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협상파’의 입지를 좁히지 말라

“쓰나미다.”

‘김재철 사장 인선안’에 대해 MBC 한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논평은 단순히 외형적 규모가 크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내용적 측면의 ‘물갈이’가 ‘쓰나미’ 같다는 얘기입니다.

‘김재철 인선안’, 그러니까 28개 관계사(지역MBC 19개, 자회사9개) 사장 가운데 21개 관계사 (지역MBC 16개, 자회사 5개) 사장을 교체하는 안을 살피면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비호남 △고려대 △최문순·엄기영 색깔 걷어내기가 그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MBC 관계자의 표현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종합한 것입니다.

‘김재철 인선안’의 문제점


이번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평가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지역MBC 사장 인선에서 성과나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특히 일부 지역MBC 사장의 경우 임기동안 상당한 경영성과를 냈음에도 이번 인사에서 교체됐습니다.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사실상 ‘경질’을 당한 셈입니다.

‘경영평가 무시’와 한 축을 이루는 게 ‘보은인사’입니다. 공정방송노조 활동으로 징계를 받은 정수채 전 위원장이 이번에 MBC 프로덕션 이사로 선임된 것 대표적입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MBC 프로덕션 사장에 공정방송노조 출신 윤혁 제작본부장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경영성과는 무시하고 ‘측근들’은 중시한다? 이번 인사를 두고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전, 이번 인사에서 원칙과 기준 이런 것보다 ‘승자 독식주의’의 문제점을 말하고 싶더군요. 비호남과 고려대 출신 부각도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저는 이보다 ‘최문순·엄기영 사람 걷어내기’가 더 문제라고 봤습니다. 물론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습니다. 새로운 사장이 되면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을 기용하는 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 인사권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아니 원칙과 기준 이런 말보다 저는 ‘상식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누가 봐도 경영성과가 뚜렷한 사람을 내치고 ‘정치 색채’가 뚜렷한 사람을 기용한다는 건, 상식보다는 당파성이 작용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최문순·엄기영 체제’에서의 김재철 사장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런 ‘상식’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김재철 사장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최문순·엄기영 체제’에서 김재철 사장이 코드가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 지역MBC 사장으로 재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상식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 아닐까요. 김재철 사장만이 아니라 이번에 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런 ‘혜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전임 사장들은 ‘노선’은 달랐지만 인사에 있어 최소한의 ‘균형’은 유지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김재철 인선안’에서 이런 최소한의 균형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물론 일부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만,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게 MBC 안팎의 전언입니다.

이번 인선안이 ‘김재철-이근행 조건 합의 이후’에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노조가 속은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앞으로 MBC노조의 행보를 일단 지켜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MBC노조가 원칙과 기준을 버리고 김재철 사장과 무턱대고 타협할 거라고 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MBC노조의 건강성을 저는 믿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무엇을 의도했을까

개인적으로 김재철 사장이 무엇을 의도했는지가 더 궁금하더군요. 여러 해석들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 노조와 방문진을 동시에 달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희만-윤혁 본부장’을 원위치 시키는 카드를 통해 노조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이번 인사를 통해 ‘정권과 방문진을 비롯한 보수층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지난 8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 짐작하겠지만 보수층 일각에서 김재철 사장의 최근 행보를 못마땅해 하고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 입장에선 이들을 달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문제는 김재철 사장의 이런 ‘줄타기’가 MBC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솔직히 이번 인선안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설득할거라면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고 싶네요. 앞서 언급했지만 기준과 원칙도 없는, 더구나 전임 사장들에 비해 ‘그다지 상식적이지도 않은’ 인사를 가지고 MBC 구성원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왕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을 했다면 좀 더 전향적인 방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파국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맨위=지난 8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 모습 / PD저널>
<사진 중간=김재철 MBC사장 / PD저널>
<사진 아래=조선일보 3월8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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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MBC사태’가 장기화 할 태세다. 임원 선임을 둘러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방문진)와 엄기영 MBC사장의 힘겨루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방문진은 엄 사장의 인선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고, 엄 사장 역시 ‘사퇴 시사’ 발언을 하는 등 배수의 진을 쳤다.

양쪽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갈등하고 있지만 ‘의도’와 ‘진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엄기영 사장. 지난 21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엄 사장은 보도·제작·편성·경영본부장 등 각 본부장별로 2~3명의 후보를 제시했다. 하지만 경영본부장 인선안을 제외하고 모두 거부당했다. MBC 사장이 제출하는 임원 인선안에 대해 방문진이 동의해왔던 관례를 생각하면 굴욕이다. 그런데 엄 사장은 두 번이나 거부당했다. 이건 전례가 없는 굴욕이다.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에 앞서 김우룡 이사장이 노조 입장을 듣고 있다. ⓒMBC노동조합
엄기영 사장의 ‘진의’는 대체 무엇일까

그런데 이 굴욕, 충분히 예상됐다. 아니 솔직히 말해 엄 사장이 이런 굴욕을 감수하고 방문진의 재신임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우룡-엄기영 사전교감설’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방문진의 엄 사장 재신임은, MB정부와 방문진을 향한 엄 사장의 ‘백기투항’이었다. 자신이 먼저 사퇴서를 제출하고 주요 임원들이 경질되면서 얻은 재신임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일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지금 벌이고 있는 그의 ‘결사항전’이 예상치 못한 변수다.

엄기영 사장의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통상 이 정도 모욕을 당하면 사퇴하는 것이 수순”이라면서 “하지만 MBC 안팎에서 사퇴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는 아직 소수”라고 말했다. 엄 사장이 ‘식물사장’이라는 내외부 비난을 받으면서도 아직 방문진과의 논의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다.

이 논의 잘 될까. 가능성이 없다. 방문진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두 번이나 사장이 추천한 임원안을 부결시킨 의미가 뭘까. ‘백기투항’에서 ‘결사항전’ 태세를 보이고 있는 엄 사장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그렇다. 지금 방문진은 ‘엄기영 사장’을 주요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판단하고 있다. 방문진은 이미 ‘상처가 날 데로 난’ 엄기영 사장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에 앞서 엄기영 사장이 노조원 앞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MBC노동조합
그런 점에서 “엄기영 사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그를 재신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제 발로 걸어 나가게 하려는 야비한 음모”라는 MBC노조의 성명(21일)은 방문진이 겨누고 있는 칼끝이 어디인지를 짐작케 한다. 부담스러운 강제퇴진이라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되, 엄 사장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겠다는 것 아닌가.

문제는 현재와 같은 사태의 장기화가 엄기영 사장은 물론이고 MBC구성원에게도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MBC 안팎에선 엄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더라도 내년 2월 주총에서 사장교체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엄기영 사장의 ‘진의’는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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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18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엄기영 MBC사장은 결국 자리보존을 택했다.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호언은 허언이 됐다. ‘권력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며’ 그동안 엄 사장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던 많은 이들과 시민사회진영은 당분간 허탈한 심정을 달래야 할 것 같다. 엄기영의 ‘커밍아웃’이 MBC와 시민사회진영에 남긴 상처는 크다.

지난 10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방문진) 임시 이사회 결과는 MB정부의 ‘MBC장악’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방문진은 이날 엄기영 사장이 ‘재신임을 물어달라’며 제출한 MBC 경영진 8명 전원의 사퇴서 중에서 4명의 사표는 반려하고, 4명의 사표는 수리했다. 엄 사장과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문장환 기술본부장, 한귀현 감사는 살아남았지만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이재갑 TV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은 교체됐다.

사표가 반려된 이와 수리된 이를 보면 방문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보도·제작·편성·경영이라는 핵심 분야 이사들은 이번에 모두 경질됐다. 방문진은 그동안 업무보고와 이사회 등을 통해 〈뉴스데스크〉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고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문제 삼으며 재조사를 요구해 왔다. 이번 임원 교체는 향후 MBC의 보도·제작·편성 등에 큰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엄기영 사장이 보여준 행보다. 시민사회진영에선 왜 엄기영 사장이 사퇴서를 냈는지 의혹을 제기한다. 초기엔 엄 사장이 본부장들만을 내칠 수 없어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해석이 많았지만, 엄 사장이 유임 보장과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사퇴서를 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른바 ‘김우룡-엄기영 사전교감설’이다.

‘사전교감설’은 방문진이 엄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대신 보도·제작·편성·경영 등 핵심 임원들을 퇴진시키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거라는 게 요지다. 사실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의 강제퇴진’에 반대하며 방문진의 MBC 경영진 압박을 비판해왔던 MBC노조와 시민사회진영 입장에서 ‘사전교감설’은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전교감설’이 단순히 설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됐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표파동’은 MBC 구성원과 국민에 대한 엄 사장의 배신이자, 방문진과 MB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백기투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사장의 강제퇴진은 MB정부와 방문진 모두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방송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엄 사장을 강제 사퇴시킬 경우 국민적 저항은 물론이고 여론전에서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MB정부와 방문진 입장에서 ‘최상의 카드’는 엄 사장을 유임시키면서 주요 이사 및 간부교체를 통한 ‘MBC 길들이기’였다. 그것이 여론의 부담을 덜면서 MBC를 ‘친여방송’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엄 사장이 세간의 의혹대로 백기투항을 했다면 MB정부로 하여금 여론의 저항을 피하면서 ‘MBC 길들이기’에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길을 터 준 셈이다. 엄 사장 본인도 방문진의 결정을 전해 듣고 매우 당황했다고 하지만 이 말을 믿는 내부 구성원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연임을 대가로 MBC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향후 엄기영 사장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는 궤를 달리할 것”이라는 게 시민사회진영의 대략적인 분위기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향후 MBC가 어떻게 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방문진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질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새롭게 선임될 이사진을 통해 보도와 제작부문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엄 사장의 권한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이사회 직후 차기환 이사가 언급한 내용도 이런 예상을 가능케 한다. 차 이사는 “엄기영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 정수장학회 이사가 모여 후임 인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앞으로 방문진 입김이 상당히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이사진 선임 권한은 사장에게 있지만 4명의 핵심 이사들을 교체하는 대가로 ‘유임’을 얻은 엄 사장 입장에선 방문진의 의중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것으로 보이는 새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2기 엄기영호’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 개편 역시 새 이사진 선임 이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사들이 국장․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 인적쇄신을 통한 간부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간부 교체 이후에는 프로그램 통폐합이나 ‘사전검열’을 통한 방송 전반에 대한 압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MBC 안팎에서는 <뉴스데스크>는 물론 <PD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개편 대상 1순위’로 꼽고 있다.

MBC 노사관계가 긴장관계를 넘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MB정부와 방문진의 압박에 노사가 큰 틀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해 왔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거라는 걸 의미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MBC노조)는 이미 “엄기영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신임’을 선언했고, 김우룡 이사장 퇴진투쟁과 새 이사진들에 대한 출근거부 투쟁까지 밝힌 상태다.

문제는 MBC노조의 투쟁 동력이 얼마나 가동될 수 있느냐다. MBC노조는 김우룡 이사장 퇴진 투쟁을 진행하면서 엄기영 사장과도 대척점에 서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시민사회진영의 MBC에 대한 시선이 달갑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엄 사장이 정권의 ‘MBC 장악’ 의도에 맞서 정면으로 맞섰다면 ‘연대투쟁’에 나서겠지만 스스로 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MBC를 지켜줄만한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YTN은 물론 KBS와 SBS까지 이미 방송계가 대부분 ‘친여적’으로 재편된 상황이란 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MBC노조의 투쟁이 그만큼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MB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 반대를 위한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의 총파업 투표 부결은 MBC노조 입장에선 악재 중의 악재다. 지난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주축세력 중의 하나였던 전국언론노조 SBS본부(SBS노조)는 차기 위원장 선출을 두고 재공고를 낼 정도로 내부 기반이 약화돼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KBS YTN에 이어 MBC까지 ‘친여성향’으로 재편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MBC노조가 처한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는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진영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사진 (위)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 (아래) 엄기영 MBC사장 <사진제공=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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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10호에 실린 글입니다.

보수진영도 적잖이 놀란 것 같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조선·중앙일보의 비판이 이를 방증한다. 김제동의 KBS 〈스타골든벨〉 하차는 보수진영에 약이 아니라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하나. 인지도와 호감도, 영향력 면에서 김제동은 ‘좌우’ 상관없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이라는 인물을 보며 ‘정치’를 연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때 서울시청 앞에서 노제 사회를 보고, 이런저런 사회적 발언을 해오긴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김제동을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방송인으로 기억한다. KBS 일부 간부들의 ‘정치적 판단’은 존중해 줄 필요가 있지만, 그들은 대중의 정서를 읽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조선·동아의 KBS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수진영은 대중의 정서에 더 민감한 법이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손석희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웬만한 연예인과 정치인을 능가한다. 무엇보다 그는 영향력 면에서 다른 누구보다 압도적 우위를 자랑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손석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수년 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는 경쟁력 1위의 언론인이다.

이런 두 사람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병순 KBS 사장과 엄기영 MBC 사장은 그런 결정을 내렸다. 이유가 뭘까.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상투적이다. 김제동과 손석희를 적으로 돌리는 건 MB정부 입장에서도 득이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뭘까.

뚜렷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권력에 대한 언론의 자발적 충성으로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 이병순 사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끝난다. 연임을 노리는 이 사장 입장에선 사활을 걸어야 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압박을 받고 있는 엄기영 사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뉴라이트 성격이 짙은 방문진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MBC 보수화’라는 카드를 어떤 식으로든 관철시켜야 한다. 김제동과 손석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가 아닐까.

이들의 선택, 성공할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에 대한 호감도와 영향력 면에서 이병순·엄기영 사장보다 김제동·손석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차라리 뉴스의 보수화나 시사프로그램 연성화 쪽에만 집중했다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싶다. 허나 그들은 시청률 잘 나오는 연예 프로그램 진행자를 ‘정치적인’ 이유로 끌어내렸고,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언론인을 교체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수진영에서조차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김제동·손석희 교체 논란은 한국 보수진영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석훈 씨가 지적한 것처럼 과거 유신 정권은 대중문화인들을 탄압했지만 이유라도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가 없다. 과거와 달리 권력이 아닌 언론 스스로에 의해 ‘칼질’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그런 점에서 “웃음에는 좌우가 없는데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좌우를 만드는 것일 뿐”이라는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의 비판은 한국 보수가 아직은 희망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조선·중앙일보가 지지하지 않는 김제동 교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마저 비판한 손석희 교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렵다. 이병순·엄기영 사장의 이번 결정은 스스로에게 자충수이고, 결국 부메랑이 될 확률이 높다. ‘김제동과 손석희 vs 이병순과 엄기영’의 최종 승자는 결국 김제동과 손석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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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취중진담] 그들의 ‘중도실용’은 성공할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성공하기를 바랐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개인적인 차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무사히 국무총리 인준을 통과하는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개인 차원의 성공이라면 그는 벌써 성공했다고 보는 게 옳다.

내가 말하는 성공은, MB정부의 노선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인 중도실용 노선’으로 가도록 하는 걸 말한다. 정운찬은 그런 역할을 일정부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가 MB정부가 방향전환을 하는데 있어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했을 때 민주당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환골탈태를 도울 수 있다고 믿었다.

정운찬 총리가 MB정부 ‘개혁’을 견인할 수 있을까

지금 보면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이전부터 제기된 ‘그’에 대한 갖가지 의혹 - 그 의혹들을 보면서 “대체 정운찬 총리가 MB정부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종합하면 그는 ‘총리 후보자’가 아니라 ‘범법 의혹자’라는 단어가 더 적합했다.

소득세 탈루, 인세 수입누락, 병역기피, 위장전입, 모 기업체 대표로부터 용돈(?) 1000만원 수수 등 여러 의혹이 불거졌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명된 건 없었다. 자신이 한 말을 연이어 뒤집기도 했고, 증빙자료는 내지 않은 채 무조건 “믿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청와대의 반응이다. MB정부가 정운찬에 기대한 게 있다면 그의 ‘개혁성’과 ‘도덕성’일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필요했든 아니면 외형적인 장식품이었건. 그렇다면 정운찬의 장점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상당부분 증발한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계속 ‘고고고’를 외쳤고 결국 29일 한나라당 단독으로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정운찬 카드를 통해 MB정부가 얻고자 한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정운찬 ‘그’는 대체 MB정부에서 무엇을 실현하고자 했던 걸까. ‘망가진 정운찬’을 보며, 그가 국무총리라는 자리를 ‘어떤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자리보존’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이내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그’에 대한 기대를 접기로 했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도움이 된다고 봤다.

엄기영 사장의 ‘우향우’ 행보

엄기영 MBC 사장의 최근 행보도 정운찬 국무총리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엄 사장은 청와대와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자신의 사퇴를 압박할 때만 해도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방문진이 ‘조건부 재신임’ 결정을 내린 이후 지나치게 최대주주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런 우려는 방문진이 엄 사장 유임 조건으로 단체협약 개정과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을 요구할 때부터 제기됐다. 엄 사장이 어느 수준까지 방문진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노조가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 - 이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하지만 엄 사장은 노조와 방문진의 입장을 중재한 ‘중도노선’이 아닌 ‘우향우’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문진 일부 이사가 요구하고 있는 〈PD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극우 보수 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사내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엄 사장이 사내외에 수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엄 사장의 조급증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한 몫 하고 있다. MBC는 지난 18일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MBC 미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경영진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 미래위원회 논의 사항을 사내외에 공표하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엄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정운찬의 행보와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엄 사장은 방문진으로부터 ‘조건부 유임’을 받았지만, 엄밀히 말해 MBC노조와 시민사회로부터도 ‘조건부 신임’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노조와 시민사회가 엄기영 사장 결사반대를 표명했다면 그가 현재 MBC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을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노조와 시민사회의 조건부 재신임은, ‘그’가 MBC 사장으로 있을 경우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와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엄 사장이 처한 ‘딜레마’를 고려하되,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주기를 바랬던 것 - 바로 그것이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이 공개편지를 쓴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 사장은 이런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양새다. 정운찬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처럼 이제 ‘그’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하는 걸까. 아직 미련은 조금 남겨 두련다. 대신 “이런 식이라면 대체 엄 사장은 무엇을 위해 공영방송 MBC의 수장이라는 중차대한 직책을 지키고 앉아 있는가”라는 노조의 성명서를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본다.

MBC의 ‘우향우’는 굳이 ‘그’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진짜 중도실용적인’ 모습을 그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인 걸까. 

<사진(위)> 경향신문 9월22일자 1면
<사진(아래)> MBC 노사가 지난 18일 미래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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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06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방송가에 휘몰아치던 태풍이 갑작스레 훈풍으로 바뀌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후부터다. MB정부가 이른바 ‘서민친화’를 표방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데 이 훈풍의 위력, 예상보다 크고 파괴력이 세다. 대통령 지지율을 훌쩍 상승시키더니, 방송가를 지배했던 파업, 투쟁, 해임과 같은 단어도 슬쩍 사라지게 만들었다. 2기 MB정부 중도노선이 언론계에 미치고 있는 변화는 눈으로 감지된다.

훈풍의 시발점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은 9월9일 임시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에 대해 ‘조건부 재신임’ 결정을 내렸다. 엄 사장 해임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방문진의 이전 태도를 감안하면 갑작스런 기류 변화다. 방문진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이었을까. MBC 안팎에선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EBS 사장 재공모도 기류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9월14일 5명의 최종 후보가 공개됐을 때 EBS 안팎에선 부실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영방송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재공모 요구가 잇따랐고, 결국 방통위는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후보자 재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방통위의 EBS 사장 재공모는 이례적이다. 결과적으로 언론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시민단체의 평가는 다르다. 이들은 ‘사장 선임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누군가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무리한 선임→노조,시민단체 반발→극한 대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중도를 표방한 2기 MB정부 노선과 배치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은 ‘누군가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정부의 중도노선은 언론계에 고민거리를 던졌다. 언론운동진영 입장에서 MB정부에 대처할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동력도 예전 같지 않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기는 더 어렵다. 더구나 지금 추세라면 MB의 중도노선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전과 같은 투쟁일변도 전략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 MB의 중도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이를 표방한 배경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1년이 넘도록 진행된 KBS와 YTN에 대한 MB정부의 장악시도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뉴스와 프로그램이 일정부분 ‘순치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MBC가 홀로 버티긴 했지만 방문진의 요구를 감안해야 하는 엄기영 사장의 향후 행보를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최근 단행된 보도국 부장단 인사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냉정히 말해 이 모든 상황은 MB정부가 중도를 표방하더라도 언론계의 ‘자발적 순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이제 게임은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자발적 순치’에 저항하는 건, 살아남은(?) 언론인들의 몫이다. 상투적 정권 비판은 접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 현장에서의 ‘일상적 투쟁’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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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 이 글은 <시사IN> 103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MB정부의 야심작 ‘언론장악 시즌1’이 종영했다. ‘시즌2’가 개막했지만 ‘시즌1’에 비해 흥행 가능성은 낮다. 일찌감치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데다 대본의 완결성을 두고 평론가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에 전편의 막장드라마 성격까지 고스란히 답습한 점도 흥행 부진을 예고한다.

‘언론장악 시즌2’는 YTN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작사’ MB정부는 구본홍 전 사장 대신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배석규 YTN 전무를 주연배우(사장 직무대행)로 기용했다. 파격이었다. 그래서일까. 배석규 직무대행의 오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멀쩡한 보도국장을 갑자기 교체하더니 보도국 취재기자 5명을 지역으로 ‘보복성’ 발령 내고, <돌발영상> 팀 인사를 단행했다. 급기야 용역을 앞세워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을 비롯한 해직자 6명의 회사 출입을 봉쇄하기까지 이른다. 마치 막장드라마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기세다.


‘시즌2’의 또 다른 주인공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새로운 이사들로 구성된 ‘연출자’ 방문진은 MBC 보도프로그램과 경영진에 불만을 쏟아내며 주연배우 엄기영 사장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주연배우 교체는 연출자의 권한이지만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대부분 MBC 선임자 노조나 보수언론,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에서 제기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점이다. 엄기영 사장 교체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도 논란이다. ‘특정 제작사’의 입장을 고려한 무리한 교체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즌2’의 세 번째 주인공은 KBS다. KBS는 새로운 주연배우를 캐스팅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언론장악 시즌1’의 핵심 주연으로 맹활약한 이병순 사장이 최근 내외부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하차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병순 사장은 ‘시즌2’에서도 주인공을 맡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내외부의 혹평과 함께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단적인 예가 <시사IN>이 최근 실시한 매체신뢰도 조사다. 이 조사에서 KBS(29.9%)는 MBC(3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2007년 같은 조사에서 KBS는 43.1%로 1위를 차지했다. 본인이 주연을 맡은 이후 KBS가 종합 순위에서 밀리면서 신뢰도도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이병순 사장이 ‘시즌2’에서 주연을 계속 맡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언론장악 시즌2’의 흥행 참패는 ‘제작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MB정부 탓이 크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무리하게 ‘YTN 주연급 배우’로 기용해 논란을 자초하더니,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MBC 주인공’은 무리하게 하차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본이라도 탄탄하면 모르겠는데 ‘시즌1’과 특별한 차별화 없이 그냥 막장드라마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모양새다. 어쩌면 흥행 참패는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해 MB정부의 ‘언론장악 시즌1’도 다소 흥행은 했을지 몰라도 실패라고 보는 게 옳다. 1년이 넘도록 방송사 장악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장악된’ 곳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주연배우만 바뀐 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YTN과, 나름 성공적으로 장악했다고 평가받았던 KBS의 최근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는 ‘MBC 장악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언론장악 시즌2’는 깃발을 올리지 말아야 했다.

<사진설명> 지난달 27일 오전 8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YTN 정문 앞에서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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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