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사IN> 10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구본홍 YTN 사장의 사퇴는 언론계에 몇 가지 고민을 던졌다. 향후 전개될 정권과 언론과의 싸움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본홍 카드’ 실패를 경험한 MB정권은 어떤 방식의 변화를 꾀할까.

단정은 이르지만 민영화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YTN 민영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화 될 경우 YTN노조를 무력화 시킬 수 있고, 보도PP채널에 관심 있는 후보군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인 건 분명하다. 1년 동안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여온 YTN노조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MBC 민영화도 있다. 방송공사법 제정과 민영미디어렙 도입은 MBC 민영화의 틀을 규정짓게 된다. 친여성향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방만경영’을 문제 삼아 민영화 논의에 불을 지피면 MBC로선 이 문제를 피해 가기 어렵다. 더구나 민영미디어렙은 서울과 지역MBC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아킬레스건이다. ‘선택의 지점’에서 MBC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민영화가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국영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송공사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KBS의 ‘국영방송화’는 시간문제다. MBC·YTN의 민영화와 KBS의 ‘국영방송화’가 전제된 상태에서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PP가 들어선다고 가정해 보자. 그야말로 방송판 자체가 ‘조중동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법 날치기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여권의 방송계 재편을 막는 건 더욱 힘들어진다.

‘여권발 방송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지만, 민주당과 방송사들의 풍경은 지리멸렬하다. 민주당이 100일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전면전 양상은 아니다. 솔직히 민주당의 장외투쟁이라기보다는 일부 의원들의 결사항전으로 보는 게 정확할 듯싶다. 9월 정기국회 복귀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방송사 내부풍경은 더 가관이다. ‘조중동 방송’ 출현을 경계하기 전에 방송의 ‘조중동스러운’ 행태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여당을 견제․비판하면서도 자사 이익 확보를 위한 ‘주판알 튕기기’가 복잡하게 진행되는 방송사 내부 상황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언론노조 총파업 동력이 예전 같지 않고 ‘보도투쟁’ 지침이 하부단위에서 무력화되고 있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사들의 보도행태다. ‘조중동 방송’과 방송의 ‘조중동스러운’ 보도행태가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방문진 구성에 따른 방송장악 논란은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고, 미디어법 날치기 논란 역시 철저히 정치공방 수준에 머물렀다. 

쌍용자동차 보도는 가장 압권이다. 진압과정에서 쓰러진 노조원을 경찰이 곤봉과 발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경찰 진압방식을 비판하는 리포트는 거의 없었다. 사태의 본질을 파헤치는 보도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 강경․폭력진압’이라는 단어가 방송뉴스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시민단체 일각에서 ‘왜 우리들이 이런 지상파 기득권자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인가’라는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는 ‘조중동 방송’을 만들려는 정부․여당과 ‘조중동화 되려는’ 방송사들, 이 두 개의 골리앗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조중동 방송’ 출현 저지를 논하기 전에 왜 ‘우리들’이 기존 방송사를 지켜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설명>: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100일 행동’이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 방통위 사옥 앞에서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 방문진 이사 선임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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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KBS SBS의 소극적 보도도 논란

눈물겹다. 동아 중앙일보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구하기’ 노력이. 그동안 천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불거져 나왔을 때 모르쇠로 일관하던 조선일보. 하지만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본 이후 ‘좀 심하다’ 싶었는지 오늘자(14일)엔 천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비중 있게 다뤘다.

〈갈수록 비틀거리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해명〉. 조선일보의 오늘자(14일) 사설 제목이다. 조선은 사설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에 관해 해명한 내용은 아무리 봐도 명쾌하지가 않다”면서 “자기들 조직의 수장(首長) 후보자가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검사들은) 자존심이 상했을 수밖에 없다”며 천 후보자를 비판했다.

   
▲ 조선일보 7월14일자 3면.
천성관 후보 의혹엔 ‘관심없는’ 동아와 중앙

조선의 ‘변신’과는 달리 동아 중앙일보는 계속 ‘마이웨이’다. 천성관 후보자 청문회 기사를 8면에 배치한 동아일보는 〈“위장전입, 자녀교육 위한 것” 〉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청문회에서 어설픈 해명과 대답 회피로 일관, 조선일보까지 천성관 후보에 대한 ‘비판대열’에 합류했지만 동아는 철저한 여야 공방위주의 보도를 고집했다.

   
▲ 동아일보 7월 14일자 8면.
중앙일보는 어떨까. 동아일보 정도(?)는 아니지만 기본태도는 비슷하다. 중앙은 〈천성관 “아파트 매입 신중치 못했다”>는 제목으로 6면에 관련기사를 배치했다. 하지만 중앙 역시 의혹제기보다는 여야공방에 초점을 맞췄다. “천 후보자는 이후 야당 의원들의 거센 추궁에 직면해야 했다”는 부분은, 중앙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이 심상치 않은 기류를 읽고 태도를 바꾼 반면 동아․중앙은 ‘천성관 구하기’에 몸을 던진 셈이다. 누구의 판단이 맞을까. 두고 볼 일이다.

KBS와 SBS의 일관된 소극보도 … ‘천성관 구하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KBS와 SBS 또한 ‘천성관 살리기’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고가 아파트 매입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 28일부터. 하지만 KBS와 SBS의 메인뉴스는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KBS가 지난 12일 〈뉴스9〉에서 ‘꼬리 무는 의혹’을 비롯해 민주당의 입장을 간략히 보도했지만 정작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13일 〈뉴스9〉에선 한 꼭지로 리포트를 처리했다.

△아파트 매입대금 △15억 채권자와의 친분 관계 △위장전입 △고급승용차 리스 △아들 병역특례 의혹 등 제기된 의혹만 해도 여러 가지였지만, KBS는 여야의 공방을 중계방송 하듯 보도했다. 언론학 교과서에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언론보도를 통상 ‘수박 겉핥기 보도’라고 말한다.

SBS는 어떨까. KBS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긴 했지만 별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다루지도 않았고, 파헤치려는 보도도 없었다. 더구나 13일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하나의 리포트로 처리했다. 이 모든 상황은 SBS ‘천성관 의혹 보도’가 소극적이라는 말로 정리가 된다. SBS 역시 여야공방과 중계보도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언론이 공직자 검증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때 의혹이 어떻게 묻히는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이들 언론의 보도태도가 주는 ‘교훈 아닌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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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조중동 +KBS SBS’가 침묵할 때 …

조중동엔 없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KBS와 SBS 메인뉴스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천성관 의혹’이라는 단어 조합을. 철저한 침묵이고 의도적 봐주기다. 한국의 ‘대표적’ 5대 언론사가 공직자 검증에 모르쇠로 일관할 때 의혹이 어떻게 묻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고가 아파트 매입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 28일. CBS 〈노컷뉴스〉등이 보도를 하면서부터다. 제기된 의혹은 간단하다. △천 후보자가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23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친척으로부터 빌린 8억 원에 대해서는 이자를 전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금의 성격과 출처와 관련해 ‘충분히’ 의혹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 경향신문 7월3일자 12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봐주기, 언제까지 할 셈인가

천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은 계속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지난 3일 “(천 후보자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 준 동생과 지인의 재정상태가 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나타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천 내정자 측이 청문회를 앞두고 증인과 참고인을 빼달라는 로비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한겨레 7월8일자 1면.
지난 8일. 한겨레는 1면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건설업체가 리스해 쓰던 고급 승용차를 넘겨받아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이 승용차를 넘긴 업체 대표는 천 후보자와 30년 이상 교분이 있는 사람으로, 천 후보자와 기업인들의 ‘특별한 관계’가 오는 13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7월 9일. 경향신문은 천 후보자 아들의 병역특례 의혹을 제기했다. “천 후보자의 아들이 2006년 3월 유명 게임업체인 ㄴ사에 웹프로그래머 인턴으로 입사한 뒤 3개월도 채 안된 6월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성돼 지난해 8월까지 병역특례자로 근무했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7월9일자 10면.
천 후보자 측의 해명 하지만 남는 의혹들

물론 이런 의혹들에 대한 천 후보자 측의 해명과 반론도 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대략 이렇다.

   
▲ 한겨레 7월9일자 5면.
“천 후보자가 전세 들었던 아파트 주인이 집을 내놓는 바람에 아들의 결혼이 예정돼 있고, 딸도 같이 살고 있어서 고민 끝에 큰 평수의 아파트를 산 것으로 알고 있다. 투기가 아니다.”

“하이츠파크 아파트를 계약함과 동시에 잠원동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아 두 채를 소유한 것처럼 돼 있지만 한 채나 다름없고, 시가로 15억 원 가량 하는 잠원동 아파트가 팔리면 채무의 상당 부분도 해소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빚을 내서 산 것도 아니다.”

“문제가 된 차량은 천 후보자와 30년 지기인 석 모씨가 회사 명의로 리스해 지난해 5월 제대한 석씨 아들이 사용하던 차량이며 석씨가 5월26일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뒤 6월13~14일께 만난 자리에서 리스 승계를 제안해 와 그렇게 한 것이다.”

“승계계약을 하기 전인 2008년부터 천 후보자 아파트의 주차관리 대장에 해당 차량이 등록된 것은 경기 광주시에 사는 석씨 아들이 서울에 오면 천 후보자 집에서 숙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주차증을 발급받아 준 것이다.”

“병무청에 정식으로 웹프로그래머 보직 산업기능요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뒤 (아들) 천모 씨의 실력을 보고 공정하게 선발했다. 병역특례가 아니다.”

   
▲ 경향신문 7월9일자 4면.
탐사저널리즘의 실종? 저널리즘 기본의 상실!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와 당사자의 해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혹은 남았다. 이 의혹을 주목한 건 문제를 제기한 경향과 한겨레 정도였다.

조중동은 천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 자체를 아예 주목하지 않았고, 보도 자체를 금기시(?) 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조중동은 기껏해야 ‘천성관 후보자 동기 3명이 사의를 표명했고, 고검장급 9명 모두 바뀔 것 같다’는 정도의 기사만 내보냈다. KBS와 SBS 역시 메인뉴스에서 천 후보자 관련 의혹들에 ‘침묵’하는 건 비슷했다. 기사 검색을 해보면 이들 언론들이 얼마나 천 후보자를 ‘특별대우’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탈세·투기 의혹이 제기된 백용호 국세청자 후보자 청문회 보도에서도 이 같은 ‘특별대우’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9일 경향신문은 백 후보자 인사청문회 기사 제목을 <투기·탈세의혹 제기에 “죄송하다”>라고 뽑았지만, 같은 날 조선일보는 백 후보자의 웃는 사진과 함께 <백 후보자 “국세청 고위·간부직 변화 필요>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투기 의혹에 대한 백 후보자의 해명을 소제목으로 뽑으면서 수행원 한 명과 함께 모범택시를 타고 국회에 도착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 조선일보 7월9일자 6면.
KBS 탐사보도팀이 그리운 이유

가장 안타까운 건, KBS였다. 김재영 MBC PD가 〈PD저널〉에서 언급한 것처럼 “참여정부 시절부터 공직자에 대한 검증 보도 가운데 KBS의 탐사보도팀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보도는 성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KBS 탐사보도팀은 김재영 PD의 말처럼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빛을 발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첫 조각 때 그들의 보도는 참 볼만”했다. 또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선제적으로, 심층적으로 검증을 했으며, 또 당사자들이 워낙 다채로운 투기 경력들을 가지고 있던 터라 대한민국 사회의 ‘투기의 결정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KBS에서 그 성과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듯싶다. 김재영 PD는 이런 상황을 “탐사저널리즘의 실종”이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한국 저널리즘의 심각한 위기로 보는 게 더 타당한 것 같다.

문제는 그 중심에 조중동이 있고, 이제 그 대열에 KBS와 SBS가 동참할 태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에서 사라진 건, 천성관 후보자의 의혹들이 아니라 한국 저널리즘의 진정성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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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나누기] SBS ‘이숙영의 파워FM’ 출연기

1.

지난 한 주 이른바 ‘땜빵’ 출연을 했습니다. SBS <이숙영의 파워FM>에서 조간브리핑을 진행하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휴가를 가면서 제게 그 코너를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잘하진 못합니다만, 예전 CBS에서 조간브리핑을 몇 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아마 김용민씨는 그런 ‘경험’을 고려해서 제게 부탁을 한 것 같았습니다.

사실 조간브리핑이라고 해서 다 비슷한 건 아닙니다. 방송사마다 그리고 프로그램마다 차별성이 있습니다. 제가 CBS에서 조간브리핑을 진행했던 ‘색깔’과 김용민씨가 현재 SBS에서 하고 있는 조간브리핑은, 조간브리핑이라는 형식만 비슷했지 많이 달랐습니다. 게다가 제가 했던 방송은 시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반면 <이숙영의 파워FM>은 음악을 위주로 하는 방송이었죠. 주 청취자가 훨씬 젊다는 얘기입니다.

아무튼 일주일 동안 ‘대타’를 별 탈 없이 마쳤고 지금은 김용민 씨가 예전처럼 조간브리핑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시 김용민 씨가 저보다는 훨씬 방송을 잘하더군요.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2.

제게는 이번 방송출연이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한 가지는 … 뭐라 그럴까, 좀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억양을 문제 삼은 일부 청취자들의 반응을 말하는 것인데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뭐라 그럴까, 서울 중심주의의 완고한 벽을 좀 느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좀 그랬습니다.

저는 고향이 부산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고향이 충청도라 어렸을 때부터 딱히 부산 사투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충청도 말도 아닌, 약간 이상한 억양으로 말을 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부산 사투리를 쓰다가 집에 오면 부모님이 쓰시는 억양에 ‘영향’을 받곤 했거든요. 부모님은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으셨습니다. ^^. 하지만 저의 경우 아무래도 경상도 억양이 많이 남아있죠.

사실 이런 환경이 제가 특정지역에 소속감(?)을 가지지 않게 된 배경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전 부산의 또래 친구들을 만날 때 일부를 제외하곤 사실 벽을 많이 느낍니다. 흔히 말하는 ‘경상도 사나이’와 거리가 있는 데다, 그들의 ‘부산 지역정서’와는 좀처럼 혼연일체가 되지를 못합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럼 충청도는 괜찮냐. 아닙니다. 약간 비슷한 면이 있긴 한데, 많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충청도에 계신 친척이나 지인들은 저를 경상도 사람으로 생각하지, 절대 같은 ‘동향’ ‘지역민’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한 마디로 말하면 무소속인 셈입니다. 실제로도 저는 딱히 고향이라 할 만한 지역이 없습니다. 부산에 오랜만에 내려가면 반갑기는 한데, 여기가 내 고향이다 이런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고향인 충청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겹고 좋긴 한데, 어렸을 때의 추억이나 기억 이런 게 없으니 그냥 부모님의 고향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고향 얘기를 잔뜩 늘어놓은 이유는? 저의 이상한(?) 억양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이번에 <이숙영의 파워FM>에서 ‘대타’ 방송을 할 때, 저의 독특한 억양이 잠깐 화제(?)가 됐습니다. 뭐 한 두 번 겪은 일도 아니고, 특히 진행을 맡고 있는 이숙영씨가 방송에서 물어보셔서 제 억양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재미있게 웃으시고 넘어가더군요. 저도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일부 청취자들의 반응은 좀 달랐습니다. 사실 크게 개의치 않을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제가 볼 땐 뭐라 그럴까, 저처럼 이상한 억양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방송을 할 수 있냐, 참 거슬리고 짱난다, 이런 식의 ‘말씀’을 하셔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표준어를 써야 하는 걸까요. 그럼 서울지역에서 자고 나란 사람이 아니면 방송에 출연하긴 힘들겠군요. 그도 아니면 의식적으로 서울말을 배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해서 방송에 나오든가. ^^ 사실 서울도 좀 큰 지역에 불과할 뿐인데 ….

차라리 저를 향해 왜 괜히 서울억양 쓰려고 노력하느냐, 그러지 말고 편한 대로 해라, 이렇게 말한 청취자가 있었다면 무척 반가웠을 겁니다. 그리곤 진행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마 설명을 해드렸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내가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좀 억양이 이상하게 됐다. 이해해 달라 이러면서 말이죠. ^^.

4.

사실 저처럼 지역에서 올라온 서울시민들은 모두 한번쯤 의식적으로 서울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표준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억양도 어설프게 따라하기도 하죠. 그렇게 하면 서울사람이 되는 줄 알면서 말이죠.

그땐 몰랐지만 그런 행위들엔 자신이 성장하고 자란 지역을 비하하는 태도가 깔려 있습니다. 서울은 주류고 지방은 비주류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서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인식에 저항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끔씩 지역출신 서울시민들이 지역민들을 폄하하고 비난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이럴 땐 참, 난감하죠. 주류가 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벌이는 것까진 좋은데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지역민들의 비애인 셈이죠.

하지만 그런 지역민들의 비애를 서울 사람들은 알지를 못합니다. 비서울 지역을 모두 ‘시골’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을 볼 땐 가슴이 좀 답답해져 옵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대한민국이 서울과 시골, 이렇게 두 개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억양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지역마다 사투리와 억양이 다른데 오직 서울을 기준으로, 다른 어투와 억양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발언은 ‘비서울 사람들’에겐 폭력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사투리는 숨겨야 할 어떤 것이 아닙니다. 비록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비롯한 모든 영역이 서울로 집중되면서 ‘먹고 살기’ 위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것이 서울중심주의를 합리화해 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이런 일극 구조가 문제인 거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하는 거죠.

그래서 사투리 듣기 싫다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싫어도 그냥 좀 들으세요. 그 정도 참을성도 없나요? 사투리는 혐오스러운 게 아닙니다. 솔직히 서울 말이 뭐 그리 대단한가요.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너무 유세떨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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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 돋보기] 차분한 시민, 흥분하는 방송뉴스 
 
시민들은 대체로 차분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차분했다. 개인적 추측이 아니다. 언론 보도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언론은 지나치게 ‘호들갑’이었다. 5일 지상파 방송3사 메인뉴스는 특히 그랬다. 이날 MBC는 <뉴스데스크> ‘시민들 대체로 차분’이란 리포트에서 “대다수 시민들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라고 정부에 촉구했으며, 국민들도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뉴스데스크>는 ‘차분하고 신중한 대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민들은 차분하고 신중한 대처 … 방송뉴스는 로켓 발사로 ‘도배질’

 

   
▲ 4월 5일 MBC <뉴스데스크>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는 중요한 사안이다. 남북관계를 좌우할 중대변수이면서 국제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헤아려야 할 변수도 많고, 짚어야 할 전망 역시 여러 가지다. 하지만 그것이 ‘도배질’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순 없다. 중요한 사안과 ‘도배질’은 다른 문제다.

MBC. 5일 2시간 여 가까이 특집으로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다. 57개의 메인뉴스 중 56꼭지를 북한 로켓발사 소식으로 채웠다. (인터넷 기준, 스포츠·날씨·단신은 제외) ‘다른 뉴스’는 식목일 산불 소식 뿐이었다. 석면검출·박연차 리스트·장자연 수사·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과 같은 뉴스는 <뉴스데스크>의 전파를 타지 못했다.

역시 특집으로 꾸민 KBS <뉴스9>. 30꼭지 가운데 23꼭지가 북 로켓발사 소식이었다. (인터넷 기준, 스포츠·날씨·단신 제외) 하지만 KBS는 이날 저녁 8시부터 ‘뉴스특보’를 편성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KBS 역시 MBC 못지 않은 ‘도배질’을 한 셈이다. 

‘정상적인 궤도’를 밟은 건 SBS 뿐이었다. SBS는 <8뉴스> 30꼭지 리포트 중 24꼭지가 북 로켓발사 관련 리포트였다. 하지만 KBS와 MBC처럼 ‘특집 도배질’은 하지 않았다. (인터넷 기준, 스포츠·날씨·단신 제외)

미사일 아닌 위성으로 밝혀져 …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해야

 

   
▲ 4월 5일 KBS <뉴스9>

사실 북 로켓발사에 있어 최대 관심은 로켓에 실려 있는 물체가 미사일 탄두인지, 인공위성인지 여부였다. 북한의 로켓은 인공위성으로 밝혀졌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궤도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6일자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인공위성 발사’라고 해도 “위성을 띄우는 데 필요한 로켓 기술은 쉽게 장거리 미사일 기술로 전용될 수 있다.” 이번 로켓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핵실험을 한 나라가 이런 기술을 보유한 것 자체가 지구촌에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냉정과 자제가 우선이다. 언론이 일본 정부처럼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다. 일본 정부의 과잉 대응엔 아소 다로 총리의 지지율 회복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한국 언론 특히 방송이, 거기에 부화뇌동할 이유는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로켓발사가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 이외에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앞둔 내부 단합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이유도 없다.

정부. 초기 강경대응 방침에서 수위조절 모드로 들어갔다.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할 경우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 ‘수위조절 모드’는 언론 특히 지상파 방송사에게 절실한 것 같다. 일본과 북한의 ‘정치적 의도’에 호들갑을 떨며 흥분하는 건 ‘우리’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다. 6일자 한겨레 사설 마지막 두 문장을 방송뉴스 담당자들에게 권하는 것도. 한번 정도 음미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갈 수는 없지만 그 파장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발사 국면이 길어질수록 모두가 피해자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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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 돋보기] 경찰 비판은 생략·부적절한 발언은 ‘두루뭉실’  
 


▲ 4월3일 MBC <뉴스데스크>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경찰 기강 확립, 비리 척결 대책’ 관련 브리핑이 끝난 직후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 강희락 경찰청장은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기자들 여기서도 조심해야 한다. 재수 없으면 걸린다 △나도 여기 공보관 하면서 접대 많이 했다 △내가 공보관 끝나고 미국에 연수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세게 한 번 사라고 해서 기자들 데리고 2차를 갔다 △모텔에서 기자들 열쇠 나눠주면서 ‘내가 참, 이 나이에 이런 거 하게 생겼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프레시안>이 지난 1일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한겨레> 등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3일까지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보도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3일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 언급 … SBS의 이상한 보도태도

3일 저녁 방송3사 메인뉴스. 지금까지의 침묵을 깨고 강희락 경찰청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강 청장을 출석시켜 부적절한 발언을 질타한 것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방송사로선 3일 리포트가 첫 보도인 셈이다. 의원들의 질타와 함께 강 청장의 문제 발언이 구체적으로 소개돼야 하는 이유다.

   

 
▲ 4월3일 SBS <8뉴스>

이날 국회 행정안정위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강 청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강하게 성토할 만큼 긴장된 분위기였다. 발언 자체도 부적절했을 뿐더러 실제로 성 접대를 했다면 성범죄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일선 현장에서 성매매와 성 접대를 근절해야 할 기관의 최고 책임자의 ‘자질론’까지 제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SBS. 이상했다. 단 두 문장으로만 언급한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성매매는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희락 경찰청장을 출석시켜 부적절한 발언을 질타했습니다. 강 청장은 답변에서 ‘조심하라는 발언의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었다’고 사과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의 분위기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발언 자체도 두루뭉실 언급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질타한 내용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명백한 축소보도다.

장자연 씨 경찰 수사, SBS의 ‘엉뚱한’ 제목달기

SBS의 이상한 보도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자연 씨와 관련한 경찰 수사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3일. SBS는 <8뉴스>에서 경찰의 이상한 행보에 눈을 감았다. 리포트 제목도 <“문건 명단·혐의 공개”>다. 이 제목 적절한가. NO! 초점이 빗나갔다. 당일 KBS MBC 메인뉴스와 비교하면 SBS의 빗나간 포인트는 단박에 드러난다.

   

 
▲ 4월3일 KBS <뉴스9>

“경찰이 오락가락하는 건 장자연씨 사건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도대체 누구 눈치를 보는 건지 이쪽 저쪽 말 다르고 했던 말도 뒤집습니다 … 수사 결과 발표를 놓고 경찰이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한 배경에도 의혹이 제기됩니다 … 그렇잖아도 더딘 수사로 비판을 받는 경찰이 유력 언론사 대표라는 수사 대상에 적지 않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4월 3일 KBS <뉴스9> ‘잇단 말 바꾸기’에서 인용)

“장자연 씨 경찰 수사가 갈팡질팡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언론사 대표 소환을 놓고도, 또 리스트 명단 공개를 놓고도 말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 혐의가 없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밝히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이유를 밝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말을 바꾼 겁니다. 이처럼 경찰 수사가 갈팡질팡하면서 과연 유력인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될지, 회의적인 반응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4월 3일 MBC <뉴스데스크> ‘말 바꾸는 경찰’에서 인용)

KBS와 MBC가 경찰의 갈팡질팡 행보에 초점을 맞춘 반면 SBS는 제목부터가 좀 엉뚱하다. <“문건 명단·혐의 공개”>. 보도내용도 초점이 흐리다. “경찰이 고 장자연 씨 ‘문건’ 등장 인물과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또 어떤 혐의가 있는지 수사결과 발표 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말 바꾸기에 대한 질타도 없었고, 수사의지에 대한 우려도 없었다.

SBS는 “논란이 일자 경찰은 실명공개는 아니고 직업과 혐의를 공개하겠다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라고만 언급했다. 축소보도다. 그리고 이상한 보도다.

    


▲ 4월3일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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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 이 글은 시사IN 79호(2009.3.21)에 기고한 글입니다.

최근 <PD저널>은 SBS 기획기사를 실었다.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SBS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기사였다. 크게 부담되는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취재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도중에 기사를 중단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취재에 응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직접 취재한 후배기자의 한숨어린 토로다. 결국 기사에 학계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담지 못했다.

SBS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건 2008년 3월이다. 방송부문을 담당할 SBS와 투자사업 부문을 담당할 SBS미디어홀딩스(홀딩스)로 회사를 분할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SBS 최대주주는 (주)태영건설에서 홀딩스로 바뀌었고, 태영은 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SBS가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를 꾀한 건 시민사회가 경영 투명성 강화와 소유․경영 분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2004년 말 SBS노사는 구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승인 조건으로 내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해결하기 위해 민영방송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서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지주회사 도입이 처음 언급됐다.

지난 3월3일 SBS는 지주회사 출범 1년을 맞았다. 하지만 경영 투명성 강화와 소유․경영 분리는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2월27일 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윤세영 SBS 회장의 장남인 윤석민 태영 부회장이 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04년 사회적 의제로 부각됐던 SBS개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홀딩스 주총을 통해 윤석민 부회장은 SBS에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없었다. SBS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도록 노력한다는 노사 합의도 지키지 않았다. 노조가 반발했지만 SBS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현재 SBS 감사위원회는 사측이 추천한 세 명의 인사로 구성돼 있다. 감시 기능이 약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이한 건 이를 문제 삼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학계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불과 몇 년 전, 세습경영에 대한 우려 때문에 거센 비판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SBS 개혁을 부르짖던 많은 학자와 시민단체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물론 윤 부회장이 SBS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SBS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전반적인 경영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SBS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윤 부회장이 사실상 SBS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 부회장은 2004년 SBS 상무급 비상임 경영위원으로 선임됐으나 ‘방송 세습’ 논란 등의 비판이 제기되자 물러난 전력이 있다. 하지만 2009년 윤 부회장은 사실상 SBS에 ‘무혈입성’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관계자의 말이 오래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SBS의 학계에 대한 로비력은 국내 방송사 가운데 1위다. ‘우리’도 로비를 하지만 SBS를 따라가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학계와 시민단체의 SBS에 대한 침묵이 씁쓸하게 다가온 이유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관련법에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조중동방송’이 출현할 거라며 반대하고 있다. 동의한다. 하지만 언론관련법만 막으면 ‘조중동방송’은 막아지는 것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언론계․학계․시민사회 진영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올인하는’ 사이 SBS가 ‘조중동방송’이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질문 하나 던진다. 만약 모두의 무관심 속에 SBS가 ‘조중동방송’이 된다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사진=PD저널 3월17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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