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01/19 ‘공부의 신’ 비판에 동의 못하는 이유 (7) by 곰도리
  2. 2009/01/02 KBS ‘통합노조’새로운 실험 시작하나 by 곰도리
  3. 2008/11/11 KBS가 살고 노조가 사는 법 by 곰도리
  4. 2008/11/10 KBS 기자·PD들이 KBS노조에 항의한 이유 (7) by 곰도리
  5. 2008/10/14 ‘편향된 KBS 출연자’의 항변(?) by 곰도리
  6. 2008/08/15 정연주와 엄기영,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길 (76) by 곰도리

[TV에세이] ‘리메이크’와 ‘베끼기’가 같은가

KBS 〈공부의 신〉(연출 유현기, 극본 윤경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사교육과 물질주의가 확산되는 내용이 문제라고 하고, 일본드라마 베끼는 KBS가 공영방송이 맞냐는 비난도 제기된다. 〈공부의 신〉과 같은 일본 리메이크작이 각광을 받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국 드라마 기반이 흔들릴 거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KBS노동조합은 〈공부의 신〉 논란 등과 관련해 공정방송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태세다.

결론부터 말하자. 이 같은 비판,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이해하는 부분이 있고,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점도 있지만 〈공부의 신〉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은 성급하다.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요인이 〈공부의 신〉에 가해지는 모든 비판을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과 ‘욕먹어도 싸다’는 식의 비난은 구분되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구분이 없다.


‘리메이크’와 ‘베끼기’가 같은가 … 용어사용에 신중해야

경향신문은 지난 18일 〈공부의 신〉과 관련한 논란을 다루면서 제목을 ‘일본드라마 베끼는 KBS 공영방송 맞나’로 뽑았다. 이 제목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다. 리메이크와 베끼기는 엄연히 다른 것인데, 경향은 〈공부의 신〉을 제목에서 베끼기, 즉 표절로 단정했다. 경향신문이 이걸 몰랐을까. 그럴 리가 없다. 기사 본문에서 경향이 〈공부의 신〉을 베끼기로 단정하지 않고 리메이크로 정확히 표현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만약 경향이 일부 우려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지만, 이건 아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경향이 제목에서 ‘무리수’를 둔 이유가 뭘까. 극중 강석호(김수로) 변호사를 통해 뱉어지는 대사 가운데 ‘입시위주 공부’를 강조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방점을 찍었기 때문인가. 그래서 〈공부의 신〉 기획의도가 주입식 교육과 입시위주를 설파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인가.

하지만 〈공부의 신〉을 학벌지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설파하는 퇴행적 드라마로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런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공부의 신〉은 그런 점 외에 우리 사회의 ‘꼴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냄으로써 성찰을 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또 교육에 있어 ‘현실과 원칙’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 ‘공부의 신’ 돌풍에는 이유가 있다)

KBS노조의 비판은 과연 온당한가

KBS노동조합의 비판도 동의하기가 어렵다. 최성원 KBS노조 공정방송실장은 경향신문,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를 그대로 카피한 것 뿐만 아니라 일본 교육사회의 문제점까지도 그대로 우리 교육현실로 대치한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공영방송(KBS)은 한국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방송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또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라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교육을 통해 다양성과 창의성이라는 것을 몸에 익히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천하대(서울대)를 가야 사회를 지배할 수 있다는 기득권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동안 ‘관변 논란’을 빚은 KBS뉴스와 프로그램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할 때 KBS노조가 보인 ‘소극적인 태도’를 감안하면 〈공부의 신〉에 대한 ‘공격적 비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혹 뉴스나 시사교양보다 드라마가 ‘만만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자문해 보길 권하고 싶다.

또 하나. 이제 5회가 방영된 드라마에 대해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아닐까. 예전 글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변호사 강석호(김수로) 못지 않게 병문고 한수정(배두나) 선생은 〈공부의 신〉에서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다. 강석호 변호사와 한수정 교사는 ‘꼴통인생들’을 방관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범주에서 일정하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어떤 것인지’를 두고 대립한다. 강석호가 명문 천하대 입학을 통한 전통 입시위주의 방식을 선호한다면, 한수정은 이른바 ‘참교육’의 현장실천을 가치관으로 가지고 있다. 거칠게 말해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대립인 셈이다.

캐릭터와 드라마적 장치는 과정일 뿐 …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18일 방송에서 약간 언급이 됐지만, 강석호와 한수정은 배척이 아니라 경쟁과 상호협력을 통해 ‘꼴찌들’에 대한 교육을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강석호식 주입식 교육’은 ‘한수정식 인간교육’과 병행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강석호 변호사의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어도 새겨들을 부분은 있다고 본다.

둘 중 어떤 방식이 옳은지 그리고 학생들을 위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예전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기존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체제에서 ‘성공’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강석호의 주입식 교육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잘난 인간들’의 ‘출세’가 아니라 ‘밑바닥 인생’들의 ‘사람 만들기’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의 교육방식이 옳은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선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정리하자. 〈공부의 신〉은 아직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천하대 특별반’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그리고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 MB 교육정책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점도 이해하지만 캐릭터와 드라마적 장치는 과정일 뿐 아직 〈공부의 신〉은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강석호식 교육법을 ‘꼴찌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지 여부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부의 신〉은 생뚱 맞은 대사로 ‘시위대를 부당하게 묘사한’ 〈수상한 삼형제〉와는 비판의 맥락을 달리해야 한다. 지금 〈공부의 신〉에 대한 비판은 부당한 측면이 많다.

사진(순서대로) <공부의 신> ⓒKBS, 경향신문 1월18일자 22면, <공부의 신> 제작발표회 현장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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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68호에 실린 글입니다.

KBS ‘통합노조’가 출범한다. 2009년 출범하는 12대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과 공동 집행부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평행선을 달리다 못해 적대적이기까지 했던 두 진영이 손을 잡았다. 왜일까.

서로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KBS 조합원들은 강동구·최재훈 쪽에 승리를 안겨줬다. 하지만 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복합적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95%, 승자(노조 당선자)와 패자(사원행동)의 표 차이는 66표다.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 당선자가 말했듯 “이는 조합이 통합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무엇보다 이병순 KBS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의 일방통행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게 나타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박승규 노조(11대)에 책임을 물은 구성원이 1979명(48.5%)이나 된다는 걸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 강동구 새 위원장 당선자는 11대 노조 집행부로 참여하지 않았던가. 통합을 지향하지 않으면 반쪽 집행부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사원행동 쪽은 어떨까. 비슷한 처지다. 이들은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하지만 선거 패배는 사원행동의 이후 전망을 어렵게 만들었다. 집단적 노조 탈퇴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언론법 강행에 따른 전국언론노조의 총파업 등 언론계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들이 노조라는 공간을 버리고 싸움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사실 통합보다 중요한 건 성공 여부다. 솔직히 확률은 낮아 보인다. ‘통합노조’의 깃발은 올렸지만 아직 두 진영 사이에는 신뢰의 문제가 남아 있다. KBS 현안부터 방송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분명한 인식차도 존재한다. 한마디로 대내외적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언제든 ‘분리 독립’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합노조’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반복해 왔던 승자 독식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주목한다.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이 점차 격해지고 있는데, 문제는 그 격함이 노조선거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KBS 사장 선임은 물론 역대 노조 선거가 첨예한 갈등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BS는 한국 정치의 복사판이다. 노선이 다른 진영 간 사활을 건 경쟁은 기본이고, 심지어 이긴 쪽의 성향에 따라 반대쪽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역지사지나 승자의 포용을 기대하는 건 사치에 가까웠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가 지적한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좀더 좋은 방송을 제공하기 위해 애써야 할 사람들이 엉뚱하게 힘을 쏟아 붓고 있으니 답답할” 정도다.

KBS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듯 노조 역시 특정 구성원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전면 부정하는 행태가 지양돼야 하는 이유다. 선거 공로에 따른 논공행상 자리배분도 최소화 시켜야 한다. 그래야 공영방송 노조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

당선자 쪽에서 승리감에 도취되지 않고 이번 선거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같은 시도가 KBS와 노조 역사에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KBS ‘통합노조’의 출범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다.

<사진 : 지난달 31일 언론노조 집회에 참석한 KBS 조합원들. 왼쪽부터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 최재훈 KBS 노조 부위원장,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 정조인 KBS 기술인협회장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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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 이 글은 <시사IN> 61호(2008년 11월15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시사IN>에는 ‘KBS에는 노조다운 노조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서울 여의도 KBS본관

KBS와 YTN은 지금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의 양상은 다르다. KBS는 총체적 난국. YTN은 노사 갈등. 새 사장 선임 전후 갈등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KBS와 YTN은 유사한 점이 많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있다.

KBS는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진행된 일련의 과정들, 즉 인사․조직․프로그램 개편을 두고 경영진과 일선 제작진 사이에 형성된 갈등이 중심축이다. 경영진과 제작진이 직접 대립하다보니 갈등양상도 총체적이다. KBS 시사․교양․다큐멘터리 PD들은 오는 11월17일 단행될 가을개편을 보이콧하기로 결의했다.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은 개편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라디오PD들은 피켓을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 시킨 경영진의 방침에 반발해서다. 기자협회와 PD협회는 경영진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각 기수별 기자․PD들은 연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YTN은 낙하산 사장 논란이 핵심이다. 사안의 심각성은 KBS보다 더하다. YTN 구본홍 사장이 ‘정상적인’ 출근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6명의 기자를 해임했다. 최근에는 강철원 보도국장 직무대행이 기자들의 노조 활동지지 여부와 가담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성향분류 작업까지 지시했다. ‘사상초유’ ‘퇴행적’이라는 수식어가 동반되는 이유다.

사실 총체적 갈등은 KBS보다는 YTN에서 나타나야 정상이다. KBS 상황이 심각하다고는 하나 YTN에 견줄 바는 못 된다. YTN이 노조를 중심으로 경영진과 ‘전선’을 형성한 다음 언론계와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전략은 그래서 놀랍다. 감정에 치우쳐 쉽게 파업카드를 꺼내지도 않았다. 급기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YTN 사태를 두고 구본홍 퇴진을 고민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KBS 싸움에는 노조가 없다. 일선 제작진들이 개편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피켓을 들 때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인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인사 철회를 요구했을 때도 노조는 없었다. 신태섭 전 KBS 이사가 강제 해임될 때도 마찬가지. 경찰의 보호 아래 이사회를 변칙으로 개최해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를 할 때도 KBS노조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중요 고비마다 노조는 침묵했다.

현재 KBS에서 위기의 징후들이 도처에 나타나지만 노조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뉴스의 공정성에 대해 시청자위원회가 우려를 표명했지만 정작 노조는 말이 없다. 공정방송위원회가 열릴 법도 한데 개최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노조가 경영진에 요구는 했는지 의문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11월6일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하던 기자․PD들이 경영진이 아닌 노조로 쳐들어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겠는가. KBS와 YTN의 ‘갈등’이 비슷하면서도 본질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1월 말로 예정된 KBS노조 선거를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지금 KBS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현안에 대한 논의나 토론은 사라지고 있으며, 일방적인 지침이 다시 부활할 조짐도 보인다. 경영진의 일방통행식 소통방식에 원인이 있지만 노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제3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노조 선거는 이런 기능의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 KBS가 ‘살고’ 노조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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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핫이슈] 기자·PD들이 항의한 이유 곱씹어야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 이날 KBS 기자와 PD 150여명이 집회를 열었다. 집회 이유는 ‘KBS 졸속개편 반대시위.’ 이들의 주장은 “굴욕적인 관제개편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단행된 인사·조직·프로그램 개편을 두고 KBS 구성원들의 내부 반발은 극심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날 집회도 이런 반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집회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끌었다.

KBS 기자와 PD들이 노조에 항의한 이유

KBS 기자와 PD 150여명은 지난 6일 오후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굴욕적인 관제개편을 거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PD저널

하나는 지난 9월17일 단행된 ‘보복 인사’ 논란 이후 기자와 PD들이 두 달여 만에 함께 한 자리라는 점. 다른 하나는 KBS 기자와 PD 50여명이 이날 오후 1시경 KBS 노동조합(위원장 박승규) 사무실로 몰려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언급한 두 가지는 사뭇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KBS사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흥미롭다. 우선 기자와 PD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건, 그동안 개편 논란을 빚었던 제작진과 KBS PD협회가 ‘산발적으로’ 벌이던 시위가 조금씩 ‘조직화’ 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사실 조직화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KBS노조가 있는데 기자·PD가 모여서 집회 한번 했다고 무슨 조직화란 말인가. 하지만 그동안 KBS에서 인사·조직·프로그램 개편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 KBS노조는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 있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선 제작진이 개편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일 때 KBS노조는 없었다. 보복인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물론이고 개편과 관련해 각 기수별 기자·PD들이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할 때도 노조는 없었다. 사실 지난 6일 집회도 기자와 PD가 ‘연대집회’를 열어 사측의 방침을 성토하기 보다는 노조가 중심이 돼 사측의 개편작업에 문제는 없는지를 공론화하는 자리였어야 했다. 하지만 기자와 PD들이 연일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며 가을개편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는 ‘침묵’하고 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이 10일 가을개편에 반대하며 KBS 신관 2층 로비에서 무기한 연좌농성에 돌입했지만 노조는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노조가 바로 서야 KBS가 ‘정상화’ 된다

KBS 기자와 PD들이 6일 오후 KBS 노동조합(위원장 박승규) 사무실을 찾아가 이번 가을개편과 관련해 노조의 공정방송위원회를 조속히 개최 할 것을 요구했다. ⓒPD저널

이 뿐만이 아니다. 시사보도팀장이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에게 불합리한 압력을 행사한 일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는 데도 노조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KBS뉴스의 공정성에 대해 시청자위원회가 두 번 연속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정작 노조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 정도면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뉴스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대책 마련을 요구할 상황인데 이상하리만치 노조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KBS 기자·PD들이 경영진이 아니라 노조 사무실로 몰려가 강하게 항의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물론 지금 KBS 내부논란은 제작진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일부 간부들만을 중심으로 개편논의를 하고 있는 사측의 태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하지만 사측의 이 같은 일방적 행태를 노조가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 역시 크다는 주장이 KBS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노조가 바로 서야 KBS가 ‘정상화’ 된다. 지금 KBS노조에게 하고픈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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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동네] ‘그들’이 말하는 편향성이란

지난 7일 KBS노동조합이 ‘특보’를 냈습니다. 이걸 본 후배기자가 저를 부르더군요. 전해준 내용은 ‘특보’에서 언급된 것인데 이걸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출연자의 경우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언론을 정치 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부 매체의 직원들이 고정 출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의 발언이 KBS 전파를 타고 나가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KBS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매체라 …

2008년 10월7일자 KBS노조 특보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특히 주목을 끌었습니다. KBS노조가 언급한,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매체는 어떤 매체일까요. 사실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인식하는’이라는 부분이 좀 모호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언론을 정치운동의 수단’ 정도가 아니라 언론과 정치가 혼연일체가 돼 사실상의 정치집단이나 마찬가지인 ‘보수신문’을 지칭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 같습니다.

KBS노조는 아마 ‘언론개혁’을 표방하면서 언론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 종사자’를 지칭하는 거겠지요. 어쨌든 한번 추려 볼까요. 이런 매체 한국에서 얼마 안됩니다. ^^

우선 언론비평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이 있습니다. 〈PD저널〉도 있습니다. 온라인매체비평지인 〈미디어스〉나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도 있지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미디어오늘〉〈미디어스〉〈기자협회보〉기자들 가운데 KBS에 고정 출연한 기자는 없습니다. 그럼 한 군데가 남습니다. 〈PD저널〉. 아마 KBS노조가 언급한 매체는 〈PD저널〉일 겁니다. 〈PD저널〉에서 KBS에 고정출연한 기자가 누구일까요. 물론 지금은 그만 뒀습니다만. (관련 글 - KBS 라디오방송을 그만두면서)

바로 접니다. 후배가 저에게 이 내용을 알려준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KBS 종사자는 모두 ‘공정’한가

뭐, 인정(?)합니다. 어차피 ‘그들’의 눈에는 제가 ‘편향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좀 억울한(?) 측면이 있네요. 그렇게 주장하는 그들은 마치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양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편향’이면 ‘그들’도 ‘편향’이죠. 그렇지 않은가요.

KBS노조가 특보를 통해 ‘주장’한 내용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공영방송 KBS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모두’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공영방송’ KBS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견지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KBS내에서 검토·논의·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조직개편 그리고 인사조치 등을 보면 그들만큼 ‘편협하고 독선적이며 편파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보기에 ‘편파적인 인사’들이 고정 출연을 한다고 해서 해당 프로그램이 ‘편파적’일 거라는 생각은 정말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담당 PD가 중심을 잡고 출연자를 섭외하고, 방송내용에 대해서도 사전 논의를 거칩니다. 아이템을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죠. PD와 출연자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할 건 조율하고 그런 과정을 반드시 거칩니다. 출연자 맘대로 결정하게 하는 그런 PD는 없습니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PD들을 ‘모욕하는’ 주장과 발언은 삼가주길

제가 출연했던 프로그램 PD만 하더라도 (지난번 인사조치에 따라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 계시지만) 방송 전 매주 저와 아이템과 방송 내용 등에 대해 협의를 했습니다. 제 판단에 해당 PD는 ‘진보적인’ 쪽에 가까운 의식을 가진 분이었지만,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감안, 항상 ‘균형감각’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KBS노조가 특보를 통해 오히려 자신들을 그리고 KBS PD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일부 출연자의 발언이 KBS 전파를 타고 나가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KBS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책임의식을 갖고 현장에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KBS PD들에 대한 사실상의 ‘모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13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도 KBS노조와 비슷한 ‘주장’을 하시더군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출연자들의 ‘편향성’을 문제 삼는 ‘그들의’ 의식은 과연 공정할까. 전 제가 ‘편향적이지 않다’고 항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만 ‘편향적’인 건 아니지요. 문제는 ‘편향’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 ‘편향’이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 - 그거 아닐까요. 자신들의 관점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편향적이라고 ‘단정’하는 건, 그만큼 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편향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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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핫이슈] 엄기영 MBC 사장이 사는 길

최근 MBC 관계자와 통화를 한 일이 있습니다. MBC의 <PD수첩> 사과방송 이후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매우 우려하고 있더군요. 장시간 통화를 했는데, 이 관계자가 한 얘기 중에 정연주 KBS 전 사장과 엄기영 사장을 비교한 부분이 특히 공감이 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정연주 전 사장은 KBS 내부가 ‘분열된’ 상황에서도 나름 싸우고 있지 않은가. 검찰에 강제구인 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데 엄기영 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엄기영 사장, MBC 구성원들과 ‘정면대결’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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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전사장 ⓒKBS

핵심은 이렇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권력기관을 다 동원하고 있는데도 정 전 사장은 홀로라도 맞서 싸우고 있는데, 엄기영 MBC 사장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죠.

맞는 얘기입니다. 엄기영 사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비해 많은 점에서 유리합니다. 정 전 사장은 정권 차원의 몰아내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KBS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사실상 ‘홀로’ 싸워왔습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노조)는 일찌감치 ‘반정연주 노선’을 걸어왔기 때문에 정권 차원의 정 전 사장 몰아내기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KBS노조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반정연주’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내부 직능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죠.

섣부른 가정일지 몰라도 만약 KBS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웠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봅니다. KBS이사회가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가결시켰을 때, 경찰력이 KBS에 투입됐죠. 이때 KBS 일부 구성원들이 경찰투입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공권력 투입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KBS에 경찰력이 투입된 것은 이른바 지난 1990년 4월 투쟁 이후 처음입니다. 하지만 지난번 이사회를 앞두고 경찰이 투입될 당시 KBS를 지킨 구성원들은, 냉정히 말해 극히 소수였습니다. 자신들의 터전인 공영방송이 초법적으로 경찰에 의해 ‘침탈’ 당하고 있는 데도 KBS 지킨 구성원들이 소수였다는 건 - 현재 KBS 내부의 상황이 어떤 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MBC 구성원들의 ‘투쟁 의지’와 엄기영 사장의 미온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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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캡쳐

하지만 MBC의 상황은 KBS와는 정반대입니다. 약간 오버해서 말한다면 MBC는 경영진을 비롯한 일부 간부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전투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MBC노조는 물론이고 시사교양국 PD, 보도국기자회, 경영협회 등 많은 MBC 직능단체들이 <PD수첩>에 대한 MBC의 사과방송 결정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와 장시간 통화를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PD수첩>에 대한 국가권력 기관의 전방위적 압박에 MBC 구성원들이 ‘총력투쟁’할 의지를 보이고 있음에도 엄 사장이 사과방송을 한 것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우고 있는데 엄기영 MBC 사장은 훨씬 유리한 상황임에도 사실상 MB에게 ‘항복선언’을 했다는 것이죠. 대체 이유가 뭘까요.

MBC 관계자는 엄 사장을 보좌하는 간부들의 탓이 크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엄기영 사장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엄 사장이 이른바 ‘대가 센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보좌진이 일제히 ‘반대’를 하면 그걸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전 그 얘기를 들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좀 반신반의 하고 있습니다만 ^^ 어찌됐든 정연주 전 사장과 비교했을 때 엄 사장은 천군만마를 얻었음에도 싸움도 하기 전에 미리 항복선언을 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엄기영 사장 개혁성 시험대는 ‘정정보도’에 대한 항소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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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MBC사장 ⓒMBC

지금 MBC 구성원들이 엄 사장에 대해 실망도 하고 때문에 분노도 느끼지만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는 않고 있더군요. 그 마지막 희망은 <PD수첩>에 대한 법원의 ‘정정반론 보도’에 대해 항소를 할 거라는 희망입니다.

MBC는 지난 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PD수첩> 광우병 방송과 관련해 ‘정정반론 보도’ 결정 판결문을 송달받았습니다. 만약 MBC가 항소를 한다면 14일 이내인 오는 22일 전에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MBC 안팎의 분위기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 ‘사과방송’은 하고 정정반론 보도에 대해서는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부분도 아니고 MBC가 명확히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만약 MBC가 사과방송에 이어 항소까지 포기하고 정정반론보도를 내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장담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정말 엄기영 사장은 MBC 구성원들과 ‘정면대결’을 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엄 사장은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사장이면서 동시에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축출대상’이 되는, 매우 불명예스런 MBC 사장으로 남게 될 겁니다.

정녕 엄기영 사장은 그걸 원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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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