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KBS 구성원 바로 당신들이다
이 글은 시사IN 116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병순 사장 때의 KBS와 김인규 사장 체제의 KBS는 무엇이 다를까.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김인규 체제’의 KBS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단정은 이르다. 하지만 김인규 씨가 MB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내용면에서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인규 사장 반대’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KBS노조와 구성원들 입장에선 동의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MB특보를 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가진 차이를 지나치게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비MB특보’ 출신 이병순 씨가 사장으로 있을 때 KBS는 보도․프로그램부터 조직운영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MB스러운 행태’를 보여줬다. 그런데 특보 출신 사장이 온다고 해서 특별히 더 악화될 게 있을까. 가정이지만 김인규 씨는 오히려 자신의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해 탕평인사와 조직혁신 등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특보 출신’ 김인규와 ‘비특보 출신’ 이병순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김인규 신임 사장과 비교되는 인물이 서동구 전 사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특보를 역임했던 서동구 씨는 지난 2003년 KBS사장에 임명됐지만 당시 KBS노조와 시민사회진영의 반대로 중도하차했다. 서동구 전 사장에 적용한 기준대로라면 김인규 사장 역시 중도하차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KBS내의 ‘김인규 추종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후자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현재 KBS를 둘러싼 사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병순 전 사장이 김인규 사장 정도의 지지자들을 가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 같은 특보 출신이지만 서동구 전 사장은 중도하차 할 수밖에 없었던 반면 김인규 사장은 당당히(?)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KBS 공채 1기 출신’ 사장을 따르는 내부 추종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약 서동구 전 사장이 경향신문이 아니라 KBS 공채출신이고, 나름 추종자들이 있었다면? ‘다른 그림’이 그려졌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난 KBS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건 바로 KBS구성원들이라고 본다. MB정부 등장 이후 KBS에서 발생한 문제가 모두 이병순 전 사장 때문인가. 동의하기 어렵다. 이병순 체제 하에서 보도․프로그램을 만든 당사자는 이병순 사장이 아니라 기자․PD들이었다. 이들은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또 경영진과 간부들의 전횡을 감시해야 할 KBS노동조합은 얼마나 제 역할을 했을까. 어떤 것이든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특보 출신 김인규만 막으면 KBS개혁은 이뤄질 수 있을까. 동의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KBS는 김인규 사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를 견제해 나가는 건 노조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몫이다. 12월3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한 KBS노조에 대해 미덥지 못한 시선들이 늘어나는 걸 노조가 살펴야 하는 이유다.
김인규 신임 사장은 MB특보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결격사유가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래서 김인규만 막으면 된다’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노조를 비롯한 KBS 구성원들의 성찰과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총파업 투쟁’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이병순과 김인규가 아니라 바로 KBS 구성원 당신들이라는 얘기다.
<사진설명> 김인규 KBS 신임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24일 노조가 출근을 가로막자,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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