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사IN’ 106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방송가에 휘몰아치던 태풍이 갑작스레 훈풍으로 바뀌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후부터다. MB정부가 이른바 ‘서민친화’를 표방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데 이 훈풍의 위력, 예상보다 크고 파괴력이 세다. 대통령 지지율을 훌쩍 상승시키더니, 방송가를 지배했던 파업, 투쟁, 해임과 같은 단어도 슬쩍 사라지게 만들었다. 2기 MB정부 중도노선이 언론계에 미치고 있는 변화는 눈으로 감지된다.

훈풍의 시발점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은 9월9일 임시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에 대해 ‘조건부 재신임’ 결정을 내렸다. 엄 사장 해임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방문진의 이전 태도를 감안하면 갑작스런 기류 변화다. 방문진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이었을까. MBC 안팎에선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EBS 사장 재공모도 기류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9월14일 5명의 최종 후보가 공개됐을 때 EBS 안팎에선 부실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영방송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재공모 요구가 잇따랐고, 결국 방통위는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후보자 재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방통위의 EBS 사장 재공모는 이례적이다. 결과적으로 언론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시민단체의 평가는 다르다. 이들은 ‘사장 선임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누군가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무리한 선임→노조,시민단체 반발→극한 대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중도를 표방한 2기 MB정부 노선과 배치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은 ‘누군가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정부의 중도노선은 언론계에 고민거리를 던졌다. 언론운동진영 입장에서 MB정부에 대처할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동력도 예전 같지 않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기는 더 어렵다. 더구나 지금 추세라면 MB의 중도노선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전과 같은 투쟁일변도 전략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 MB의 중도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이를 표방한 배경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1년이 넘도록 진행된 KBS와 YTN에 대한 MB정부의 장악시도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뉴스와 프로그램이 일정부분 ‘순치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MBC가 홀로 버티긴 했지만 방문진의 요구를 감안해야 하는 엄기영 사장의 향후 행보를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최근 단행된 보도국 부장단 인사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냉정히 말해 이 모든 상황은 MB정부가 중도를 표방하더라도 언론계의 ‘자발적 순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이제 게임은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자발적 순치’에 저항하는 건, 살아남은(?) 언론인들의 몫이다. 상투적 정권 비판은 접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 현장에서의 ‘일상적 투쟁’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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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시사IN> 103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MB정부의 야심작 ‘언론장악 시즌1’이 종영했다. ‘시즌2’가 개막했지만 ‘시즌1’에 비해 흥행 가능성은 낮다. 일찌감치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데다 대본의 완결성을 두고 평론가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에 전편의 막장드라마 성격까지 고스란히 답습한 점도 흥행 부진을 예고한다.

‘언론장악 시즌2’는 YTN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작사’ MB정부는 구본홍 전 사장 대신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배석규 YTN 전무를 주연배우(사장 직무대행)로 기용했다. 파격이었다. 그래서일까. 배석규 직무대행의 오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멀쩡한 보도국장을 갑자기 교체하더니 보도국 취재기자 5명을 지역으로 ‘보복성’ 발령 내고, <돌발영상> 팀 인사를 단행했다. 급기야 용역을 앞세워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을 비롯한 해직자 6명의 회사 출입을 봉쇄하기까지 이른다. 마치 막장드라마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기세다.


‘시즌2’의 또 다른 주인공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새로운 이사들로 구성된 ‘연출자’ 방문진은 MBC 보도프로그램과 경영진에 불만을 쏟아내며 주연배우 엄기영 사장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주연배우 교체는 연출자의 권한이지만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대부분 MBC 선임자 노조나 보수언론,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에서 제기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점이다. 엄기영 사장 교체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도 논란이다. ‘특정 제작사’의 입장을 고려한 무리한 교체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즌2’의 세 번째 주인공은 KBS다. KBS는 새로운 주연배우를 캐스팅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언론장악 시즌1’의 핵심 주연으로 맹활약한 이병순 사장이 최근 내외부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하차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병순 사장은 ‘시즌2’에서도 주인공을 맡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내외부의 혹평과 함께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단적인 예가 <시사IN>이 최근 실시한 매체신뢰도 조사다. 이 조사에서 KBS(29.9%)는 MBC(3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2007년 같은 조사에서 KBS는 43.1%로 1위를 차지했다. 본인이 주연을 맡은 이후 KBS가 종합 순위에서 밀리면서 신뢰도도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이병순 사장이 ‘시즌2’에서 주연을 계속 맡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언론장악 시즌2’의 흥행 참패는 ‘제작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MB정부 탓이 크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무리하게 ‘YTN 주연급 배우’로 기용해 논란을 자초하더니,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MBC 주인공’은 무리하게 하차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본이라도 탄탄하면 모르겠는데 ‘시즌1’과 특별한 차별화 없이 그냥 막장드라마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모양새다. 어쩌면 흥행 참패는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해 MB정부의 ‘언론장악 시즌1’도 다소 흥행은 했을지 몰라도 실패라고 보는 게 옳다. 1년이 넘도록 방송사 장악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장악된’ 곳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주연배우만 바뀐 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YTN과, 나름 성공적으로 장악했다고 평가받았던 KBS의 최근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는 ‘MBC 장악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언론장악 시즌2’는 깃발을 올리지 말아야 했다.

<사진설명> 지난달 27일 오전 8시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YTN 정문 앞에서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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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이 글은 <시사IN> 10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구본홍 YTN 사장의 사퇴는 언론계에 몇 가지 고민을 던졌다. 향후 전개될 정권과 언론과의 싸움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본홍 카드’ 실패를 경험한 MB정권은 어떤 방식의 변화를 꾀할까.

단정은 이르지만 민영화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YTN 민영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화 될 경우 YTN노조를 무력화 시킬 수 있고, 보도PP채널에 관심 있는 후보군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인 건 분명하다. 1년 동안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여온 YTN노조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MBC 민영화도 있다. 방송공사법 제정과 민영미디어렙 도입은 MBC 민영화의 틀을 규정짓게 된다. 친여성향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방만경영’을 문제 삼아 민영화 논의에 불을 지피면 MBC로선 이 문제를 피해 가기 어렵다. 더구나 민영미디어렙은 서울과 지역MBC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아킬레스건이다. ‘선택의 지점’에서 MBC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민영화가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국영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송공사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KBS의 ‘국영방송화’는 시간문제다. MBC·YTN의 민영화와 KBS의 ‘국영방송화’가 전제된 상태에서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PP가 들어선다고 가정해 보자. 그야말로 방송판 자체가 ‘조중동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법 날치기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여권의 방송계 재편을 막는 건 더욱 힘들어진다.

‘여권발 방송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지만, 민주당과 방송사들의 풍경은 지리멸렬하다. 민주당이 100일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전면전 양상은 아니다. 솔직히 민주당의 장외투쟁이라기보다는 일부 의원들의 결사항전으로 보는 게 정확할 듯싶다. 9월 정기국회 복귀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방송사 내부풍경은 더 가관이다. ‘조중동 방송’ 출현을 경계하기 전에 방송의 ‘조중동스러운’ 행태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여당을 견제․비판하면서도 자사 이익 확보를 위한 ‘주판알 튕기기’가 복잡하게 진행되는 방송사 내부 상황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언론노조 총파업 동력이 예전 같지 않고 ‘보도투쟁’ 지침이 하부단위에서 무력화되고 있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사들의 보도행태다. ‘조중동 방송’과 방송의 ‘조중동스러운’ 보도행태가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방문진 구성에 따른 방송장악 논란은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고, 미디어법 날치기 논란 역시 철저히 정치공방 수준에 머물렀다. 

쌍용자동차 보도는 가장 압권이다. 진압과정에서 쓰러진 노조원을 경찰이 곤봉과 발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경찰 진압방식을 비판하는 리포트는 거의 없었다. 사태의 본질을 파헤치는 보도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 강경․폭력진압’이라는 단어가 방송뉴스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시민단체 일각에서 ‘왜 우리들이 이런 지상파 기득권자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인가’라는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는 ‘조중동 방송’을 만들려는 정부․여당과 ‘조중동화 되려는’ 방송사들, 이 두 개의 골리앗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조중동 방송’ 출현 저지를 논하기 전에 왜 ‘우리들’이 기존 방송사를 지켜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설명>: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100일 행동’이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 방통위 사옥 앞에서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 방문진 이사 선임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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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계의 새로운 전열정비가 시급하다

구본홍 YTN사장의 사퇴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볼 것인가는 잠시 유보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사퇴에 대한 평가보다 사퇴가 가진 함의를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구본홍 사장의 사퇴는 “정권의 무리한 방송장악 기도가 결국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제 곧 방송장악과 민영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MBC 구성원들이 ‘대동단결’ 한다면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는 막아낼 수 있는 걸까. 일면 동의를 하지만 수긍하긴 어렵다. 구본홍 사퇴는 그렇게 간단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점’에서 출발하는 YTN … 쉽지 않은 싸움 예고

우선 ‘포스트 구본홍’ 이후 YTN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낙하산’ 구본홍은 물러갔지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비롯한 YTN의 현안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만약 ‘비낙하산’ 출신의 강성 사장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YTN은 다시 1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점에서 출발하지만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구본홍 카드’로 실패를 경험한 MB정권이 밟을 다음 수순이 뭘까. 단정은 이르지만 민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구본홍 사퇴’ 이후 MB정권이 민영화 카드를 꺼내든다면 이후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한다. 수장 교체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는 방식이 아닌 ‘방송계 판’ 자체를 흔들면서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오늘자(4일)에서 YTN민영화 문제를 끄집어 낸 맥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YTN 민영화는 해고자 복직 문제와 보도PP채널 그리고 YTN노조의 무력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다. 아마도 후임 사장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성품(?)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YTN노조 입장에선 보다 더 힘든 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의 ‘아킬레스건’ 민영미디어렙 … ‘대동단결’ 가능할까

YTN민영화는 MBC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을 던져준다. 수장 및 간부진 교체에 따른 MBC 장악은 엄기영 사장의 의지와 MBC 내부의 동력이 뒷받침 된다면 ‘저지될’ 가능성이 많다.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 입장에서도 쉬운 싸움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MBC민영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한겨레가 지난 3일 지적했듯이 MBC민영화는 방송공사법 및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동시에 형식적․내용적 틀거리가 만들어진다. 방송공사법 제정으로 MBC를 공영방송 범위에서 밀어낼 경우 MBC가 선택할 경우의 수는 거의 없다. MBC가 광고를 포기하고 공영미디어렙을 선택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그럼 남는 건 민영미디어렙 밖에 없다. 하지만 민영미디어렙 선택은 MBC 입장에선 화약고나 다름 없다. 민영미디어렙은 MBC의 정체성을 공영방송이 아닌 상업방송으로 규정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MBC민영화에 불을 지피게 된다. 더구나 민영미디어렙은 서울MBC와 지역MBC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부딪히는 지점이다. MBC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방문진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문진의 여당 쪽 이사들은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MBC경영진 교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반면 경영합리화와 민영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영진 교체 논란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방문진이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MBC의 수장교체를 잠시 유보하고, ‘방만경영’을 이슈로 삼아 민영화 논란에 불을 지핀다면 어떻게 될까. MBC는 물론이고 노조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방송계 판 흔들기 통한 ‘제2의 방송장악’을 들고 나온 이유

‘방송계 재편’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MB정권이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 밖이라는 얘기다. 예상을 깨고 빠른 결단을 내린 이유가 뭘까.

의도하는 바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이유보다는 빠른 결단을 내리게 만든 원인에 더 주목이 간다. 역지사지. 내가 정권 입장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당과 언론노조, 언론사 내부의 ‘풍경’이 지리멸렬하다. 밀어붙이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100일 장외투쟁에 돌입했지만 별다른 전망이나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 추가 공개 따위로 여론전을 끌어가려 하지만 날치기에 대한 전권은 이미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상황. 더구나 동영상 추가공개는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정부 여당 쪽에 손을 들어준다면? 게임 오버다.

언론노조는 어떨까. 총파업을 접고 보도투쟁을 선언했지만 이걸 과연 ‘보도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방문진 구성에 따른 논란은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아예 보도조차 안되고 있으며 미디어법 날치기 논란 역시 철저히 정치공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구본홍 사장의 전격 사퇴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바라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구본홍 사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방송계 재편’이 시작될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제2의 방송장악’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사진(위)=사퇴한 구본홍 YTN 사장>
<사진(아래)=한겨레 8월4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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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경] 미국 기자 취재제한만 걱정하는 한국 언론?  
 
4일자 <경향신문> 2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 내용을 인용, 소개하는 기사(4월 2일자)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명박 정부의 기자·PD 체포 등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언론 상황을 질타했다. 특이한 건 비교대상을 북한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이번 주 북한에서 김정일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한국 남성 1명이 억류됐지만, 이는 놀랄 일도 아니다. 남한에서는 더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검찰이 MBC 프로듀서와 YTN 노조 조합원을 체포한 것이다.”

 

   
▲ 경향신문 4월4일자 2면.

‘美 여기자 억류’ 사건을 떠올린 건 …

이코노미스트가 “희한한 일”로 규정한 MBC <PD수첩> 이춘근 PD·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체포 사건은 정작 한국 언론에선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적인 언론 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는 신문일수록 외면 정도가 심했다. 지상파 방송3사는 주요 현안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김연아에 ‘올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언론에게 자기반성과 성찰의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美 여기자 억류’ 사건을 떠올린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 사건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미국 여기자 2명과 중국인 안내원 1명이 북한에 ‘억류’되면서 외교적 논란으로 번진 사안이다. ‘억류’ 되는 과정의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국내 대다수 언론이 이 사건을 주요기사로 다뤘다는 점이다.

  

  
▲ 동아일보 3월20일자 1면.

북미 관계와 취재기자 억류. 이 두 가지 요소는 충분한 뉴스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취재 중인 기자를 억류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지상파 방송3사와 조중동을 비롯, 대다수 언론이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한 배경에도 이런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 여기자 억류, ‘언론자유’ 침해로 해석한 동아 조선

이춘근 PD와 YTN 노종면 위원장 체포. 비록 풀려나긴 했지만 이 두 사건 역시 언론인을 강제로 ‘억류’한 사건이다. 하지만 ‘美 여기자 억류’와 동등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어찌 보면 미국 여기자 두 명이 통제가 심한 북한을 취재하려다 억류된 사건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다. ‘자유 대한민국’에서 언론인을 체포하는 건,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처럼 ‘희한한 일’이기 때문이다.

‘美 여기자 억류’ 사건이 알려진 직후 동아와 조선일보는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사설도 게재했다.

   

 
▲ 조선일보 3월20일자 사설.

“취재 중인 언론인을 붙잡아두는 것은 세계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다. 이들을 조속히 풀어줘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올바른 선택이다.” (조선일보 3월20일자 사설 중에서)

“취재기자들을 억류하는 나라는 스스로 감춰야 할 게 많은 독재국가라고 세계만방에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아일보 3월20일자 사설 중에서)

하지만 이들 신문은 ‘美 여기자 억류 사건’에 적용했던 기준을 한국 언론인에겐 적용하지 않았다. 동아 조선만 탓할 일은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와 대다수 언론 역시 내용과 비중 면에선 별반 차이가 없었다.

미국 기자의 취재제한을 더 걱정하는 한국 언론? 이코노미스트 보도와 ‘美 여기자 억류’ 사건을 다룬 국내 언론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 한겨레 3월26일자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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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공공적 연고주의’ 운동을 제안하며

1.

고재열은 <PD저널> 필진이다. 난 <PD저널> 편집국장으로 있다. 고재열 기자를 필진으로 ‘모신 건’ 글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의 그의 진정성도 높이 평가한다. <시사저널> 파업과 이후 보여준 그의 행보에서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고재열 기자는 그렇다.

고재열 기자의 ‘고대 학벌주의’ 의혹(?)을 제기한 원성윤 기자는 <PD저널> 기자다. 나의 후배다.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힌 적은 없지만 내가 ‘아끼는’ 언론계 후배다. 기자 경력이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지닌 문제의식과 감각은 높이 평가한다.

2.

‘그런’ 고 기자와 원 기자가 학벌주의를 가지고 논쟁(?)이 붙었다. 한 쪽은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고 다른 한쪽은 방어하는 쪽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묘한 느낌이 든다. 적어도 내가 ‘아는’ 두 사람은 학벌주의와 모두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글을 모두 읽어봤다. 고재열 기자가 지금까지 썼던 글의 흔적들 가운데 학벌주의로 오해할 만한 부분이 있는가 - 이걸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과 ‘억울하다’는 당사자의 항변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게 핵심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문제는 학벌주의 즉 연고주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이 문제인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벌주의는 주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마음 속으론 학벌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공공적 장소에서까지 학벌주의를 옹호하진 않는다. 그건 만인으로부터 손가락 받을 짓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게 연고주의고 학벌주의지만 적어도 사람들은 공적인 영역에서 이 부분을 옹호하고 나서진 않는다. 학벌주의는 사적인 관계 속에서 은폐되기 쉽다. 학벌주의와 연고주의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3.

다시 고재열 기자 문제로 돌아가 보자. YTN 조승호 기자 후원모임을 결성한 고재열 기자의 ‘행위’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벌주의로 한 단면으로 볼 수 있을까. ‘독설닷컴’에서 보았던 고대 선후배들과의 사진과 ‘부분적인’ 글 등을 고대 학벌주의의 위험신호로 볼 수 있을까.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서러움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불편하게 느꼈을 법도 하다. 그건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술자리를 비롯한 사적 모임이든 공식적인 모임이든 출신대학들끼리 뭉치는 결속력은 서울 소재 대학 출신들이 강하다. 거기서 비롯되는 ‘챙겨주기’ 문화의 정도가 강한 곳 역시 서울 소재 대학 출신들이다. 특히 고대가 좀 유별나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학벌주의의 폐단에 고재열 기자의 ‘사례’가 포함될 수 있을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평소 학벌주의 폐단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보기엔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지만, 학벌주의 문제를 그런 식으로 확대해석하면 사실 해결이 어렵다. 툭 까놓고 말해 나 자신을 비롯해 우리 모두 가까운 사람들의 면면을 한번 살펴보자. 많은 경우 지연 혈연 학연으로 얽혀 있다. 이 말은 학연이나 지연, 연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다.

4.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실력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출신 지역이나 출신 학교끼리 뭉쳐서 ‘잘살아보자’는 끼리끼리 문화이지, 일상적 삶에서의 사적 관계망까지 포괄하는 건 아니다. 그런 식이면 동문회와 동창회, 향우회 등과 같은 모임 자체를 없애야 한다.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어떤 일을 벌이고자 할 때도 같은 학교와 같은 지역 출신들은 일단 배제를 해야 하는 상황도 나온다. 이게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신의 사적 네트워크를 돌이켜보면 같은 고등학교나 같은 대학 동문들이 많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다른 조건보다 같은 학교 출신이면서 ‘본인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면 더 친밀감을 느낀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그걸 가리켜 누군가가 연고주의의 폐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을 한다면 동의할까.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득권 사수를 위한 엘리트들의 학벌주의 연고주의는 비판해야 하지만 우리네 일상적 삶에서의 친목이나 우정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건 지나치다.

5.

질문 하나. 연고주의는 모두 나쁜 것일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어차피 연고주의는 우리 삶의 법칙이 된 지 오래고 누구도 거기서 자유롭지 않다. 오죽하면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가 ‘공공적 연고주의’를 들고 나왔겠는가. 

어차피 우리가 연고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연고주의에 공공적 성격을 가미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같은 동문끼리 모여서 출세를 위해 패거리주의에 집착하지 않고, 언론개혁에 동참한다든가 사회봉사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로 의의가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우려되는 점과 한계도 분명히 있다. 지방대 출신이 뭉치는 것과 서울대-연대-고대 출신들 특히 언론인들이 ‘뭉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한국 사회 기득권 세력에 다가갈 수 있는 확률이 후자가 더 높기 때문이다. 원성윤 기자의 고재열 기자에 대한 ‘고려대 뭉치기’ 우려 역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고재열 기자식의 ‘연고주의․학벌주의’라면 난 지지해줄 의사가 충분히 있다. 고대출신 언론인들이 모여 자기네들 출세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 하겠다는 걸 비판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만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정도는 고재열 기자도 알아줬으면 한다. 그게 우리네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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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

[핫이슈] 보도와 파업이 따로 가면 안된다 
 
냉정히 묻는다. 언론노조 총파업.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반신반의다. 오해의 소지를 피하자.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의지와 열정 - 그걸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의 싸움을 말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싸움의 승패는 결국 힘과 여론에 있어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변수를 생각했을 때 현재 언론노조는 그다지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

SBS 노조의 딜레마 … 파업과 보도 ‘따로 놀기’

  

  
▲ 한나라당의 '7대 언론악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 ⓒPD저널

힘과 여론. 둘은 서로 분리되는 것 같지만 동일한 측면이 많다. 속성만 다를 뿐이다. 전자는 철저히 현실적이고 영향력이 큰데 비해 후자는 추상적이고 가변적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물리적인 힘을 바탕으로 언론노조를 압박한다. 언론노조는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이를 저지하려 한다. 언론노조가 현실적이고 영향력이 큰 힘에 맞서 추상적이고 가변적인 여론의 힘으로 이길 수 있을까.

답은 유보하자. 다만 언론노조의 파업은 미 쇠고기 반대와 같은 여론의 폭발력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상대는 지난 여름 엄청난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하며 여기까지 온 MB정부와 한나라당이다. 웬만한 압박으론 눈도 꿈쩍 하지 않는다. 그 ‘소통불능’ 정부가 가진 힘은 미안하지만(!) 아직 막강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6일 SBS <8뉴스>를 주목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지난 26일 SBS는 <8뉴스>에서 앵커 공지 형식으로 언론노조 총파업과 관련해 이런 보도를 했다. 솔직히 말해 정말 어이없는 보도다.

“SBS는 현재 일부 노조원이 파업에 가담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정상적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어 모든 방송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파업이 불법인 만큼 가담자는 사규에 따라 조치될 것이며 앞으로도 민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미디어산업 발전과 시청자 권익보호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 12월26일 SBS <8뉴스>

SBS가 ‘타깃’이 되는 이유

짚어야 할 것은 배경이다. 왜 이런 보도가 나가게 됐을까. 회사 차원의 방침이라면 사내 공지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전하면 될 일 - 왜 굳이 ‘사내공지’를 뉴스를 통해 보도했을까. 더구나 이미 SBS노조는 언론노조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파업지지를 선언한 상황이다. 그런데 <8뉴스>는 SBS노조의 반론조차 싣지 않았다. 앵커멘트를 통한 ‘공지’ 형식이었지만 SBS 인터넷 사이트에는 기사 작성자가 보도국장으로 돼 있다. 이 리포트가 그 정도로 긴박한 리포트였을까.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이 리포트가 나가기 전인 26일 오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당 언론사의 사규에 따른 조치를 요구했다. 선의로 해석하면 SBS 입장에선 ‘최소한의 성의표시’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언론노조의 성명대로 “이명박 정권이 SBS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SBS의 ‘어이없는 리포트’가 가진 첫 번째 함의다.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향후 언론노조의 총파업 투쟁에 있어 SBS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MBC노조가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언론사의 동참여부는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 SBS가 있다.

KBS?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YTN EBS CBS 등 다른 방송사의 경우 부분적으로는 파업이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미미한 단계. 일부 지역신문과 경향·한겨레 등이 ‘지면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아직까지는 주요변수가 아니다. 정황을 살피면 파업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SBS노조가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 12월26일 SBS <8뉴스>

전면파업 못지않게 중요한 SBS 조합원들의 보도투쟁

MBC의 전면파업 못지않게 SBS 조합원들의 ‘보도투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BS가 침묵하고, 조중동이 총파업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오고 이 시점에서 MBC YTN과 일부 신문의 보도만으로는 한계가 너무 명백하다. MBC는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난에 직면하기 쉽고 일부 신문의 경우 여론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 물론 인터넷과 블로거들이 있긴 하지만 MB정부는 항상 그들을 옭아매려고 했지,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인 적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SBS마저 뉴스에서 ‘보수언론’과 보폭을 맞춘다면 언론노동자들의 총파업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당장 27일자 <8뉴스>에서 이 같은 위험이 감지된다. SBS에서 총파업 관련 기사가 아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 지난 26일 오전 6시 SBS 노조의 파업이 시작된 가운데, 뉴스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든 앵커들이 '블랙 투쟁'을 벌였다. ⓒSBS

이래선 안 된다. 파업과 보도가 ‘따로 놀아선’ 안 된다는 얘기다. 블랙투쟁이나 앵커가 빠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SBS 기자·PD들의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한 ‘투쟁’이다.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거나 미디어에 관심이 별로 없는 시민들은 언론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게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다.

신경민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지난 26일 클로징 멘트에서 “총파업에 참여하는 일도 힘들고 조금 나이 든 기자들이 뉴스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힘닿는 대로 기록하고 더 잘 하겠다”고 말했다. “힘닿는 대로 기록하고 더 잘 하겠다”는 신 앵커의 말은 MBC 구성원들보다는 SBS 조합원들에게 향해야 하는지 모른다. SBS 조합원들의 총파업 동참 못지않게 ‘보도투쟁’의 절실함을 느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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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도리