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2010년 1월1일∼2010년 1월9일
김종민의 화려한 부활, 예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나
2010년 예능의 출발은 김종민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마다 그가 빠짐없이 등장하는걸 보면서, 올해 김종민이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종민은 지난 3일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에 등장한 것을 비롯해 ‘남자의 자격’에서도 잠깐(?) 모습을 비췄고, 〈상상더하기〉(5일)에도 출연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해피투게더3〉에서 김종민이 출연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다해 씨가 그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이유를 언급하면서 거의 출연한 거나 마찬가지인 듯한 효과를 냈다는 겁니다. 자고로 2010년 예능계에서 김종민이 어떤 활약을 펼칠 지 벌써부터 주목이 되네요.
지난 3일과 9일 〈무한도전〉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메시지는 왜 〈무한도전〉이 ‘무한도전’인가를 여실히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뭥미쌀’을 출연진 가운데 고마운 사람에게 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의좋은 형제’는 2009년 한 해를 보내면서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9일 방송에선 ‘상황을 뒤집어’ 가장 서운한 사람 집 앞에 쓰레기를 갖다놓도록 했는데요,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사람과 인간에 대해 성찰을 하게 만드는 게 〈무한도전〉의 힘인 듯 합니다. 올해도 그 힘은 강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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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
강세를 보이고 있는 SBS 〈강심장〉은 올해에도 아이돌 스타 구하라의 성형 고백으로 강세를 이어갔고, 경쟁 프로그램인 KBS 〈상상더하기〉 역시 유이의 성형고백(?)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이 보여주는 해학과 풍자의 역설은 2010년에도 여전했고, ‘천하무적 야구단’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새해가 밝았어도 식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논란이 됐던 멧돼지 포획 코너 대신 ‘에코하우스’를 선보였습니다. 공익을 표방한 ‘일밤’이 2010년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지 주목됩니다.
‘유이-박재정’ ‘황정음-김용준’ 커플이 하차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선호-황우슬혜 커플이 새롭게 등장했는데요, 이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선호는 지난해 〈탐나는도다〉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할 만큼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황우슬혜 역시 영화 등을 통해 주목을 받았던 터라 이들이 20대 초반의 ‘가인-조권’ 커플과 어떤 차별화 된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갑니다. ‘나이가 찬’ 이들이 좀 더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예능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건 KBS 〈미녀들의 수다〉였습니다. 지난해 ‘루저 발언’으로 후폭풍을 앓았기 때문인지 포맷도 바뀌었고, 프로그램의 내용도 전반적으로 ‘온건’해 졌습니다. 건전해(?)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평가는 좀 더 두고 본 후에 해야겠지만, 일단 지난 4일 방송만 보고 얘기한다면 전반적으로 예능이라는 느낌보다는 ‘계몽 프로그램’ 성격이 강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정부가 제작한 홍보물을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요. ‘법무부와 함께하는 교통문화 에티켓’이 포함돼 있는 데다, 프로그램 중간에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나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사교양, 한국인과 ‘그들’의 삶을 주목하다
새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주목한 것은 한국인이었습니다. 시기적 특성 때문일까요? 인문다큐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SBS가 지난 3일 ‘출세’ 4부작 가운데 1부를 시작했고, KBS 〈추적60분〉은 2부작으로 외국인이 본 한국과 한국인을 조명했습니다. 두 프로그램은 2010년을 맞아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는데 초점을 둔 것 같습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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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출세 4부작' ⓒSBS |
시사교양은 한국인 외에도 인문 다큐적인 측면이 강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MBC 스페셜〉 ‘담배, 편의점에서 길을 묻다’(1월1일 방송)와 지난 2일과 3일 KBS에서 방송된 ‘습관 2부작’은 인간 습관에 대한 다른 접근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MBC 스페셜〉이 흡연을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KBS ‘습관 2부작’은 인간의 다양한 습관을 개인의 행태에 초점을 맞춰 풀어냈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외에도 SBS 〈뉴스추적〉(1월6일 방송)은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의 힘겨운 생활과 고민을 담아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지난 8일 방송된 〈아마존의 눈물〉(MBC) 1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브라질 북부 파라(Para)주에서 문명세계와 접촉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조에족의 삶을 조명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프롤로그’ 격에 해당하는 방송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도 몸길이가 10미터를 넘는 지상 최대의 뱀 아나콘다를 비롯해 악어 등의 장면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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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아마존의 눈물> ⓒMBC |
인문다큐 성격의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MBC 〈PD수첩〉(1월5일)은 ‘정통시사다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PD수첩〉은 2010년이 지방선거가 있는 해인 동시에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0년째 되는 해라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특히 심층적 탐사보도 기법인 CAR(Computer-Assisted Reporting)를 활용해, 2005년에서 2008년 사이 지방선거 후보등록자의 국회의원들 정치 후원금 총액을 분석한 것이 특징입니다.
굵직한 프로그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KBS 〈책 읽는 밤〉(1월4일)도 포맷 변경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전문가 중심으로 토론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독서토론회 등 일반인들을 토론에 참여시킨 것이 주목을 끕니다. 월요일로 방영시간을 옮기면서 시간대를 앞당겼네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한국과 한국인을 주목한 반면, 〈책 읽는 밤〉은 세계를 주목했습니다. 지난 4일에선 중국 관련 서적을 가지고 토론을 벌였는데 내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지 못했다면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월화 드라마의 치열한 경쟁, ‘추노’의 강세
드라마는 월화드라마의 치열한 경쟁, KBS 〈추노〉의 강세로 요약이 됩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아무래도 지난해 초강세를 보였던 MBC 〈선덕여왕〉의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아닐까요. 그런데 당분간 절대강자의 등장은 어려운 것 같고 당분간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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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KBS |
사실 SBS 〈제중원〉과 KBS 〈공부의 신〉 MBC 〈파스타〉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모두 볼만한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세 드라마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보지 못한 드라마는 주말 재방송을 이용하든가 아니면 ‘돈을 지불하고’ 인터넷에서 봐야 하니까요. 볼만한 드라마들을 왜 같은 시간대에 편성해서 이렇게 시청자들을 약 올리게 할까 - 그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아무튼 이 세 드라마는 각각 시청층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서 ‘삼분할 구도’가 ‘일극 체제’로 좁혀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백정이 신분의 장벽을 넘어 구한말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의 의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SBS 〈제중원〉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지지를 많이 받았고,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음식을 배경으로 남녀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MBC 〈파스타〉는 예상대로 30대 특히 그 중에서도 여성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꼴통’ 고등학생들의 명문대 입학기를 그린 KBS 〈공부의 신〉은 겨울방학 특수 효과 때문인지 10대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네요. 40대 여성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을 많이 본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SBS는 월요일과 화요일 밤 9시대에 드라마 〈별을 따다줘〉를 편성했는데 최정원이 망가지는 캐릭터로 나온 점이 눈길을 끕니다. 9시대 ‘드라마 편성’이라는 SBS 전략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지 기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방영되기 전부터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던 KBS 〈명가〉 역시 순탄하게 출발을 하는 듯한 양상입니다. 지난 2일과 3일 그리고 9일 방송을 지켜봤을 때 우려했던 ‘정치적 논란’은 등장하질 않았습니다. 이런 우려가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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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수목드라마 <추노> ⓒKBS |
새해를 강타한 드라마는 무엇보다 KBS 〈추노〉였습니다. <추노>는 기존 왕정 중심사극과 달리 ‘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차별화를 꾀했고, 도망간 노비를 쫓는 인간 사냥꾼(추노꾼)의 이야기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은 작품입니다. 특히 장혁, 이다해, 오지호 등 주연 배우들과 공형진, 조미령, 윤문식 등 조연들의 빼어난 연기력 그리고 드라마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영상 등이 어우러지면서 1회와 2회 모두 20%가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세대로라면 30%를 넘기는 건 시간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추노〉가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점도 주목해서 들여다 볼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