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사IN 118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엄기영 MBC사장은 결국 자리보존을 택했다.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호언은 허언이 됐다. ‘권력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며’ 그동안 엄 사장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던 많은 이들과 시민사회진영은 당분간 허탈한 심정을 달래야 할 것 같다. 엄기영의 ‘커밍아웃’이 MBC와 시민사회진영에 남긴 상처는 크다.

지난 10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방문진) 임시 이사회 결과는 MB정부의 ‘MBC장악’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방문진은 이날 엄기영 사장이 ‘재신임을 물어달라’며 제출한 MBC 경영진 8명 전원의 사퇴서 중에서 4명의 사표는 반려하고, 4명의 사표는 수리했다. 엄 사장과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문장환 기술본부장, 한귀현 감사는 살아남았지만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이재갑 TV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은 교체됐다.

사표가 반려된 이와 수리된 이를 보면 방문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보도·제작·편성·경영이라는 핵심 분야 이사들은 이번에 모두 경질됐다. 방문진은 그동안 업무보고와 이사회 등을 통해 〈뉴스데스크〉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고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문제 삼으며 재조사를 요구해 왔다. 이번 임원 교체는 향후 MBC의 보도·제작·편성 등에 큰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엄기영 사장이 보여준 행보다. 시민사회진영에선 왜 엄기영 사장이 사퇴서를 냈는지 의혹을 제기한다. 초기엔 엄 사장이 본부장들만을 내칠 수 없어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해석이 많았지만, 엄 사장이 유임 보장과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사퇴서를 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른바 ‘김우룡-엄기영 사전교감설’이다.

‘사전교감설’은 방문진이 엄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대신 보도·제작·편성·경영 등 핵심 임원들을 퇴진시키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거라는 게 요지다. 사실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의 강제퇴진’에 반대하며 방문진의 MBC 경영진 압박을 비판해왔던 MBC노조와 시민사회진영 입장에서 ‘사전교감설’은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전교감설’이 단순히 설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됐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표파동’은 MBC 구성원과 국민에 대한 엄 사장의 배신이자, 방문진과 MB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백기투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사장의 강제퇴진은 MB정부와 방문진 모두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방송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엄 사장을 강제 사퇴시킬 경우 국민적 저항은 물론이고 여론전에서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MB정부와 방문진 입장에서 ‘최상의 카드’는 엄 사장을 유임시키면서 주요 이사 및 간부교체를 통한 ‘MBC 길들이기’였다. 그것이 여론의 부담을 덜면서 MBC를 ‘친여방송’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엄 사장이 세간의 의혹대로 백기투항을 했다면 MB정부로 하여금 여론의 저항을 피하면서 ‘MBC 길들이기’에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길을 터 준 셈이다. 엄 사장 본인도 방문진의 결정을 전해 듣고 매우 당황했다고 하지만 이 말을 믿는 내부 구성원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연임을 대가로 MBC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향후 엄기영 사장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는 궤를 달리할 것”이라는 게 시민사회진영의 대략적인 분위기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향후 MBC가 어떻게 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방문진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질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새롭게 선임될 이사진을 통해 보도와 제작부문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엄 사장의 권한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이사회 직후 차기환 이사가 언급한 내용도 이런 예상을 가능케 한다. 차 이사는 “엄기영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 정수장학회 이사가 모여 후임 인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앞으로 방문진 입김이 상당히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이사진 선임 권한은 사장에게 있지만 4명의 핵심 이사들을 교체하는 대가로 ‘유임’을 얻은 엄 사장 입장에선 방문진의 의중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것으로 보이는 새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2기 엄기영호’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 개편 역시 새 이사진 선임 이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사들이 국장․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 인적쇄신을 통한 간부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간부 교체 이후에는 프로그램 통폐합이나 ‘사전검열’을 통한 방송 전반에 대한 압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MBC 안팎에서는 <뉴스데스크>는 물론 <PD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개편 대상 1순위’로 꼽고 있다.

MBC 노사관계가 긴장관계를 넘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MB정부와 방문진의 압박에 노사가 큰 틀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해 왔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거라는 걸 의미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MBC노조)는 이미 “엄기영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신임’을 선언했고, 김우룡 이사장 퇴진투쟁과 새 이사진들에 대한 출근거부 투쟁까지 밝힌 상태다.

문제는 MBC노조의 투쟁 동력이 얼마나 가동될 수 있느냐다. MBC노조는 김우룡 이사장 퇴진 투쟁을 진행하면서 엄기영 사장과도 대척점에 서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시민사회진영의 MBC에 대한 시선이 달갑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엄 사장이 정권의 ‘MBC 장악’ 의도에 맞서 정면으로 맞섰다면 ‘연대투쟁’에 나서겠지만 스스로 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MBC를 지켜줄만한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YTN은 물론 KBS와 SBS까지 이미 방송계가 대부분 ‘친여적’으로 재편된 상황이란 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MBC노조의 투쟁이 그만큼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MB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 반대를 위한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의 총파업 투표 부결은 MBC노조 입장에선 악재 중의 악재다. 지난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주축세력 중의 하나였던 전국언론노조 SBS본부(SBS노조)는 차기 위원장 선출을 두고 재공고를 낼 정도로 내부 기반이 약화돼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KBS YTN에 이어 MBC까지 ‘친여성향’으로 재편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MBC노조가 처한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는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진영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사진 (위)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 (아래) 엄기영 MBC사장 <사진제공=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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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취중진담] 그들의 ‘중도실용’은 성공할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성공하기를 바랐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개인적인 차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무사히 국무총리 인준을 통과하는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개인 차원의 성공이라면 그는 벌써 성공했다고 보는 게 옳다.

내가 말하는 성공은, MB정부의 노선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인 중도실용 노선’으로 가도록 하는 걸 말한다. 정운찬은 그런 역할을 일정부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가 MB정부가 방향전환을 하는데 있어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했을 때 민주당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환골탈태를 도울 수 있다고 믿었다.

정운찬 총리가 MB정부 ‘개혁’을 견인할 수 있을까

지금 보면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이전부터 제기된 ‘그’에 대한 갖가지 의혹 - 그 의혹들을 보면서 “대체 정운찬 총리가 MB정부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종합하면 그는 ‘총리 후보자’가 아니라 ‘범법 의혹자’라는 단어가 더 적합했다.

소득세 탈루, 인세 수입누락, 병역기피, 위장전입, 모 기업체 대표로부터 용돈(?) 1000만원 수수 등 여러 의혹이 불거졌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명된 건 없었다. 자신이 한 말을 연이어 뒤집기도 했고, 증빙자료는 내지 않은 채 무조건 “믿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청와대의 반응이다. MB정부가 정운찬에 기대한 게 있다면 그의 ‘개혁성’과 ‘도덕성’일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필요했든 아니면 외형적인 장식품이었건. 그렇다면 정운찬의 장점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상당부분 증발한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계속 ‘고고고’를 외쳤고 결국 29일 한나라당 단독으로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정운찬 카드를 통해 MB정부가 얻고자 한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정운찬 ‘그’는 대체 MB정부에서 무엇을 실현하고자 했던 걸까. ‘망가진 정운찬’을 보며, 그가 국무총리라는 자리를 ‘어떤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자리보존’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이내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그’에 대한 기대를 접기로 했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도움이 된다고 봤다.

엄기영 사장의 ‘우향우’ 행보

엄기영 MBC 사장의 최근 행보도 정운찬 국무총리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엄 사장은 청와대와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자신의 사퇴를 압박할 때만 해도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방문진이 ‘조건부 재신임’ 결정을 내린 이후 지나치게 최대주주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런 우려는 방문진이 엄 사장 유임 조건으로 단체협약 개정과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을 요구할 때부터 제기됐다. 엄 사장이 어느 수준까지 방문진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노조가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 - 이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하지만 엄 사장은 노조와 방문진의 입장을 중재한 ‘중도노선’이 아닌 ‘우향우’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문진 일부 이사가 요구하고 있는 〈PD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극우 보수 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사내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엄 사장이 사내외에 수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엄 사장의 조급증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한 몫 하고 있다. MBC는 지난 18일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MBC 미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경영진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 미래위원회 논의 사항을 사내외에 공표하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엄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정운찬의 행보와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엄 사장은 방문진으로부터 ‘조건부 유임’을 받았지만, 엄밀히 말해 MBC노조와 시민사회로부터도 ‘조건부 신임’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노조와 시민사회가 엄기영 사장 결사반대를 표명했다면 그가 현재 MBC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을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노조와 시민사회의 조건부 재신임은, ‘그’가 MBC 사장으로 있을 경우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와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엄 사장이 처한 ‘딜레마’를 고려하되,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주기를 바랬던 것 - 바로 그것이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이 공개편지를 쓴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 사장은 이런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양새다. 정운찬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처럼 이제 ‘그’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하는 걸까. 아직 미련은 조금 남겨 두련다. 대신 “이런 식이라면 대체 엄 사장은 무엇을 위해 공영방송 MBC의 수장이라는 중차대한 직책을 지키고 앉아 있는가”라는 노조의 성명서를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본다.

MBC의 ‘우향우’는 굳이 ‘그’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진짜 중도실용적인’ 모습을 그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인 걸까. 

<사진(위)> 경향신문 9월22일자 1면
<사진(아래)> MBC 노사가 지난 18일 미래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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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06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방송가에 휘몰아치던 태풍이 갑작스레 훈풍으로 바뀌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후부터다. MB정부가 이른바 ‘서민친화’를 표방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데 이 훈풍의 위력, 예상보다 크고 파괴력이 세다. 대통령 지지율을 훌쩍 상승시키더니, 방송가를 지배했던 파업, 투쟁, 해임과 같은 단어도 슬쩍 사라지게 만들었다. 2기 MB정부 중도노선이 언론계에 미치고 있는 변화는 눈으로 감지된다.

훈풍의 시발점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은 9월9일 임시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에 대해 ‘조건부 재신임’ 결정을 내렸다. 엄 사장 해임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방문진의 이전 태도를 감안하면 갑작스런 기류 변화다. 방문진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이었을까. MBC 안팎에선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EBS 사장 재공모도 기류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9월14일 5명의 최종 후보가 공개됐을 때 EBS 안팎에선 부실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영방송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재공모 요구가 잇따랐고, 결국 방통위는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후보자 재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방통위의 EBS 사장 재공모는 이례적이다. 결과적으로 언론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시민단체의 평가는 다르다. 이들은 ‘사장 선임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누군가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무리한 선임→노조,시민단체 반발→극한 대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중도를 표방한 2기 MB정부 노선과 배치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은 ‘누군가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정부의 중도노선은 언론계에 고민거리를 던졌다. 언론운동진영 입장에서 MB정부에 대처할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동력도 예전 같지 않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기는 더 어렵다. 더구나 지금 추세라면 MB의 중도노선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전과 같은 투쟁일변도 전략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 MB의 중도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이를 표방한 배경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1년이 넘도록 진행된 KBS와 YTN에 대한 MB정부의 장악시도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뉴스와 프로그램이 일정부분 ‘순치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MBC가 홀로 버티긴 했지만 방문진의 요구를 감안해야 하는 엄기영 사장의 향후 행보를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최근 단행된 보도국 부장단 인사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냉정히 말해 이 모든 상황은 MB정부가 중도를 표방하더라도 언론계의 ‘자발적 순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이제 게임은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자발적 순치’에 저항하는 건, 살아남은(?) 언론인들의 몫이다. 상투적 정권 비판은 접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 현장에서의 ‘일상적 투쟁’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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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핫이슈] 조선일보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국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게 사퇴의 변이다.

△아파트 매입대금 △15억 채권자와의 친분 관계 △위장전입 △고급승용차 리스 △아들 병역특례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퇴하는 걸로 끝날까. 두고 볼 일이다.

각설하고. 천성관 사퇴 파문을 보면서 조선일보를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됐다. 조선일보는 천성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줄곧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국회 청문회를 계기로  ‘천성관 비판’으로 돌아섰다. 이유가 뭘까.

조선일보의 ‘천성관 비판’과 사퇴

   
▲ 조선일보 7월14일자 3면.
여기엔 단서가 있다. 이 단서는 조선일보가 왜 ‘조선일보’인지를 보여준다. 동아와 중앙일보가 아직 ‘조선일보’가 될 수 없는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서는 7월 14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우려를 주목했다.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다.

“‘(대통령이 재산 헌납한) 331억 원을 한 방에 날려버린 검찰총장 후보자’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특히 천 후보자가 이미 며칠 전부터 제기돼왔던 의혹들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을 못하고 관련 자료도 제출하지 않는 바람에 의혹을 더욱 부풀렸다.”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청문회 진행 도중에 이미 여권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청문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반발기류를 조선일보가 감지한 것이다. 조선의 ‘동물적 감각’은 이날 30면에서도 빛을 발했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의 칼럼인데 마지막 부분을 소개한다.

“현 정부는 출범 초 장관 후보자 3명과 청와대 수석 내정자 1명이 각종 재산상 의혹을 받고 낙마한 경험이 있다 …  더 걱정되는 건 곧 총리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개각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검증이라면 또 다른 ‘파동’이 오지 않을까 아슬아슬하다. 국민을 이렇게 조마조마하고 불편하게 만들어서야 그게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서민 중도 이미지에 직격탄을 날린 천성관 … 조선의 ‘천성관 죽이기’

   
▲ 조선일보 7월14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서민 중도내각을 표방, 지지도 상승을 이끌고 있는 MB정부가 ‘천성관 파문’으로 다시 혼돈 속에 빠지는 걸 우려했는지 모른다. “곧 총리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개각이 예정돼 있는”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재산형성의 불투명성과 투기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천성관 후보자는 걷어내야 할 걸림돌이다.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정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조선의 ‘천성관 비판’은 이런 기류를 읽어낸 결과물로 보인다. 동아와 중앙일보가 국회 청문회가 끝난 후에도 계속 ‘천성관 구하기’ 첨병노릇을 하고 있을 때 조선은 과감히 기사와 칼럼, 사설을 통해 ‘천성관 죽이기’에 나섰다. 역시 조선일보다. 조선의 ‘입장변화’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앞으로의 관심은 그동안 ‘천성관 구하기’ 첨병 역할을 했던 동아와 중앙일보가 어떤 보도태도를 보일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KBS와 SBS의 보도태도에도 변화바람(?)이 불 지 주목된다. ‘천성관 구하기’에 적극적 혹은 암묵적으로 동참한 이들 언론이 태도를 바꿀까. 15일자 신문부터 살펴보면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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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불통’의 한 단면 보여준 MB의 재산기부
[세상풍경] 청계재단의 이사진 구성이 의미하는 것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사회 환원 결심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아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앙일보가 오늘자(7일) 사설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환원 발언은 그가 대선 후보였을 때 본격 제기됐다. 묘하게도(?) ‘BBK 의혹’이 불거질 즈음이었는데, 정치권에서는 국면전환용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기부를 직접 실천에 옮겼다. 일부는 정치적 의도를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재산 기부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결정 자체만으로도 평가해 줄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지적처럼 이번 기부 결정으로 “오해는 상당 부분 불식할 수 있게 됐다.”

측근도 측근 나름, ‘고소영 내각 사람들’이 기부된 재산을 …

대통령의 재산기부와 관련해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기부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비슷하다.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 하지만 ‘청계재단’ 임원진 명단을 보면서 생각이 좀 ‘삐딱’해졌다. 뭐라 그럴까 …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좀 깬다고나 할까. 

단순히 이 대통령의 측근들로 재단 이사진이 구성됐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측근을 앉히면 재단운영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크지만, 그렇게까지 의혹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측근도 측근 나름이라는 말은 해주고 싶다. 기부된 대통령의 재산을 사회적으로 ‘집행’하기에 부적절한 인물들이 이사진에 포함된 건, 기부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찍게 만든다.

김도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그리고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번에 청계재단 이사에 임명됐지만 MB정권 초기 모두 ‘불명예’ 퇴진한 인사들이다. 김 전 장관은 모교에 대한 특별교부금 지원 문제로 중도 하차했고, 류 전 실장은 촛불사태와 관련해 퇴진했다. 박 전 수석은 부동산 투기와 논문표절 의혹으로 낙마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소영 내각 인사’들과 사회적 기부라 … MB정권은 이 등식이 온당하다고 느끼는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재산기부 했으니 이제 시민들은 감동하면 되는 걸까 

그래서 ‘불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아니 솔직히 이건 소통․불통 이전에 최소한의 ‘정치적 감각’만 있으면 이런 저런 의혹을 사전에 불식시킬 수 있는 문제였다. 논란이 될 만한 사람들을 배제시키면서 중도적 인물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적절히’ 포함시켰다면 재산헌납의 취지는 지금보다 훨씬 돋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MB정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 ‘고집대로’ 자신들의 사람을 ‘챙기는’ 위주로 일을 진행했다. 소통이 무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 놓고 재산 기부를 결정했으니 시민들은 이제 감동을 하라는 식이다. 일방적 소통이자 지독한 불통이다.

이런 MB정권의 마인드. 무지 촌스럽다. 60-70년대 개발독재식 마인드가 기본이고 여기에 가부장적 감수성도 짙게 배어 있다. 개발독재와 가부장적 스타일을 ‘억지로’ 민주주의적 감성과 페미니스트 마인드로 바꾸려고 하니 그게 제대로 되겠는가. 21세기 네티즌들에게 제대로 어필이 될 리가 없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감동시키려면 자신에 대한 성찰이 기본인데, MB정권은 여전히 ‘내 맘대로 결정’을 해 놓고 상대방이 그 결정에 감동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런 ‘연애’는 깨지지 십상이다.

“이 대통령은 어설픈 서민행보로 민심을 얻으려 애쓰기에 앞서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경향신문의 오늘자(7일) 사설 <‘소통 못하는 인물’ 1위로 꼽힌 이 대통령> 가운데 일부다. 이 부분 왠지 유난히 돋보인다.

<사진> (위) : 중앙일보 7월7일자 5면
<사진> (아래) : 경향신문 7월7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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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핫이슈] MBC 경영진의 행보를 주시하는 까닭 
 
분명해졌다. MBC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PD수첩〉에 대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표현수위와 발언시점 모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 대변인이 진행하는 공식브리핑의 경우 언론은 통상 핵심관계자와 같은 익명으로 처리해 왔다. 취재원을 실명으로 언급하는 건 예외적인 경우에 속했다. 하지만 <PD수첩> 관련 발언은 이동관 대변인의 실명으로 보도됐다. 본인의 ‘요청’에 의해서다. ‘음주운전’ ‘흉기’라는 막말까지 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의 메시지가 한나라당을 향한 것이라면

    


▲ 6월20일 MBC <뉴스데스크>

이건 메시지다. 청와대 대변인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까지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배경을 짚어야 하는 이유다. 누구를 향한 메시지였을까.

우선 MBC에 대한 ‘분풀이론’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등 그동안 〈PD수첩〉 때문에 겪은 MB정권의 분노가 격한 반응으로 표출됐다는 주장이다. 이해는 하지만 단선적이다. 청와대 브리핑은 정권의 공식입장이나 마찬가지다. 격한 반응이 걸러지지 않은 채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의도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는 주목을 끈다. 이날 MBC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며 한나라당에 보낸 메시지”라고 언급했다. MBC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경고나 압박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향한 주문이라는 얘기다.

만약 MBC의 보도처럼 이 대변인의 발언이 한나라당을 향한 것이라면 적어도 두 가지는 분명해진다. 청와대가 엄기영 체제의 MBC에 대한 판단을 끝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MB정부 출범 이후 제기된 ‘언론관계법 국회통과(6월)→방문진 이사 교체(8월)→KBS·EBS 이사 교체(9월)→공영방송법·방문진법 등 언론관계법 후속법안 처리’와 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점이다.

엄기영 체제의 MBC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은 끝났다?

 

   
▲ 엄기영 MBC 사장.

사실 현 MBC 경영진에 대한 MB정부의 판단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오는 8월 방문진 이사 재편 이후 바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임기가 남은 엄기영 사장을 무리하게 교체하기보다 임기를 보장하되, 압박 등을 통해  ‘친여권화’ 시키는 방법을 택할 거라는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은 청와대가 후자보다는 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왜 지금 시점을 택했을까.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며 한나라당에 보낸 메시지”라는 MBC 보도를 다시 한번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PD수첩〉을 왜곡․선동 방송으로 ‘낙인’ 찍고 이를 매개로 여론전을 가져간다면? 거기에다 검찰과 조중동의 강력한 지원이 받쳐준다면?

미디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정하게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MBC 경영진 교체에 대한 확실한 명분이 생긴다. 미디어법과 MBC를 한번에 ‘칠 수 있는’ 호재라는 얘기다. MB정권 입장에선 이건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지 않을까.

예상치 못한 변수, 작가의 이메일 공개

아마도 오는 8월 방문진 이사 교체 이후 엄기영 사장이 자진해서 물러나 주는 걸 청와대는 내심 바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강제퇴진에 따른 여론의 부담감도 덜고 이후 예정된 일정 또한 순조롭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능성이다. 청와대의 ‘승부수’는 청와대와 MBC간 갈등이라는 단순 대립구도를 넘어서게 만들었다. 〈PD수첩〉을 매개로 미디어법 통과와 ‘MBC 장악’ 의도를 분명히 한 이상, MBC 경영진 교체 역시 특정인의 진퇴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MBC 경영진의 행보를 주시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한겨레 6월20일자 1면

게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도 발생했다. 〈PD수첩〉 작가의 이메일 공개. 검찰은 ‘제작진의 정권에 대한 적개심’에 방점을 찍고 이를 공개했지만, 파문 양상은 검찰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내 메일도 감시당할 수 있다’는 사생활 침해-양심의 자유 논란이 제기됐고, 이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의 승부수가 의외의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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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TV뉴스 돋보기] 위로보다 실질적 지원책이 우선이다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의 공연. 이 공연을 보고 이명박 대통령 내외, 눈물을 흘렸다. 지난 19일 KBS 〈뉴스9〉는 “이들의 공연에 먼저 김윤옥 여사의 눈에 물기가 비쳤고 애써 참아내던 이 대통령도 끝내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았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 된 것 같다. 오히려 우리가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같은 날 SBS 〈8뉴스〉에서 전파를 탔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도 중요하지만 …

    


▲ 4월 19일 KBS <뉴스9>

관련 내용이 방송전파를 타게 된 이유 - 20일이 장애인의 날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점을 들어 ‘李비어천가’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장애인들의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린 건 분명한 사실 아닌가. 명심하자. ‘정치적 잣대’의 과도한 적용은 삶을 피폐하게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눈물이 뉴스에 등장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언론의 관심이 대통령의 눈물에만 그쳤을 때다. 그건 무게중심이 장애인보다 대통령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고, 장애인이 처한 현실이 대통령 때문에 가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MB의 등장여부보다 짚을 걸 제대로 짚었는지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올해 장애인 관련 소식을 전하는 방송사 리포트는 문제가 있다. 물론 청각 장애 신부의 사랑 나누기를 전하고(SBS),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게 만들며(SBS), 사각지대에 놓이 장애인 실종 문제(KBS) 등을 다룬 리포트는 평가 받을 만하다. 때론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포지티브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성찰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벌였음에도 이 소식이 전파를 타지 못했다면? 이건 좀 다른 얘기가 된다. 대통령의 ‘눈물’과 장애인 관련 긍정 소식은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감동’을 줄 수 있지만, 장애인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된다. 그건 ‘TV속의 현실’이지 ‘실제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MB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어

    


▲ 4월 20일 MBC <뉴스데스크>

2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장애인들은 “지난 5년간 장애인이 70만 명이나 늘었는데도 올해 장애복지예산은 지난해보다 400억 가까이 줄었다”며 “장애인복지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고 노동권 보장과 의료정책 개선 등 9가지 장애인생존권보장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지상파 방송3사 중 MBC에만 보도됐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장애인복지가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장애인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공약을 하고 당선됐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등 장애인정책 관련 기구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 축소 방안은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을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20일 발표하면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지도자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고 의지가 없다는 것이 일련의 정책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방송 전파를 타지는 못했다.

대통령의 ‘눈물’을 전하고, ‘포지티브 방식’으로 장애인 관련 소식을 전하는 방송사의 리포트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장애인복지가 후퇴하는 조짐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전자에만 주목한다면 ‘李비어천가’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MB의 ‘눈물’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장애인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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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