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2010년 1월17일 ∼ 1월23일

이번 주 예능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건 MBC〈무한도전〉이었습니다. 1월23일 저녁 방송된 〈무한도전〉은 비인기종목인 복싱, 그 중에서도 여자복싱을 다뤘습니다. 스포츠계의 아웃사이더인 여자복싱을 다뤘다고 〈무한도전〉을 주목한 건 아니었습니다. 스포츠와 민족·국가주의 - 한국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관계를 〈무한도전〉이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날〈무한도전〉은 WBA (세계권투협회) 페더급 여자챔피언인 최현미 선수의 가슴 아픈 사연을 주목했습니다. 멤버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보여준 카메라의 ‘공정한 시선’에 눈길이 가더군요.

   
▲ 1월2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최 선수는 탈북자 출신인 19세 소녀 복서인데요, 6개월 안에 2차 방어전을 치르지 않으면 타이틀을 박탈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복싱, 그 중에서 여자복싱 상황은 열악함 그 자체입니다. 스폰서를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와도 같죠.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 최 선수는 타이틀을 그냥 잃게 됩니다. 〈무한도전〉이 발 벗고 나선 이유도 바로 이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복싱에서 한일전 그리고 ‘무한도전’의 인간적 시선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프로그램은 최 선수의 타이틀 성공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게다가 최 선수가 상대하게 될 선수는 일본 쓰바사 덴쿠. 최 선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지만, 쓰바사 덴쿠는 대회 일정이 확정되기 전에 스폰서 문제도 해결하고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스포츠의 한일전 - 어떤지 아실 겁니다. 이런 구도에서는 당연히(!) ‘우리 편’ 최현미 선수가 이겨야 할 당위가 형성되고, ‘무찌르자 일본 선수’라는 마음 속 구호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시선은 공정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구도보다는 복싱을 하는, 복싱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상황과 노력, 의지를 주목했습니다.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준하와 정형돈이 쓰바사 선수를 만나기 위해 일본의 체육관을 찾았을 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든든한 스폰서를 바탕으로 과학적·체계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쓰바사 선수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미니 체육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고, 쓰바사 선수가 처한 상황도 한국의 최현미 선수 못지 않았습니다. 방송을 보신 분이라면 쓰바사 선수의 사연이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되는 동안 저처럼 가슴이 뭉클했을 겁니다.

   
▲ 1월23일 방송했던 MBC <무한도전>
‘그들’은 복싱을 하는 이유도 비슷했고, 이번 타이틀 매치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도 비슷했습니다. 한일전에 따른 애국주의가 〈무한도전〉에서도 등장하는 것인가 - 이런 우려는 그냥 저의 기우였습니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이 가지기 쉬운 편견의 법칙을 이번에 또 한번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무한도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기존 멤버의 퇴장 … 새로운 얼굴의 등장과 예고

이번 한 주 예능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멤버의 ‘하차’와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크로스’적 현상도 주목해 볼만한 사안이었습니다.

우선 지난 17일 KBS 2TV 〈달콤한 밤〉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송승헌 씨가 출연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0년 예능계의 블루칩 김종민와 새로운 신예로 등장한 애프터스쿨의 가희도 함께 출연해 일요일 밤 ‘열기’를 더했습니다.

노홍철 씨의 MBC 〈놀러와〉하차 그리고 KBS 〈상상더하기〉 폐지 소식도 이번 한 주 예능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와 맞물려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도 예고를 했는데요, 노홍철 씨를 대신해 정가은 씨가 〈놀러와〉의 새로운 패널로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상더하기〉는 다음주 ‘스페셜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그 뒤를 탤런트 김승우 씨가 진행하는 토크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최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집단 토크쇼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데 김승우 씨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 지 주목됩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의 ‘크로스’ 현상

이른바 타 방송사에서 ‘뜬’ 탤런트·연예인들이 ‘경쟁’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었습니다.

   
▲ SBS <절친노트3> ⓒ SBS
현재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하고 있는 탤런트 이순재·정보석 씨가 SBS 〈절친노트3〉에 나와 눈길을 끌었고, 역시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인기를 모았던 유이·황정음 씨가 KBS 〈해피투게더3〉에 나란히 나와 자신들의 ‘예능끼’를 마음껏 과시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SBS E! TV에서 박명수 씨가 진행하는〈거성쇼〉가 방송될 예정이라고 하니 가히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의 ‘크로스’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예능이 대세라는 얘기겠지요.

KBS ‘공부의 신’을 둘러싼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월화 그리고 수목드라마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일단 현재까지 추세를 보면 〈공부의 신〉(월화)과 〈추노〉(수목)가 시청률 면에서 앞서가기 때문에 KBS가 강세를 보이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파스타〉(MBC)와 〈제중원〉(SBS) 그리고 〈추노〉와 경쟁하고 있는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MBC) 또한 나름의 특색 있는 작품이어서 시청자들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한 주 드라마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공부의 신〉을 둘러싼 논란이었습니다. 이 논란은 아마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제 개인견해를 밝히면 이렇습니다. 두 개의 글을 통해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는데 다시 한번 언급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 KBS
〈공부의 신〉을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설파하는 퇴행적 드라마로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겁니다. 그런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공부의 신〉은 그런 점 외에 우리 사회의 ‘꼴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냄으로써 성찰을 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교육에 있어 ‘현실과 원칙’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공부의 신〉이 특정 학원재벌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대성N스쿨 등이 〈공부의 신〉 제작에 2억 원의 협찬을 제공하고 모두 6개 업체가 11억200만 원 협찬을 하고 있는데, 드라마 중간에 대성N스쿨의 간접광고가 일부 노출되면서 ‘학원재벌 홍보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죠.

‘공부의 신’, 과연 노골적이고 과할 정도의 협찬이었나

저는 이런 지적은 퇴행적 드라마라는 비판보다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공부의 신〉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협찬사에 대한 드라마 일부 간접광고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드라마 간접광고에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려는 건 현재 드라마 제작 여건이나 현실을 감안했을 때 간접광고 문제에 있어 윤리적 단죄만으로 비난하기는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공부의 신〉이 간접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분명하지만 제가 볼 때 여느 드라마처럼 통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제 솔직한 생각은 그렇습니다.

사람의 구체적 일상에 점점 주목하는 시사교양

몇 번 언급을 했지만, 2010년 시사교양은 인간과 감성 그리고 우리 주변의 구체적 일상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초반이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 양상을 보면 그런 흐름이 잡히고 있습니다.

23일 방송된 KBS〈감성 다큐 미지수〉는 우리네 삶에 있어 버스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했고, 개라는 동물에 대해 사람이 얼마나 오해와 편견이 많은 지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대표적 여행자들을 통한 서울 여행이라는 이색 실험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터전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 지도 성찰하게 만들었습니다.

노숙자들의 추운 겨울나기에 카메라 초점을 맞춘 SBS 〈뉴스추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에 PD를 파견한 〈추적60분〉 역시 시선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 시사교양 부문에는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해〈PD수첩〉제작진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 - 이건 시사교양 뿐만 아니라 이번 주 한국 사회 최대 이슈 중의 하나였는데 시사교양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룬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더군요.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PD수첩 판결이 끝난 뒤, 민동석 전 정책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PD수첩’에 침묵하는 시사교양 그리고 연성화 흐름

제작 시간의 촉박함을 이유로 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PD수첩〉 1심 판결은 오래 전부터 예고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전 준비를 통해 충분히 이번 주에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특히 KBS 〈미디어비평〉이 이 사안을 언급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이번 주 한국 언론에서 〈PD수첩〉만큼 뜨거운 이슈가 또 있었을까요. 이 사안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미디어비평’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다음 주라면 방송이 가능할까요. 일단 기대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물 한잔 먹어도 체하는 요즘

수다떨기 2008/10/17 11:48 Posted by 곰도리

요즘은 뭘 먹는 게 두렵습니다.

양에 상관없이 먹고 나서 계속 체하기 때문인데요, 저는 주로 체했을 때 심한 두통을 동반해서 오기 때문에 상당히 괴롭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제가 먹는 음식 때문에 요즘 체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냥 뭐랄까. 예전에 없던 ‘버릇’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가령 이렇습니다.

이병순 KBS 사장이 지난 9월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KBS 업무보고에서 인사 파문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목이 탄듯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전 이렇게만 마셔도 요즘 체합니다. 근데 많고 많은 사진 중에 왜 이 사진을 쓰냐구요? 흠, 뭐 제 마음입니다. ㅎㅎ .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자주 놀라곤 합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별거 아닌 것에도 놀라고, 별거인 것에는 대단히 놀랍니다.

그리고 근무외적인 시간에 뭔가를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사람을 만나고, 기사를 쓰고, 책을 읽고 이런 것이 주된 생활이었는데 지금은 주로 어떤 것을 기획하고, 관리하고, 체크하고 뭐 이런 것이 주된 생활이 됐습니다. 거기다 행정적인 업무와 ‘잡다하게’ 처리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고, 집으로 돌아가면 긴장이 풀리면서 뭔가에 집중할 수가 없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손에서 책을 놓은 지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지난 주에 병원엘 갔는데 별다른 얘긴 하지 않더군요.
다만 약을 먹고도 계속 증상이 나타나면 내시경을 해보자고 합니다.
그동안 내시경 할 때마다 큰 증상은 없었습니다만 이번에도 내시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체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시경 보다 마음의 여유를 좀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라고.

뭐 제가 긴장의 연속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여유까지 없는 건 아니거든요.
하지만 좀더 여유를 찾고, 제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그리고 ‘변화’에 익숙해지면 예전의 집중력도 다시 살아나겠지요.

두통의 여운이 계속 저를 괴롭히네요. 점심 이후에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일상나누기] 매그넘 코리아전을 보고

최근 ‘매그넘 코리아전’을 보고 왔다. 평소에 잘 가지 않는 서울 예술의 전당까지 ‘꾸역꾸역’ 힘들게 갔다.

‘매그넘 코리아전’에 대한 사전지식은 거의 없었다. 인생의 동반자가 보고 싶어한다는 것 그리고 사진전이라는 것 정도가 ‘매그넘전’에 대한 내 사전지식의 전부였다. ‘매그넘’에 참여하는 사진작가들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도 전시회에 가서야 알았다. -.-;

사실 전시회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것이었고, 특히 예술의 전당이라는 장소 역시 웬만해선 잘 오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흐린 날씨와 더불어 마음 또한 그리 흥이 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매그넘 코리아전’을 보고 나선 생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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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멋대가리 없는' 외부 사진을 찍었다.

전시회를 보고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최근 읽은 <김영하 여행자 도쿄>라는 책이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자기 주변의 삶과 공간에 대한 극히 협소한 정도의 지식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스스로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삶과 인생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한 편이다.

‘매그넘 코리아전’은, 그것이 비록 이방인의 눈으로 관찰한 한국사회의 풍경이지만 우리 주변의 삶과 일상에 대한 관심 정도면에서는 ‘국내인’보다 세밀하고 시선 또한 따뜻하다. 우리가 살면서 놓치기 쉬운 ‘일상적 풍경들’을 외국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랑과 결혼에서 분단현실에 이르기까지 이들 작가들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의 ‘여러 풍경들’ - 내겐 그것이 한편에선 친숙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낯설게 다가왔다. 오히려 ‘국내인’인 나보다 ‘이방인’인 그들이 더 세밀하게 포착한 한국 사회의 다양한 풍경들에 묘한 질투감 같은 것도 느낀 것 같다.

우리 주변의 삶과 일상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나 - ‘매그넘 코리아전’에 전시된 사진들은 그렇게 나에게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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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보고 나서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하다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예술의 전당에서 본 '풍경'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