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사장 인선안’이 의도하는 것
[포커스] ‘협상파’의 입지를 좁히지 말라
“쓰나미다.”
‘김재철 사장 인선안’에 대해 MBC 한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논평은 단순히 외형적 규모가 크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내용적 측면의 ‘물갈이’가 ‘쓰나미’ 같다는 얘기입니다.
‘김재철 인선안’, 그러니까 28개 관계사(지역MBC 19개, 자회사9개) 사장 가운데 21개 관계사 (지역MBC 16개, 자회사 5개) 사장을 교체하는 안을 살피면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비호남 △고려대 △최문순·엄기영 색깔 걷어내기가 그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MBC 관계자의 표현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종합한 것입니다.
‘김재철 인선안’의 문제점
이번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평가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지역MBC 사장 인선에서 성과나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특히 일부 지역MBC 사장의 경우 임기동안 상당한 경영성과를 냈음에도 이번 인사에서 교체됐습니다.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사실상 ‘경질’을 당한 셈입니다.
‘경영평가 무시’와 한 축을 이루는 게 ‘보은인사’입니다. 공정방송노조 활동으로 징계를 받은 정수채 전 위원장이 이번에 MBC 프로덕션 이사로 선임된 것 대표적입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MBC 프로덕션 사장에 공정방송노조 출신 윤혁 제작본부장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경영성과는 무시하고 ‘측근들’은 중시한다? 이번 인사를 두고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전, 이번 인사에서 원칙과 기준 이런 것보다 ‘승자 독식주의’의 문제점을 말하고 싶더군요. 비호남과 고려대 출신 부각도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저는 이보다 ‘최문순·엄기영 사람 걷어내기’가 더 문제라고 봤습니다. 물론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습니다. 새로운 사장이 되면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을 기용하는 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 인사권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아니 원칙과 기준 이런 말보다 저는 ‘상식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누가 봐도 경영성과가 뚜렷한 사람을 내치고 ‘정치 색채’가 뚜렷한 사람을 기용한다는 건, 상식보다는 당파성이 작용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최문순·엄기영 체제’에서의 김재철 사장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런 ‘상식’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김재철 사장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최문순·엄기영 체제’에서 김재철 사장이 코드가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 지역MBC 사장으로 재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상식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 아닐까요. 김재철 사장만이 아니라 이번에 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런 ‘혜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전임 사장들은 ‘노선’은 달랐지만 인사에 있어 최소한의 ‘균형’은 유지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김재철 인선안’에서 이런 최소한의 균형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물론 일부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만,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게 MBC 안팎의 전언입니다.
이번 인선안이 ‘김재철-이근행 조건 합의 이후’에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노조가 속은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앞으로 MBC노조의 행보를 일단 지켜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MBC노조가 원칙과 기준을 버리고 김재철 사장과 무턱대고 타협할 거라고 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MBC노조의 건강성을 저는 믿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무엇을 의도했을까
개인적으로 김재철 사장이 무엇을 의도했는지가 더 궁금하더군요. 여러 해석들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 노조와 방문진을 동시에 달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희만-윤혁 본부장’을 원위치 시키는 카드를 통해 노조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이번 인사를 통해 ‘정권과 방문진을 비롯한 보수층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지난 8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 짐작하겠지만 보수층 일각에서 김재철 사장의 최근 행보를 못마땅해 하고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 입장에선 이들을 달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문제는 김재철 사장의 이런 ‘줄타기’가 MBC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솔직히 이번 인선안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설득할거라면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고 싶네요. 앞서 언급했지만 기준과 원칙도 없는, 더구나 전임 사장들에 비해 ‘그다지 상식적이지도 않은’ 인사를 가지고 MBC 구성원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왕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을 했다면 좀 더 전향적인 방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파국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맨위=지난 8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 모습 / PD저널>
<사진 중간=김재철 MBC사장 / PD저널>
<사진 아래=조선일보 3월8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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