을 감수하고 방문진의 재신임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우룡-엄기영 사전교감설’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방문진의 엄 사장 재신임은, MB정부와 방문진을 향한 엄 사장의 ‘백기투항’이었다. 자신이 먼저 사퇴서를 제출하고 주요 임원들이 경질되면서 얻은 재신임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일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지금 벌이고 있는 그의 ‘결사항전’이 예상치 못한 변수다.

엄기영 사장의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통상 이 정도 모욕을 당하면 사퇴하는 것이 수순”이라면서 “하지만 MBC 안팎에서 사퇴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는 아직 소수”라고 말했다. 엄 사장이 ‘식물사장’이라는 내외부 비난을 받으면서도 아직 방문진과의 논의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다.

이 논의 잘 될까. 가능성이 없다. 방문진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두 번이나 사장이 추천한 임원안을 부결시킨 의미가 뭘까. ‘백기투항’에서 ‘결사항전’ 태세를 보이고 있는 엄 사장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그렇다. 지금 방문진은 ‘엄기영 사장’을 주요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판단하고 있다. 방문진은 이미 ‘상처가 날 데로 난’ 엄기영 사장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에 앞서 엄기영 사장이 노조원 앞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MBC노동조합
그런 점에서 “엄기영 사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그를 재신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제 발로 걸어 나가게 하려는 야비한 음모”라는 MBC노조의 성명(21일)은 방문진이 겨누고 있는 칼끝이 어디인지를 짐작케 한다. 부담스러운 강제퇴진이라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되, 엄 사장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겠다는 것 아닌가.

문제는 현재와 같은 사태의 장기화가 엄기영 사장은 물론이고 MBC구성원에게도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MBC 안팎에선 엄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더라도 내년 2월 주총에서 사장교체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엄기영 사장의 ‘진의’는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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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18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엄기영 MBC사장은 결국 자리보존을 택했다.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호언은 허언이 됐다. ‘권력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며’ 그동안 엄 사장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던 많은 이들과 시민사회진영은 당분간 허탈한 심정을 달래야 할 것 같다. 엄기영의 ‘커밍아웃’이 MBC와 시민사회진영에 남긴 상처는 크다.

지난 10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방문진) 임시 이사회 결과는 MB정부의 ‘MBC장악’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방문진은 이날 엄기영 사장이 ‘재신임을 물어달라’며 제출한 MBC 경영진 8명 전원의 사퇴서 중에서 4명의 사표는 반려하고, 4명의 사표는 수리했다. 엄 사장과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문장환 기술본부장, 한귀현 감사는 살아남았지만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이재갑 TV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은 교체됐다.

사표가 반려된 이와 수리된 이를 보면 방문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보도·제작·편성·경영이라는 핵심 분야 이사들은 이번에 모두 경질됐다. 방문진은 그동안 업무보고와 이사회 등을 통해 〈뉴스데스크〉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고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문제 삼으며 재조사를 요구해 왔다. 이번 임원 교체는 향후 MBC의 보도·제작·편성 등에 큰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엄기영 사장이 보여준 행보다. 시민사회진영에선 왜 엄기영 사장이 사퇴서를 냈는지 의혹을 제기한다. 초기엔 엄 사장이 본부장들만을 내칠 수 없어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해석이 많았지만, 엄 사장이 유임 보장과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사퇴서를 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른바 ‘김우룡-엄기영 사전교감설’이다.

‘사전교감설’은 방문진이 엄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대신 보도·제작·편성·경영 등 핵심 임원들을 퇴진시키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거라는 게 요지다. 사실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의 강제퇴진’에 반대하며 방문진의 MBC 경영진 압박을 비판해왔던 MBC노조와 시민사회진영 입장에서 ‘사전교감설’은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전교감설’이 단순히 설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됐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표파동’은 MBC 구성원과 국민에 대한 엄 사장의 배신이자, 방문진과 MB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백기투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사장의 강제퇴진은 MB정부와 방문진 모두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방송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엄 사장을 강제 사퇴시킬 경우 국민적 저항은 물론이고 여론전에서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MB정부와 방문진 입장에서 ‘최상의 카드’는 엄 사장을 유임시키면서 주요 이사 및 간부교체를 통한 ‘MBC 길들이기’였다. 그것이 여론의 부담을 덜면서 MBC를 ‘친여방송’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엄 사장이 세간의 의혹대로 백기투항을 했다면 MB정부로 하여금 여론의 저항을 피하면서 ‘MBC 길들이기’에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길을 터 준 셈이다. 엄 사장 본인도 방문진의 결정을 전해 듣고 매우 당황했다고 하지만 이 말을 믿는 내부 구성원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연임을 대가로 MBC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향후 엄기영 사장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는 궤를 달리할 것”이라는 게 시민사회진영의 대략적인 분위기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향후 MBC가 어떻게 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방문진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질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새롭게 선임될 이사진을 통해 보도와 제작부문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엄 사장의 권한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이사회 직후 차기환 이사가 언급한 내용도 이런 예상을 가능케 한다. 차 이사는 “엄기영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 정수장학회 이사가 모여 후임 인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앞으로 방문진 입김이 상당히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이사진 선임 권한은 사장에게 있지만 4명의 핵심 이사들을 교체하는 대가로 ‘유임’을 얻은 엄 사장 입장에선 방문진의 의중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것으로 보이는 새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2기 엄기영호’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 개편 역시 새 이사진 선임 이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사들이 국장․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 인적쇄신을 통한 간부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간부 교체 이후에는 프로그램 통폐합이나 ‘사전검열’을 통한 방송 전반에 대한 압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MBC 안팎에서는 <뉴스데스크>는 물론 <PD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개편 대상 1순위’로 꼽고 있다.

MBC 노사관계가 긴장관계를 넘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MB정부와 방문진의 압박에 노사가 큰 틀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해 왔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거라는 걸 의미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MBC노조)는 이미 “엄기영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신임’을 선언했고, 김우룡 이사장 퇴진투쟁과 새 이사진들에 대한 출근거부 투쟁까지 밝힌 상태다.

문제는 MBC노조의 투쟁 동력이 얼마나 가동될 수 있느냐다. MBC노조는 김우룡 이사장 퇴진 투쟁을 진행하면서 엄기영 사장과도 대척점에 서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시민사회진영의 MBC에 대한 시선이 달갑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엄 사장이 정권의 ‘MBC 장악’ 의도에 맞서 정면으로 맞섰다면 ‘연대투쟁’에 나서겠지만 스스로 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MBC를 지켜줄만한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YTN은 물론 KBS와 SBS까지 이미 방송계가 대부분 ‘친여적’으로 재편된 상황이란 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MBC노조의 투쟁이 그만큼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MB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 반대를 위한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의 총파업 투표 부결은 MBC노조 입장에선 악재 중의 악재다. 지난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주축세력 중의 하나였던 전국언론노조 SBS본부(SBS노조)는 차기 위원장 선출을 두고 재공고를 낼 정도로 내부 기반이 약화돼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KBS YTN에 이어 MBC까지 ‘친여성향’으로 재편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MBC노조가 처한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는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진영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사진 (위)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 (아래) 엄기영 MBC사장 <사진제공=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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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취중진담] 그들의 ‘중도실용’은 성공할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성공하기를 바랐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개인적인 차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무사히 국무총리 인준을 통과하는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개인 차원의 성공이라면 그는 벌써 성공했다고 보는 게 옳다.

내가 말하는 성공은, MB정부의 노선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인 중도실용 노선’으로 가도록 하는 걸 말한다. 정운찬은 그런 역할을 일정부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가 MB정부가 방향전환을 하는데 있어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했을 때 민주당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환골탈태를 도울 수 있다고 믿었다.

정운찬 총리가 MB정부 ‘개혁’을 견인할 수 있을까

지금 보면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이전부터 제기된 ‘그’에 대한 갖가지 의혹 - 그 의혹들을 보면서 “대체 정운찬 총리가 MB정부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종합하면 그는 ‘총리 후보자’가 아니라 ‘범법 의혹자’라는 단어가 더 적합했다.

소득세 탈루, 인세 수입누락, 병역기피, 위장전입, 모 기업체 대표로부터 용돈(?) 1000만원 수수 등 여러 의혹이 불거졌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명된 건 없었다. 자신이 한 말을 연이어 뒤집기도 했고, 증빙자료는 내지 않은 채 무조건 “믿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청와대의 반응이다. MB정부가 정운찬에 기대한 게 있다면 그의 ‘개혁성’과 ‘도덕성’일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필요했든 아니면 외형적인 장식품이었건. 그렇다면 정운찬의 장점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상당부분 증발한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계속 ‘고고고’를 외쳤고 결국 29일 한나라당 단독으로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정운찬 카드를 통해 MB정부가 얻고자 한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정운찬 ‘그’는 대체 MB정부에서 무엇을 실현하고자 했던 걸까. ‘망가진 정운찬’을 보며, 그가 국무총리라는 자리를 ‘어떤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자리보존’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이내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그’에 대한 기대를 접기로 했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도움이 된다고 봤다.

엄기영 사장의 ‘우향우’ 행보

엄기영 MBC 사장의 최근 행보도 정운찬 국무총리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엄 사장은 청와대와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자신의 사퇴를 압박할 때만 해도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방문진이 ‘조건부 재신임’ 결정을 내린 이후 지나치게 최대주주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런 우려는 방문진이 엄 사장 유임 조건으로 단체협약 개정과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을 요구할 때부터 제기됐다. 엄 사장이 어느 수준까지 방문진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노조가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 - 이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하지만 엄 사장은 노조와 방문진의 입장을 중재한 ‘중도노선’이 아닌 ‘우향우’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문진 일부 이사가 요구하고 있는 〈PD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극우 보수 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사내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엄 사장이 사내외에 수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엄 사장의 조급증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한 몫 하고 있다. MBC는 지난 18일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MBC 미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경영진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 미래위원회 논의 사항을 사내외에 공표하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엄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정운찬의 행보와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엄 사장은 방문진으로부터 ‘조건부 유임’을 받았지만, 엄밀히 말해 MBC노조와 시민사회로부터도 ‘조건부 신임’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노조와 시민사회가 엄기영 사장 결사반대를 표명했다면 그가 현재 MBC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을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노조와 시민사회의 조건부 재신임은, ‘그’가 MBC 사장으로 있을 경우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와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엄 사장이 처한 ‘딜레마’를 고려하되,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주기를 바랬던 것 - 바로 그것이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이 공개편지를 쓴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 사장은 이런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양새다. 정운찬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처럼 이제 ‘그’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하는 걸까. 아직 미련은 조금 남겨 두련다. 대신 “이런 식이라면 대체 엄 사장은 무엇을 위해 공영방송 MBC의 수장이라는 중차대한 직책을 지키고 앉아 있는가”라는 노조의 성명서를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본다.

MBC의 ‘우향우’는 굳이 ‘그’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진짜 중도실용적인’ 모습을 그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인 걸까. 

<사진(위)> 경향신문 9월22일자 1면
<사진(아래)> MBC 노사가 지난 18일 미래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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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 이 글은 <시사IN> 103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MB정부의 야심작 ‘언론장악 시즌1’이 종영했다. ‘시즌2’가 개막했지만 ‘시즌1’에 비해 흥행 가능성은 낮다. 일찌감치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데다 대본의 완결성을 두고 평론가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에 전편의 막장드라마 성격까지 고스란히 답습한 점도 흥행 부진을 예고한다.

‘언론장악 시즌2’는 YTN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작사’ MB정부는 구본홍 전 사장 대신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배석규 YTN 전무를 주연배우(사장 직무대행)로 기용했다. 파격이었다. 그래서일까. 배석규 직무대행의 오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멀쩡한 보도국장을 갑자기 교체하더니 보도국 취재기자 5명을 지역으로 ‘보복성’ 발령 내고, <돌발영상> 팀 인사를 단행했다. 급기야 용역을 앞세워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을 비롯한 해직자 6명의 회사 출입을 봉쇄하기까지 이른다. 마치 막장드라마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기세다.


‘시즌2’의 또 다른 주인공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새로운 이사들로 구성된 ‘연출자’ 방문진은 MBC 보도프로그램과 경영진에 불만을 쏟아내며 주연배우 엄기영 사장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주연배우 교체는 연출자의 권한이지만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대부분 MBC 선임자 노조나 보수언론,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에서 제기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점이다. 엄기영 사장 교체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도 논란이다. ‘특정 제작사’의 입장을 고려한 무리한 교체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즌2’의 세 번째 주인공은 KBS다. KBS는 새로운 주연배우를 캐스팅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언론장악 시즌1’의 핵심 주연으로 맹활약한 이병순 사장이 최근 내외부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하차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병순 사장은 ‘시즌2’에서도 주인공을 맡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내외부의 혹평과 함께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단적인 예가 <시사IN>이 최근 실시한 매체신뢰도 조사다. 이 조사에서 KBS(29.9%)는 MBC(3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2007년 같은 조사에서 KBS는 43.1%로 1위를 차지했다. 본인이 주연을 맡은 이후 KBS가 종합 순위에서 밀리면서 신뢰도도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이병순 사장이 ‘시즌2’에서 주연을 계속 맡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언론장악 시즌2’의 흥행 참패는 ‘제작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MB정부 탓이 크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무리하게 ‘YTN 주연급 배우’로 기용해 논란을 자초하더니,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MBC 주인공’은 무리하게 하차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본이라도 탄탄하면 모르겠는데 ‘시즌1’과 특별한 차별화 없이 그냥 막장드라마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모양새다. 어쩌면 흥행 참패는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해 MB정부의 ‘언론장악 시즌1’도 다소 흥행은 했을지 몰라도 실패라고 보는 게 옳다. 1년이 넘도록 방송사 장악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장악된’ 곳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주연배우만 바뀐 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YTN과, 나름 성공적으로 장악했다고 평가받았던 KBS의 최근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는 ‘MBC 장악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언론장악 시즌2’는 깃발을 올리지 말아야 했다.

<사진설명> 지난달 27일 오전 8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YTN 정문 앞에서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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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계의 새로운 전열정비가 시급하다

구본홍 YTN사장의 사퇴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볼 것인가는 잠시 유보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사퇴에 대한 평가보다 사퇴가 가진 함의를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구본홍 사장의 사퇴는 “정권의 무리한 방송장악 기도가 결국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제 곧 방송장악과 민영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MBC 구성원들이 ‘대동단결’ 한다면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는 막아낼 수 있는 걸까. 일면 동의를 하지만 수긍하긴 어렵다. 구본홍 사퇴는 그렇게 간단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점’에서 출발하는 YTN … 쉽지 않은 싸움 예고

우선 ‘포스트 구본홍’ 이후 YTN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낙하산’ 구본홍은 물러갔지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비롯한 YTN의 현안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만약 ‘비낙하산’ 출신의 강성 사장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YTN은 다시 1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점에서 출발하지만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구본홍 카드’로 실패를 경험한 MB정권이 밟을 다음 수순이 뭘까. 단정은 이르지만 민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구본홍 사퇴’ 이후 MB정권이 민영화 카드를 꺼내든다면 이후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한다. 수장 교체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는 방식이 아닌 ‘방송계 판’ 자체를 흔들면서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오늘자(4일)에서 YTN민영화 문제를 끄집어 낸 맥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YTN 민영화는 해고자 복직 문제와 보도PP채널 그리고 YTN노조의 무력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다. 아마도 후임 사장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성품(?)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YTN노조 입장에선 보다 더 힘든 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의 ‘아킬레스건’ 민영미디어렙 … ‘대동단결’ 가능할까

YTN민영화는 MBC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을 던져준다. 수장 및 간부진 교체에 따른 MBC 장악은 엄기영 사장의 의지와 MBC 내부의 동력이 뒷받침 된다면 ‘저지될’ 가능성이 많다.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 입장에서도 쉬운 싸움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MBC민영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한겨레가 지난 3일 지적했듯이 MBC민영화는 방송공사법 및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동시에 형식적․내용적 틀거리가 만들어진다. 방송공사법 제정으로 MBC를 공영방송 범위에서 밀어낼 경우 MBC가 선택할 경우의 수는 거의 없다. MBC가 광고를 포기하고 공영미디어렙을 선택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그럼 남는 건 민영미디어렙 밖에 없다. 하지만 민영미디어렙 선택은 MBC 입장에선 화약고나 다름 없다. 민영미디어렙은 MBC의 정체성을 공영방송이 아닌 상업방송으로 규정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MBC민영화에 불을 지피게 된다. 더구나 민영미디어렙은 서울MBC와 지역MBC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부딪히는 지점이다. MBC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방문진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문진의 여당 쪽 이사들은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MBC경영진 교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반면 경영합리화와 민영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영진 교체 논란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방문진이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MBC의 수장교체를 잠시 유보하고, ‘방만경영’을 이슈로 삼아 민영화 논란에 불을 지핀다면 어떻게 될까. MBC는 물론이고 노조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방송계 판 흔들기 통한 ‘제2의 방송장악’을 들고 나온 이유

‘방송계 재편’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MB정권이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 밖이라는 얘기다. 예상을 깨고 빠른 결단을 내린 이유가 뭘까.

의도하는 바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이유보다는 빠른 결단을 내리게 만든 원인에 더 주목이 간다. 역지사지. 내가 정권 입장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당과 언론노조, 언론사 내부의 ‘풍경’이 지리멸렬하다. 밀어붙이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100일 장외투쟁에 돌입했지만 별다른 전망이나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 추가 공개 따위로 여론전을 끌어가려 하지만 날치기에 대한 전권은 이미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상황. 더구나 동영상 추가공개는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정부 여당 쪽에 손을 들어준다면? 게임 오버다.

언론노조는 어떨까. 총파업을 접고 보도투쟁을 선언했지만 이걸 과연 ‘보도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방문진 구성에 따른 논란은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아예 보도조차 안되고 있으며 미디어법 날치기 논란 역시 철저히 정치공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구본홍 사장의 전격 사퇴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바라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구본홍 사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방송계 재편’이 시작될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제2의 방송장악’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사진(위)=사퇴한 구본홍 YTN 사장>
<사진(아래)=한겨레 8월4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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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줄서기는 파벌을 낳고 파벌은 분열을 양산한다

8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 한 대목.

“이미 구영회 전 삼척MBC 사장, 김재철 전 울산MBC 사장, 신종인 전 부사장 등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새롭게 선임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평가를 다루고 있는 이 기사는 엄기영 사장의 교체 여부로 마무리를 지었다. 방문진 이사진 교체와 MBC 현 경영진 교체가 마치 동의어가 된 듯하다. 엄 사장의 임기는 2011년 2월까지다. 하지만 동아는 해당 기사에서 차기 사장 후보 명단까지 적시했다. 무슨 의미일까. 교체의 기정사실화다.

엄기영 사장의 ‘결사항전’과 새 방문진의 선택

교체작업, 순조롭게 진행될까.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6명이 ‘친여성향’이고, 뉴라이트 인사들까지 이사에 포진했으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단정은 이르다.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변수는 다름 아닌 엄기영 사장이다. 지난 7월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엄 사장은  3일 “회사 안팎에서 많은 논란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느 정파, 어느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외부에서 가해오는 ‘MBC 압박’에 정면대응 의지를 밝힌 셈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자신의 남은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결사항전.

이 대목에서 다시 질문 하나.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물론 새 방문진은 엄 사장을 합법적으로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해임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사안의 성격은 달라진다. ‘정치적인 이유’로 임기가 남은 방송사 사장 교체를 시도할 경우 특히 그 결정에 불복, 엄 사장이 결사항전 태세로 나올 경우 얘기는 더욱 달라진다.

청와대와 방문진보다 ‘내부의 적’이 문제다

우선 임기가 남은 사장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방문진의 시도가 ‘합리적인가’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조중동의 ‘지원사격’을 고려해도 정부가 여론전에서 유리할 거라는 장담도 할 수 없다. 가변적이긴 하지만 엄기영 사장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생각 외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압받는 언론인 이미지가 더해진다면? 엄 사장의 결사항전 의지에 변화만 없다면 이 변수는 생각 외로 파괴력이 클 수 있다.

엄 사장 의지에 변화가 없다는 걸 전제로 할 경우 문제는 MBC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이 말은 만약 MBC가 정권이나 권력에 의해 장악이 된다면 그건 ‘외부의 압박’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내부의 분열’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내부 분열은 멀리 있지 않다. 당장 MBC 이사회 구성을 놓고 분열이 발생할 여지는 많다. MBC 이사회는 지금까지 사장이 ‘권한’을 행사해왔다. MBC 사장이 이사진 후보 명단을 방문진에 제시하면, 방문진은 이를 거의 그대로 수용해 온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새 방문진은 이 관행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직접 이사진을 구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방문진이 직접 이사진을 꾸리면 어떻게 될까. 일차적으로 MBC의 무게중심이 사장보다는 방문진 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엔 MBC 구성원들의 방문진 줄서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포스트 엄기영’을 생각하고 있는 일부 사장 후보들의 방문진 줄서기가 가시화 될 가능성도 있다. 동아의 기사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다.

그 다음 수순은? 예상대로다. 줄서기는 파벌을 낳고 파벌은 내부 분열로 이어지며 이는 곧 MBC의 ‘효율적 통제’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부문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런 상황이 초래되면 엄기영 사장의 결사항전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 역의 상황도 마찬가지. 구성원들이 결사항전 의지를 보이더라도 엄 사장이 태도를 바꾸면 역시 무용지물이다.

정리하면 이런 얘기다. 권력 또는 방문진의 MBC 장악여부는 청와대나 방문진의 ‘의지’보다는 MBC 내부의 동력에 있다. 지금 MBC는 그 동력을 제대로 가동시키고 있는가. MBC에 묻는 질문이다.

<사진(위)> = 동아일보 8월1일자 8면
<사진(아래)> = 엄기영 MBC 사장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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