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시사IN 124호 실린 글입니다.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연출 유현기, 극본 윤경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논란이지만 언론에선 주로 비판이 거세다.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공부의 신>이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설파하는 퇴행적 내용을 담고 있고, 학원재벌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으며 일본드라마를 베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 타당할까. 타당하지 않다. <공부의 신>에 염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공부의 신>에 제기되는 모든 비판을 정당화시키는 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드라마’라고 해서 곧바로 ‘퇴행적 드라마’로 연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허나 불행하게도(!) 지금 <공부의 신>에 쏟아지는 거센 비난은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가장 황당한 건, 일본드라마를 베꼈다는 비난이다. 리메이크와 베끼기의 차이를 진정 모르는 걸까. <공부의 신>은 일본만화 ‘꼴찌 도쿄대 가다’가 원작이며, 지난 2005년 일본에서 <드래건 자쿠라>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베끼기라는 비난이 성립하려면 <공부의 신> 제작진이 이 같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매번 방송이 될 때마다 <공부의 신>은 ‘꼴찌 도쿄대 가다’가 원작이란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건 부당한 비판이다.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강조한다는 비난도 있다. 여기에는 변호사 강석호(김수로)와 수학교사 차기봉(변희봉) 등으로 대변되는 입시위주·주입식 교육 설파 내용이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경쟁 지상주의적인 MB 교육정책과 맞물리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단정은 이르다. 일각의 염려는 이해하지만 <공부의 신>을 이런 염려만으로 ‘단죄’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공부의 신>은 우리 사회의 ‘꼴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내면서 성찰을 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병문고 교사 한수정(배두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강석호식 ‘주입식 교육’이 담지 못하는 ‘인간교육’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장치도 심어 놓았다. ‘꼴찌’에 대한 편견이 구조화 돼 있는 사회에서 ‘원칙과 이상’이 아이들을 위한다고 볼 수 있을까. <공부의 신>은 그런 현실적 딜레마에 대해 생각할 여지도 남기고 있다.

특정 학원재벌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염려도 제기된다. <공부의 신>은 드라마 제작에 대성N스쿨 2억 원 등 6개 업체로부터 모두 11억200만 원의 협찬을 받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중간에 대성N스쿨의 간접광고가 일부 노출되면서 ‘학원재벌 홍보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긴 하지만 과한 비판이란 생각이 든다. 협찬사에 대한 드라마 일부 간접광고는 더 이상 낯선 관행이 아니다. 면죄부를 주자는 건 아니지만 윤리적 단죄만으로 비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공부의 신>이 간접광고를 노골적으로 했다면 이런 비판에 지지를 보내겠지만 <공부의 신>은 통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찌됐든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공부의 신> 논란과 관련해 공정방송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부의 신>이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는 지 노사 테이블 위에까지 올라가게 된 셈이다. 노조 본연의 역할에 속하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론 염려도 된다. 그동안 KBS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할 때 KBS노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공부의 신>에 대한 KBS노조의 ‘공세적 비판’은 이례적이다. 혹 뉴스나 시사교양보다 드라마가 ‘만만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다.

<사진 설명>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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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사인> 121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0년 방송 드라마 분야에는 ‘반공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제작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전쟁드라마 제작을 곧바로 반공과 연결시키는 건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MB정부 집권 3년차에 제작되는 전쟁 드라마가 ‘정치바람’을 피할 수 있을까. 군 당국의 협조 없이 전쟁드라마 제작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드라마 보수화는 필연적이다. ‘군 당국의 협조=제작 간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이를 증명해 보였다. <수상한 삼형제>는 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고 있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집회‧시위와 관련해 경찰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내용이 드라마에 포함돼 물의를 빚었다. 제작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본 집필 과정에서 경찰 도움을 많이 받은 작가가 경찰에 고마움을 표시하려다 생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의 ‘제작 협조’가 어떻게 ‘간섭’으로 바뀌는 지를 <수상한 삼형제>는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2010년에 방영될 한국전쟁 드라마는 KBS <전우>와 MBC <로드 넘버원>이다. 이중에서 특히 우려가 되는 건 KBS <전우>이다. 1970년대 대표적 ‘반공드라마’의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점도 그렇고, 대작임에도 아직 주연 배우들조차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2010년 5, 6월경 방영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MBC <로드 넘버원>은 이미 3년 전부터 준비를 거쳐 현재 대본과 주연배우 캐스팅을 완료했는데 이와 비교했을 때 KBS <전우>의 기획과 준비과정은 졸속에 가깝다. KBS가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뭘까.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사실 드라마에 앞서 영화 쪽에선 이 같은 우려가 좀 더 현실화 되고 있다. 보수단체인 방송개혁시민연대의 후원을 받고 있는 영화 <연평해전>(백운학 감독)은 제작발표회 때 조갑제 씨가 나와 연설까지 했을 정도이다. 이쯤 되면 제작발표회가 아니라 ‘호국결의대회’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문제는 군 당국의 지원이 절대적인 전쟁영화들이 2010년에 줄을 잇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평해전을 다룬 <아름다운 우리>(가제, 곽경택 감독)와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 이야기를 다룬 <포화 속으로>(이재한 감독)가 제작에 돌입했고, 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빨간마후라2>도 준비 중이다. 물론 이들 영화에게 모두 반공드라마 혐의를 씌우는 건 온당하지 못하다. 하지만 군 당국의 협조 없이 영화 제작이 어렵다는 점에서 일정한 ‘코드 맞추기’는 불가피하지 않을까. MB정부의 군 당국이란 걸 감안하면 그 코드는 ‘반전’ ‘평화’ ‘휴머니즘’보다는 ‘반공’ ‘보수이데올로기’ 쪽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영화 쪽에서 이런 흐름은 2010년 안방극장에서 방송될 전쟁 드라마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단정은 이르다. 때문에 일단 물음표로 남겨두자. 하지만 <전우>와 관련해 “휴머니즘을 살리는 쪽으로 제작해 KBS 브랜드 드라마로 키워 시즌제 형식으로 매년 새로 선보일 계획”이라는 KBS의 설명에는 그다지 신뢰가 가질 않는다. 무엇보다 MB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 체제’의 KBS가 제작하는 한국전쟁 드라마라는 점이 걸린다. 2010년 안방에서 ‘반공드라마’를 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기우이길 바랄 수밖에.

사진(위)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KBS
사진(아래) KBS 드라마 <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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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MBC 스페셜’ vs KBS ‘습관’ 2부작

새해 첫 날 방송된 〈MBC 스페셜〉과 지난 2일과 3일 KBS에서 방송된 ‘습관 2부작’은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MBC 스페셜〉이 흡연을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한 반면 KBS ‘습관 2부작’은 인간의 다양한 습관을 개인의 행태에 초점을 맞춰 풀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두 프로그램을 습관이라는 주제로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MBC 스페셜〉은 흡연, 그 중에서 청소년 흡연과 담배회사의 관계에 주목했고, KBS ‘습관 2부작’은 인간의 습관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극복 방안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이렇듯 두 프로그램은 인간의 습관과 관련해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MBC 스페셜’의 질문, 흡연 - 개인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을까

   
▲ 1월1일 방송된‘MBC 스페셜’ⓒMBC
1일 방송된 〈MBC 스페셜〉 ‘담배, 편의점에서 길을 묻다’는 담배회사의 비윤리적 판촉행위가 계속되는 한 흡연, 특히 청소년 흡연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흡연인구가 점점 감소하자 담배회사들이 ‘18세 이하 청소년’을 새로운 고객으로 설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흡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대부분 개인의 습관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 각국 정부들도 다양한 금연정책이나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흡연율 감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흡연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연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도처에 널려 있는 담배의 유혹에 노출된 아이들의 경우 ‘흡연자’로 비난만 받을 뿐 사회적으로 보호 받아야 할 ‘피해자’라는 시각은 부족하다. ‘청소년 흡연자=불량 청소년’이라는 공식이 사회적으로 성립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스페셜>은 흡연과 금연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 같은 시선을 걷어냈다. 청소년 흡연을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말이다. 부모의 동의하에 흡연 청소년을 직접 등장시킨 것도 ‘참신’했고, 담배회사와 편의점의 관계 그리고 편의점에서 담배 판매로 인한 수익이 50% 이상 차지한다는 점을 공개한 것도 주목할 만했다. 담배는 왜 편의점 계산대 뒤에 진열되어 있는지, 제품의 배치는 어떤 기준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등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것 역시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 지난 1월1일 방송된 'MBC 스페셜' ⓒMBC
‘한국적 상황’ 분석가 대안 마련에 주목했다면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결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MBC 스페셜〉은 이 부분에 대한 ‘한국적 상황’에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KT&G가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문화 스포츠 복지 등의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 등을 보여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사실상 한국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배금자 변호사가 지적했듯이 담배를 사업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개인의 금연’이 갖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담배 판매로 인한 세금 수입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결국 문제는 정부 차원의 규제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 - 이 부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KBS ‘습관 2부작’ : 개인 습관에 대한 다양한 분석

KBS ‘습관 2부작’은 구조보다는 개인의 행태에 초점을 맞췄다. 습관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험에 참여한 다양한 개인의 모습을 통해 직접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MBC 스페셜〉이 청소년 흡연과 관련한 습관을 거시적·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습관 2부작’은 인간의 습관을 상당히 미시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보여주고 셈이다. 마치 직장 초년생들을 위해 선배들의 조언을 담은 자기계발서라고나 할까. 그래서 ‘습관 2부작’이 담고 있는 내용은 대단히 세세하고 구체적이다.

   
▲ 1월2일과 3일 방송된 KBS ‘습관’ 2부작
가령 ‘습관 2부작’은 바닥을 기는 꼴찌들이 이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공부 습관을 형성해야 하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목고 상위 1%에 드는 학생들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 지, 기존 습관을 바꾸기 위해 가족들이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조언한다. 지각 극복하는 방법을 비롯해 금연을 위해 개인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이어트를 위한 구체적 지침도 ‘습관 2부작’에 담겨 있다.

사회 구조적인 개선 없이 개인 습관 변화가 가능할까 

사실 사교육과 학원 등 자녀 교육과 관련해 돈을 통한 ‘물량투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지금, 습관의 변화로도 일정한 수준의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습관 2부작’의 시각이 돋보이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놔두고 습관의 변화만으로 과연 가능할까. ‘습관 2부작’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교육만 봐도 그렇다.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게끔 하는 학습방식이 과연 가능할까. 한국의 교육제도 자체가 이런 방식의 학습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는데, 일본 아키타 현의 ‘가정학습 노트’ 방식이 과연 우리의 일선 학교 현장에서 시도나 될 수 있을까. 특히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교육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인데, 습관의 변화만으로 개인의 학습성취도를 끌어올리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습관 2부작’은 이 부분은 주목하지 않았다.

습관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과 개인 행태적 접근 중에서 어떤 방식이 옳은가 - 이건 사실 우문이다. 두 프로그램이 선택한 구조적인 측면과 미시적인 시각은 접근방식의 차이일 뿐, 그것이 옳냐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습관의 개인성과 구조적인 측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MBC 〈스페셜〉과 KBS ‘습관 2부작’은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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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KBS ‘일요일 밤으로’ 종영, 아쉽다

KBS 2TV 〈일요일 밤으로>(일요일 밤 11시35분 방영)가 지난 20일 종영했다. ‘갑작스런 종영’이었다. 지난 10월 말에 신설된 프로그램이 9회를 끝으로 막을 고했기 때문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무렵 전해진 종영이라 아쉬움이 더했다.

우선 고백할 게 하나 있다. KBS 〈일요일 밤으로〉와 〈PD저널〉은 악연(?)이 있다. 방송 첫 회분이 나가고 난 뒤 프로그램에 대해 매서운 질책을 가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질책은 〈PD저널〉만 한 게 아니지만, 다른 매체와는 ‘다른’ 시각의 비판을 기대한(?) 제작진 입장에서 〈PD저널〉이 못내 서운했었나 보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토론은 전문가들만의 몫이 아님을 보여준 ‘일요일 밤으로’

   
▲ KBS ‘일요일 밤으로’ ⓒKBS
제작진은 서운한 감정을 가졌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당시 비판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고 본다. 〈일요일 밤으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2PM 사태’와 관련해 재범 군을 취재하는 방식이었다. 당사자의 얘기를 직접 듣기 위해 미국 시애틀로 날아간 제작진의 열의는 이해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뷰를 ‘꼭 그런 방식으로’ 해야 했을까. 난 여전히 그 방식의 온당함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하지만 〈PD저널〉 기사가 전반적으로 옳았는지에 대해선 100% 자신을 못하겠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면 이렇다. ‘2PM 재범’과 관련한 비판은 ‘우리’의 판단이 온당했다고 보지만, 그것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를 너무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건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런 고민을 했다. (물론 담당 기자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이런 ‘악연’ 때문에 〈일요일 밤으로〉를 거의 매주 보게 됐다. 일요일 밤 늦은 시각이라 보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지만 의무감과 기타 등등의 이유 때문에 보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거지만 ‘기타 등등’의 이유가 바로 재미였다. 〈일요일 밤으로〉는 회를 거듭하면서 초반의 혼란스러움을 잡아 나가고 있었고, 안정감을 찾으면서 프로그램을 궤도에 올려놓고 있었다. 재미도 재미지만 시사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한 출연자들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엿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 KBS ‘일요일 밤으로’ ⓒ KBS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들의 토론보다 자유로운 수다가 필요하다

지난 20일 마지막 방송에서 출연진들도 말했지만 〈일요일 밤으로〉의 가장 큰 미덕은 어깨에 힘주지 않고, 사회현상에 대해 느낀 것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도록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일요일 밤으로〉는 예전의 MBC 〈명랑히어로〉를 닮아 있다. 포맷 변경을 하기 전까지 〈명랑히어로〉는 시사적인 현안을 대중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명랑히어로〉 폐지를 아쉬워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부분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토론은 여전히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KBS 〈생방송 심야토론〉과 MBC 〈100분토론〉에서 이른바 전문가로 통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이 토론 패널로 나온 걸 본 적이 있는가. 거의 없다. 스튜디오에 나온 시민들은 항상 패널들 뒤에 배치돼 있고 발언기회도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한국 사회에서 토론은 여전히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 MBC ‘명랑히어로’ ⓒMBC
지난 20일 〈일요일 밤으로〉 마지막 방송에서 김정운 명지대 교수의 발언을 주목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전문가만 얘기해야 되고, 정치인이 얘기해야 되고, 교수가 얘기해야 되는 것인가. 누구나 사회적 사안에 대해 내 의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0분토론’과 ‘심야토론’ 외에 ‘명랑토론’도 필요하다!

이 말은 〈일요일 밤으로〉가 전문가 수준의 토론은 아니지만 사회적 현안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해왔다는 항변인 셈이다. 완벽하게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김정운 교수의 말처럼 최근 〈일요일 밤으로〉가 그런 모습을 보여온 건 분명하다. 그래서 종영이 주는 아쉬움이 크다.

교수나 법조인, 정치인들이 나와 자세를 바로잡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야만 ‘수준 높은 토론’이 되는 건 아니다. 사견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들의 ‘토론’보다 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비전문가들의 ‘수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일정하게 담당했던 KBS 〈일요일 밤으로〉의 폐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엔 〈100분토론〉과 〈생방송 심야토론〉 못지않게 〈명랑히어로〉와 〈일요일 밤으로〉 같은 프로그램도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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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16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병순 사장 때의 KBS와 김인규 사장 체제의 KBS는 무엇이 다를까.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김인규 체제’의 KBS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단정은 이르다. 하지만 김인규 씨가 MB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내용면에서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인규 사장 반대’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KBS노조와 구성원들 입장에선 동의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MB특보를 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가진 차이를 지나치게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비MB특보’ 출신 이병순 씨가 사장으로 있을 때 KBS는 보도․프로그램부터 조직운영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MB스러운 행태’를 보여줬다. 그런데 특보 출신 사장이 온다고 해서 특별히 더 악화될 게 있을까. 가정이지만 김인규 씨는 오히려 자신의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해 탕평인사와 조직혁신 등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특보 출신’ 김인규와 ‘비특보 출신’ 이병순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김인규 신임 사장과 비교되는 인물이 서동구 전 사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특보를 역임했던 서동구 씨는 지난 2003년 KBS사장에 임명됐지만 당시 KBS노조와 시민사회진영의 반대로 중도하차했다. 서동구 전 사장에 적용한 기준대로라면 김인규 사장 역시 중도하차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KBS내의 ‘김인규 추종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후자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현재 KBS를 둘러싼 사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병순 전 사장이 김인규 사장 정도의 지지자들을 가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 같은 특보 출신이지만 서동구 전 사장은 중도하차 할 수밖에 없었던 반면 김인규 사장은 당당히(?)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KBS 공채 1기 출신’ 사장을 따르는 내부 추종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약 서동구 전 사장이 경향신문이 아니라 KBS 공채출신이고, 나름 추종자들이 있었다면? ‘다른 그림’이 그려졌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난 KBS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건 바로 KBS구성원들이라고 본다. MB정부 등장 이후 KBS에서 발생한 문제가 모두 이병순 전 사장 때문인가. 동의하기 어렵다. 이병순 체제 하에서 보도․프로그램을 만든 당사자는 이병순 사장이 아니라 기자․PD들이었다. 이들은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또 경영진과 간부들의 전횡을 감시해야 할 KBS노동조합은 얼마나 제 역할을 했을까. 어떤 것이든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특보 출신 김인규만 막으면 KBS개혁은 이뤄질 수 있을까. 동의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KBS는 김인규 사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를 견제해 나가는 건 노조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몫이다. 12월3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한 KBS노조에 대해 미덥지 못한 시선들이 늘어나는 걸 노조가 살펴야 하는 이유다.

김인규 신임 사장은 MB특보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결격사유가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래서 김인규만 막으면 된다’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노조를 비롯한 KBS 구성원들의 성찰과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총파업 투쟁’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이병순과 김인규가 아니라 바로 KBS 구성원 당신들이라는 얘기다.

<사진설명> 김인규 KBS 신임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24일 노조가 출근을 가로막자,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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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나누기] 커피전문점에서 벌어진 ‘풍경들’

요즘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보고 있는 데요, 오늘(25일) 그 위력(?)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물론 주관적인 느낌일 뿐 객관적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같이 동반했던 제 아내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 걸 보면, 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일요일, 아내와 함께 영화(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기 위해 한 극장을 찾았습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우선 우리의 ‘풍경’.

아내 : 주문을 자기가 했으니 진동 울리면 내가 갈게.
나 : 하하. 개콘 ‘남보원’의 영향력이 정말 이 정도로 큰 건가.

실제 아내는 진동이 울리자 본인이 직접 커피를 가지러 갔습니다. 그 전까지는 주로 계산도 제가 하고, 가지러 가는 것도 제 몫이었거든요. ^^. 글쎄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행동에 그렇게 큰 의미 부여를 한 적은 없어서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제 아내가 개콘 ‘남보원’을 본 이후 ‘그런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냥 그렇게 우리끼리 ‘키득키득’ 대고 있는데, 그 풍경은 ‘우리만의 풍경’이 아니더군요. 그 커피전문점에 있는 커플 손님들 대부분이 계산은 남자가 하고, 진동이 ‘드르륵’ 울리면 일제히 여자들이 커피를 들고 오는 겁니다. ^^. 그 광경을 지켜본 아내의 한 마디, “저 사람들도 개콘 ‘남보원’ 영향 받은 모양이다.”

사실 <개그콘서트> ‘남성보장인권위원회’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는지 몰라도, 저의 경우 남자들이 어느 정도로 유치(?)해 질 수 있는지 - 그 극단의 형태를 반어적으로 보여준다고 봅니다. 예전 같으면 ‘찌질이-소심남’이라고 놀림을 받았을 법한 그런 행동들을 ‘남성 권익’ 보장이라는 미명 하에 당당히(?)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남자들’의 유치함과 어이없음에 그냥 웃음을 짓는 거죠.

그런데 이런 현상들이 개그 소재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요. 해마다 취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은 ‘전통적인 남녀관계’ (본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바뀐 것은 없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그런 관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데이트 비용적인 측면에서 말이죠. ^^.

뭐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경제도 이렇게 어려운데, 데이트 비용은 모조리 남자가 내야 하나? 여자가 좀 내면 안되나, 뭐 이런 거. 예전 같으면 남자의 자존심 등등을 들먹이며 ‘씨알도 먹히지 못할 소리’였지만, 지금은 많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이 옳냐 그르냐,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은 잠시 유보하겠습니다. 이건 가치판단적인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인 듯 해서요.

개인적으로 이런 측면보다는 다른 면에 좀 더 주목을 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남자다운’ 행동이라는 것에 대한 우회적 비판 - 사실 저는 이 부분에 더 눈길이 가거든요. 뭐 예전엔 뭐든 남자가 해야 되고, 남자가 적극적이어야 하고, 사소하거나 자잘한 것들은 불만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남자답다’라고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싫은 건 싫다고 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급적 감정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얘기를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그게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개콘 남보원’은 어쩌면 ‘찌질이’ ‘소심남’일 수도 있는 남자들의 속마음을 보여줌으로써 남성들의 행태를 비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남자들의 권익보호를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만 ‘폼생폼사’ 잡는 남자들을 은근 슬쩍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닐까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남성들의 허위의식을 공개함으로써 여성들로 하여금 ‘아! 남자들도 속으로 저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 저는 그런 식으로 자꾸 해석이 되더군요.

그래서 매주 ‘남보원’에서 새로운 내용이 개그로 다뤄질 때마다,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나치게 미시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건 좀 우려가 된다는 거지요. 남성들의 ‘찌질한’ 속마음을 세상에 공개한 것까지는 좋은데, 아직도 여전히 본질적인 측면에서 남녀관계는 바뀐 게 없습니다. 바뀐 것 보다는 바꿔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제도적 측면 못지 않게 남성들의 성찰이 우선되어야 할 부분도 많고요.

그런 측면까지 들춰냄으로써 세상의 모든 남성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 그런 ‘남보원’ 개그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요. 물론 판단은 제작진의 몫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앞으로 계속 ‘남보원’을 시청하렵니다. ^^.

<사진=KBS 개그콘서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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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주목도 받지 못했지만 프로그램 탄생 또한 그리 기대하지 않았던 프로그램. 주로 특정 프로그램 폐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 ‘불우한 운명’의 프로그램은 탄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폐지되는 프로그램은 주목하는 반면 뒤를 이어 새롭게 탄생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죠.

지난해 연말 KBS〈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폐지되고 〈시사360〉이 탄생할 때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시사투나잇> 폐지에는 주목했지만 <시사360>의 탄생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사360>은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시사360> 제작진 가운데 다수가 첫 방송 전까지 <시사투나잇> 폐지 반대시위에 동참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은 당시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사생아적인 운명의 KBS ‘생방송 세계는 지금’

지난 얘기를 다시 끄집어 낸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KBS 가을개편에서 바로 이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이 또 다시 탄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의 전신은 다름 아닌 <시사360>입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탄생하는 과정은 지난해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폐지되고 <시사360>이 탄생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 KBS 2TV‘생방송 세계는 지금’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반발과 논란이 있었고, KBS 내외부의 반발도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사360>은 폐지됐고 후속 프로그램이 편성됐습니다. 후속 프로그램이 편성된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는 것도 지난해 상황과 비슷합니다.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 뒤를 이은 ‘사생아적인 운명’의 프로그램 탄생이라 …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참 얄궂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자리에서 ‘얄궂은 운명’에 대해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전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제작진입니다. 국제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해외 PD특파원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주 활약상을 펼치는 PD들이 <생방송 시사투나잇> ‘출신’ 제작진들입니다. 물론 프로그램 초기인 만큼 아직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미진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병순 KBS 사장의 ‘주도’ 하에 진행된 가을개편이란 점 때문에 새로 태어난 프로그램에 일단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생각을 잠시 거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 제작진은 그렇게 ‘만만한’ 제작진이 아닙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 일단 주목해 보자

사실 국제적인 이슈를 매일 다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내 유력 언론사 특파원들이 세계 곳곳에 나가 있지만, 대부분 미국과 유럽 국가 위주의 굵직한 소식들로 뉴스를 생산합니다. 거기에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소식이 가끔씩 채워지죠. 나머지 국가들은 전쟁이 발발하거나 대형 지진․해일이 발생해야 주목하는 정도입니다. 우리의 국제뉴스는 지나치게 ‘세계 주류적인 흐름’에만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자체 발굴기사나 고유 시각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당장 신문 국제면을 한번 살펴보세요. 외신을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파원들이 자체 생산한 기사라 해도 발굴 기사는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이건 방송뉴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현실의 한계도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 문제점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 언론의 국제뉴스는 ‘주류적이면서 지나치게 협소한 세계’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MBC <W>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W>는 국내 언론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PD들이 직접 세계 곳곳을 누비며 취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세계 주류’에 국한되지 않고 ‘제3세계’와 아프리카 등 그동안 국내 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았던 국가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안들을 생생한 취재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W>의 이 같은 노력으로 국내 언론의 국제뉴스가 다양해지고 풍부해진 건 인정해야 합니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의 존재 이유 - 국제 뉴스의 다양화

하지만 냉정히 말해 <W>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물론 KBS도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국제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지만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폐지가 됐습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생방송 세계는 지금>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 신문과 방송에서 전하는 국제뉴스의 획일성에 답답해하시는 분들이라면 MBC <W>와 함께 더더욱 이 프로그램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 19일부터 KBS 2TV에서 방송된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건 21일 방송된 ‘오키타양의 수업료 투쟁’이란 리포트였습니다. 저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교육비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방송사 메인뉴스는 물론이고 주요 언론들이 이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죠.

   
▲ KBS 2TV‘생방송 세계는 지금’
‘오키타양의 수업료 투쟁’에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돈이 없어서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수업료가 없어서, 기본적인 생활비가 없어서 고등학교 3명 중 1명이 아르바이트 생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일본 현실을 TV에서 직접 접하니 ‘88만원 세대’의 고된 현실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생방송 세계는 지금>을 보면서 왜 방송사 메인뉴스와 신문 국제면에선 이런 내용이 보도가 되지 않을까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 <생방송 세계는 지금>은 일본의 일부 학생들이 학비를 면제해 달라며 도쿄 시부야에서 수도권 고교생 시위행진을 벌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경제대국 일본에서 고등학생들이 수업료를 면제해 달라며 거리시위에 나서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는데, 왜 국내 언론은 이를 주목하지 않을까요. 전 고개가 꺄우뚱해지더군요.

‘세계는 지금’ 제작진은 학생들의 빈곤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이 지난 10년간 일본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을 하더군요. 2009년 9월 현재 일본의 비정규직은 1685만 명이라고 합니다. 3명중 1명이 비정규직인 셈인데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도 해마다 벌어져서 지금은 3배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사회 저변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뉴스 생산해 주길

비정규직 수입이 가계지출을 훨씬 초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업을 포기하거나 공장으로 가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요. 이런 일이 일본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자민당 독재 체제의 일본이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 이유를 지금까지 여러 언론이 분석하고 짚었지만, 체감적으로 뚜렷이 와 닿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이날 <생방송 세계는 지금>이 전한 이 리포트를 보면서 독주체제를 걸었던 자민당 정권이 왜 일본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는지 뚜렷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회안전망이 어느 정도로 무너져 가고 있는 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일본 사회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빈부의 양극화와 비정규직 증가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충분히 교훈을 삼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국제뉴스를 좀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생방송 세계는 지금>에 ‘비판적 지지’와 격려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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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