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사IN 116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병순 사장 때의 KBS와 김인규 사장 체제의 KBS는 무엇이 다를까.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김인규 체제’의 KBS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단정은 이르다. 하지만 김인규 씨가 MB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내용면에서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인규 사장 반대’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KBS노조와 구성원들 입장에선 동의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MB특보를 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가진 차이를 지나치게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비MB특보’ 출신 이병순 씨가 사장으로 있을 때 KBS는 보도․프로그램부터 조직운영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MB스러운 행태’를 보여줬다. 그런데 특보 출신 사장이 온다고 해서 특별히 더 악화될 게 있을까. 가정이지만 김인규 씨는 오히려 자신의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해 탕평인사와 조직혁신 등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특보 출신’ 김인규와 ‘비특보 출신’ 이병순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김인규 신임 사장과 비교되는 인물이 서동구 전 사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특보를 역임했던 서동구 씨는 지난 2003년 KBS사장에 임명됐지만 당시 KBS노조와 시민사회진영의 반대로 중도하차했다. 서동구 전 사장에 적용한 기준대로라면 김인규 사장 역시 중도하차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KBS내의 ‘김인규 추종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후자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현재 KBS를 둘러싼 사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병순 전 사장이 김인규 사장 정도의 지지자들을 가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 같은 특보 출신이지만 서동구 전 사장은 중도하차 할 수밖에 없었던 반면 김인규 사장은 당당히(?)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KBS 공채 1기 출신’ 사장을 따르는 내부 추종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약 서동구 전 사장이 경향신문이 아니라 KBS 공채출신이고, 나름 추종자들이 있었다면? ‘다른 그림’이 그려졌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난 KBS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건 바로 KBS구성원들이라고 본다. MB정부 등장 이후 KBS에서 발생한 문제가 모두 이병순 전 사장 때문인가. 동의하기 어렵다. 이병순 체제 하에서 보도․프로그램을 만든 당사자는 이병순 사장이 아니라 기자․PD들이었다. 이들은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또 경영진과 간부들의 전횡을 감시해야 할 KBS노동조합은 얼마나 제 역할을 했을까. 어떤 것이든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특보 출신 김인규만 막으면 KBS개혁은 이뤄질 수 있을까. 동의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KBS는 김인규 사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를 견제해 나가는 건 노조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몫이다. 12월3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한 KBS노조에 대해 미덥지 못한 시선들이 늘어나는 걸 노조가 살펴야 하는 이유다.

김인규 신임 사장은 MB특보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결격사유가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래서 김인규만 막으면 된다’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노조를 비롯한 KBS 구성원들의 성찰과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총파업 투쟁’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이병순과 김인규가 아니라 바로 KBS 구성원 당신들이라는 얘기다.

<사진설명> 김인규 KBS 신임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24일 노조가 출근을 가로막자,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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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주목도 받지 못했지만 프로그램 탄생 또한 그리 기대하지 않았던 프로그램. 주로 특정 프로그램 폐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 ‘불우한 운명’의 프로그램은 탄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폐지되는 프로그램은 주목하는 반면 뒤를 이어 새롭게 탄생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죠.

지난해 연말 KBS〈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폐지되고 〈시사360〉이 탄생할 때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시사투나잇> 폐지에는 주목했지만 <시사360>의 탄생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사360>은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시사360> 제작진 가운데 다수가 첫 방송 전까지 <시사투나잇> 폐지 반대시위에 동참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은 당시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사생아적인 운명의 KBS ‘생방송 세계는 지금’

지난 얘기를 다시 끄집어 낸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KBS 가을개편에서 바로 이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이 또 다시 탄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의 전신은 다름 아닌 <시사360>입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탄생하는 과정은 지난해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폐지되고 <시사360>이 탄생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 KBS 2TV‘생방송 세계는 지금’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반발과 논란이 있었고, KBS 내외부의 반발도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사360>은 폐지됐고 후속 프로그램이 편성됐습니다. 후속 프로그램이 편성된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는 것도 지난해 상황과 비슷합니다.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 뒤를 이은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 탄생이라 …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참 얄궂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자리에서 ‘얄궂은 운명’에 대해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전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제작진입니다. 국제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해외 PD특파원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주 활약상을 펼치는 PD들이 <생방송 시사투나잇> ‘출신’ 제작진들입니다. 물론 프로그램 초기인 만큼 아직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미진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병순 KBS 사장의 ‘주도’ 하에 진행된 가을개편이란 점 때문에 새로 태어난 프로그램에 일단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생각을 잠시 거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 제작진은 그렇게 ‘만만한’ 제작진이 아닙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 일단 주목해 보자

사실 국제적인 이슈를 매일 다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내 유력 언론사 특파원들이 세계 곳곳에 나가 있지만, 대부분 미국과 유럽 국가 위주의 굵직한 소식들로 뉴스를 생산합니다. 거기에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소식이 가끔씩 채워지죠. 나머지 국가들은 전쟁이 발발하거나 대형 지진․해일이 발생해야 주목하는 정도입니다. 우리의 국제뉴스는 지나치게 ‘세계 주류적인 흐름’에만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자체 발굴기사나 고유 시각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당장 신문 국제면을 한번 살펴보세요. 외신을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파원들이 자체 생산한 기사라 해도 발굴 기사는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이건 방송뉴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현실의 한계도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 문제점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 언론의 국제뉴스는 ‘주류적이면서 지나치게 협소한 세계’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MBC <W>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W>는 국내 언론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PD들이 직접 세계 곳곳을 누비며 취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세계 주류’에 국한되지 않고 ‘제3세계’와 아프리카 등 그동안 국내 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았던 국가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안들을 생생한 취재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W>의 이 같은 노력으로 국내 언론의 국제뉴스가 다양해지고 풍부해진 건 인정해야 합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의 존재 이유 - 국제 뉴스의 다양화

하지만 냉정히 말해 <W>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물론 KBS도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국제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지만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폐지가 됐습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생방송 세계는 지금>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 신문과 방송에서 전하는 국제뉴스의 획일성에 답답해하시는 분들이라면 MBC <W>와 함께 더더욱 이 프로그램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 19일부터 KBS 2TV에서 방송된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건 21일 방송된 ‘오키타양의 수업료 투쟁’이란 리포트였습니다. 저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교육비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방송사 메인뉴스는 물론이고 주요 언론들이 이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죠.

   
▲ KBS 2TV‘생방송 세계는 지금’
‘오키타양의 수업료 투쟁’에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돈이 없어서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수업료가 없어서, 기본적인 생활비가 없어서 고등학교 3명 중 1명이 아르바이트 생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일본 현실을 TV에서 직접 접하니 ‘88만원 세대’의 고된 현실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을 보면서 왜 방송사 메인뉴스와 신문 국제면에선 이런 내용이 보도가 되지 않을까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 <생방송 세계는 지금>은 일본의 일부 학생들이 학비를 면제해 달라며 도쿄 시부야에서 수도권 고교생 시위행진을 벌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경제대국 일본에서 고등학생들이 수업료를 면제해 달라며 거리시위에 나서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는데, 왜 국내 언론은 이를 주목하지 않을까요. 전 고개가 꺄우뚱해지더군요.

‘세계는 지금’ 제작진은 학생들의 빈곤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이 지난 10년간 일본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을 하더군요. 2009년 9월 현재 일본의 비정규직은 1685만 명이라고 합니다. 3명중 1명이 비정규직인 셈인데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도 해마다 벌어져서 지금은 3배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사회 저변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뉴스 생산해 주길

비정규직 수입이 가계지출을 훨씬 초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업을 포기하거나 공장으로 가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요. 이런 일이 일본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자민당 독재 체제의 일본이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 이유를 지금까지 여러 언론이 분석하고 짚었지만, 체감적으로 뚜렷이 와 닿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이날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전한 이 리포트를 보면서 독주체제를 걸었던 자민당 정권이 왜 일본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는지 뚜렷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회안전망이 어느 정도로 무너져 가고 있는 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일본 사회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빈부의 양극화와 비정규직 증가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충분히 교훈을 삼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국제뉴스를 좀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 ‘비판적 지지’와 격려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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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10호에 실린 글입니다.

보수진영도 적잖이 놀란 것 같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조선·중앙일보의 비판이 이를 방증한다. 김제동의 KBS 〈스타골든벨〉 하차는 보수진영에 약이 아니라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하나. 인지도와 호감도, 영향력 면에서 김제동은 ‘좌우’ 상관없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이라는 인물을 보며 ‘정치’를 연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때 서울시청 앞에서 노제 사회를 보고, 이런저런 사회적 발언을 해오긴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김제동을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방송인으로 기억한다. KBS 일부 간부들의 ‘정치적 판단’은 존중해 줄 필요가 있지만, 그들은 대중의 정서를 읽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조선·동아의 KBS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수진영은 대중의 정서에 더 민감한 법이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손석희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웬만한 연예인과 정치인을 능가한다. 무엇보다 그는 영향력 면에서 다른 누구보다 압도적 우위를 자랑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손석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수년 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는 경쟁력 1위의 언론인이다.

이런 두 사람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병순 KBS 사장과 엄기영 MBC 사장은 그런 결정을 내렸다. 이유가 뭘까.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상투적이다. 김제동과 손석희를 적으로 돌리는 건 MB정부 입장에서도 득이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뭘까.

뚜렷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권력에 대한 언론의 자발적 충성으로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 이병순 사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끝난다. 연임을 노리는 이 사장 입장에선 사활을 걸어야 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압박을 받고 있는 엄기영 사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뉴라이트 성격이 짙은 방문진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MBC 보수화’라는 카드를 어떤 식으로든 관철시켜야 한다. 김제동과 손석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가 아닐까.

이들의 선택, 성공할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에 대한 호감도와 영향력 면에서 이병순·엄기영 사장보다 김제동·손석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차라리 뉴스의 보수화나 시사프로그램 연성화 쪽에만 집중했다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싶다. 허나 그들은 시청률 잘 나오는 연예 프로그램 진행자를 ‘정치적인’ 이유로 끌어내렸고,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언론인을 교체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수진영에서조차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김제동·손석희 교체 논란은 한국 보수진영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석훈 씨가 지적한 것처럼 과거 유신 정권은 대중문화인들을 탄압했지만 이유라도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가 없다. 과거와 달리 권력이 아닌 언론 스스로에 의해 ‘칼질’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그런 점에서 “웃음에는 좌우가 없는데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좌우를 만드는 것일 뿐”이라는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의 비판은 한국 보수가 아직은 희망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조선·중앙일보가 지지하지 않는 김제동 교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마저 비판한 손석희 교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렵다. 이병순·엄기영 사장의 이번 결정은 스스로에게 자충수이고, 결국 부메랑이 될 확률이 높다. ‘김제동과 손석희 vs 이병순과 엄기영’의 최종 승자는 결국 김제동과 손석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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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시사IN> 103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MB정부의 야심작 ‘언론장악 시즌1’이 종영했다. ‘시즌2’가 개막했지만 ‘시즌1’에 비해 흥행 가능성은 낮다. 일찌감치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데다 대본의 완결성을 두고 평론가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에 전편의 막장드라마 성격까지 고스란히 답습한 점도 흥행 부진을 예고한다.

‘언론장악 시즌2’는 YTN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작사’ MB정부는 구본홍 전 사장 대신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배석규 YTN 전무를 주연배우(사장 직무대행)로 기용했다. 파격이었다. 그래서일까. 배석규 직무대행의 오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멀쩡한 보도국장을 갑자기 교체하더니 보도국 취재기자 5명을 지역으로 ‘보복성’ 발령 내고, <돌발영상> 팀 인사를 단행했다. 급기야 용역을 앞세워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을 비롯한 해직자 6명의 회사 출입을 봉쇄하기까지 이른다. 마치 막장드라마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기세다.


‘시즌2’의 또 다른 주인공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새로운 이사들로 구성된 ‘연출자’ 방문진은 MBC 보도프로그램과 경영진에 불만을 쏟아내며 주연배우 엄기영 사장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주연배우 교체는 연출자의 권한이지만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대부분 MBC 선임자 노조나 보수언론,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에서 제기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점이다. 엄기영 사장 교체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도 논란이다. ‘특정 제작사’의 입장을 고려한 무리한 교체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즌2’의 세 번째 주인공은 KBS다. KBS는 새로운 주연배우를 캐스팅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언론장악 시즌1’의 핵심 주연으로 맹활약한 이병순 사장이 최근 내외부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하차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병순 사장은 ‘시즌2’에서도 주인공을 맡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내외부의 혹평과 함께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단적인 예가 <시사IN>이 최근 실시한 매체신뢰도 조사다. 이 조사에서 KBS(29.9%)는 MBC(3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2007년 같은 조사에서 KBS는 43.1%로 1위를 차지했다. 본인이 주연을 맡은 이후 KBS가 종합 순위에서 밀리면서 신뢰도도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이병순 사장이 ‘시즌2’에서 주연을 계속 맡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언론장악 시즌2’의 흥행 참패는 ‘제작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MB정부 탓이 크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무리하게 ‘YTN 주연급 배우’로 기용해 논란을 자초하더니,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MBC 주인공’은 무리하게 하차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본이라도 탄탄하면 모르겠는데 ‘시즌1’과 특별한 차별화 없이 그냥 막장드라마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모양새다. 어쩌면 흥행 참패는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해 MB정부의 ‘언론장악 시즌1’도 다소 흥행은 했을지 몰라도 실패라고 보는 게 옳다. 1년이 넘도록 방송사 장악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장악된’ 곳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주연배우만 바뀐 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YTN과, 나름 성공적으로 장악했다고 평가받았던 KBS의 최근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는 ‘MBC 장악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언론장악 시즌2’는 깃발을 올리지 말아야 했다.

<사진설명> 지난달 27일 오전 8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YTN 정문 앞에서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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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인 91호(2009.6.13)에 기고한 글입니다.

“로고를 가리고 다니는 요즘 참 ….”

최근 만난 KBS PD가 한숨 쉬며 내뱉은 말이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쫓겨나고, 서울광장과 대한문 앞에서 시민들에게 취재거부 당하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푸념이다. 지난 5월29일 서울광장 인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를 지켜본 한 지인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KBS 기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적대적이었다”고 전했다. 봉하마을에서 가장 수난을 당한 건 조중동 기자들이지만, 서울광장 부근에서 조중동보다 더한 수모를 당한 언론사는 KBS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BS 기자·PD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KBS 노동조합·PD협회·기자협회가 성명을 냈다. 이들은 KBS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했고, 조문객 인터뷰 누락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보도·편성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특히 KBS PD협회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병순 사장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늦게나마 ‘KBS 보도정상화’ 작업에 나선 이들에게 격려를 해주는 게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지지를 보낼 수는 없다. 시민들로부터 ‘돌을 맞는’ 현재 KBS 상황이 일부 간부들과 경영진만의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까지 일선 기자·PD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스스로 자기검열을 해오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문제의 원인을 간부들에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정권이 바뀌고 보수적 인사들로 간부들이 구성됐다고 해서 KBS의 문제가 모두 그들로부터 비롯되는 건 아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부터 책임이 자유로운 언론은 없다. 검찰과 함께 ‘박연차 게이트’ 수사방향을 사실상 이끌었던 조중동부터 경향․한겨레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책임론에서 자유롭진 않다. KBS가 수난을 당하고 있지만, MBC 역시 노 전 대통령 보도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는 없었다. 검찰이 찔끔찔끔 흘리는 수사내용을 덥석 받아 보도했고, 본질과 상관없는 ‘파파라치 보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성이나 자성이 없었던 것도 KBS만의 행태는 아니었다.

KBS의 유일한 실수(?)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다수 언론처럼 ‘노비어천가 보도’를 쏟아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유독 시민들의 비난은 KBS로 집중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언론계 인사들의 반응은 대략 이런 것이다. “KBS가 이렇게 빠르게 무너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상대적인 자율성을 확보했던 KBS가, 정권이 바뀐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KBS 구성원들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KBS의 한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많은 시민을 보며 ‘노빠들’이 준동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KBS 간부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일선 기자․PD들과의 간극이 너무 크고 이것을 좁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 간극을 좁히는 건 ‘당신들’의 몫이지 우리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KBS 기자·PD들의 투쟁을 온전히 지지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이 교체 대상으로 언급한 간부들이 바뀌면 문제가 해결이 되는 걸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명심하자. KBS의 변화는 사장과 간부들이 아니라 일선 기자와 PD들의 문제의식과 ‘조그만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바로 ‘당신들’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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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세상풍경] 제작거부 투쟁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행복 끝, 불행 시작이다. 누가? KBS 기자·PD들이.

‘파면 사태’에 대한 KBS 기자·PD들의 제작거부는 성공적일까. 아니다.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제작거부의 가시적 성과는 무엇일까. 냉정히 말해 양승동 PD와 김현석 기자 등 8명에 대한 징계를 낮춘 게 전부(!)다.

물론 구성원들끼리의 단결과 향후 투쟁 가능성 등 제작거부 과정에서 확인된 성과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성과는 완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그것이 성과로 평가받기 위해선 KBS 구성원들은 ‘남겨진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KBS 구성원들의 남겨진 숙제 … 기자협회가 할 일은

KBS 기자·PD협회가 제작거부를 벌일 당시 ‘외부’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KBS 구성원들이 벌이는 투쟁의 진정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제작거부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제3자’가 KBS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랬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참여에 ‘미온적이던’ KBS가 ‘내부 문제’에 있어 제작거부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 온당하냐는 물음이었다. 이들은 ‘파면 사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과 공영방송법을 상정할 경우 제작거부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내 문제’에서 제작거부에 나선 KBS 기자·PD협회가 정작 2월 임시국회 정국에서 침묵할 경우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양 협회의 제작거부 투쟁으로 8명에 대한 징계가 낮춰진 지금, KBS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우려는 불식됐을까. 단정하기 어렵다. 징계수위를 낮추기 전과 이후의 KBS는 여전히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땐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미덥지 못할까. 뉴스와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미 KBS 뉴스는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거의 매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고, 선이 굵은 시사프로그램들은 의제설정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사한 ‘뉴스시청행태조사’에서 KBS의 공정성 순위가 하락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 

기자들의 우선 순위는 KBS뉴스의 공영성 지키기

제작거부를 중단한 기자와 PD들이 일선 현장으로 돌아간 이후의 KBS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그때도 KBS 뉴스와 프로그램이 지금과 같은 기조로 유지된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이 글의 서두에서 KBS 기자·PD들에게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솔직히 말해 현재 KBS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오로지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 그리고 간부들 책임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 그동안 KBS노조는 무엇을 했으며 기자·PD협회는 무엇을 했나. 그 반론 앞에서 KBS 기자와 PD들은 또 뭐라고 할 것인가.

정리하자. 김덕재 KBS PD협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회사에 억눌려서 할 말 제대로 못하고, 하고 싶었던 뉴스 아이템과 프로그램들을 쉽게 접었다.”

난 현재 KBS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과 간부들이 아니라 일선 기자와 PD들이 ‘뉴스 아이템과 프로그램을 쉽게 접는 상황’ -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된다면 KBS에서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기자협회는 이번 투쟁의 동력을 발판 삼아 한나라당이 강행을 예고하고 있는 2월 방송법과 공영방송법 강행처리를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뉴스에 대한 감시 강화를 위해 뉴스모니터를 강화하고 보도위원회를 통해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바람을 기자협회에 전해본다. 전자는 KBS노조를 압박하는 형태를 취하고, 후자 쪽에 더 비중을 실어 달라. KBS 기자협회가 방송법 개정과 공영방송법 처리 저지에 나서는 방법은,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한 이른바 ‘저널리즘적인 방식’에 입각해 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자들에게 있어 제작거부와 총파업 참여 보다 중요한 건 일상적인 영역에서의 ‘보도투쟁’이다.

물리적 투쟁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과연 KBS 기자·PD들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KBS 구성원들의 몫이다.

* 이 글은 ‘KBS기자협회 블로그’(http://kbslove.tistory.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71-72 합본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KBS 휴먼다큐 ‘현장르포 동행’을 위한 변명
[기고]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KBS 휴먼다큐 <현장르포 동행>이 논란에 휩싸였다. 1월8일 방송된 ‘신년기획 - 동행1년, 희망을 만난 사람들’ 때문이다. 1년 간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사람들의 현재 모습에서 희망을 전하려 했던 게 프로그램을 기획한 기본 취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선행 장면이 등장하면서 ‘정권 홍보방송’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장면은 최승매씨와 관련된 부분이다. 지난해 12월23일 청와대가 어려운 이웃을 초청한 자리에 최씨가 참석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와 “초청받아 영광스럽다”는 최씨의 인터뷰 내용이 이어졌다. 지난해 ‘40대에 낳은 딸을 업은 채 노점상을 하던 최씨의 사연’이 방송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편지와 김윤옥 여사의 후원이 있었다는 부분도 나왔다. “대통령 할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최씨 큰 딸 이수진양의 발언도 소개됐다.


네티즌들의 반발은 거셌다. ‘5공 시절 땡전뉴스를 보는 것 같다’ ‘PD는 딴나라당으로 동행하라’는 비난이 <동행> 게시판을 가득 메웠다. 언론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월12일 발표한 논평에서 “‘비정치적’인 프로그램마저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동행> 제작진에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서 제작진을 일방적으로 두둔할 생각은 없다. 특히 청와대 행사를 제작진이 직접 찍지 않은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 부부의 선행 장면이 소개됐다는 이유로 <동행>이 ‘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45분 가운데 2∼3분 정도의 분량 때문에 프로그램 전체가 비난받는 게 온당한 일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의 좋은 점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무조건 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딱지를 붙이겠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읽히기 때문이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들의 선행 장면이 휴먼다큐 프로그램(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다)에서 잠깐 소개됐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그 부분만을 집중 거론하며 해당 프로그램과 방송사를 가리켜 정권 홍보방송이라고 비난한다. 온당한 비판일까.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동행>에 쏟아지는 세간의 비난에 동의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여기서 필자는 독자들에게 정치적인 시선을 걷어내고 잠깐 제작진 입장이 되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신년기획 - 동행1년, 희망을 만난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프로그램에 소개된 주인공 중 한명이 청와대에 초청이 됐다. 방송 이후 각계의 후원이 잇따랐고, 여기엔 대통령의 편지와 김윤옥 여사의 후원도 있었다. 당신이 제작진이라면 휴먼다큐 프로그램에 이 장면을 담을 것인가 아니면  버릴 것인가. 나라면 전자를 택할 것이다.

사실 <동행>을 둘러싼 논란은 이명박 정부와 이병순 사장 체제의 KBS가 짊어져야 하는 업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현재 KBS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불신과 거부감을 이해한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 선행 장면=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등식을 합리화 시킬 수는 없다. 그런 식의 ‘정치적 기준’을 모든 프로그램에 적용하기 시작하면 정권 홍보방송 아닌 것이 없게 된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과 휴먼 다큐에서 대통령의 선행이 잠깐 소개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정치적 열정을 다소 식히고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사진=KB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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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